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쿠츠크와 바이칼섬을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시베리아 한복판에 이렇게 문명화된 도시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는 점, 경이로운 모습을 간직한 대자연의 장엄함 그리고 역사를 거슬러 개척하고 살아 온 사람들의 흔적들이었다. 시베리아로 여행지를 정했을 때에도 모든 것이 낙후되고 불편하기만 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일종의 탐험처럼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되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과 도시 그리고 자연은 아름답고 친근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도시들을 방문하기 위해 이용했던 교통수단이 매력적이었다. 이틀만에 도착하는 국제여객선과 1박2일, 2박3일이나 걸려서 타야하는 시베리아횡단열차는 여행을 다녀온 지 한참 지나도 가슴을 울리는 로망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열차의 리드미컬한 소음과 창밖으로 길게 몸을 휘어 철길을 질주하는 열차에 내가 타고 있다는 것 등이 말할 수 없을만큼의 쾌감을 수시로 만들어 주었다.
한편 이 여행은 혼자서는 그 즐거움을 모두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때때로 여행중의 신속한 행동을 저해하기도 하고 약간의 분쟁이나 감정소모도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함께 해서 위험을 회피하고 분담해서 짐이 가벼워지는 효율적인 그룹이 되었던 것 같다.
이르쿠츠크를 끝으로 러시아를 떠나게 되면 몽골 울란바타르의 몇일간의 휴식 후 이번 여행은 마무리하게 된다. 그리고 이르쿠츠크를 떠나는 일이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지 않아서 아직 여행이 계속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하루 전 쯤에 이르쿠츠크 역에 들러서 기차표를 예매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던게 잘못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울란바타르까지 가는 표 10개는 구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미리 표부터 예매했어야 했는데 잘못이었다. 임박해서 기차표를 사게 된 것은 조금 미리 예약할 경우 예약비를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이상한 관행때문이었는데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예약을 미리 했어야 헸다. 결국 기차표를 판매하는 여행사들까지 모두 수소문을 해 본 끝에 하루 뒤에 떠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하루를 더 이르쿠츠크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 와중에 이르쿠츠크역이 정말 멋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국제열차 매표소가 있는 2층에 올라가니 샹들리에로 장식된 우아한 라운지까지 있었는데 이미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시간을 기다리며 쉬고 있었다. 과연 러시아는 철도와 관계된 것이 가장 앞선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