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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장,
수아는 그렇게 이틀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혼자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운동도 하고 워킹도 하면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에 충실 한다.
수아가 별장에 있을 때는 휴대전화도 일반전화도 모두 꺼 놓는다.
모든 연락을 두절하고 지내는 기간이다.
수아는 혼자 밥을 해서 먹으며 문득 지정철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엄마가 그동안 지정철의 엄마를 만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참으로 가끔은 그립고 보고 싶은 친구다.
제일 가난하던 시절 엄마 뱃속에서 나와 제일 먼저 사귄 친구다.
가끔은 그가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이 나기도 하는 친구다.
그에게 받았던 도움들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절실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던가 하는 것을 수아는 잊지 않는다.
그때 정철이의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신동우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암담했던 시절이었다.
나가 돌아다닐 수 있는 교통비가 없었던 그 시절 정철의 도움은 하늘에서 내려준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수아는 가끔씩 그때를 떠올리면서 지정철을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나서서 지정철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개인적인 삶도 갖지 못하는 공인인데다 공연히 지정철에게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처럼 공인으로 세상의 모든 눈들이 바라보고 있는 삶이 아닌 편안하고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수아는 생각에서 깨어나 집으로 전화를 한다.
“엄마!”
“수아야!
혼자서 뭐라도 해 먹고 있는 거냐?“
미영은 늘 수아가 혼자 별장에 가 있을 때 마음이 초조해진다.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고는 하지만 늘 마음이 쓰이고 걱정스럽다.
“엄마!
지금 집으로 갈게요.“
”그럴래?
정말 지금 곧 바로 집으로 올 거니?“
”네!
그리고 오늘은 엄마하고 같이 자고 갈게요.“
“그래, 알았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운전을 해라.“
수아는 혼자 운전을 하며 서울로 돌아온다.
검은색 밴을 타고 짙은 선그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운전을 하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보는 차량들이 있으면 금방 교통이 혼잡스러워지고 복잡해진다.
더구나 아무도 없이 혼자 운전을 하다 그런 일이라도 발생을 하면 혼자서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수아는 집 가까이에 도착을 해서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나 이미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경호원들이 차를 알아보고 온다.
수아는 그렇게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집으로 들어선다.
“내일 아침에 전화를 할 테니까 그때까지 편안하게 쉬세요."
“네!
편안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수아의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다.
언제 어느 때라도 잠시도 수아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사람들이고 수아의 안전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목숨도 내 놓는 사람들이다.
어쩌다 이렇게 그들만의 휴식이 주어진다고 해도 긴장을 놓지 않고 호출할 것에 대비해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아가 집에 도착한 것은 저녁때가 되어서였다.
온 가족이 모여 한 식탁에 앉아 식사시간을 즐긴다.
“형님!
이렇게 형님께서 집에 오시는 날은 집안이 환하게 밝아지고 웃음꽃이 떠나지 않아서 참으로 좋습니다.“
수만의 안사람인 혜란이의 말이다.
“올케가 그렇게 생각해 주니 정말 고마워!”
수아는 말 한마디라도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혜란의 말이 고맙다.
“별장에서 혼자 무슨 재미로 시간을 보내세요?
그런 시간들을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보내시면 형님께서도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여기 집에도 언제나 형님이 오시면 편안하게 머무실 수 있는 방이 있으니 이렇게 자주 시간을 내시어 가족들과 함께 지내셨으면 해요.“
혜란은 자신의 시누이가 유명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배우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어느 곳 한 군데 흠잡을 곳이 없이 쭉 빠진 몸매를 볼 때마다 부럽기도 했다.
피부 또한 투명하도록 맑고 고운 백옥 같은 피부도 너무나 아름답다.
“이제는 그렇게 해 보도록 노력을 하지.
일을 조금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시간은 조절해 볼게!“
“형님!
지금 하시는 말씀이 정말이지요?
그렇게라도 하시면서 형님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쉬셔야 해요.“
수아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가족들이 있는 것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더구나 올케인 혜란은 성격이 매우 활달하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어느 것 한 가지도 낭비를 하거나 함부로 하는 법이 없이 무엇이든 아끼고 소중하게 여긴다.
별로 어렵지 않은 집안에서 자라난 혜란이었지만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습관이었고 어른을 공경하는 태도 역시 집안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이제 수아는 잠시라도 집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다주어도 넘치지 않는 생활이었고 궁색하지 않는 생활모습이 수아의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있다.
가족들과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수아는 이층의 자신이 오면 쓰는 방으로 간다.
미영은 그런 수아를 위해 먹을 것을 가지고 수아 방으로 들어간다.
“많이 피곤하고 힘들지?”
“엄마!
이제는 피곤하고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것이 내 일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어요.
참, 정철이 엄마는 만나보셨어요?“
수아는 지나가는 말처럼 묻는다.
