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달 보름달 동산위로 떠 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박꽃이
찬서리 맞으며 달구경하지요.
윤석중선생의 '둥근달'이다.
여기서 내가 의의를 달고 생각해 보는 것은 '찬서리 맞으며'다.
서리? 찬서리-된서리가 오기전 준비하라고 내리는 무서리=약한서리
"霜 秋冬之間 天氣上昇 地氣下降 時則霜乃降 肅殺萬物.
상은, 추동지간에 천기상승하고 지기하강하니 시즉상내강하야 숙살만물이로다.
서리란 것은 하늘의 기운은 올라가고 땅의 기운은 내려가니 이때 서리가 내리면 모든 것을 삶아 죽인다.
라고 했는데 찬서리 맞으며 달 구경하지요?
윤석중 선생이 이 노랫말을 쓸 때 당시를 생각해봐야 한다.
찬서리=사회정황을 말하고 있다.
사는 것이 녹녹치 않지만 새하얀 박꽃을 보며 둥근달처럼 둥글고 하얀게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어찌 노래를 부르다가 정말 보고 싶었다.
박꽃 새하얀 박꽃
박꽃은 호박꽃이 아침에 피는 반면 박꽃은 밤에 핀다.
검은 밤을 배경으로 새하얗게 피어나는 박꽃은 참 순결 자체이다.
시골에 심으면 땅도 넓고 좋겠지만 밤이면 광주에 있는 관계로 박꽃을 볼 수가 없다.
그럼 또 방법을 바꾸면 되지.
마침 고추모를 심었던 통이 고추모가 죽고 비어 있었다.
그곳에 박 모종을 심었다.
박꽃의 꽃말처럼 이제는 기다리면 된다.
플리스틱 바가지가 나오기 전에는 박을 심어야 했다.
바가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바가지!
깨지기도 잘 했지만 내 기억에는 박바가지를 썼던 기억은 별로 없다.
박 모종 하나 심어 두고 추억하며 새하얀 박꽃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