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9m봉에서 조망, 멀리는 춘천 바위산
那堪花滿枝(어찌 견디나 가지 가득 꽃들)
翻作兩相思(생각수록 그리움 가득인데)
玉箸垂朝鏡(눈물은 아침 거울에 주르르)
春風知不知(봄바람아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 설도(薛濤, 790 ~ 832), 『春望詞』제4수
▶ 산행일시 : 2011년 5월 14일(토), 맑음, 바람 세게 붐
▶ 산행인원 : 12명(버들, 숙이, 자연, 드류, 감악산, 신가이버, 산소리, 하늘재, 가은, 우보,
도자, 상고대)
▶ 산행시간 : 9시간 23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5.7㎞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41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15 - 인제군 남면 부평리(富坪里) 모루박, 산행시작
09 : 28 - 614m봉
09 : 54 - △681.7m봉
10 : 26 - 658m봉
11 : 07 - 571m봉
11 : 35 ~ 12 : 08 - 대슬랩 절개지, 도로, 중식
12 : 45 - 495m봉
13 : 46 - △474m봉
14 : 26 - 확골고개
15 : 20 - △720.9m봉
16 : 10 - Y자 능선 분기, 618m봉
16 : 45 - 466m봉
17 : 38 - 인제군 남면 상수내리(上水內里) 옥산동 맞은편, 산행종료
20 : 58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솟탱이를 향하여
▶ △681.7m봉(육팔이고지)
44번 도로 신남휴게소 바로 옆 모루박길로 좌회전하여 어론천(於論川)이 소양호와 만나는 강
기슭으로 내려간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공터에 차를 세운다. 소양호 물은 많이 줄었
다. 허허벌판이다. 강가에는 낚시꾼들이 이미 출근하여 진을 치고 있다. 포클레인 한 대가 솟
탱이(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냇물이 탕을 이루면서 마을 앞을 흐른다고 솟탱이라 이름 붙였
다)로 가는 길을 정비하느라 수관 묻는 작업 중이다.
그 기사님이 검문한다. 솟탱이 뒷산은 장뇌산 재배지여서 외지인의 출입을 금한다며 무엇 하
러 가느냐고 묻는다. 우리의 행색을 보시라. 장뇌삼을 설령 눈앞에 들이밀어도 생면부지라 전
혀 아지 못할뿐더러 관심 또한 없고 우리는 그저 오지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외다. 우리를 쭈
욱 훑어보더니 과연 맹하다고 여겼는지 하던 작업 멈추고 길 열어준다.
솟탱이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 산기슭 덤불숲을 냅다 뚫어 능선 잡는다. 녹음방초 우거진 능선
에는 인적이 흐릿하다. 금방 등로가 살벌해진다. 부평리 주민일동 명의로 만약 약초나 산나물
을 채취하다 걸리면 동법에 의거 벌금 문다는 팻말을 수도 없이 세웠다. 궁금증 일어 두 눈 홉
뜨고 아무리 사면 살펴도 애초 내 눈이 어두운 탓인지 고사리 빈 줄기만 띄엄띄엄 보일뿐.
줄곧 오름길이다. 얕은 교통호 따라 오르다 잡석 깔린 사면을 인적 따라 가로지른다. 아까 차
에서 자연(紫蓮) 님이 손수 온갖 약재를 넣어 만들었다는 청심환처럼 갠 경단을 하나씩 나누
어주기에 나도 얼른 받아먹었는데 장이 뜻밖의 호강에 놀랐는지 변의로 부글부글 끓는다. 장
청소도 약일 것.
교통호 넘어 벙커인 614m봉 오르고 서진. 다시 한차례 바짝 올라 벙커인 642m봉. 꽃향기 실
린 봄바람 맞으며 남서진한다. 평탄한 등로다. 묵은 헬기장 두 곳 지나면 벙커 옆 너른 헬기장
이 △681.7m봉, 육팔이고지다. 삼각점은 준봉명산 못지않은 2등 삼각점이다. 어론 21, 1989
재설. 6.25때 국군이 주둔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그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산나물 채취를 금지한다는 팻말지대를 벗어나자 성한 고사리가 보인다. 우후죽순이 이랬다.
