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고원길 탐방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전체 15개 구간(11-1 포함) 중 12개 구간 탐방을 마치고 이제 오늘 걷게 될 12구간을 포함하여 13,14 세 개 구간만을 남겨 놓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진안군의 전체 11개 읍·면(1邑·10面) 지역 중 진안읍, 백운면, 성수면, 마령면, 부귀면, 정천면, 주천면, 용담면을 거쳐 안천면까지 걸어왔다
오늘 안천면을 거쳐 동향면까지 걷게 되면 아직까지 접하지 않은 지역은 상전면만을 남겨 놓고 있다
진안고원길 12구간 개념도
≪ 안천소운동장~노채마을~긴재~상노마을, 5km ≫
(09:10) 고원길 12구간의 시작점은 지난 11구간의 도착점인 안천길거리장터다
탐방은 길거리장터 앞을 통과하는 13번 국도를 건너면서부터 시작된다
횡단보도를 건너 뒤돌아보니 지난 구간 탐방 때 거쳐왔던 망향의 동산 전망대가 보인다
고원길은 테니스장과 게이트볼장이 있는 안천스포츠파크를 우측에 끼고 이어진다
인구수 1,000여 명 정도의 조그마한 면(面) 소재지에 다목적 실내구장을 갖춘 소운동장과 전천후 게이트볼장, 테니스장을 갖춘 스포츠파크까지 있다니 놀랍다
요즘에는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스포츠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여가활동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오늘도 날씨는 잔뜩 흐려 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오후에 많지는 않지만 비까지 온단다
고원길을 걸으면서 이상하리만치 날씨가 쨍하게 좋은 날을 몇 번 보지 못한 것 같다
스포츠파크를 지나면 안천면 소재지 도심? 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탐방로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진 밭둑에 멋진 느티나무가 있어 당겨 본다
나는 고원길을 걸으면서 마을마다 꼭 있어야 할 곳에 어김없이 자리 잡고 서 있는 느티나무 노거수와 사랑에 빠져 있다.^^
몇 발짝 더 걸어가니 또 한 그루의 느티나무 노거수가 이젠 콘크리트 포장도 가운데 턱 버티고 서 있다
이 정도면 '보호수' 안내판 하나쯤은 서 있을 법도 한데 보이지 않는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는 길손들의 유용한 쉼터가 될 수도 있겠다
시작점에서 8백여 미터를 지나 길은 두 길로 갈라지고, 고원길은 아랫길을 택하여 이어간다
(09:21)
이번 구간에선 오랜만에 일행들과 발을 맞춰 걸어 본다.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지만... ^^
노성리 '노채마을'로 들어서는 길 주변에는 유난히 '태양광 발전설비'가 많이 눈에 띈다
'노채마을'이 있는 노성리(魯城里)에는 원래 노채, 시장, 상보, 하보, 회곡마을이 있었으나 용담댐 건설로 인하여 노채마을을 제외하고 시장, 상보, 하보, 회곡마을이 모두 수몰되고 보한, 시장, 안기, 직동마을이 새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09:35) 시작점인 안천소운동장을 출발한 지 약 25분 만에 첫 번째 마을인 노산리 '노채마을'에 들어선다
안천소운동장에서 노채마을까지는 약 2.2km 거리다
고원길은 노채마을 중앙으로 가로지르는 '신지천'을 따라 이어가다 전봇대가 서 있는 지점에서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올라선다
신지천을 건너 짧은 언덕길을 올라서니 '노산경로당'과 '노채마을회관'이 있다
노채(魯彩) 마을은 예전에는 이곳에서 놋그릇을 만들었다 하여 놋쇠 유(鍮) 자를 써서 유채리(鍮債里)라고 부르다 '유(鍮)'자를 다시 우리말 '놋'으로 바꿔 놋채리 → 노채리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노채마을은 과거에는 몇 사람의 천석지기가 나올 정돌로 부촌(富村)이었다고 하는데...
