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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14
① 남북관계(南北關係)
제20대 대통령 윤석열號가 발진했다.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몰려오는 가운데 닻을 올렸다.
새 정부의 힘찬 출발에 우선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74년 만에 문을 연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시대 개막 등 역사적 순간에 흠뻑 취해 보고 싶지만,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처럼 여러 위기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북한 핵위협과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극심한 재정난과 경제 민생 파고 등 윤석열 시대를 위협하는 각종 악재가 쌓여 있다. 어느 것 하나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2027년 5월 9일까지 험난한 여정이 우려된다.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최대 암운(暗雲)은 1차적으로 남북관계에서 비롯된다. 오랜 세월, 역사적으로,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갈등구조를 유발 누적했고, 아직도 온갖 악풍(惡風)을 횡행케 하고 있는 것이 북한 권력의 대남 무력 통일노선이다. 북핵은 이를 상징한다. 반(反)지성, 반(反)평화의 거대 암초이자 발원지에 다름아니다.
민족대치 국가분열
그 실체는 심각하다. 자유 대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거의 모든 전 분야에서 갈등의 남북관계가 파급한 좌.우익, 진보.보수의 충돌 역기능은 곳곳에서 나라 진로의 발목을 잡고, 민족 통일의 '비전'에 거센 잿빛을 드리운다. 대한민국 내부는 오늘도 1번 찍은 국민과 2번 찍은 국민으로 두 동강이 나 있다. 서로 '올 오어 낫싱'의 적대 세력이 돼있다. 북한 권력이 무력통일의 삐뚤어진 이상(理想)을 결연히 포기하지 않는 한, 민족대치 국가분열의 심대한 대립상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
북한의 실태가 이러함에도, 지난 문재인 정권은 그런 북한 정권을 줄기차게 지원 옹호했다. 대남 무력증강과 도발을 사실상 지원하는 효과를 유발했다. 최악의 재정난 속에서도 국가 비자금을 얼마나 북한 권력으로 퍼날랐는지 모를 정도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스스로 조국의 가슴에 칼을 겨누도록 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난 5년 정치행보는 암울한 한반도 현실을 그대로 웅변한다. 그는 국민을 남녀·세대·지역·보수와 진보로 갈가리 찢었다. 내 편은 무조건 선, 네 편은 무조건 악이 됐다. 1945년 해방 정국을 제외하고 이런 국민 분열은 없었다.
허깨비 부여잡고 5년
문 정권은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마치 친일 잔재인 것처럼 주장하며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국과 한강의 기적 같은 과거 성취를 부정하고, 북한에 더 정통성이 있는 것 같은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안보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 대북 제재를 완화·해제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보통국가'가 될 것이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허깨비를 부여잡고 5년을 미몽(迷夢)에서 헤맸다. 북한은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할 시간을 벌었고, 마침내 김정은은 선제 핵 공격 발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자유 민주 대한민국입장에서 문 정권의 집권기는 反역사, 反국가, 反국민적 통치행위요, 국민입장에서는 오도된 이념갈등과 사회분열의 확산 심화 기류가 비등한 기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나라를 퇴행시킨 정권은 없다. 이런 대통령이 더 이상 나와서도 안 된다. 역사적 불행이 결코 되풀이되선 안 된다.
北 대남 무력지상주의 악화일로
그러나, 정권 교체기, 남북 관계 불투명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미 대치 국면에 있음은 선명하다. 긴장 상황은 군사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 주식과 부동산, 원화 등 자산가치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대외 교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둘째 치더라도, 국가안보는 개개인의 경제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새 정부는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 남북 관계에 대한 실무적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남북 긴장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밝혀 안보와 경제에 대한 국민불안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안보 현실은 격랑 그 자체다.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대남 무력지상주의는 오늘도 악화일로다. 북한 권력은 2022년 새해 들어서만 15차례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이어 7차 핵실험 위협까지 하면서 남한의 안보 불안을 극도로 키우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 수위도 계속 높여왔다. 언제든지 7차 핵실험이 가능할 정도로 준비를 마치고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것이 정보당국의 파악이다.
강력한 역설(逆說) 동반
그런 점에서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갈파했다.
"지금 전 세계 어떤 곳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도 마찬가지다. 나는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 취임사는 강력한 역설(逆說)을 동반한다. 북한 핵에 대한 북한 권력의 진실된 통회가 전제되지 않는 한, 6.25 남침과 민족적 자해(自害)행위에 대한 원초적 참회가 담보되지 않는 한, 북한 권력에 대해 강한 적대적 대응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결단이 내재돼 있다. 앞서 윤대통령이 후보시절 언급한 '선제타격론'의 연장 선상이다.
국민 생명과 주권 가장 중요
그럼에도, 북한의 모험주의는 여전히 무모하다. 노림수도 분명하다. 이제는 대북 유화노선에 따라 자제했던 전략자산 투입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모습이 강력한 대응태세다. 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알 게 해야 한다.
앞으로도 김정은이 직접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이상 핵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협박은 갈수록 잦아지고 그 수위를 높일 것임에 틀림없다. 자칫 대응을 그르치게 되면 북한의 협박에 끌려가며 핵 인질이 될 수 있다. 그런 불행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안보 당국은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조속히 완성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군사적 초격차 기술과 무기체계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이 대선 중 ‘사드 추가’와 ‘한·미·일 군사 협력’을 언급하자 중국은 반발했다. 일각에선 ‘보복’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국민 생명과 주권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정부 책무는 없다. 북 핵·미사일이 계속 고도화하면 한국 정부는 사드 추가나 군사 동맹보다 더한 조치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싫으면 중국은 북이 도발해도 ‘뒷문’을 열어주는 행태부터 중단해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연대’ 올바른 접근법
물론, 북한과의 협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국방은 상대의 선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악의를 전제로 준비하는 것이 안보다. 북한은 순전히 우리를 겨냥해 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연달아 쏘고 전술 핵실험도 준비하고 있다. 핵을 핵이 아닌 것으로 막는다는 것은 다 거짓말일 뿐이다. 오는 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이 그 실질적 해법을 찾는 첫걸음이 될 수 밖에 없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1일 열리는 '윤석열 정부'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한반도 확장 억지 약속은 철통(iron clad) 같다고 재확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젠 사카 백악관 대변인은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역내 불안정 행위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여기에는 확장 억지 제공 약속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확장 억지는 미국의 동맹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핵우산'으도 불린다.
