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섬으로 간다고 그랬는지 산행신청이 "속전속결"로 44명 만차다. 총무님의 친절하고 자상한 메시지를 받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배편 때문에 6시 출발이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시 반경에 큰길로 나오니 밖은 밝아지고 약간 쌀쌀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등산하기에는 딱 좋은 계절이다.마침 바로 시약가는 시내버스가 온다, 차에 오르니 나 혼자 뿐이다. 자가용이나 마찬가지다.시약회관에 도착하니 쌤들이 대부분 와 있다.참가 인원이 적을 때는 자리 두개를 차지하고 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안된다.마침 박대준전회장님이 먼저 와 있다,합석하기로 하고 배낭을 머리위 침칸에 올렸다.그이는 골프를 좋아하여 일요일은 거의 골프를 하러 가는데 셋째 일요일은 꼭 약산회에 온다고 한다.나도 마찬가지로 셋째 일요일은 다른 약속을 잡지를 않는다.
반고개,성서 홈플에서 쌤들을 다 태우니 확실한 만차다.빈자리가 없어 인원 채크 할 때 편하겠다~~~갈 길이 촉박하다며 아침식사로 김밥을 차에서 해결 하라고 나누어 준다.오늘 아침은 근래에 입회 하신 김정희쌤이 내셨다.요즘 열심히 나오시고 산행후기도 올려주시는 분이다.점심 잡곡 찰밥도시락은 회에서 냈다.그기다 총무님이 요즘 귀한 계란을 새벽에 삶아 오셨고,디저트로 현혜련쌤이 비싼 한라봉을 들고 오셨다.오랜만의 참석이라 인사차 그런 모양인데 예의가 반듯한 집안 출신인 모양이다.
욕지도를 갈려면 구마고속도로를 거쳐서 가야한다.가는 중간쯤에 창녕군 남지라는데가 나의 고향이다.중학교 졸업후 대구로 서울로 돌아 다녔지만 어릴때 자란 고향은 잊을 수가 없다.산과 들을 뛰어 다니며 "호연지기"를 키웠으니 ~~~어릴때 농촌에서 자라는건 정서적인 면에서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자연을 벗하며 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도회지에서 자라면 정서적으로 메마르기 쉽고 각박해지기 쉽다.
욕지도는 십여년 전에 낚시를 갔던 곳인데 아담하고 경치가 좋은 섬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통영에 도착하니 안개 때문에 배들이 출항을 못하고 있다. 차에서 내려 삽십여분을 기다려도 안개가 걷히지를 않는다. 예약시간인 열시가 넘자 욕지도는 포기하고 다른데로 가잔다 가까운 거제도로 가든지 아니면 옆 동네 고성 거류산으로 가든지 갑론 을박을 하다 최대장이 "거류산"으로 결정한다.
삽십여분 달려 11시경에 거류산에 도착하니 산입구에 "엄홍길 기념관"이라고 자그마한 건물이 보인다.엄씨는 등산가로서 에베레스트 최고봉들을 모두 돌파하여 유명해졌다.고향이 여기 고성인 모양이다.등산가든 정치인이든 경상도 싸나이들이 두각을 나타낸다."남남 북녀"라는 말이 괞히 생긴 말은 아닌 모양이다.
등산로는 좁지만 돌이 별로 없고 황토 흙이라 걷기에 좋다.산은 별로 높지는 않아도 갈 수록 가파르다.계속 오르다 능선쯤에서 시간도 되고 해서 점심을 먹었다.열두시 반 경이다.오늘도 방회장사모인 이계화님이 야채와 오이고추를 싸 오셨고 조미경부산대장님은 생다시마를 가져오셨는데 둘다 맛있다.오히려 집에서 보다 더 잘 먹는 것 같다.
식사 후 한 삽십분 정도 올라가니 거류산(570.5m)정상이 나온다 동그란 산 봉우리가 여인의 가슴처럼 위로 봉긋하게 솟아있다.기념 촬영을 하고 내려 가는 길은 많이 가파르다.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길도 있다.거류산의 경관은 확 트인 바다는 안보이고 여러 섬 사이로 강같은 바다만 보인다.아침에는 썰렁했지만 등산을 하니 땀이 많이 난다.물을 많이 마시게 되니 물한 병으로 는 부족하다.물을 서로 나누어 마시면서 내려오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운타운이 보인다.
