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나는 때때로 먼 먼 여행를 생각할 때 그곳은 뜨거운 태양이 있는 적도의 열대지방이었다
늘 여름이고 자연이 주는 풍성한 열매가 있는 그곳은 꿈과 같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 늘 안식의 표상처럼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유난히 긴 겨울의 추위와 먹을 것이 귀했던 산골마을에서 자란 유년기의 가슴 한켠에 간직한 무지개였을까...
누구나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지도책을 뒤적여 봤을 기억이 있을 듯도 하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십대후반 중년의 나이에 ,,,,
적도의 한가운데......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조금은 늦은 나이, 홀로 떠나, 세상과 마주하는, 나자신과 마주하는, 아름다운 일탈을 시도했다.
해외여행이 일상적인 경험으로 여겨졌지만, 나로서는 늘 말로만 또는 계획으로만 간접해외여행을 한터라, 사실 신혼여행 이후 처음 이 거사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여행이다.
달랑 인터넷 출력물 비행기표 한장들고, 론리플래닛 한권들고, 낮선 나라로 홀로 여행은 떠난다는 것은,,, 미지의세계에 대한 꿈과 설레임보다는 현실적인 숙식과 언어소통의 문제가 먼저 와 닿는다.....
20일간의 길고 긴 여행...예약, 없다... 그냥 무작정 떠나 보는 것이다.
배낭 하나에 모든 짐을 꾸려 공항으로 향했다..인천공항...보딩, 로밍, 환전, 이런 것도 처음인 경우 쉬운 일은 아니다.
어렵사리 수속을 마치고...오후 6시 5분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르샤공항행 여객기 기다린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좋으련만,,, 밤 늦게 낮선 곳에 도착해서 첫날부터,,, 참... 이팔청춘도 아니고...
기왕 떠나는 것,,,두려움도 있지만, 무언가 나름대로의 삶을 정리하고, 그동안 생각을 미루어 두었던 여러문제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그런것들을 들추어보고 , 남은 인생에 대한 또다른 설계도 생각해보고, 그리고 현실적인 미지의 땅에 대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색다른 경험...
홀로 지내는 즐거움 외로움, 또는 어느 도상에 놓여 있다는 허허로움.......많은 체험을 하자..
그렇게 복합한 상념으로 뒤엉키며 중년의 솔로 여행은 시작된다.
인도네시아와는 시차가 1시간. 9월 3일 밤 열두시 삼십분 비행기는 발리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내가 출발하기전 가장 많이 고심해온 것은 첫날의 숙소, 공항에 내리면 바로 택시정류장이 있단다. 수많은 택시들이 대기중, 그중에 한 택시를 탔다.
마음속에 몇번 외워두었던 말 "꾸타 뽀삐스 원 마사인"을 애기했다. 꾸따는 발리섬 남부의 도시이름, 뽀삐스원은 거리의 이름, 종로1가 뭐 그쯤, 마사인은 저렴한 호텔이름이다.
하우머치?하고 물으니 도시별 택시요금이 적힌 A4용지 코팅 프린트물을 내준다. 꾸타까지는 5만루피, 내가알고 있는 금액이다. 택시는 20여분 달려 금새 목적지에 초착했다. 시골읍내 정취의 2차선을 달리다 좁은 골목길에 내려준다.
호텔 마시인이다.
또 어렵게 말을 붙인다. 혼자, 처음으로, 외국에서, 밤1시에, 짧은 언어로 호텔에 방이 있냐고 묻는 것,,,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아직은 마음이 쫄아 있고,,,그렇다고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적응도 안되었고...
사실 한국에서만 살다가 동남아를 가면 할렘가 같은 첫 모습에 곧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
내가 도착했을때 한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온 서양인들이 같은 호텔에 도착했다. 배낭객들의 아지트쯤 되는 듯..
호텔은 작고, 허름한, 우리나라 낮은수준의 여관급이다,
내가 알고 있는 금액대 방은 없고 45만루피짜리 방만 남아 있단다. 그정도면 럭셔리나 고급과는 친하지 않은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리고 그저 나그네의 길에 올라선 마당에 첫날부터 호사를 누릴 수는 없어, 다시 나와 작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몇집의 숙소들이 방이 없다는 대답이다.
이러다 첫날부터 노숙하는거 아냐하는생각이든다. 골목에는 이곳저곳 현지의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고있다. 검게 탄 얼굴에 남루한 차림새, 골목의 풍경과 어울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삐끼들,,,스칠때마다 방을 찾느냐고 호객행위을 한다. 가끔은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에서 이들이 반가운 때가 있다. 그중에 한명을 골라 방을 찾는다고 하니 오토바이에 타란다. 5분여 골몰골목을 돌아 다다른곳은 허름한 게스트하우스다. 예약없이 나처럼 온 여행객들이 묵는 숙소. 철장대문을 들어서니 여러 현지인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주인은 뚱뚱한 현지인 남자다. 약간의 적응시간을 갖는 사이 동양인 3명이 들어온다. 일본서온 젊은 친구들, 써핑을 하러 온듯하다. 동양사람만 봐도 안도감과 친근감을 느낀다.
여인숙같은 숙소에 6-7개의 방중 주인이 안내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방값은 알아서 깍아준단다. 125000루피다.
그래 이렇게 늦은시간 숙소를 잡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이랴 싶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그러나 이시간 낮선 곳으로 나갈수 없도 없고,
대충씻고 침대에 누웠다. 허름한 밤, 젊은 시절 방황하던 도시의 뒷골목에서 잠을 청했던 80년대의 분위기를 연상케하는 방... 침대의 골조는 완전히 녹이 슬고, 이불은 구질구질하다
일단 한숨자자
인도네시아 첫날 묵은 숙소. 우리돈으로 16000원정도다.
-계속
첫댓글 되도 않는 여행기 한번 올려봤습니다.
이 여행을 한 후 몇 년이 지나, 지금은 말레이시아로 이주해와 살고 있습니다.
여튼 이곳에서도 이카페가 제일 큰 벗이 되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언제든 방문하시면 꼭 찾아주시길 기대합니다.
좋은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죄송하지만 2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지요 ?
글자크기를 <12폰트>해주시고
<줄 바꾸기>를 해주시면 회원들께서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활자를 키워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멋지십니다
화~
기대합니다.^^
말레이시아에 한번 가보고 싶은 1인.
사진 좀 많이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50대 중반에 뜻하지 않게 호사스럽게 쉬고 있는데..동남아 여행 이라도 하고픈 저에게 좋은 정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