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에서 북한의 핵 위협 억제가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임을 미국 정부가 확인하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북한의 비핵화 말만 믿고 남북·미북 협상을 벌였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던 전 정권의 대북 정책과는 달리 윤 정권이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한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공조로 일단 핵실험 재개로 인한 북한의 모라토리엄 완전 파기를 막는 외교적 압박이 중요하다. 그래도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 오는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등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중요한 전기가 돼야한다.
평화선언 종이 조각 확인
앞으로도 반면교사(反面敎師)는 역시 중요하다. 평화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중국·러시아 같은 국가들의 위협에 맞서 어떻게 평화를 확보할 것인지는 쏙 빼고, 결과적 평화만 얘기했다. 평화선언 같은 종이 조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이 급속히 커지고, 실제로 온갖 도발이 발생했는데도 문 정부는 임기 내내 평화를 앞세웠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과 다름없다. 대한민국의 존망이 달렸음에도 그런 시책으로 일관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문 전 대통령의 대북 굴종적 행태를 이용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고, 그로 인한 안보 위기가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는 점만 봐도 거짓말이다.
김정은은 오늘도 미사일 도발 등을 이어가며 호시탐탐 윤석열 정부의 안보 역량을 시험하려 한다. 말 그대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무한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북한 대남전술의 이중적 속성
윤 대통령이 나라 안팎의 위기를 직시하고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궤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려면 불굴의 의지로 새 정부의 소명과 국정 과제들을 실천해야 한다.
안보 강국을 건설하고 국민 단결을 꾀해야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북한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고 군사력을 확충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 강국’을 만들어 국민의 불안을 없애야 한다.
핵 무력 사용을 거론한 김정은의 발언으로 그동안 북한이 보여온 이중적 태도와 기만전술의 속셈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같은 입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말을 태연하게 쏟아내는 이중적 태도가 북한 대남 전술의 속성이다. 그들은 유화적 태도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기만하면서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이제는 드러내놓고 핵 사용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윤 정부는 북한 핵 개발의 전략적 의도와 본질을 정확하게 궤뚫어보는 바탕 위에서 현실적이고 현명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비핵화 의지’라는 가공(架空)과 상상의 산물에 끌려가선 안 된다. 그래야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보가 튼튼하면서 국격을 갖춘 ‘부강한 스마트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CVID, 그리고 처절한 실패와 뚝심
윤석열 정부의 성패와 대한민국의 운명은 눈앞의 표에 급급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뚝심과 실천 의지에 달려 있다.
북한 도발은 과거 한·미 정권교체기에 하던 패턴과는 판이하다. 핵무기를 지렛대로 경제 보상 등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 까지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한 데서도 가늠된다. 핵 보유국 위상을 보장받고 공격용으로 쓸 수 있음을 위협하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한반도 영구적 평화 구축의 대전제는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놀아나는 것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이 그랬다. 문 대통령의 몽환(夢幻)적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처절하게 실패한 것은 당연했다. 우리에게 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한미 동맹은 훼손됐으며 북한의 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됐고, 안보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하늘의 소명(召命)
한국 현대사의 영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금단의 성역 청와대를 다시 길이 되어 일어설 수 있도록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은 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자유민주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정신에 충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다짐으로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10일 0시 용산 집무실에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군 통수권 이양에 따른 첫 보고를 받는 것으로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그 상징성은 크다. 실패로 귀결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대북 정책이 국정의 어떤 현안보다 중대함을 알린다.
이제야, 대한민국의 길을 다시 열기 시작한 제20대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시대, 그리고 기상천외의 널푸른 창공 무지개 취임식장이 함축하는 바는 결코 적지않다. 시대사를 뛰어넘는 장구한 역사의 물음은 이렇게 던져진다.
첫째, 과거 정권의 편 가르기 정치로 인한 반(反)지성의 심각한 양극화를 가차없이 뛰어넘어, 온전한 자유민주주의를 국정의 최고가치로 한 국민단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북한 권력의 진정한 회개를 동반하는 남북관계의 새롭고도 참된 홍익인간(弘益人間)적 화해는 제대로 성사, 지구촌을 겨냥한 위대한 한민족 진운의 틀을 기약케 할 수 있을 것인가.
세째, 반만년 한얼정기, 민족통일의 기원을 다시 여는 새로운 대(大)비전의 창(窓)은 온 겨례와 한많은 이 땅 선열들의 가슴앞에 기탄없이 선사, 펼쳐질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하늘의 소명(召命)이다. 다중위기를 극복할 시대사적 골든타임이다. 이 위대하고도 강렬한 빛이 한반도와 윤 대통령의 역사위에 찬연히 내려 앉도록 해야만 한다. 윤 대통령 집권기에 대한 기대는 그렇게 크다.
② 지향점(指向點)
새 시대는 열렸다. 이제는 다시 과학기술이다. '박정희 정권' 초기 정국 드라이브 정신을 반추케 한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가의 미래는 과학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과학기술과 지성(知性)에 대한 국가 비전의 염원은 깊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이상(理想)도 이 염원과 연결된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 추격국가에서 원천기술 선도국가로의 전환'이라는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명실상부 선진국을 향한 제2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이 최대 변수이자 기초 토양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국내 정치 '실용성'의 인식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과거 대통령들은 헬멧을 쓰고 중화학공업 대형공장, 건설현장을 다녔지만 우리는 성장의 핵심이 들어 있는 연구소를 많이 다녀야 할 것"이라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피력했다.
그러나, 이 비전도 현실적으로 정치안정은 물론, 과학정책 수립과 부처 간 조율을 담당할 전문 지휘부의 중용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과학 르네상스'를 이끌 컨트롤타워 신설이 필요하다. 박정희 정권 초엽 애국적 국가발전 전략을 선도한 '박정희-남덕우'라인의 낭비없는 강력한 집중성을 되새기게 한다.
