특별기고/현산문제, A부터 Z까지...진성진/ 변호사
현산 문제는 적폐다. 부정과 불법, 편법과 꼼수, 무능과 무지가 켜켜이 쌓인 적폐다. 그것은 악덕기업과 꼼수 시장, 무능 검찰의 합작품이다. 거기에다 정의롭지 못한 시민단체 대표가 일조했다. 현산 문제에는 대놓고 뇌물을 주고받겠다는 상상을 뛰어넘는 대담함과 새로운 유형의 범죄(제3자 뇌물)에 대한 치밀한 법리검토 끝에 ‘약속을 미끼로 실리를 취해놓고 약속한 것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노회한 전략이 배어 있다.
거제시 관급공사에서 수십 억원의 사기범죄를 저지른 현대산업개발이 그 때문에 받은 입찰참가 제한기간 5개월을 줄여주면 거제시에 7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은 윤리적인 뻔뻔함을 넘어 대놓고 뇌물을 주겠다는 것으로 명백한 범죄(뇌물공여의사표시)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전례 없는 공론과정을 거쳐 이 제의를 받아들여 현산에 1조원의 수주손실방지혜택을 준 것 또한 편법과 꼼수를 넘어 중대한 범죄(제3자뇌물약속)다.
‘현산과 권 시장 간의 이러한 거래는 뇌물죄에 해당되니 처벌해 달라’는 고발에 대해 검찰이 증거가 명백함에도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검찰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으로, 전례 없는 불법거래에 부당하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지난 6월 거제시의회의 ‘현산 사회공헌약속 이행촉구결의안’은 약속한 뇌물을 달라는 것으로 법률적으로 난센스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권 시장은 누차 ‘받으면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하니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시장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 무혐의 처분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며, 나아가 자신의 행위가 뇌물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자백한 셈이다.
<사회공헌으로 포장한 뇌물거래제안>
2013년 4월15일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 관급공사에서 저지른 사기범죄로 전임시장이 내린 5개월 입찰제한처분(원처분)을 줄여달라는 경감신청서를 권민호 시장에게 제출했다. 그때는 원처분이 과중하다며 현산이 2009년 9월 제기한 행정소송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그 민원을 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21조 제3호).
따라서 현산의 경감신청은 처음부터 민원처리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권 시장은 2013년 6월4일 현산의 입찰제한 기간을 1개월로 줄여주는 처분(경감처분)을 했다. 결국, 권 시장은 현산이 3년 반 동안의 법정투쟁(행정소송)에도 얻지 못했던 경감처분을 현산이 그 대가로 제공하기로 한 70억원 상당의 사회공헌약속을 공증을 통해 확약받고 신청 50일 만에 해 준 것이다. 이것은 법률상 절대로 불가능하다. 엄중한 실정법의 체계 하에서 절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불법과 부정, 꼼수와 편법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현산 문제의 시발점인 경감신청은 여러모로 법질서와 상식에 반한다. 첫째, 신청취지가 전임시장의 5개월 입찰제한처분(원처분)을 줄여달라는 것으로 이것은 행정소송중인 사항에 관한 것이어서 처음부터 민원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경감신청서가 사회공헌약속으로 포장된 실질적인 뇌물거래제안서이기 때문이다. 현산은 신청 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에 관한 재심의 및 경감처분신청서’라는 문서를 제출했다. 그 요지는 ‘전임시장의 5개월 입찰제한처분(원처분)으로 수주손실액이 1조2629억원이나 되니 이를 감경해주면 거제시를 위해 70억원 상당의 공익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서로 된 뇌물제공의사표시다. 년 매출 3조원인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뇌물거래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공식 제안한 것이다.
셋째, 현산이 이 제안의 불법성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짙기 때문이다. 현산은 행정소송 시에는 대표이사로 정몽규를 내세웠다. 그런데 경감신청 시에는 경감처분의 수혜자인 정몽규는 쏙 빼고 월급사장 대표이사인 박창민을 신청인으로 내세웠다. 이것은 거제시에 대한 사회공헌약속으로 포장된 불법거래가 드러나 형사처벌(뇌물공여약속)받을 것에 대비, ‘회장님은 모르는 일’이라며 꼬리자르기를 위한 사전차단장치로 보인다.
넷째, 신청시점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임박한 때이기 때문이다. 현산은 행정소송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이에 불복, 상고했는데 대법원이 선고기일(2012년 7월26일)을 지정했다가 패소확정을 우려한 현산 측 선고연기신청을 받아들여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현산은 경감처분을 받아내고자 한 3년 반의 법정투쟁 노력이 물거품으로 그칠 공산이 커지자 전략을 급 수정, 전례 없는 경감신청을 한 것이다.