“그럼!
네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연락을 해서 만났지.
고급스럽다고 이름이 있는 한정식 집으로 데리고 갔었다.“
“잘 하셨네요.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셨어요?“
”그동안 서로 지나온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그 집은 아들 의사 만드느라 부부가 온갖 일을 다 했더구나!“
“그래도 의사가 되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우리가 신세를 진 것도 많은데 선물이라도 하시지 그랬어요?“
“그래!
안 그래도 뭘 할까 생각을 하다 네가 전에 프랑스에서 사다 준 핸드백을 가지고 나가서 선물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사실 한 번밖에 들지 않았던 것이라 많이 망설이기도 했었는데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더라.“
“잘 하셨네요.
핸드백이야 얼마든지 다시 사다 드릴게요.“
”이젠 모두 지난 옛일들이 되었지만 참으로 가난하던 시절이었다.“
미영은 오여인과 마주 앉아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하던 때를 떠올린다.
한껏 치장을 하고 나온 오여인이다.
그러나 미영이 데리고 간 음식점으로 들어서면서 주눅이 드는 오여인이다.
아들이 버는 것으로는 그런 고급 음식점에 드나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소시민의 생활인 것이다.
미영은 차라리 그런 소시민의 평범한 삶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딸의 체면과 이목으로 인해 온 가족이 함부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에 비해 편안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들의 삶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는 미영이다.
“참, 정철이가 이젠 너를 잊었는 모양이더라.”
“왜요?”
“네가 그 유명한 영화배우라고 말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더란다.”
“.........................”
“아마 어려서 일을 이젠 모두 잊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가족들과 재미있게 살아가다 보면 어려서의 일들에 신경을 쓸 마음이 어디 있겠어요?
아이들은 몇을 낳았다고 해요?“
“결혼은 무슨?
아직도 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속이 타고 애가 닳는 모양인 눈치더라.“
“아직도 정철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요?
의사라면서 왜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해요?“
”그러니 정철이 엄마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겠지.
처음에는 사자 붙은 아들이니 적어도 열쇠 세 개는 해 오는 신부 감을 찾았는데 선을 보는 대로 깨져버리더라고 하더라.“
“그럴 리가?
정철이가 키도 크고 인물도 출중하게 잘 생겼는데.........“
“그러니 더 기가 막히는 일이겠지.
이제는 아들이 좋다고만 하면 과부나 아이가 딸린 여자가 아니라면 무조건 승낙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더라.
얼마나 다급하면 그런 말을 하나 싶어 딱하기도 하고......“
수아는 정철이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 큰 상처를 받은 모양이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한다.
“너도 그렇고 정철이도 그렇고 이젠 나이들이 있으니 결혼을 해야 하는데 참으로 큰일이다.”
“엄마!
난 이대로 혼자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 내가 결혼을 해서 뭘 어떻게 달라질 수가 있겠어요?
이대로 연기를 하면서 그것이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아무리 그래도 나이를 먹어 가면 자식도 없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뭐니 뭐니 해도 자식이 있어야 늙어서도 외롭지 않고 허전하지 않은 것인데 언제까지 그렇게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갈 것이냐?“
미영은 가족들 때문에 혼기를 놓치고 지금까지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수아의 모습이 안쓰럽고 딱하다.
수아는 그렇게 하룻밤을 가족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고 나서야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또 다시 꽉 짜여진 스케줄로 인해 조금의 시간도 여유 없이 보내는 나날들이다.
모든 스케줄은 아직도 수아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한민지가 매니저로 모든 스케줄 관리를 하고 있다.
한민지는 정수아의 매니저로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이제 정수아는 예전보다 일을 조금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민지와 상의를 한다.
한민지 역시 지금까지 수아가 일을 많이 해왔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기라는 것이 언제까지 지속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섭외가 들어올 때 모든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매니저님!
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조금의 휴식을 취하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면서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조금 돌아보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작품결정도 더욱 심사숙고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으니 작품을 더욱 신중하게 고르고 나서 결정을 하도록 하지요.“
한민지는 수아의 뜻을 존중해준다.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의견을 부딪쳐 본 일이 없다.
수아로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서 한민지를 존중해준다.
한민지는 수아의 스케줄을 대폭 조정을 한다.
또한 모든 스케줄을 영화 촬영에 맞추어 조정을 해 나간다.
텔레비전의 드라마 보다는 영화촬영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다.
수아 역시 안방극장보다는 영화 쪽으로 더 심혈을 기울이고 영화배우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연기를 해 나간다.
이제 삼일의 전속모델로서도 사양을 한다.
더 젊고 아름다운 연예인으로 추천을 하며 사퇴의 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신동우는 허락을 하지 않는다.
아직은 정수아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없다는 말을 할 뿐이다.
그룹 내의 모든 의견들 역시 신동우의 말에 따른다.