그런 관점에서, 국내 정치 분야의 선택과 집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새 정부는 과학기술을 국가 경영의 핵심 어젠다로 삼아 반드시 '과학 르네상스'를 꽃피워야 한다. 그것이 과학과 기술에 대한 국가적 노력을 더 북돋우고 '부국강병' 제2도약의 초석을 놓는 길이다. 국내 모든 정치헹위는 이를 위한 방편이자 수단이 돼야 한다. 실용주의 없는 여야 무한대립은 이제 금기시 돼야 한다. 국가미래를 위한 큰 반성과 함께 하나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 시대적 전환점
한국은 2차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보기 드문 국가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소국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없고, 스스로를 지킬 수도 없다. 세계 역사와 인류 보편 가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식과 감수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정권 교체론을 앞세워 당선됐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1년, 정치 참여 선언 9개월 만이었다. 국민들이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문재인정부의 부족함을 바로잡으라는 뜻이었다.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순간부터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의 몫이다. 지금 전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미·중 갈등, 세계화의 쇠퇴는 대표적인 시대 흐름이다. 대한민국이 시대적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는 윤석열정부 5년에 달려 있다. 윤 대통령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운영의 목표로 제시했다.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 능력주의 인사, 원칙 있는 법 집행을 실천 방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민심수습 통합은 발등의 불
현재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 문제는 심각하다. 사회적으로 진영, 지역, 젠더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됐다.
약 3년에 걸친 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한 소득 양극화와 자산 불평등을 조속히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다. 대선 이후 갈라진 민심을 수습해 통합해 나가는 일도 시급하다. 취임하기 전부터 집무실 이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론 분열이 심화했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109석의 여당이 168석의 야당을 상대하면서 정국을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정치사에 여소야대 국면이 몇 차례 있었지만, 지금처럼 단일 거대 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진 경우는 처음이다. 민주당은 개헌과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 통과를 제외하고는 뭐든 단독으로 처리할 힘을 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짚었듯, 진영 논리에 빠진 반(反)지성주의는 반목과 불통을 낳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시급히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선 이후 갈라질 대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해 통합해 나가는 것은 당장 발등의 불이다.
야권은 알아야 한다. ‘촛불 민심’에 힘입어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그간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의석을 믿고 국민을 외면한 ‘내로남불’ 행태가 잦아지면서 그들이 희망한 20년은커녕 불과 5년 만에 국민 심판을 받은 것이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것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권력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남용은 오만을 낳고 그것이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내준 빌미가 된 것이다. 지금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민주, 당론보다 국익 앞세워야
정치적 환경도 역대 정권에 없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170석의 절대 다수 의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국정 운영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당장 국회 벽에 막혀 국무총리 인준 동의는 물론 각료 임명도 제대로 하지 못해 출범부터가 ‘반쪽 정부’다.
산적한 난제를 안은 윤 정부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수다. 특히 민주당의 역할이 실로 막중하다.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제 인사청문회 정국을 통해 그 힘을 충분히 과시하기도 했다. 발목잡기 행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정책은 무력화되고 당면한 국가적 위기의 늪은 더 깊어질 뿐이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소야대 국면은 몇 차례 있었지만, 단일 야당이 168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경우는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이다. 개헌(재적 의원 3분의 2)과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 통과(출석 3분의 2)를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단독으로 다 할 수 있는 거야(巨野)가 됐다. 행정부 수반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뀌었을 뿐, 입법부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결정적 권한을 행사한다. 그만큼 국정 책임도 무겁다. 국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 선서는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당론보다 국익을 앞세워야 한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모습은 이런 기본에서 크게 일탈하고 있다. 새 정부 구성부터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 운영을 감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당장은 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방위 경제 위기와 북핵 위협 등 민주당 정권에서 이월된 당면 현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거침없는 초법적 발언…퇴행적 한국 정치 단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예산 편성권까지 국회 권한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획재정부의 초과 세수(稅收) 오차에 대해서는 용납 못할 수준이라며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야당이 된 지 하루 만의 목소리다. 절반을 크게 웃도는 원내 제1당 지도부의 거침없는 초법적 발언은 퇴행적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정부·입법부 각각의 고유한 기본권으로, 5개 조항에 걸쳐 자세하게 명문화돼 있다. 단순히 국회법 차원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틀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나랏돈을 제멋대로 쓰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예산 편성권을 행정부에 부여한 것이다.
이는 삼권분립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장치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표심을 얻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며 예산안을 증액한 것도 모자라 헌법상 보장된 정부의 예산 편성권마저 부인하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회의 퍼주기 입법 등의 영향으로 확정 국가 채무에 연금 충당 채무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는 지난 5년 동안 763조 원이나 늘어 2196조 원에 달했다.
민주당은 여당일 때는 가만있다가 거대 야당이 된 지 하루 만에 태도가 돌변해 예산 편성권 변경 카드를 꺼냈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내세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이어 또다시 새 정권 발목 잡기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예산 편성권 변경은 백년대계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중대한 문제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헌법 개정까지 밀어붙일 경우 국정 혼란과 국력 낭비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인식은 참으로 위험하다. 예산에 대해 편성·집행권과 심의·의결권을 행정부와 입법부에 나눠 놓은 것은 견제와 균형의 삼권 분립에 따른 것이다. 그것이 헌법의 취지다. 지난 2년간 입법 독주가 이 지경까지 달했다. 숱한 우려와 무수한 반대에도 끝내 ‘검수완박’을 몰아치더니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어떤 법, 어떤 규정이라도 다 된다는 빗나간 자신감이라도 가지게 된 건가.
국정 공백 피해는 국민 몫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 성장, 연대를 강조했다. 대통령 취임사는 새 정부 5년의 국정 목표와 원칙, 비전을 담은 국정운영의 청사진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16분간 취임사에서 빈번히 등장한 말은 ‘자유’(35회) ‘시민’·‘국민’(각 15회) ‘세계’(13회)였다. ‘평화’(12회) ‘국제’(9회) ‘민주주의’·‘위기’(각 8회) ‘연대’(6회)가 그 뒤를 이었다.