벌써 모내기 하기 위해 물을 가둬놓은 논을 통과해서 내려오니 우리 버스와 비이조 쌤들이 기다리고 있다.예상시간 보다 약간늦어 민폐를 끼친샘이 되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해 해 주겠지~~~~다시 통영으로 가서 "동피랑 길"을 보고 저녁겸 하산주를 하러 간단다.
버스에서 내려 동피랑길을 가보니 옛날 동네에다 언덕위의 조그만 집들이 모여 있다.집들 담 벼락에 미술 학도들이 그림을 재미있게 그려 놓아 유명해지고 관광지가 되었다.증명사진 몇장을 찍고 내려 오니 어떤 쌤은 그사이에 시장에서 해산물을 사오기도 하고 " 꿀빵"을 구입하기도 한다.나는 요즘 혼자 생활하고 있어 사가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
통영 변두리 쪽에 있는 "통구미 횟집"으로 버스로 이동했다.바닷가라 회가 싱싱하다.그기다 귀한 멸치회도 맛보여준다.회가 좋아 술이 잘 넘어 간다,소맥 폭탄주를 두잔이나 마셔도 취하지를 않는다.술 마시는 중 케익을 가져와서는 회갑을 맞은 회원들 칠팔명이 나온다.동갑이 상당히 많다. 회갑 선물이 케익뿐이라니 좀 약한것 같다.다음에는 회갑이나 칠순을 맞는 회원에게 선물로 등산 양말이라도 하나씩 주면 좋겠다.
일곱시 가까이 되면서 어두어 지기 시작하니 대구로 가자고 차가 출발한다.고속도로를 접어드니 오늘도 역시 노래방이 시작된다.박초대회장님이 스타트를 끊고, 나에게도 한곡하겠느냐고 하길래 지난달은 노래를 안하고 왔더니 허전하여 오늘은 한곡 하기로 했다.못 부르는 노래지만 한곡하고 나니 속이 후련 하고 기분이 좋다.우리 민족은 예로 부터 "음주가무"를 즐겨왔다.사람이 일만 하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술도 마시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삶을 즐긴다.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들이 나름대로 민속적인 노래와 춤이 있고 술도 즐겨 왔다.
재미있게 놀다보니 금방 대구란다.통영은 가까워 약 두시간 정도면 올 수 있다."꿩 대신 닭"이란 말처럼 욕지도 대신 거류산을 갔지만 덕분에 안가본 거류산을 가봤으니 소득이라면 소득이다.사람이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일 어나기도 하는것 아닌가.안개는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 다음달에 다시 "욕지도'에 도전 한다니 기대가 더 커진다.이른 편이라 범어 로타리에 내려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열시경이다.오늘은 땀을 많이흘려 샤워를 하고 자야 한다. 더운 물로 씻고 나니 잠이 잘 온다.
"약산님들 다음 달에 건강한 모습으로 또 보입시데이~~~~~good bye!!"
첫댓글감합니다. 정선생님 입장에서 보는 광경이 되게 재미있답니다.
정회장님 산행후기 즐감합니다,..고맙습니다,~~~
정동기 선생님의 산행 후기는 역시 교과서를 읽는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 합니다
항상 선생님의 반듯한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산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사실적이고 솔직한 멋진 산행기
즐감합니다
시간에 따라 마치 물흐르듯
일필휘지로 써내려가심은
그 필력의 역사를 느끼게 해주십니다
속마음은 한없이 따스하신 회장님
항상 말미에서 챙겨주심에 감사드릴 뿐이옵니다~~^^
다음달엔 꼭 욕지도 추억을 많이
담아오길 기대해봅니다~~^^
고향이 창녕남지이셨네요...꿩대신닭인 욕지도대신 거류산 그리고 이른귀가...샘의시각으로 보는 후기가 멋지네요...샘 이른 귀가는 아니었습니다. 좀 더 일찍 오면 좋겠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