묵은 헬기장 주변의 마른 덤불에는 관중처럼 굵디굵은 고사리가 수두룩하다. 갈 길 멀어 줄달
음하는 걸음으로 꺾는다. 눈은 수많은 기화이초 중 두 가지 사물만 분간하도록 순간 퇴화하였
다. 고사리와 고사리가 아닌 것.
658m봉에서 고사리 귀신에 홀려 잠깐 떼알바하다 대 트래버스 하여 등로 바로 잡는다. 능선
은 주춤주춤 완급조절하며 내린다. 658m봉 정상도 벙커다. 교통호 넘고 넘어서 571m봉 오르
고, 마른 덤불숲속 △557.3m봉을 내릴 때였다. 구슬붕이 쫓다가 고개 드니 사방이 소연하다.
인적이 희미하다. 나 혼자 뒤쳐져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일행 소리쳐 불러보았자 검은등뻐꾸
기 놀림감 된다.
2. 멀리 부평교 뒤는 수리봉(704m)
3. 철쭉
4. 각시붓꽃
5. 봄 한가운데로
6. 구슬붕이
△557.3m봉을 다시 올라 지도 정치하고 일행 뒤쫓는다. 46번 도로로 내리는 절개지가 대슬랩
이다. 먼저 하강 개척한 하늘재 님이 안내한다. 유일한 코스, 흙더미로 제동하며 잡석 몰고 내
린다. 고갯마루 약간 벗어난 갓길에 두메 님이 도시락 실은 차 몰고 미리 와 있다. 고추밭 위
너른 농로에다 점심자리 편다.
점심식사도 산행의 한 과정. 모처럼 일행이 모두 모여 공식(共食)하며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다. 무릇 즐거운 시간은 짧은 법이라지만 물리적으로도 짧다. 33분.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크
게 잡혔다는 자연 님은 남고 두 패로 나뉜다. 상고대 님을 비롯한 선두그룹은 일부러 더한 오
지를 만들어 오르려고 앉은자리에서 곧추 선 사면을 그대로 치고, 나도 낀 우보그룹은 지계곡
입구로 가서 왼쪽의 나지막한 능선을 향한다.
간벌한 가시덤불 숲이다. 가시덤불을 헤치는 것보다 널려있는 간벌한 나뭇가지를 비켜가는
것이 더 고약하다. 진땀난다. 능선에 머리 내미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나이 지긋한 감시원
이 나온다. 더 가지 못하게 길 막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 좋은 길 놔두고 어디 그 험한 데로
오르느냐며 핀잔한다. 아닌 게 아니라 능선 따라 길이 좋다.
우리가 진행할 행로를 알려주며 수고하시라 인사하고 물러난다. 495m봉에서 확골고개로 뻗
은 능선 도상 4㎞. 44번 국도로 신남 지날 때 눈 번쩍 뜨게 보이는, 어론천 따라 암벽이 병풍
처럼 두른 경관이 특히 빼어난 곳이다. 거기를 간다.
495m봉이 첨봉이다. 바윗길 돌아 오른다. 정상에는 참호가 있다.
능선에서 맞는 바람이 상쾌하다. 돌탑 쌓아놓은 봉우리 내리고 바윗길이 이어진다. 493m봉
정상에도 참호가 파였다. 나이프 리지를 지난다. 손맛 본다. 비록 표고 500m 밑도는 능선이지
만 연이어 나타나는, 매화말발도리 저만치 피어 있는, 아기자기한 바윗길, 내려다보아 아찔한
깊은 절벽과 협곡은 심산유곡으로 여기기에 충분하다.