우선 “정치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계 진출을 선언한 날부터 줄곧 자유를 언급했고 극단적 자유시장 옹호 발언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이날은 “모든 시민이 자유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평등적 자유주의 개념을 말해 눈길을 끈다. 단지 수사가 아니기를 바란다. 여성 배제, 장애인 혐오 등 자신과 국민의힘이 내비쳤던 차별·혐오부터 정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절반 수준으로 아직 그렇게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지난 대선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았든 새 정부가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심정이다. 지금은 치솟는 물가와 환율, 늘어나는 가계부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까지 모든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위기 상황이 아닌가. 야당은 정부의 민생·외교·안보 문제에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 국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정부가 출범도 하지 못하게 발목만 잡는다면 국민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우리의 경제·안보 상황이 함께 위기에 처해 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만 앞세우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협치의 시작은 내각 구성이다. 거대 야당은 국정 공백이 없도록 새 정부 출범에 협조하길 바란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용산 시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74년 만에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윤 대통령은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계속됐던 ‘청와대 시대’를 마감했다.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1948년 ‘경무대’에서 시작해 1960년 ‘청와대’로 이름을 바꾸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무려 74년이 걸렸다. 제왕적 권한을 행사한 청와대 시대는 가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용산 시대가 왔음을 알린 셈이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탈피하겠다는 윤 대통령 공약에 따른 것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은 역대 대통령의 탈권위를 입증하기 위한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체공간 마련과 경호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이행하지 못했다. 권위·폐쇄를 상징하며 권력자들의 점유물로 여겨진 청와대가 시민에게 개방된 것 자체가 국민들에겐 선물이다.
청와대는 일반 국민은 범접할 수 없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의 상징하는 장소로 군림해왔다. 과거 경복궁 후원이었고 일제 총독부 관저, 미 군정 사령관 관저 등으로 쓰였던 이곳은 시작부터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이었다. 도심에 위치해 밖에서 내부가 보일 정도로 개방적인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의 대통령·총리 집무실과는 천양지차였다.
게다가 미국 백악관 면적의 3배가 넘는 25만㎡ 면적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들이 일하는 여민관 사이의 거리가 500m가 넘어 도저히 일하는 장소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구중궁궐(九重宮闕)’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전직 청와대 비서들은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려면 차를 타도 결국 5분, 걸어가도 10분이 걸렸다”고 했다. 본관, 관저, 여민관, 춘추관(기자실)이 수백m씩 떨어져있다. 미국 대통령이 문만 열면 바로 연결되는 비서진을 수시로 불러 모아 ‘난상 토론’으로 긴급한 현안에 대처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청와대는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드는 구 시대의 유물과도 같다.
청와대 개방으로 북악산, 옛 궁궐, 성곽까지 어우러져 경제적 부수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연간 2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조사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편익만 놓고 가타부타 할 일이 아니다. 300만㎡ 크기의 용산공원에 비할 수는 없지만 녹지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엔 희소식이다. 청와대가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국격을 높이고 국민 화합을 이끄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
통합의 나라…결과는 창대할 것
집무실 이전의 의미는 윤 대통령의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될 수 있느냐는 단순한 장소 이동을 넘어서 한국에서 마침내 ‘제왕적 대통령’ 시대가 끝나느냐에 달려있다. 윤 대통령이 권위를 벗어던지고 내각과 야당, 국민들과 수평적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진실로 실천할 것이냐는 것이다. ‘청와대 시대’를 마감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주기를 기대한다.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가 많았고 취임 초 지지율이 유독 낮은 것도 윤 대통령의 한계지만 이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약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직무 수행 지지율(한국갤럽 기준)로 임기를 시작했다.
정치 경험 없는 0선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기존 정치세력에 빚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검찰 중심의 국정, 마이웨이 돌파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고 말한 취임사를 유념함으로써 이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정 동력을 얻기 바란다. 숱한 반발과 갈등에 부닥칠 때 답은 정면돌파가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초심을 유지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으려면 과기 컨트롤타워를 두고 대통령이 일관되게 기술과 인재 육성 의지를 밝혀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속에서 초격차 과학기술로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연대로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를 통해 과학창달에 매진할 수만 있다면, 그 나중은 실로 창대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한없이 공부하는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 신 바람은 새 천년을 기약케하는 정도(正道)가 돼야 한다.
③ 국제정치(國際政治)
기회는 다시 왔다. 국제정치의 '틀'에도 큰 변화의 창(窓)이 열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계기로 한국이 감당하고 개척해 나가야 할 국제정치 환경에는 새로운 신바람, 그리고 거센 풍랑이 동시에 밀려오는 국면이다. 우리로선, 긍.부정 요인이 교차한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 4강 외교도 시험대에 다시 올랐다.
국제정치는 물론 세계 경제 안보에 이르기까지 세계화 전략의 전면적인 리셋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과연 새로운 지구촌 흐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 그 변화의 바람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바로 세계화 전략 대전환의 서막이요, 국가와 민족의 시대사적 소명(召命)을 국민 모두에 알린다.
국제 환경 급변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도, 스스로 그 환경 자체를 창출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주체적 한국혼(韓國魂)'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한국의 역사도 바로 선다. 그 현실적 배경에는 삼성.LG.현대 등 전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포진한다. 국제정치 이념전쟁을 뛰어넘는 참된 위력, 경제전쟁 투혼의 초일류 창조적 배수진이 쳐저 있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 역사에서 새 시대 애국(愛國) 산파의 주역들이다. 尹 정권의 정책노선도 지난 문재인 정권과는 다르다. 기업들의 '자유혼(自由魂)을 기탄없이 지원, 제2 도약의 본격적 탄력을 받게 할 것이다.
서광(曙光)은 이미 비치고 있다. 세계는 한국기업들의 전례없는 창의력과 기동력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남다른 '애국과 충효(忠孝)'의 전통사상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력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반만년 찬란한 민족정기가 작동한다. 우리 민족의 뛰어난 창의력과 근면성은 세계 최초 최장의 인쇄본 불교경전인 팔만대장경, 세계최초의 천문기상 관측소인 첨성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세계최초의 자연시계등 수많은 세계사상(世界史上), 시대를 앞서가는 기념비적 첨단 발명품을 낳았다. 우리는 이미 역사적으로 최고의 과학국가였다. 이런 경향은 기존의 상도(常道)를 깨고 나가는, ‘창조적 힘’이 다른 민족에 비해 남다른 월등함을 보여준다.
