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23_임은서_9월 강연.hwp
9월 인문학 강연 보고서
2823 임은서
예전에 어떤 책을 읽고 유토피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 책에 소개된 나라인 나우루 공화국은 순식간에 천연 자원을 팔아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가 되었지만 몇 십 년 뒤 자원이 고갈되자 다시 원위치로 돌아간다. 국민 전체가 일을 하지 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나우루 공화국의 모습은 마치 유토피아처럼 보였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모두가 행복하고 영원히 행복한 곳, 유토피아가 과연 존재하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 인문학 강연 주제가 유토피아에 관한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도 강연 신청서에 내 이름을 적었다. 조금 더 자세히 유토피아에 대해 알고 싶었고, 과연 유토피아의 실현이라는 것이 가능하긴 한 것인지 궁금해서였다.
최근 세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과학자들은 과학 기술로 만든 이상향을 꿈꾼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은 모두 텔로미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노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암세포에 있는 (무한증식이 가능한) 텔로머라제를 사용해 인간의 노화와 질병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실험은 불로장생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 가상공간을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상황을 설정해두고 그 속에서 몇 년이고 살 수도 있다. 게다가 미래에는 학습이 필요하지 않다. 몸에 칩만 다운로드하면, 아무 노력 없이 몇 년을 학습해 얻어야 하는 지식을 단번에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말만 들으면 과학 기술로 정말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토피아의 어원 자체가 설명해준다. 유토피아의 어원은 땅과 대지에 없는 것. 즉,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E. Bloch는 대학교도 진학하지 않은 일명 ‘고졸’이고 그에게 유토피아에 대해 알려준 스승도 없었지만, 혼자서 대학 도서관에 있는 유토피아 관련 책을 20년에 걸쳐 모두 섭렵하고 유토피아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그는 유토피아의 두 기둥을 ‘빈곤으로부터의 풍요’와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로 나누었다. 둘 다 현재의 빈곤과 억압을 벗어나고자 하는 꿈을 꾸어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부정적 현실을 긍정적 현실로 바꾸기 위해 꿈꾸기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유토피아의 사유 구조에는 ‘이미 있음’과 ‘아직 있지 않음’이 있다. 나의 의식 속에는 이미 있는 것이, 현실 속에는 아직 있지 않으니 찾기와 만들기 과정을 통해 유토피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찾기와 만들기 과정을 통한 유토피아의 실현 방법을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먼저 공간 유토피아를 찾는 방법이 있다. 이는 탐험을 시작해 이미 만들어진 유토피아를 지리상으로 발견하는 방법이다. 공간 유토피아를 찾는 것에 대한 근거는 성경과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우리 인간은 공간 유토피아를 찾는 것에 거의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 번째 방법인 시간 유토피아 만들기에 집중한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4가지의 견해가 있다. T. 모어는 생산력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낮추는 최소 노동과 여가를 얘기한다. 캄파넬라는 신의 뜻에 따른 사회구조를 구축해 ‘태양의 나라’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F. 베이컨은 과학 혁명으로 자연 지배력을 높이고 물질적 풍요를 이뤄야한다는 ‘과학 기술 지상주의’를 주장한다. 칼 마르크스는 ‘사회 혁명’을 통해 억압, 찾취, 빈곤의 사회구조를 혁명을 통해 전환하여야 한다고 한다.
현재 유토피아의 만들기가 가능할 지에 대한 의견은 둘로 나뉜다. 수정 자본주의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현실적으로 가장 최상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 최선일 뿐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과학자들은 과학 기술로 유토피아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어느 한 쪽에 맞든 간에, 우리 모두가 현실에 순응하지 말고 새 세계를 꿈꾸며 도약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한 순간에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유토피아에 가까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노력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