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딧기 - 에스테르기
주님께서는 여자의 손으로 그들을 물리치셨다
유딧기는 기원전 2세기경, 마카베오 항쟁 직후에 팔레스티나에 사는 유다인이 쓴 작품으로 디아스포라 지역이 아니라 유다 지역이 그 배경인 작품입니다. 본래는 히브리어 혹은 아람어로 쓰였으나 그리스어 본만 남아 있습니다. 이 책에는 네부카드네자르를 아시리아의 임금으로 소개하는 것(유딧 1,1 참조)과 같은 연대기적 오류와 지리적인 혼동이 발견되며, 주인공인 유딧의 출신 도시인 배툴리아는 알려진 바가 없는 도시입니다. 유딧은 유다의 여인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이상적인 유다 여인의 전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7장은 배툴리아가 포위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보내어 소아시아, 북부 시리라, 요르단 동편을 징벌하게 합니다. 홀로페르네스는 십이만 군대를 이끌고 내려와 시돈과 아스클론을 항복시키고 배툴리아를 포위합니다. 8-16장은 아름답고 신심 깊은 과부인 유딧이 자신의 미모로 홀로페르네스를 사로잡은 뒤 그를 죽이고 유다인들을 위기에서 구원한 이야기입니다. 유딧은 연약한 과부이지만,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로 강한 자가 된 깊은 신심과 저항의 모델입니다. 유딧기의 저자는 유딧이라는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헬레니즘의 위협 속에서 종교적 정체성을 잃기 쉬운 때에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 굳건히 머물러 있도록 유다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작품을 저술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테르기는 푸림절이라는 축제의 유래를 설명하는 단편소설입니다. 원래 히브리어 본에서는 하느님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세속적인 책으로 종교적인 교화보다는 푸림절의 오락을 위해 쓰인 것이지만, 약 100여 개의 절이 추가된 그리스어 본에는 모르도카이와 에스테르의 긴 기도문이 첨가되고, 하느님이 자주 언급됩니다. 이리하여 훨씬 더 종교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습니다. 에스테르기는 먼저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임금 시절에 왕궁에서 봉직하던 모르도카이를 소개합니다. 그는 임금에 대한 역적모의를 밝혀낸 공덕으로 대신 자리에 오릅니다. 고아가 된 조카 에스테르를 딸로 입양한 그는 에스테르를 유다의 종교적 관습에 충실한 여인으로 길러냅니다. 후일 와스티 왕비가 어전에 나오는 것을 거절한 까닭에 폐위되었을 때 에스테르가 페르시아의 왕비로 간택됩니다. 이때 페르시아 왕궁의 최고 대신 하만은 모르도카이가 그에게 절하기를 거부하자 분노하여 페르시아 제국 내의 모든 유다인들을 몰살시킬 계획을 꾸밉니다. 그리고 주사위(아카드말로 푸르. 푸르의 복수 형태가 푸림)를 던져 아다르 달(2/3월에 해당됨) 14일로 날을 정하고, 제국 내의 유다인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법만 따를 뿐 페르시아 임금의 법을 무시한다고 고발함으로써 임금의 윤허를 얻어냅니다. 이에 모르도카이는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에스테르의 개입을 촉구하고, 에스테르는 목숨을 건 중재에 나섭니다. 모르도카이와 에스테르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신 하느님의 섭리 덕분에 에스테르는 무사하였고, 하만의 책략이 그 자신에게로 되돌려지고, 유다인들은 위기를 모면합니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통하여 하느님은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고 모든 악에서 건져주시는 분이심이 선포됩니다.
[ 김영선 루시아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