노채마을 주변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농지가 넓지 않아 농업에 의한 천석지기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고,
마을 남쪽 형제봉 자락에 금광터가 있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광산업을 하거나 유기그릇을 만들어 부를 이룬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노채마을 고샅길
고샅길을 따라 직진하여 이어가니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 고원길 방향표지판이 서 있다
고원길은 마을을 벗어나 노채길을 따라 12구간의 첫 번째 고개인 '긴재'로 향한다
뒤돌아 본 '노채마을'
(09:43) 노채마을을 벗어나 10여 분을 걸으니 한성농장(양계장) 앞에 도착한다
농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소독 살포기가 설치되어 있어 '고원길'이 맞나 오해를 부를 수도 있지만 분명 고원길 방향 표지판은 소독기 안쪽으로 향하고 있다
소독 살포기 옆에 '(주)하림'의 안내판(알차고 건강한 자연이야기 '자연실록')이 세워져 있다.
'자연실록'이란 '무항생제 인증농가에서 기능성 사료를 먹고 자라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프리미엄 닭고기'라는 의미의 '(주)하림'의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다
조류독감 같은 가축 전염병이 유행할 때도 진입이 가능할지 궁금했는데 옆에 있는 안내판을 읽어 보니 질병 유행시에는 농장 측에서 진입을 통제하는 모양이다
농장을 지나면서 고원길은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농장을 지나면서 뒤돌아 본 지나온 고원길(노채길)
고원길은 한성양계장을 지나면서 왼쪽으로 휘어져 올라간다
(09:47) 한참 걸은 것 같은데 이제 겨우 2.9km 걸었네 ~ ㅠㅠ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자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이곳 농가에서 기르는 개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을 뿐, 짓지를 않는다
눈만 봐도 순하게 생겼네~.ㅎㅎ 이곳을 찾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이방인도 반가운 모양이다.
전망 좋은 집
산으로 향하는 길은 아직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다
파란 물통이 서 있는 지점에서 탐방로를 벗어나 오른쪽으로 몇 발짝 들어가면 조망 맛집이 있다
사실은 여기에 조망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가 있어 탐방로를 벗어나 또 하나의 물통을 넘어서니 용담호를 품은 비현실적인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건 자연이 만들어 낸 한 폭의 수묵화다
멀리는 100대 명산 '구봉산'(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 능선도 보이고...
가까이 오른쪽으로는 지난 구간에 스쳐 지나왔던 '지장산'이 장중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한참 멋진 풍광에 빠져 있을 때 아래 보이는 민가의 주인장이 나와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좋지 않으냐'며 재차 확인한다
주인장은 서울에 살다 12년 전에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되었단다
조망 맛집에서 돌아와 몇 걸음 더 걷지 않아 산길로 올라선다
산길 초입에는 쉬어갈 수 있게끔 벤치가 놓여있는데....
이곳에서도 용담호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긴재'로 오르는 산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산 중턱에 외딴집도 보이고...
여기서도 잡목 틈새로 용담호의 비경을 다시 볼 수 있다
(10:31) 산길에 들어선 지 15분쯤 지나 12구간의 첫 번째 인증지점인 '긴재' 정상에 올라선다. '긴재'는 '기다란 고개'란 의미인가?
출발점에서 4.3km, 노채마을에서 2.1km 지점이다
'긴재'는 '형제봉'(658.9m)에서 흘러내린 능선상에 있으며 이 능선을 넘어서면 '동향면 자산리'와 연결된다
내려가는 길도 제법 가파르지만 7백여 미터만 내려가면 마을이 나오기 때문에 수북이 쌓인 낙엽만 주의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건너편의 '국사봉' 능선
(10;48) 산길을 약 15분쯤 내려오니 '상노마을'에 도착한다
상노마을회관, 상노경로당
상노마을은 국사봉(757.6m) 자락이 좌우로 마을을 둘러싸고 남서쪽으로 트인 지형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상노마을'에 들어서니 뜬금없이 과거 TV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상도(商道)'가 떠오르는 건 노망인가?^^
'상노마을'은 동향면 자산리(紫山里)를 구성하는 상노(上蘆), 중노(中蘆), 하노(下蘆) 마을 중에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상노마을에서 잠시 탐방로를 벗어나 마을 앞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마을 앞 군내버스 정류장 겸 회차 지점
상노마을에는 현재 10여 세대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거의가 빈집들 뿐이다
둘레길을 걸으며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시골 마을들을 보면 쓸쓸함과 함께 마음까지 무거워진다
마을 앞 정자에서 준비해 온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첫댓글 12구간 둘레길 후기가 언제 올라오나 기다렸습니다. 작가님 후기를 기다리는 팬이 되었네요. 적절한 뒷태 사진과 설명이 잘 맞아서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