아직까지 사생활에 아무런 결함도 없고 스켄들도 없이 깨끗한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가 그다지 흔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회사의 이미지는 실추시키는 일이 없는 한 바꾸지 않겠다는 회사 측의 결정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라는 것을 수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아의 모든 것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자 하는 신동우의 마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수아였다.
수아는 당분간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수아는 아까부터 휴대폰을 들고 망설이고 있다.
지정철에게 전화를 해 보려는 마음이 망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친구다.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지난날들에 대한 것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는 생각이기도 했다.
벌써 서너 번 이상을 번호 끝자리를 누르지 못하고 있는 수아였다.
그가 만나기를 거절하면 자신이 비참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글: 일향 이봉우
제 27장,
수아는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정철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기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전화를 해 보려니 두려움이 앞선다.
이미 어릴 때의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자신의 존재를 정철은 잊고 지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쯤은 정철에게 뭔가를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을 불편하게 해 온다.
정철의 소식을 알지 못했을 때는 모르지만 이렇게 지척에 두고도 모른 척 한다는 것이 왠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수아는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든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면서 하나씩 번호를 누른다.
마지막 번호까지 누르고 나자 이내 발신음이 떨어진다.
두어 번 벨이 울리자 정철의 음성이 들린다.
“지정철입니다.”
“저..........정철아!”
“응?...........
혹시 수아?“
”그래!
나 정수아!“
“............................”
정철은 잠시 숨을 쉴 수가 없다.
“정철아!
나 누군지 잊었니?“
”아니!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니?“
정철은 숨을 몰아쉬면서 간신히 대답을 한다.
행여 자신이 조금만 늦게 대답을 하면 그대로 전화가 끊어질 것만 같다.
“지금 시간이 어때?”
“지금?
그러지 않아도 퇴근을 하려던 참인데.........”
“그럼 우리 잠시 만날 수 있니?”
“응!
헌데 너를 어디서?“
수아는 별장의 위치를 자세하게 일러준다.
남들이 만나는 아무 곳에서나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다.
“찾아 올 수 있겠어?”
“그럼!
복잡한 곳도 아니고 충분히 찾아갈 수 있어!
아마 한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
”응, 나도 지금 출발을 해야 하니까 거의 같이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오다가 길이 막히면 내 폰으로 전화를 해!“
그리고 수아는 바로 전화를 끊고 집을 나선다.
생각보다 정철의 음성은 밝고 고운 음성이다.
예전의 정철의 음성과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직접 차를 운전한다.
정철 또한 곧 바로 출발을 한다.
수아의 음성을 듣고 난 뒤부터 정철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수아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옛날 파리하던 수아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직은 어리고 힘든 수아의 모습이다.
자신이 능력이 없어 도움을 주려고 해도 별 도움을 줄 수 없어 언제나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던 수아의 모습이었다.
이제 수아는 자신의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다.
만나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감히 자신과 같은 존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그런 수아의 위치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정철이다.
수아는 자신의 존재를 새카맣게 잊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수아가 직접 연락을 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정철의 가슴은 심하게 뛴다.
엄마가 수아 엄마를 만난 이야기도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는 정철이다.
수아엄마로부터 선물을 받은 핸드백을 무슨 보물이라도 된다는 듯이 자랑삼아 말을 하며 꺼내보며 자랑을 하고 있는 엄마였다.
엄마는 이제 수아가 나오는 드라마를 열심히 찾아서 보고 또 본다.
수아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러 다니며 자신의 결혼에 대해서는 조금은 신경을 덜 쓰고 계신 듯이 보인다.
정철은 수아가 말을 해준 대로 찾아간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별장 입구에 들어서자 별장은 이미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이미 수아가 도착을 했다는 것이다.
정철은 다시 심하게 가슴이 뛰고 있다.
차를 별장 앞에 주차를 시키고 나서도 정철은 얼른 몸을 차에서 내릴 수가 없다.
한참을 별장을 바라보며 심하게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진정시킨다.
수아 역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자 커다란 창을 통해서 정철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본다.
정철이 쉽사리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다.
수아는 잠시 바라보며 서 있다 현관을 열고 나간다.
수아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있던 정철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다.
“수아야!”
“정철아!
어서 와!“
그들은 서로 바라보며 잠시 서로를 응시한다.
너무도 변한 서로의 모습이었다.
한참을 응시하고 난 후에야 수아는 손을 뻗어 정철에게 내민다.
“정철아!
오랜만에 악수라도 하자.“
정철은 수아가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
“정말 오랜만이야!
네가 연락을 해 오리라고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
수아는 정철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너를 만나고 나니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수아는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정철의 손을 놓으며 말을 한다.
“그래!
