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물선 세바스토폴호의 억류 조치를 놓고 벌어진 한국-러시아-미국간 외교전은 대체로 러시아의 승리, 미국의 패배, 한국의 체면 구기기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해온 러시아는 한국 해양당국의 자국 화물선 억류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독자 제재 리스트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시위 성격도 짙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1일 우윤근 주러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한 데 이어 최대 국경일중 하나인 개천절 기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던 러시아 하원 인사들이 행사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 러시아 하원 공보실은 대놓고 "이런(참석 취소) 결정은 한국 당국이 세바스토폴호를 불법 억류한 것과 연관된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외교부는 억류 조치 발표 하룻만인 2일 세바스토폴호의 억류 해제, 출항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 독자 제재 지정 이후 관련 조사를 수행해 오던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출항 보류를 했다가, 이날 부로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출항 보류 조치를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낀 우리 정부가 러시아 측 요구에 따라 억류 나흘 만에 출항 금지 통보를 거둬들인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