세계화 전략 저력(底力)
현대사는 웅변한다. 황창규(전 삼성전자 사장)와 최두환(전 네오웨이브 대표)은 상징적이다. 이들은 발군의 세계 최초 기술력과 공학 산업분야 국제적 견인차로서, 부진의 한국 수출경제구조에 실질적 활로를 뚫어간, 우리나라 최고의 눈부신 첨단 공학도 CEO(최고경영자)들로 공인(公認)된다. 반도체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해온 황창규는 지난 94년 8월 세계최초 256메가디램(MD) 개발이란 국가적 개가를 올린 후 얼마전 까지 세계최초 개발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국제 반도체 업계에 본격적인 ‘기가 D램시대’를 열게한 산파역으로 한국 수출경제 현장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애국자로 거명될 정도이다. 황창규는 오늘 세계시장을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석권한 삼성반도체의 효시이자 실질적 산파(産婆)다.
또 최두환은 미국의 유력 광통신연구기관인 AT&T 벨렙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광전송분야의 국제기준을 마련하는데, 미국대표의 일원으로 파견될 정도로 기술력의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광전송관련분야인 PCM 다중화장치, KD-4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 우리나라의 광전송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한 주역으로 국내 첨단 기술산업분야에서 황창규와 쌍벽을 이룬다.
그것이 한국이 보유한 참된 세계화 전략의 저력(底力)이자 현주소다. 민족사 북진통일(北進統一)의 길도 결국은 여기와 맞닿아 있다. 한국이 지구촌의 명실상부한 선진 선도국으로 웅비(雄飛)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국제 정치 무대와 흐름이 그 수단이자 방편이 되도록 해야만 한다. 국내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尹 정권은 허리띠를 더욱 바짝 조여야 한다. 시대사적 사명과 책임은 그렇게 크고 무겁다.
정상회담 구체화 과제
그런 점에서 최근의 국제 정치환경 변화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이래 69년째 이어온 한미동맹은 바야흐로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 등에 기반을 둔 경제ㆍ안보 동맹으로 거듭났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지난 5년간 흔들렸던 두 동맹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등 도발에 맞서 전략자산 전개를 축으로 한 확장 억지의 탄탄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 있다.
미·중 갈등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소위 세계화는 무너지고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들끼리 경제 협력을 재편하는 움직임까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경제·안보·기술동맹으로 진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미국의 최첨단 기술과 시장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발 더 접근할 수 있게 됐고 북핵 위협에 맞서는 한국 안보도 한층 튼튼해졌다. 이제 정상회담 합의를 구체화하는 과제가 남았다.
경제안보 지형도 재편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업그레이드된 북핵 위협 대비책이 당장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아직까지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와 같이 중국이 대놓고 맞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우리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 일관성 있는 외교로 담대하게 풀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한 북핵문제를 풀 수 있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미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선언했다. IPEF는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경제, 탈탄소 및 청정에너지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등 13개국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IPEF 화상회의에 참석해 ‘룰 메이커’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우리로서는 새로운 무역 질서에 뒤처지지 않게 됐지만 감내해야 할 부담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다. 당장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IPEF의 목적은 중국을 포위하고 아태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세계화 종료’를 우려하는 목소리들까지 나왔다. 신냉전 진입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붕괴 등으로 경제안보 지형도는 재편되고 있다.
‘안미경세(安美經世·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한국의 외교 전략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경동행(安經同行·안보와 경제를 함께)’ 또는 ‘안미경세(安美經世·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바뀌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우리는 국익을 위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제는 전략적 모호성과 중국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의 중국 무역 의존도는 지난해 23.9%, 중간재 수입의 중국 의존도는 2020년 28.3%에 달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해야 중국의 ‘사드 보복’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무역과 투자, 에너지 및 원자재 거래 등 경제적 수단을 사용해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지경학(地經學)의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진단에도 힘이 실린다.
미·중 패권 경쟁과 함께 트럼프 시대에 대두하기 시작한 경제의 무기화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이 가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밀, 콩, 옥수수 등 식량자원은 물론 원유, 천연가스, 반도체, 희토류 등 산업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각국의 안보 이슈가 됐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삭제, 요소수 사태 등을 겪은 한국으로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IPEF 참여는 자유무역 기조 아래 성장해온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다. 복합 위기 속에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제가 윤석열 정부 앞에 놓였다.
바이든 대통령 첫 일정 의미
문제의 해법은 역시 기업 경쟁력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첫날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방문이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방한 첫 일정을 산업 시설로 잡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을 꼼꼼히 둘러본 뒤 “삼성이 주도해나가는 많은 혁신이 놀랍다”며 양국의 경제안보·기술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 일정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고 이에 정 회장은 총 105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는 재계 수장들이 총출동해 공급망 협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국격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으로 확인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기업이 애국자’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도 온갖 규제로 기업에 족쇄를 채웠다. 법인세율 인상은 대표적 ‘모래주머니’였다.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율을 올린 뒤 2018~2021년 4년 동안 43조 원이 넘는 기업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법인세 부담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는 감소한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증가했다. 기업 규제 3법과 친(親)노조 정책으로 기업들이 투자 의욕을 잃으면서 질 좋은 민간 일자리도 쪼그라들었다.
군사에서 기술동맹으로 진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공동 안보, 집단 이익 수호에 핵심적인 경제·에너지 안보 협력 심화가 중요하다”며 “핵심·신흥 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증진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양국 관계가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에서 기술동맹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코로나19 이후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피로 맺은 동맹이자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은 미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로 떠올랐다.
정부는 정상회담 결과가 ‘중국 포위’ 위주로 해석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동참하기로 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중국은 대중 견제망으로 보고 민감해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 역시 우리의 국익을 위한 조치임을 중국에 적극 설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우리 반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글로벌 전략동맹 중심은 기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에서 대규모 추가 투자계획을 밝혔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미국 현지 기업에 2025년까지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전날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55억달러를 들여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분야 생산거점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한기간 현대차로부터 총 105억달러 투자선물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전기차, 미래산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회장의 통 큰 투자는 현대차 미래비전을 위한 과감한 행보의 일환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수소차로 급격한 재편기를 맞았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현대차의 승부는 필사적이다. 전기차 전용공장을 미국에도 짓는 것은 시장을 넓혀 선두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세계시장에 전기차 323만대 판매, 점유율 12% 달성 목표를 세웠다. 그해 미국 판매량 목표치가 84만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 전기차 새 공장으로 8000개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뿌듯해했다.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빠듯한 시간을 쪼개 정 회장을 단독면담으로 대우한 것도 이런 이유다.
