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시
고귀한 당신, 김초원 선생님
봄꽃들이 한창 향기를 뽐내던 4월
아카시아의 달콤한 향기가 짙게 피어오르던 날
태어난 당신.
유난히 말을 빨리 배웠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씩씩하게 인사하던 꼬마
동화 구연도 잘하고, 피아노 연주도 잘 했던 당신
자기 세계를 만들기 시작하던 중학교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해 <교실이데아>를 신나게 불렀던 당신
멋을 부리기보다는 용돈을 아껴쓰는 알뜰한 학생이었고
물리, 화학, 생물 공부에서 오묘한 재미를 느꼈던 당신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과학교사가 되어
학생들의 개성을 살리고
신비한 자연현상을 이해할 줄 알고
오묘한 하늘빛을 감상하고
꽃과 나무와 풀 같은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당신
당신은 이미 맵시 있는 교사
안산고등학교 2학년 3반 담임으로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지인 제주도를 향한 세월호에서
2014년 4월 16일
스물여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당신
학생들의 깜짝 생일 축하로
감동에 눈물을 흘렸던 당신.
당신의 생일날
우리는 당신을 잃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구하고 싶었던 학생들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당신의 죽음을 발 동동 구르며 지켜봐야 하는 했던 순간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한 참담함
수명이 다한 낡은 배
무리한 증축
고박하지 않아 위태로웠던 화물의 과적을 자행한
승객의 안전보다 이윤이 중요했던 기업과
안전을 민영화한 정부의 친기업 정책은
당신을 앗아간 원인
이해할 수 없는 무능력한
해경의 구조 과정은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민낯
소용돌이치는 경악과 분노로
진실 규명 요구에 나선 사람들
당신을 잃은 지 8년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는 사회
당신을 잃고 알려진 기간제교사
한동안 죽음에서조차 차별 당했던 기간제교사
그동안 숨죽여 참아왔던 차별의 부당함에 항의하고자
단결을 시작한 기간제교사들
교사로서 못 다 걸은 당신의 길을 걷는 우리
당신이 계신 그곳에서 행복하시기 바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기간제교사 차별 철폐가 되는 그날까지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고귀한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2022년 4월 16일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1연에서 4연까지는 416단원고 교사들의 약전인 <우리 애기들을 살려야 해요>에 나온 내용입니다.
첫댓글 기간제교사와 정교사가 함께 일하고 함께 인정받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