다섯째, 원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낸 당사자에게 실질적으로 뇌물인 거제시에 대한 사회공헌약속을 조건으로 원처분을 뒤집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현산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전임시장이 1심에서 패소한 것을 항소심에서 승소로 역전시킨 장본인이 바로 권 시장이다. 권 시장은 취임 다음날 소송대리인을 통해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 1년5개월의 법정투쟁을 통해 원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 축구에 비유하면 전반전에서 0:1로 지고 있던 게임에 감독을 맡아 후반전에서 2:1로 역전시킨 셈이다. 현산이 이런 권 시장에게 경감신청을 한 것은 후반전에 역전시킨 축구감독에게 경기종료직전에 ‘뇌물을 줄 테니 자살골을 넣어 재역전을 시켜 달라’고 제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꼼수로 빚은 신종뇌물범죄>
권민호 시장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입찰제한 기간을 5개월에서 1개월로 줄여준(경감처분) 과정은 드라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드라마다. 현산이 기획 제작하고 권 시장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사상 초유의 불법드라마다. 그 드라마의 수혜자는 현산이고 그 이익은 1조 상당 수주손실방지다. 그 드라마는 꼼수로 시작해 제3자뇌물죄라는 신종범죄로 완성된다.
경감처분과정의 첫 단추는 현산의 경감신청민원 접수다. 거제시는 현산의 경감신청서를 민원실을 거치지 않고 회계과에서 직접 접수했다. 이는 민원사항은 민원실에서 접수하고(8조 1항), 행정소송중인 사안은 민원처리대상이 아니라고 규정(21조 3호)한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꼼수를 넘어 불법이다.
이어진 민원재심의 자문위원회 및 자문회의 또한 전례 없는 것으로, 법령이나 조례의 설치 근거가 없는, 오로지 현산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한 1회성 임시기구다. 그 과정에서 권 시장이 위촉장을 수여하다가 항의를 받고 회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여기까지는 절차적 하자의 문제다. 경감처분 과정의 실질적 불법성은 다음 단계인 계약심의위원회의 경감의결과 이에 따른 권 시장의 변경처분에서 드러난다. 계약심의위원회는 쫓기듯이 8일 만에 4차례회의를 거쳐 입찰제한 기간을 5개월에서 1개월로 줄여주는 의결을 했다.
문제는 그 대가로 현산이 제시한 70억 상당 사회공헌약속이 담긴 의향서를 공증토록 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뇌물거래이다. 결국, 경감처분의 적절성과 적법성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지방계약법 32조1항2호)된 계약심의위원회가 불법거래를 결의한 것이다. 권 시장은 이 결의에 따라 경감처분을 했다. 결국, 권 시장이 신청 50일 만에 경감처분을 해 현산이 3년 반의 법정투쟁(행정소송)에도 얻지 못했던 1조 상당 수주손실방지혜택을 준 것이다.
결국, 현산 문제는 경감처분과정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해 사회공헌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제공한 현산과 이를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공론화라는 위장막으로 포장한 권 시장의 합작품이다. 그런데 권 시장이 그 불법성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짙다. 그것은 현산이 경감처분의 대가로 제시한 70억 상당 사회공헌약속이 담긴 의향서 공증본(공증의향서)을 일부러 접수하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다.
이점은 현산이 행정소송 시와 달리 경감신청서에는 실사주 대표이사 회장 정몽규를 빼고 월급사장 대표이사만을 신청인으로 기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산이 원한 것은 경감처분서고 권 시장이 원한 것은 공증의향서다. 이들 문서의 맞교환이 양자 간 거래의 목적이다. 그런데 현산은 처분 즉시 경감처분서를 받아 갔는데 거제시에는 그 대가인 공증의향서가 없단다. 계약심의위원회에서 현산이 공증해 온 것을 확인만 하고 돌려줬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직무유기다.
현산이 경감처분의 대가로 거제시에 70억 상당 사회공헌약속이 담긴 의향서를 제시한 것은 문서로 된 ‘뇌물공여의사표시’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이 계약심의위원회의 경감의결을 거쳐 현산이 제시한 사회공헌약속을 조건으로 경감처분을 했다. 이로써 현산의 제안은 ‘뇌물공여의사표시’를 넘어 ‘뇌물공여약속’(형법 133조1항)이 되고, 권 시장의 경감처분 행위는 ‘제3자뇌물약속’이 된다.
