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호 복제>
2-22-A. 이 호는 저작물 이용에 가장 기본적 이용형태인 복제를 정의한 것인데, 구법(1986년)상 복제의 정의에서 2006년의 개정에는 일부를 수정 및 삭제를 하였으나 2009년 개정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삭제한 부분은 다음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저작권법상 복제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복제는 영어로 “Copy”라 하고, 저작권을 “Copyright”라 함으로 저작권이 바로 복제권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복제에는 넓은 의미의 복제와 좁은 의미의 복제가 있으며, 넓은 의미의 복제에는 복제물을 유형물로 작성하는 ‘유형(有形)복제’와 유형적인 복제물을 작성하지 않는 ‘무형(無形)복제’를 포함한 개념이며, 좁은 의미의 복제는 유형복제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형복제”는 현행의 정의규정과 같은 복제를 말하는 것이고, “무형복제”란 공연, 공중송신 등과 같이 저작물의 복제를 하는 것이나, 복제물을 작성하지 않고 공연, 공중송신 등의 종료로 저작물의 이용이 끝나는 것이다.
각국의 저작권법에서도, 미국은 구법(1909년)하의 판례가 영화의 상영을 무형복제로서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었으나, 현행법에서는 유형복제만으로 한정하였고(동법 §106), 일본도 구법(1899년)에서는 방송, 연주 등의 무형복제도 복제의 개념에 포함하고 있었으나, 현행법에서는 유형복제만을 복제로 하였으며(일법 §2.①.15호), 우리 구 저작권법(1957년)도 각본 등의 상연, 음악의 연주, 영화의 상영 등 무형복제도 복제에 포함하고 있었으나, 구법(1986년)에서 유형복제만 복제의 개념으로 한정하였던 것이다.
2-22-B. 그리고 유형복제에도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가시적인 복제로 인쇄, 사진촬영, 복사 등과 같이 저작물의 표현을 공중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생이 가능한 복제로 녹음, 녹화가 이에 해당하며, 이들은 시각적으로 볼 수 없고 어떤 기기의 도움을 받아 재생하여 시청할 수 있는 복제이다. 원칙적으로 가장 좁은 의미의 복제에는 가시적인 복제만으로 한정되는 것이나, 우리 저작권법은 재생이 가능한 복제, 즉 녹음⋅녹화도 복제의 정의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제협약에서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베른협약에서는 유형복제 중에 가시적 복제와 재생가능의 복제를 포함하고 있으나(동 협약 §9. 3항), 세계저작권협약은 발행의 개념에서 가시적 복제만으로 한정하였고 녹음과 녹화는 제외하였으며(동 협약 §6), 로마협약(인접권협약)과 제네바협약(음반협약)에서는 “복제” 또는 “복제물”을 정의하면서, “복제”란 고정물을 하나 이상의 복제물로 만드는 것이라(로협 §3. e항) 하고, “복제물”이란 음반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뽑아낸 음을 수록한 것으로 당해 음반에 고정된 음의 전부 또는 실질적인 부분을 수록하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음협 §1.c항) 따라서 이들 두 협약에서 복제 또는 복제물이란 재생가능의 복제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2-22-C. 2006년 개정저작권법은 복제를 “인쇄⋅사진촬영⋅복사” 등 가시적인 유형복제에 해당하는 것과, “녹음, 녹화” 등 재생 가능한 유형복제에 해당하는 것을 복제라 하여 좁은 의미의 유형복제만으로 한정하였다. 또한 법문상 “그 밖의 방법”이란, 가요반주기의 메모리칩에 입력하거나, 메모리칩에 입력된 자료를 컴퓨터로 전송받아 다른 메모리칩에 입력하는 것도 복제이며, 인터넷상의 서브나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거나, 수신자가 다운로드하는 것도 복제이고, 또한 복제물이 원 저작물과 동일하지 않고 다소 수정증감이 되어도 실질적인 유사성만 있으면 복제로 되는 것이다.
다음에 “건축물인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하는 것”도 복제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는 구 저작권법(1957년)에서 실시권(實施權)이라 하였든 것이며(동법 §23), 실시란 원래 특허법에서 특허의 실행을 실시 또는 실시권이라 하는 것이며(동법 §94), 우리 구 저작권법(1957년)에서는 건축저작물의 시공을 실시라 하였던 것이나, 각국의 저작권법이나 국제협약에서 실시 또는 실시권이란 용어가 없고, 이를 복제에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구법(1986년)도 복제에 포함시킨 것이다.
2-22-D. 끝으로 구법(1986년)의 2000년도 개정에서 종전에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라고 한 것을,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라고 하여 “유형물에 고정”을 삽입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디지털화를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라 하였으나, 우리 사법부의 판례도 이미 디지털화를 복제로 보고 있으며(위 각주 35 참조), 국제적으로도 복제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정되었는데, 이를 다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며, 오히려 재생가능의 복제인 녹음 및 녹화가 유형물에의 고정을 의미하는 것이고, 디지털화의 고정도 재생가능의 복제이므로 불필요한 것인데, 이를 삽입하였으므로 오히려 녹음 또는 녹화와 고정을 구분하여야 할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2006년의 개정에서 종전에 ‘사진’이라 한 것을 “사진촬영”으로 한 것은, ‘사진’이 결과물이지 행위가 아니므로 타당한 수정이라고 생각되나, 종전에 ‘각본⋅악보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저작물의 경우에는 그 저작물의 공연⋅실연 또는 방송을 녹음하거나 녹화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한 것을 삭제한 것은 저작권법상 복제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조치로서 앞으로 혼란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첫째로 각본 악보 등을 좁은 의미로 복제한다는 것은 각본 악보 자체를 유형물로 복사하는 것을 의미하고, 둘째로 각본 악보 등을 연극이나 연주 등으로 공연 또는 실연하는 것은, 이미 각본 악보의 그 자체가 아니고 실연자의 실연이 개재된 것이므로, 그 실연의 녹음 또는 녹화는 실연 자체의 복제이지, 각본이나 악보의 복제라고 할 수 없으며, 셋째로 실연자가 그 각본 또는 악보의 실연을 위하여 저작자의 허락을 받는 것은 공연 등의 허락(행사)이지 복제권의 행사가 아니고, 넷째로 저작물의 공연 또는 실연은 2차적저작물의 작성행위가 아니므로, 각본 악보를 공연 또는 실연한 녹음⋅녹화물을 복제할 경우에는 각본⋅악보에 대한 저작자의 복제권이 미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각본⋅악보 등의 저작자는 각본⋅악보 등에 대한 공연권을 행사한 후에는, 그 실연의 녹음⋅녹화물이 수없이 복제되어도 복제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작자는 저작물의 공연 또는 방송물에 대한 복제권이 살아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