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으로 우편물이 한 통 왔다.
'군산시청'에서 보낸 '재산세 납세 고지서'였다.
열어보니 '부동산 2건'에 '29,220원'이라 찍혀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부동산을 취득해 본 적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전적으로 아내가 노력하여 구입한 것이다.
그래서 '아내 명의'로 되어 있다.
고향의 부동산도 작년에 소천하신 아버님이 물려주신 것이다.
우리 집(산본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고지서를 받았을 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가슴 속에서 알싸한 뭔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아버지의 숨결과 기대가 그 고지서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듯했다.
새벽에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고 나서 한 잔의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았다.
아버지가 귀천하신지 벌써 1년하고도 1개월이 흘렀다.
"나는 과연 아버지의 기대와 기도에 부응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깊은 그리움에 회한이 덧칠되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는 세월을 어느 누가 잡을 수 있으랴.
나는 더 열심히, 더 예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더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
아버지의 진정한 유훈은 많은 '재산'이나 '입신양명'이 아니라 '사랑'과 '섬김'으로 향기로운 삶을, 그런 의미있는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리라.
3만원도 안되는 고향의 재산세.
이 고지서 한 장으로 인해 한참 동안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대화했다.
눈 앞엔 '부재'하셔도 내 영혼엔 '편재'하시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평생의 기도제목을 잘 알고 있어요.
그 기도와 사랑에 부응하는 삶을 충실하게 살겠습니다.
언젠가 저도 귀천하면 그 때 아버지의 당당한 아들로서 존경과 감사의 큰 절을 당신께 올리겠습니다. 지켜 봐 주세요. 고맙습니다"
오늘 따라 유달리 하늘은 더 파랗고 높다.
2009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