경제단체는 일제히 환영 논평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미 경제 안보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경제계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기업들이 실감하게끔 행동하는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관계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올라섰다. 이를 뒷받침한 게 기업이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경제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국무총리로서 첫 일정이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한 총리는 취임 이튿날이자 휴일인 이날 처음으로 경제·산업 관련 부처 장관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규제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 총리는 "우리 경제 여건이 엄중하다"면서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주도 성장을 이끄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규제혁신 전략회의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총리는 "적어도 2개월에 한 번씩은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설 대화 채널 가동
이제, 경제는 '포괄적 동맹'의 핵심이 됐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첨단 반도체·전기차용 배터리·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자율로봇을 비롯한 4차 산업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핵심 광물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복원하고 다양화하는 데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미국이 힘을 모아 그런 가치를 부인하는 국가들이 첨단 기술과 공급망을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한미 경제동맹이 글로벌 기술·부품·원자재 공급망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어 핵심 주춧돌이 된 것이다. 한미 간에 '신경제안보동맹'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물 중 하나는 경제안보·기술 동맹 강화를 위해 상설 대화 채널을 가동하기로 한 점이다. 양국의 국가안보실(NSC)에는 경제안보 관련 비상사태 등에 즉각적인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해 ‘경제안보대화’라는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 공급망 관리의 정책적 산파 역할을 할 경제안보 정례 장관급 회의를 신설하기로 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양국의 외교·통상산업 관련 장관 등이 참석하게 될 정례 협의회에서는 반도체,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책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우리로선 대중(對中) 원자재 의존도가 절대적인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수입처 다변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망간은 중국 수입 의존도가 99%에 이르고, 흑연 수산화리튬 코발트 역시 80%가 넘어 중국이 K배터리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에 필수인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 또한 53%나 된다. 미국이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 관리를 위해 자국 내 희토류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고, 미국의 외교력을 활용해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꾀할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세계 흐름과는 반대 요소
앞으로 더욱 내실을 기해야 한다. 삼성, 현대차의 대미 투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이 단지 국제정치적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천문학적 당근책을 내걸고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설립지를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市)로 결정한 것도 파격적인 투자 조건 때문이다.
미국은 삼성전자가 20조원을 투자하면 최대 9조원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해주고 재산세도 90%나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만일 20조원을 한국에 투자했다면 공제받는 세금 혜택은 최대 2조원 정도다.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도 부지 무상 제공과 대규모 세금 감면 등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국내 질서의 혁신도 시급하다. 문재인 정권이 남긴 후유증을 조속히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아직 기업들을 내쫓고 있다. 현재 한국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일본보다 1.5배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노동 생산성은 세계 꼴찌다. 차량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26.8시간으로 일본 도요타(24.1시간)나 독일 폴크스바겐(23.4시간), 미국 포드(21.3시간)보다 훨씬 길다. 지난 5년간 환경·안전 관련 반기업 입법 폭주로 기업인들을 형사처벌할 법규 항목이 3000개에 육박했다.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예비 범죄자’ 신세다. 강성 노조 횡포는 더 심해지고, 세계 흐름과는 반대로 법인세 세율까지 높아졌다. 이대로 두면 기업들의 한국 탈출은 계속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기업가 정신 선포가 이미지 제고를 노린 일회성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각종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소비자는 물론 지역 사회 등과도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 과제들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 내 부동산 매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고, 중국인이 한국에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 다만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달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거나 덜 적용받아 부동산을 사들임으로써 한국인이 역차별받고, 손해를 입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 한 예로 외국인은 한국인이 국내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받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 빈틈을 이용해 30대의 한 중국인이 자기 돈 한 푼 없이, 오직 대출만으로, 서울 요지에 수십억 원대의 건축물을 구입해 시세 차익을 얻는 사례도 있다.
군사적 억제력에 바탕 둔 대북정책
다음은 새로운 국제 정치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한다.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확장억제를 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확대 협의,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군 전략자산 전개 재확인 등 합의내용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 방식의 대북정책에서 군사적 억제력 강화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두 가지의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첫째, 북한 핵무기 위협 대응 수단으로서의 ‘핵’이 처음으로 양국 성명에 표기됐다. 둘째는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사용·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는 것으로, 자유민주 국가 중심의 경제·기술 파트너십 구축을 천명했다. 70여 년 한미동맹 역사를 돌아볼 때, 상호방위조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국 보호’ 측면이 훨씬 강했지만, 이제 경제·기술·글로벌 동맹으로 확장되면서 명실공히 양국이 상호 기여하는 관계가 됐음을 선언한 의미도 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 공약은 매년 양국 국방장관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언급됐지만, 이번엔 대응 수단으로서의 ‘핵’이 적시된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선제 불사용’ 공약을 고수하다 지난 3월 말 의회에 핵태세보고서(NPR)를 제출하며 ‘동맹·파트너를 방어하기 위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환했고, 이번에 공식화했다. 양 정상은 이를 위해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EDSCG) 조기 가동, 한미 연합훈련의 확대 강화, 미군 전략자산의 적기 전개 등에도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눈치를 보며 EDSCG를 기피해 ‘찢어진 핵우산’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동맹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미국의 핵우산 등 강력한 확장 억제정책을 가장 두려워한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문재인정부가 대북대화에만 매달린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용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지난 4년간 중단됐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EDSCG의 재가동은 북핵 위협에 대비한 한·미·일 3각 공조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한·미·일 3각 공조는 도쿄에서 이뤄질 미·일 정상회담에서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EDSCG 재개는 동맹의 영역이 한반도 바깥으로까지 이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영향력 외교 지평을
한미 동맹이 ‘행동하는 동맹’으로 진화하려면 구체적 액션플랜을 마련하고 실천해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는 관계가 아니라 양국이 수평적 위치에서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로 진일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자국 이기주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국은 이번 성명을 통해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를 포함해 가용한 모든 방어 역량을 사용한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했으나 앞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핵우산 제공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은 사드 보복과 같은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중국의 횡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밝혀야 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북한과 중국 눈치를 살피며 한반도 속으로 파고드는 외교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쪽으로 외교 지평이 넓어지길 기대한다.
