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X년, 남부 유럽의 낙후된 국가에서 대규모의 금융위기로 분노한 대중들이 폭동을 일으켜 불과 며칠 사이에 정부를 전복시키고, 대중들을 선동한 범죄자들은 자칭 혁명정부를 세우고 몸값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을 여러 도시에 강제로 감금하게 된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신혼여행지로 입소문이 퍼진 이 나라에는 상당수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잡혀 있었고, 육군은 특수임무팀을 창설하여 국제연합의 일원으로 A시에 감금된 외국인들을 구출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특임대는 구출작전의 기습을 위해 양동 작전을 구사하기로 결정한다. 지상군 진입을 준비하는 척 국경지대 인근에 기만부대를 배치하면서, 실제로는 A시에서 천 km 떨어진 연합군 기지에서 초 장거리 헬리본 침투를 하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과거의 헬기로는 닿지 못할 먼 거리에서 침투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차세대 수직이착륙(Vertical Take-off and Landing)항공기 덕분이다. 헬기와 비행기의 중간 형태를 가진 차세대 수직이착륙기는 헬리콥터 같은 거대한 회전날개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반 비행기와 같은 날개도 같이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헬기처럼 수직이륙과 착륙을 할 수 있으면서도, 헬기보다 훨씬 먼 거리의 목표 지점에 훨씬 빠른 속도로 도착할 수 있다.
이 차세대 수직이착륙기를 엄호하는 임무를 맡은 공격 헬기도, 기존의 공격 헬기보다 훨씬 비행성능이 뛰어나 장거리 작전에 같이 투입될 수 있었다. 차세대 공격 헬기는 헬기 내부에 1회용 드론 여러 대를 내장한 뒤, 작전 지역에 살포하여 인질들이 감금된 여러 곳의 시설을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차세대 수직이착륙기에 탑승한 특수 임무부대는 전투 임무와 비행 임무에 모두 유능한 실력을 갖춘 전투원들이었다. 이들은 공격 헬기와 드론이 알려준 임무 지역에 투입, 적을 제압하고 인질들을 구출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수많은 인질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는 데에는 항공기가 부족한 상황. 이때 특임대는 도시 곳곳에 있던 일명 “드론 택시”로도 불리는 개인용 비행기(PAV)를 탈취 및 조종하여 인질과 함께 무사히 국경 밖으로 탈출하여 안전지대로 인질을 대피시키는데 성공한다.
헬기보다 두 배 빨리, 두 배 멀리 비행
- 육군항공 작전의 패러다임의 변화
육군은 말 그대로 지상을 기반으로 작전과 임무를 수행하지만, 지상작전의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하늘을 지키고, 하늘을 통해 작전하는 육군항공 전력이다. 육군항공 전력은 이미 육군 전력의 중핵으로서 큰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육군항공 작전의 패러다임 자체가 위의 시나리오처럼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육군항공의 핵심 전력인 헬리콥터의 진화가 심상치 않다. 민수용 헬기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유럽의 에어버스 헬리콥터(Airbus Helicopter)는 2010년 9월에 차세대 헬리콥터의 개념모델인 “X³“를 공개했다. 우리 육군의 차세대 소형무장헬기(LAH)의 형제라고 할 수 있는 H155 헬리콥터에 긴 날개와 두 개의 프로펠러를 달고, 꼬리 부분의 소형 회전날개(Tail Rotor)를 없앴는데, 기존 헬리콥터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시속 490km를 달성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차세대 헬기 RACER 출처 : 에어버스 헬리콥터>
에어버스 헬리콥터는 X³의 기술을 기초로 한 차세대 헬기 ”RACER“(Rapid And Cost-Effective Rotorcraft)를 2020년 공개할 예정인데, RACER은 순항 속력을 400km 정도로 일반 헬기의 150%의 속력을 내면서도, 연비와 유지비를 크게 절감시켜 더 경제적으로, 더 멀리까지 헬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벨의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V-280 출처 : verticalcentury.com>
이미 헬기보다 빠른 수직 이착륙기인 V-22 오스프리(Osprey)를 개발한 미국도 차세대 육군항공 전력을 구축하는데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특히 FVL(Future Vertical Lift)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미 육군의 주력 공중강습헬기와 정찰 공격헬기를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그중 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사업은 기존의 UH-60 블랙호크(Black Hawk)를 대체할 항공기를 찾고 있다.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인 보잉과 시콜스키가 공동 개발 중인 'SB-1 디파이언트'(Defiant)는 서로 반대로 회전하는 한 쌍의 메인로터와, 추진력을 보조하는 후방의 프로펠러가 결합되어 수직 이륙 성능이 강하고, 벨과 록히드 마틴이 공동 개발 중인 V-280 밸러(Valor)은 오스프리와 같은 두 개의 대형 프로펠러를 기울이는 일명 “틸트로터”(Tiltrotor) 방식인데, 오스프리 보다 수직 이륙 및 착륙 시 훨씬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고 경쟁자보다 빠른 속도를 가진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AVX사와L-3가 제안중인 차세대 정찰 공격헬기 출처: verticalmag.com>
미국의 차세대 정찰 공격헬기 프로젝트는 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라고 부르는데, 현재 미 육군의 주력 정찰 헬기인 OH-58D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여러 업체들이 경쟁 중이다. 그중에서 시콜스키의 레이더-X(Raider-X)라는 SB-1 디파이언트와 같은 추진방식을 채용할 예정이고, 벨은 360 인빅투스(Invictus)라는 모델을 제안 중이다.