<무능검찰의 민낯>
법은 정(正)이다. 범죄는 부정(不正)이다. 형벌권은 不正(범죄)을 否定(처벌)함으로써 正(법)을 회복시키는 국가권력이다. 검찰이 맡고 있다. 검찰의 사명은 사회정의 실현이다. 그래서 검찰은 무엇보다 정의로워야 한다.
검찰이 권민호 시장과 현산 실사주 정몽규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70억 상당 사회공헌약속을 조건으로 1조 상당 수주손실방지 혜택을 준 경감처분을 주고받은 범죄사실(제3자뇌물죄)로 거제시민단체협의회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다. 검찰 무혐의 결정문을 들여다보면 부끄럽고 참담하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검찰 무혐의처분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범법자를 처벌하고 거악(巨惡)을 척결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하라는 그 존재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며, 공개적이고 대담한 뇌물거래라는 사상 초유의 부정의에 면죄부를 준 부당한 처사다.
검찰은 피의자 조사도 안 했다. 고발인이 제시한 명백한 증거와 참고인은 외면하고 피의자 조사 없이 피의자 측 참고인조사와 자료만으로 끝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론은 뻔하다. ‘70억 뇌물을 줄 테니 1조원 혜택을 달라는 것’이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 무혐의 처분은 상식과 법리에 반하고 판례와 증거에 배치된다.
이는 가령 업무상횡령죄로 1심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을 구형받아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재벌회장이 검찰총장에게 ‘구형을 2년으로 줄여주면 70억원을 들여 검찰직원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겠다’는 제안서를 내자 검찰총장이 공개적 논의를 거쳐 그 공증서를 제출받고 구형을 줄여줘도 된다고 우기는 것과 똑같다. 이것이 사정의 중추기관으로서 사회정의실현을 그 사명으로 한다는 검찰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다. 이를 위해 적폐청산과 반부패개혁을 국정과제 1·2순위에 두고 있다. 현산 문제는 제일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다. 그것은 사기범죄를 저지른 부정당업자(현산)에게 전례 없이 재심의 기회를 주었고(기회의 불평등), 경감처분과정이 불법과 꼼수로 이뤄졌으며(과정의 불공정), 그 결과 현산이 1조원의 불법적 혜택을 받고도 그 대가로 약속한 70억 사회공헌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되기(결과의 부정의) 때문이다.
<공소시효는 살아있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경감처분은 거제시 시정농단 사건이다. 그것은 현산의 부정청탁을 권민호 시장이 권한을 남용해 들어준 명백한 범죄다. 그런데 이들은 여태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권 시장은 청렴시정(淸廉市政)을 내세우며 집권당 후보로 차기 경남도지사 출마를 공언하고 있고, 현산은 거제시에서 대형 아파트 분양사업을 끄떡없이 진행하고 있다.
현산 문제는 그 시발점인 거제시 하수관거정비공사 첫 계약일로부터 12년, 경감처분일로부터 4년이 지난 사건이며,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했고, 권 시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는데 다시 재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국정농단사건은 헌정질서 회복차원에서 대통령을 파면하고 구속까지 하면서, 그 못지않은 거제시 시정농단사건은 그냥 넘어가자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궤변이다.
거제시정을 농단한 현산 경감처분 책임자에 대한 처벌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둘째, 제3자뇌물죄는 최근 종종 부각되는 신종범죄로 뇌물 규모가 일반 뇌물죄보다 훨씬 크다. 셋째, 범죄수법이 대담하고 치밀하다. 넷째, 범죄 결과가 심대한 부정의를 초래했다. 다섯째, 죄책이 무겁다. 여섯째, 거제시의회가 현산 문제 보고서에서 경감처분이 ‘현산이 조건(댓가)을 제시한 것을 거제시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시의회는 ‘약속한 뇌물을 달라’는 것과 같은 ‘현산 사회공헌약속 이행촉구 결의’를 취소하고, ‘현산 경감처분 시정농단 책임자 처벌촉구 결의’를 하거나 직접 검찰에 고발함이 맞다.
현산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새 정부의 검찰이 적폐청산 차원에서 거제시정을 농단한 경감처분 책임자들에게 부당한 면죄부를 준 기존 무혐의 처분을 번복, 제3자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이다. 증거는 명백하고 당사자인 권 시장은 뇌물거래를 사실상 시인하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현산과 권 시장의 공개적인 뇌물거래 이면에 있을 수 있는 비리커넥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것이 적폐청산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로 개혁하는 길이다. 공소시효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