△474m봉. 참호 옆에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없는 삼각점이 있다. 어론 404, 2005 재설. 봉
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만만하지 않다. 급작스레 전환하여 마치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 난다.
489m봉 가기 전 확골고개 쪽으로 방향 확 꺾어 잠시 쉬며 후미를 기다린다. 자칫하면 489m
봉 넘어 동작골로 빠지기 쉽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산신령님이 계시하였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여태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더덕이 우리가 우연히 앉은자리 주변에 몰려있는 것이 아닌가! 영락없이
알타리무처럼 생긴 더덕을 여덟 수나 뽑는다. 산행 후 삼합(곰취 또는 참취, 삼겹살, 생더덕
주) 맛볼 것을 예비하여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7. 절개지 대슬랩
8. 절개지 대슬랩
9. 남면 신남
10. 확골고개 주변
▶ △720.9m봉
잔재미 느끼던 암릉 길이 다 끝나고 쭉쭉 내려 임도가 지나는 ┼자 갈림길 안부다. 확골고개
다. 나지막한 절개지 올라 만천만지한 춘화(春華) 속에 든다. 철쭉꽃 수놓은 신록이 화려하다.
여기도 약초와 산나물의 채취를 엄금한다는 상수내리 주민의 팻말이 줄을 잇는다. 아울러 능
선 따라 빨랫줄 노끈을 길게 달아놓았다. 이 줄만 따라가면 되었다.
여름으로 덥다. 각시붓꽃은 봄볕에 그을렸다. 눈 위로 잘못 바른 선크림이 흘러들었다. 수림
한가운데에서 눈 못 뜨고 헤맨다. 짧게 내렸다 길게 오르기를 반복하며 점차 고도를 높인다.
산중턱은 너른 평원이다. 시종 완만하게 오른다. ┳자 갈림길 주능선에 올라선다. △720.9m
봉 정상은 왼쪽으로 270m 떨어져있다. 당연히 들린다.
알현하려는 삼각점은 만들다 말았다. 화강암 석주를 심어놓았다. 춘천 바위산 쪽 조망이 훤하
다. 우리 가는 등로에는 빨랫줄이 앞서 간다. 줄이 자주 목에 걸리거나 배낭에 걸려 퍽 성가시
다. 내릴 때 맨손으로 잡고 쏟았더니 손바닥이 화상 입게 뜨겁다. 이제 고사리를 잊자하니 더
잘 보인다. 아예 하늘 보며 걷는다.
Y자 갈림길인 618m봉에서 왼쪽으로 간다. 내림이 대세다. 묵은 헬기장 지나고 벙커 지나 Y자
갈림길인 466m봉. 하늘재 님이 향도하고 상고대 님은 갈림길에서 교통 정리한다. 왼쪽으로
간다. 소양호가 보이고 리지성 등로가 나온다. 상수내리 소양호로 뾰쪽하게 뻗은 가장 긴 능
선을 잡는다. 뚝뚝 떨어지는 암릉 길이다. 이끼 덮인 바위를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린다.
막바지다. 소양호 기슭은 등고선이 촘촘한 것으로 미루어 절벽일 것으로 예단하고 오른쪽 얕
은 골짜기로 내린다. 두메 님도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우리 내릴 길목에서 차 대놓고 기다린
다. 상수내리 옥산동 맞은편이다. 오늘 산행도 고급산행이다. 오른 산은 이름 없고 삼각점 또
는 표고점 12좌, 산행표지기 한 장 만날 수 없었다.
11. 소양호
12. 남면 신남
13. 소양호, 하수내리 주변
14. 소양호와 양구교
15. 산사나무꽃
첫댓글
오랜만에 청정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사물만 분간하도록 순간 퇴화하였다. 고사리와 고사리가 아닌 것." 여기서 한참을 웃어습니다.
획골고개 전에 더물 더덕이 8수나 있었다고요? 아~~ 아깝네. 하기는 더산님도 못 보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