인빅투스의 경우 구조 자체는 기존의 헬리콥터와 완전히 같지만, 메인 로터 부분의 디자인과 설계를 다듬고 긴 활공날개를 가져 현재의 공격헬리콥터보다 더욱 더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한다. 특히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 (AR)기술을 대폭 채용한 전자장비와 함께 정찰 및 공격기능을 같이 갖춘 자폭 드론을 운용하여 현재의 공격헬기보다 동시 공격능력과 범위를 훨씬 넓힐 수 있을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국방에도 영향을 미칠 민간분야의 모빌리티 혁명
또한, 기존의 군용 헬기보다 더 뛰어난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이외에도, 국방분야에 매우 큰 변혁을 일으킬 도 하나의 흐름이 민간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일명 “날으는 택시”라 불리는 'PAV(Personal Air Vehicle)'분야의 엄청난 발전이다.
PAV는 자동차처럼 누구나 쉽게 구매하고 운전하는 자동차 같은 개인용 비행기를 의미하는데, 최초의 PAV가 1917년에 등장했을 정도로 그 역사가 매우 깊으나 수십 년 동안 큰 발전 없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에서 차량 공유서비스와 전기자동차 산업이 크게 발달하자 그 개발 속도와 규모가 이전과 다르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버(UBER)와 테슬라 (Tesla)와 같은 엄청난 성공을 이룬 모빌리티 기업들이 다음 세대의 모빌리티 혁명으로 비행 택시를 사용한 도심지 이동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기술 중 전기자동차 기술과 자율주행차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하고 있어, 이것이 비행택시의 실용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연구되는 비행택시는 대부분 3~5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도심지 내부, 혹은 도시 간 중단거리 이동을 전제로 한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eVTOL)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향후 10년 이내에 이런 비행택시 산업을 본격적으로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하는데, 비행택시의 실용화와 대중화가 육군 항공분야에 미칠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에어버스가 공개한 차세대 PAV 시티 에어버스 출처: 에어버스 헬리콥터>
첫 번째 영향력으로 도심지 작전의 새로운 전략적 위치가 생기는 점이다. 비행택시는 도심지를 이용하기 위해 전용 착륙장과 도심지 내 비행로를 확보할 것인데, 이는 도심지 작전에서 항공작전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영향으로는 비행 택시의 군사적 전환 가능성인데, 비행택시는 그 특성상 전기 추진 방식으로 항속거리가 헬기보다 짧고 탑재 중량도 적어 군용물자와 수송능력에는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반 자율주행으로 병사들이 간단한 훈련이나 숙달로 쉽게 운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헬기보다 훨씬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비행 택시를 사용한 단거리 공중강습 작전, 혹은 무장 정찰 작전 및 대 드론 요격임무 혹은 일회용 소형 드론 및 군집로봇을 공중 통제하는 통제센터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육군은 1957년 7월 육군항공학교의 창설 이래 1968년 UH-1 헬기부터 2013년 KUH-1 수리온 헬기까지 항공전력을 계속해서 증강해왔고, 2016년 6월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 헬기를 실전 배치하여 명실상부한 육군항공의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급한 세계 각국의 차세대 헬기 개발추세와 모빌리티 혁명의 속도를 보면 현재의 최신 헬기가 어느새 갑자기 진부한 성능의 구식 무기체계로 취급받는 상황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미래 한반도의 안보환경이 요구하는 헬기의 성능과 함께 하루하루 새롭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반영된 차세대 헬기를 필요한 시기에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2016년 6월 실전 배치된 AH-64E 아파치 가치언 공격헬기의 위용 출처: 정승익(육군 SNS필진)>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육군은 인구감소와 더불어 줄어드는 전투원들을 대체하기 위해 미래를 지향한 항공전력으로써 진일보하고 있는 무인화 기술과 첨단 항공기술을 접목할 예정이다. 지금의 공격헬기보다 월등한 기동속도와 작전반경, 항속시간 및 무장력을 확보한 공격용 무인 헬기를 개발하고 이를 유인헬기와 연동하여 운용함으로써 전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작전의 효율은 크게 높이는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다.
또한 기동헬기의 경우도 첨단 소음저감기술과 레이더 탐지를 최소화하는 스텔스 기능을 적용하여 적에게 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코브라 헬기를 대체할 국산 소형무장헬기 형상도 출처: KAI>
신속하고 정밀한 작전반응이 요구되는 미래 작전환경에서 육군항공은 AI 능력을 갖춘 공격무인헬기,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은밀침투 능력을 가진 스텔스헬기 등을 운용하여 장차 지상작전의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육군의 항공전력이 미래 첨단과학기술을 발전적으로 수용하여 지상작전의 결정적 핵심으로 굳건히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