④ 內治革新(내치혁신)
악재(惡材)는 산더미다. 문재인 정권은 국가운영 체제에서도 치명적 오류를 남겼다. 국가안위의 3각축인 군(軍)과 검찰, 그리고 국정원이 와해되고 말았다. 허황된 대북정책 탓이 크다. 도처에 구멍이 뚫려있다. 윤석열 정권은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尹 정권은 이번 전국 선거에서 압승, 집권 초기 결정적 탄력도 받았다. 국정운용의 동력을 회복키 위해 내치(內治)의 혁신은 시급하다. 이들 권력기관을 다시 바로 세우고, 정상화 시켜야만 한다.
문 정권은 이들 3대 기관을 유명무실화 시키는, 사실상의 '反국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시시비비를 따져 정확히 처벌해야 하고, 각 기관 자체의 기능도 확실히 정상화 시켜야 한다. 국가 운영의 틀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나라 건강이 비로소 회복된다.
언론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들 3대 중추기관이 그렇게 처참히 유린되고 있었음에도 불구, 그 기간동안 파수견(watch dog)적 기본기능을 제대로 발휘한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국가 기능 붕괴를 모두들 그대로 방관했다. 윤석열 정권 집권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대장 7명을 전원 교체하는, 문민대통령으로서는 가히 최초의 혁명적 최고 지휘부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거의 전 언론이 형식적 보도로 일관했다. 진정한 국민의 알권리(right to know)를 외면했다. 그 의미와 배경, 그리고 역사성에 대한 진단은 하나같이 외면했다. 심층보도는 없었다. 허황된 언론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한국 언론의 직무유기 현주소는 그렇게 참담하다. 제4부가 더 이상 아니다. 일대 반성과 회개가 있어야 한다.
망가진 軍…기강부터 잡아야
그러면 먼저, 무너진 軍의 실상과 군 최고 지휘부 전원 교체의 의미부터 짚어 보자. 정부는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대장 7명을 전원 교체했다.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대장급 지휘부를 모두 물갈이한 것은 전례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혁명적 결단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코드 인사와 북한 눈치 보기로 인해 무너진 군을 바로 세우고 전면 쇄신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우리 군은 도저히 군대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했다. 인류 역사에 없던 선언일 것이다. 북한의 요구에 맞춰 각종 훈련을 대폭 축소해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수십발 쏘아도 ‘불상’이라고 얼버무렸다. 북한이 쓰는 논리까지 갖다 대며 북 대변인 노릇을 했다.
철책을 넘었던 귀순자가 같은 곳으로 다시 월북하고, 북한이 탈북민 월북 사실을 방송해도 군 수뇌부는 몰랐다. 군 내 성범죄는 끝없이 이어졌다. 장관이 부하와 공개리에 싸우기도 했다.
중국이 수백 차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서해 중간선을 넘어와도 항의 한번 제대로 못했다. ‘사드 3불’로 군사 주권을 양보해도 침묵했다. 도리어 북 미사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사드 정식 배치는 미루면서 시위대 눈치만 봤다.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지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 군이 정권 보위에는 앞장섰다.
우리 국방 예산은 50조 원을 넘는다. 북한의 10배가 훨씬 넘을 것이다. 그래도 국민은 언제나 북한의 위협 속에 살아야 한다. 군이 항상 북한군보다 한 발 늦고, 의지가 약하고, 정권에 잘 보여 진급할 생각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얼빠진 생각과 해이해진 기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새 지휘부가 정신적 무장 해제 상태에 있는 군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지금 부터라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북 정보력, 특단 조치 나서야
국가정보원은 세계 최고의 대북 정보기관이면서, 간첩과 반국가 활동 등을 추적하는 안보 기관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런 정체성이 붕괴되다시피 하고 ‘대북 연락 기구’ ‘김여정 하명 기관’ 조롱까지 받을 정도로 추락했다. 3년 유예되긴 했지만 ‘대공 수사권’도 경찰에 이양키로 함으로써, 존재 이유 자체도 의심받을 지경이 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구축한 정보망은 흐트러지고, 많은 대공 전문 인력도 길을 잃었다고 한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국정원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 한다. 문 정권은 국정원 직무에서 국내 보안정보를 아예 뺐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였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도록 국정원법을 개정했다. 그런 취지로 인사도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원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정치 개입 금지라는 최소 목표를 넘어, 문 정권 때의 인사 적폐를 신속히 청산하고 대북 정보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모사드급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된다. 환골탈태가 절박하다.
법무 행정 바로잡을 적임자
검찰 및 법무(法務) 행정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자에 대한 논란이 핵심을 이룬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 이른바 ‘적폐수사’를 수행하면서 각광을 받았으나 조국 일가 비리 수사 이후 정권의 눈 밖에 나 네 차례나 한직을 옮겨 다녔다. 보복 인사의 직접 피해자다. 익명의 제보자와 MBC 기자들이 합작해 제기한 소위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의자로 수사까지 받았다. 이 사건 수사팀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겠다”며 12차례나 올린 보고를 친여 성향의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모조리 묵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상황이 어수선할수록 본질을 봐야 한다. 조국·추미애·박범계 장관을 거치며 문 정권 5년 동안 무너진 법무 행정을 바로잡을 적임자인가 아닌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하면, 부적격으로 볼 만한 이유가 없다. 오히려 법무장관의 전횡이 어떤 폐해를 초래하는지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최적임자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지명된 뒤 일성으로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 사례가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하고 있다”면서 “취임하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인사에 대해서도 “정의감과 공정의식이 투철하고 이쪽저쪽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 위주로 써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취지대로만 권한을 행사하면 정권의 하수인처럼 전락한 법무부와 검찰을 시급히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윤 당선인도 한 지명자의 이런 역량을 평가하고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한 후보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서울지검 3차장 검사를 지냈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도 함께 일하며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다.
검수완박 입법 선명하게 반대
한 후보자의 발탁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불러온 측면도 있다. 민주당이 여론을 무시하고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강행하자 검찰 내에서도 강성인 한 후보자를 서둘러 발탁해 맞서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검수완박 문제를 놓고 신구 권력이 링 밖에서 충돌 구조를 만드는 건 국민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장시간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후보자 청문회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정권 ‘인사 보복’의 대표적 피해자라는 점에서, 그리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입법에 선명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한 후보자의 기본 인식은 법치 행정을 총괄할 장관으로서 지극히 올바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 후보자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만큼이나 있는 죄를 덮는 것도 안 된다”고 밝혔다. 성남FC, 대장동 특혜 등 이재명 전 경기지사 관련 수사 질문에 “누구를 막론하고 죄가 있다면 처벌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수완박에 대해선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 처벌을 어렵게 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검수완박 법안 헌재 심판 청구에 최선을
그는 일단 법무장관 적임자로 보인다. 취임사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한 장관은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했다. 임기 종료를 며칠 앞두고 위헌적 검수완박법을 온갖 편법·위법적 방법으로 처리한 민주당과 문 전 대통령이 새겨들을 말이다.