난 너희 집이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이사를 가 버린 바람에 무척이나 당황했고 네 소식을 듣지 못해서 정말 너무 안타까웠다.“
“미안하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나에겐 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고 아버지가 너무 사정이 급박해서 다른 것은 전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수아는 주방으로 들어간다.
분명히 저녁을 먹지 않고 왔을 정철이를 위해 먹을 것이라도 준비를 해야만 했다.
“정철아!
저녁도 먹지 않고 바로 왔지?“
”응!
헌데 배고프지 않으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나 하자.“
“그래도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온 사람인데 어떻게 맨 입으로 이야기만 할 수가 있겠어?
내가 오다가 김밥하고 먹을 것을 조금 준비를 해 왔지만 마실 것이라도 간단하게 준비를 할게!“
정철 또한 주방으로 들어온다.
수아는 냉장고를 열고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과일과 간단하게 안주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서 꺼낸다.
수아가 준비를 해 가지고 온 것들은 집 앞에 있는 분식집에서 집을 나서면서 사 들고 온 김밥과 만두 튀김종류였다.
“정철아!
왜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어?“
”결혼?
그야.........인연이 닿지 않아서 그런 거지 뭐!“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도 없었니?“
”.........................“
“왜?
말 못하는 사정이라도 있어?“
“아니!
난 아마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인가 봐!
어떤 여자를 만나도 아무런 느낌을 가질 수가 없어!“
“그런 마음이 어디 있어?
넌 참으로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은 성품인데 왜 그래?“
“나도 모르겠어!
그냥.......아무도 사랑할 수가 없어!“
수아는 그런 말을 하는 정철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없이 식탁을 꾸민다.
비록 자신이 손으로 하지 않은 음식이지만 정성을 다해서 갖추어 놓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와인을 마실까?
술을 어느 정도 마시니?”
“술은 그다지 잘 마시지 못해!
선배들과 어울리면 가장 고역인 것이 바로 술좌석이거든!
폭탄주를 마시면 며칠을 심하게 고생을 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그렇게 독한 술은 입에 대지 않으려고 하지.“
”와인정도는 상관없겠지?“
”그래!
너하고 마시는 것이라면 독주라도 마다하지 않을 거야!“
두 개의 와인 잔에 붉은 레드와인이 채워진다.
“자, 우리들의 우정을 위해서 건배하자.”
“너를 만난 기쁨을 감추지 않겠어!”
두 개의 잔은 맑고 고운 소리를 내며 부딪친다.
“정철아!
너 정말 내가 배우가 된 것을 몰랐었니?“
”알고 있었어!
너를 왜 모르겠니?“
”헌데 너희 어머닌 네가 전혀 모르더라는 말씀을 하시던데?“
”그야 내가 어머니께 말씀을 드리지 않았을 뿐이지.
처음부터 너라는 것을 왜 모르겠니?
너에 관한 것이라면 내가 모를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럼 넌 늘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야?“
“수아야!
언제나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너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죽어라 하고 공부를 했다.
의사가 되면 참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거든!“
“내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데?”
“내가 돈을 벌고 나면 어떻게 하든 너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
헌데, 넌 내가 돈을 벌기도 전에 이미 유명한 모델이 되고 영화배우가 되어 있었던 거야!
내가 어떻게 너에게 연락이라도 할 수 있겠니?“
“그랬구나!
지금 네 말대로라면 너는 나를 사랑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게 들리는 내가 잘못 된 것이지?“
“........................”
정철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철아!
우리 이대로 어릴 때의 친구로 영원히 남아 있자.
어렵고 힘들 때 외롭고 허전할 때 너를 만나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친구로 남아 있자.
지금 네 마음이 설사 사랑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꺼내려고 하지 마!“
“수아야!
네가 편안하다면 친구로 네 곁에 남아 있을게!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그들은 다시 어릴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날들이었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 마음처럼 많은 것을 나누어 갖지 못하더라도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은 나누며 보내던 시절이었다.
“수아야!
난 네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까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눈부시게 아름답게 변하고 이런 큰 성공을 거두어서 온 가족이 아무런 걱정 없이 살게 된 것이 참으로 마음이 흐뭇하다.
물론 그때는 정말 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넌 분명히 그럴 소질이 보였을 거야!“
”그래!
네 말대로 나도 내가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말라비틀어진 볼품없는 계집애였지.
그것을 발견하고 개발해 낸 사람들이 삼일의 회장님이셨지만........“
수아는 잠시 신동우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아파진다.
신동우와의 관계는 과연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들은 시간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이미 시간은 자정이 넘어선다.
“정철아!
집에 가야 하지 않니?“
”아니!
오랜만에 너를 만났는데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도 괜찮겠어?”
“때로는 병원에서 밤을 새울 때가 많아.
아마 우리 부모님들은 병원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아실 테니까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
수아는 다시 냉장고를 열고 먹을 것을 준비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을 새우며 지난 이야기들에 열중한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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