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등 1학년부터 영어 수업은 아니지만 영어로 된 노래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승인되어 벌써부터 시행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이런 내용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운영 심의에 관여 하다 보니 뉴스를 보지 않아도 알게 된다.
1997년 초등 3학년 과정부터 영어 수업이 시작된 이후로 초등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찬반양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영어조기교육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1. 영어는 국제화 시대의 모국어만큼이나 필수의 언어이기 때문에 어차피 배워야 할 것 일찍 배우면 더 큰 도움이 된다.
2. 조기교육이라는 것은 통상 유아기에서 청소년기 이전에 시행되는 교육을 말하는데, 이시기에 인간들은 언어적인 최고의 습득능력을 보이기 때문에 나중에 공부하는 것보다 언어는 이 시기에 공부하는 것이 훨씬 능률적이다.
3. 영어 실력이 향상됨으로써 국제화시대의 경쟁력을 갖게 한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hyrhyrhy&logNo=220167017222
반면 영어 조기 교육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조기교육은 기초교육, 인성교육을 파괴하고, 정체성 혼란을 초래하며,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교육대학 홍선호 교수는 "영어를 포기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줄여주는 게 급하다. 영어 전공 교수들도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 조기교육 확대는 성급하다"고 한다.
언어에는 문장의 흐름과 뉘앙스 속에 그 나라 정체성, 문화, 그리고 정서가 내재되어 있다. 한국어는 세상을 관계적으로 보고 전체를 관계로 묶고, 주어를 그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관계중심적인 언어다. 반면에 영어는 주어가 세상을 하나씩 관찰하고 분석하며 표현하는 개체중심적인 언어이다.
모국어로 배워서 그 문화적 사고의 흐름을 알아채면서 어감 등이 풍성해야 할 시기에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사고 패턴을 익힘으로써, 자신이 속한 나라의 문화적 사고의 흐름이나 정서를 익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어린 시기에 이중 언어를 배움으로써 겪게 되는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서의 사고의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초등 영어수업과 과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로 영어거부증이나 심지어 정서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유아 영어교육 정보 사이트 ‘쑥쑥닷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48.7%가 ‘영어 거부증’현상을 보인 적이 있다고 한다.
영어거부증이란 평소에는 괜찮다가 영어유치원이나 학원 또는 영어공부를 하자고하면 싫다고 하거나, 배 아프다, 머리 아프다, 또는 외형적인 증상으로 아토피, 탈모, 심리적 불안 및 발달장애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조급증으로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영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다른 조사기관도 마찬가지로 조기 영어교육을 받은 아이들 중 거의 과반수 정도가 영어거부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아이들 대부분 사고력이나 감성지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참고해야할 것 같다.
2013년 영어조기교육에 대한 어린이들의 설문조사한 기사 참조:
http://kids.hankooki.com/lpage/news/201312/kd20131210152858125630.htm
언어와 관련 있는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물론 아래 예로 든 나라들이 고유문자가 없거나 통용되지 못한 이유 하나만으로 패망하지 않았겠지만, 여튼 공통의 분모로 작용했을 여지는 있어 보인다.
동아시아 역사 속에 빼놓을 수 없는 제국 요나라(遼:916~1125). 이 나라는 중국대륙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고자 2중적 지배체제를 도입하면서 지배층과 피지배층 간의 문자를 통일하지 못했고, 이후 200년이라는 짧은 역사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징기스칸의 나라 원나라(元:1271∼1368). 주변 많은 국가들을 정복하였지만 국가간, 다민족간의 문화공유와 지배체제의 일원화를 위해서는 고유문자가 필요했을 테고, 하여 중간에 위구르 계통의 문자 ‘파스파(PHAGS-PA)어를 만들어 보급하였다. 하지만 널리 통용되지 못한 채 사라지면서 제국 원나라도 같은 운명으로 사라지게 된다.
또한 한때 동아시아의 제국이었던 환인(桓人)의 후예 선비족이 세운 북위(北魏:386~534년). 이 나라는 중국대륙의 한족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고자 자신들의 문자를 버리고, 한족의 문화와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정체성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한 민족의 문자는 그 나라의 운명과 함께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읽고 쓰는 우리 문자 한글을 우리가 소홀히 한다면, 우리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1.5세대나 2세대 교민이나 교포와 다를 바 없게 되고, 이리 되면 우리 아이들은 한글 문장 속에 배어있는 우리의 문화(文化)와 정서(情緖) 그리고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다.
정체성 중에서도 특히 민족(民族)에 대한 정체성이나 국가(國家)에 대한 정체성조차 잃게 됨으로써, 앞에서 살펴본 역사의 나라 요(遼), 원(元), 북위(北魏)처럼 우리의 문자 한글과 함께 우리 나라, 우리 민족 또한 역사의 시간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니 우리의 문자 한글은 우리 고유의 문자이기 전에 우리의 문화이고 우리의 정서이거니와, 우리의 민족이고 우리의 나라임을 잊지 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