한 장관 앞의 시급한 과제는, 검수완박으로 전 정권이 무너뜨린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복원이다. 검수완박의 무효화를 위한 헌법재판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9월 시행되기 전까지라도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관련된 수사에 최선을 다하도록 검찰 인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문 정권은 권력 비리 관련 수사 검사들을 대거 지방·한직으로 내쫓고, 주요 보직에 친정권 성향 검사들을 앉히는 식으로 검찰 조직을 철저히 망가뜨렸다. 그러고도 불안했는지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을 추진, 그 과정에서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고검장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지도부 공백 상태다.
이와 병행해, 한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침해해 내용도 위헌이고, 국회 처리 과정의 편법적 사보임, 위장 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절차의 불법 소지도 다분하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즉각 공포한 임시 국무회의 절차에도 불법성이 심각하다.
한 장관은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시행(9월 10일) 전에 전 정부가 없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재건 등 조직을 재정비해 권력형 비리 수사에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사하는 것이 법에 맞다면 정권의 유불리랑 관계없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청문회 약속도 지키길 바란다.
국가 수사 역량 후퇴…검수완박 즉각 폐기 당연
문재인 정권이 강행한 이른바 ‘권력기관 개편’의 잘못을 보여주는 문제점은 이미 수없이 드러났는데, 급기야 일선 경찰관들이 수사를 기피하는 바람에 별도의 수사 수당을 지급하자는 요지경 발상까지 등장했다. 경찰청은 수사 경찰관이 사건 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수당 2만 원을 주는 방안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고 한다. 전국 일선 경찰서 경제팀·사이버팀·지능팀 수사관 7600여 명을 대상으로 해 한 달 최고 40만 원까지 지급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로 사건이 몰리고, 1차 수사 종결 책임까지 떠맡게 되면서 사건 처리는 늦어지고, 업무는 급증했다. 이에 따라 수사 부서 기피가 심각해졌다. 수사관 자격증인 ‘수사 경과(警科)’를 반납하겠다고 한 경찰이 2020년에는 894명이었고, 지난해에는 전체 수사 경찰의 10%에 달하는 3000여 명으로 폭증했다.
검수완박 법이 시행될 오는 9월부터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 그래서 수당 아이디어를 냈는데, 고유 업무에 대한 수당 자체가 황당하고, 3만여 명의 수사 인력 중 7600여 명만 대상으로 하는 문제가 있으며, 수사 부서와 비수사 부서의 차별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2만 원으로 수사를 촉진하거나 기피 현상을 없애기도 힘들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미 사건 처리가 크게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의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18년 48.9일에서 2021년 64.2일로 늘어났다. 단순히 수사 경찰 증원이나 처우 개선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 수사 역량의 후퇴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권력기관 개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권 박탈의 위헌성은 물론, 권력·경제·금융 등 거악(巨惡) 척결 기능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와 대공수사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수당 2만 원 발상으로 검수완박부터 폐기해야 할 사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 검수완박의 즉각 폐기가 당연하다.
곳곳 기득권과 싸워 성과 내야
尹 정권은 행정체제와 관련, 새 시대 규제혁파를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규제개혁위원회를 제대로 가동해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해묵은 대기업 규제부터 최근의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기업을 옥죄고,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고, 민간의 창의를 가로막는 한국형 규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경제 6단체에 가면 분야별로 ‘신발 속 돌멩이’ 리스트가 다 있다. 전면적 철폐 대상부터 수정·보완해야 할 것까지, 정부가 할 일과 지방자치단체 몫까지 잘 정리돼 있다. 규제 이면 곳곳의 기득권과 싸워 성과를 내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중요한 구조개혁 과제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정개혁·행정개혁 다 중요하지만, 대선 때 쟁점이 됐던 국민연금과 노동 개혁 정도는 정부 출범 때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또한 소신과 뚝심, 용기 없이는 어렵다. 5년마다 해야 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개혁’의 직무를 유기한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되풀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노동개혁만 해도 예사 각오가 아니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철옹성의 양대 노총과 담판 짓고, 법치주의를 세우는 데 총리가 앞장서야 한다. 노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고용·노동시장의 정상화는 그만큼 어렵다.
국제적 감각·안목도 중요하다. 한·미동맹 강화, 대중 외교 균형 회복, 대일관계 정상화에서 대통령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 대통령의 경력 등을 감안할 때 정책적 중심잡기가 필요하다.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국제 경제의 블록화, 높아지는 비관세 장벽 등 반개방 기류, 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은 개방과 교역으로 사는 대한민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 요인이다.
강력한 의지 갖고 규제혁파를
윤 대통령의 규제 철폐 의지는 강력하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주 주요 기업들이 향후 5년간 1000조원을 투자하고 30만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큰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업 투자를 막는 규제를 '모래주머니'로 비유하면서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규제 개혁론은 과거 정권의 규제개혁 의지와는 결이 다른 듯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 뽑기'라며 강력한 규제개혁에 나서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손톱 밑 가시'를 빼야 한다면서 규제를 비판했다. 하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이번에는 의지가 남다르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8개 부처별로 규제개혁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규제는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존재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일명 '3%룰', 공정거래법 등이 대표적이다. '3%룰'은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 공정거래법 역시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여러 규제들을 적용해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생활을 마치고 정치에 뛰어든 지 단 14개월 만에 대권을 차지한 '정치신인'이다. 따라서 기득권이나 구태 정치에 얽매이지 않고 참신한 변화를 만들 동력을 갖고 있다. '정치신인' 답게 강력한 의지를 갖고 규제혁파에 나선다면 분명히 성과가 있을 것이다. 규제 혁파만 확실해 해도 윤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북진통일(北進統一)의 단서도 포착될 수 있을 것이다. 선조들이 그리던 역사의 제단위에 새 조국 새 민족의 주춧돌을 비로소 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병도 주필
출처 : 시사오늘(시사ON)(http://www.sis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