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1961년 충남 논산 강경여고생 윤석란은 봉지쌀을 모아 병석에
오래 누워계시던 은사를 찾아뵙곤 했다. 그는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을 정했으면 생각했다. 청소년적십자단 친구들과 사은회를 마련했다. 이 갸륵한
뜻이 충남 여러 학교로 번졌다. 1963년 청소년적십자 충남학생협의회는 9월 21일을 [은사의 날] 로 정해 충남 전체 사은회를 열었다.
1964년 청소년적십자는 날짜를 5월 26일로, 이름을 [스승의
날]로 바꿔 전국 기념일로 정했다. 이날 아침 선생님들을 교문에서 [스승의 날,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리본과 장미꽃을 드렸다. 사제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금의 강경고엔 스승의 날 기념탑이 서있다.
1973년 스승의 날은 불법이라며 금지됐다가 1982년 공식
기념일로 되살아났다. 그해 스승의 날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 김용택 선생님은 6000원을 받았다. 반 아이 여섯이 1000원씩 걷은 돈이다.
시인 선생님은 때 묻은 돈이 고마워 학급 책을 샀다. 그게 38년 교직에서 유일하게 받은 선물이다.
미국의 스승의 날은 1980년 교사단체 제안으로 3월 7일로
정해졌다. 1985년엔 학부모교사협의회(PTA) 가 권고해 5월 첫 주 화요일로 옮기고 한 주를 [스승에 감사하는 주간]으로 삼았다. 우리의
스승의 날은 천덕꾸러기다. 뇌물성이 짙다하여 아예 교문을 닫는다. 교총이 기념식도 취소했단다.
50년 전 스승의 날을 제안했던 윤석란 수녀가 한 말을 다시
들어보자. 「스승의 날이 본래 의미를 되찾으려면 선생님은 자신의 의무를 되새기고, 학부모는 자기 자녀만을 위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2010, 5, 12 [萬物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