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10곡 야훼의 성궤, 오만의 죄를 지은 영혼들】
우리가 지나온 문은 잘못된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릇된 길을 똑바로 난 길로 여기는
영혼들에게는 영원히 닫혀 있을 것이다.
연옥의 문은 잘못된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는 열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잘못된 사랑은 선을 유도하는 사랑이 아니라 악을 유발하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첫 번째 둘레를 향해 바위를 관통하는 길을 따라 좁은 틈 사이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이리저리 이어진 바늘구멍과 같은 틈 사이를 빠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사막의 길보다 더 외로운 그 산마루에 멈춰 섰습니다. 여기가 첫 번째 둘레입니다.
허공이 매달려 있는 산마루의 가장자리부터
위로 곧바로 치솟은 벼랑의 발치까지는
세 사람의 키를 더한 정도의 거리였다.
그 벼랑 주변은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리스의 위대한 조각가 풀리클레이토스 뿐만 아니라 자연마저 무색할 찬란한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눈물로 고대하던 평화를 전파하려 내려온 가브리엘 천사가 아베(AVE)라고 말하는 듯하고 성모마리아가 거룩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어 살아있는 형상처럼 보였습니다. 위 벽화 오른쪽, 수태고지인듯 합니다.
피렌체 산 마르코 수도원에 있는 '수태고지'입니다.
수도사들의 방의 모습입니다. 아주 작은 네모난 방에 창이 하나있고 벽에 프레스코화가 한 점이 있을 뿐 텅 빈 공간입니다. 안젤리코는 2평 정도의 좁은 방에서 고행하는 수사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기 위해 43개의 방에 프레스코화를 그렸답니다.
3번 방의 프레스코화 '수태고지'
수도사의 방 3번 방에 있는 프라 안젤리코 수태고지
산 마르코 수도원에 43개의 방이 있는데 방마다 한 점씩 안젤리코의 작품이 있습니다.
43개의 방을 다니며 감상만 하고 복도의 아래 수태고지를 몇 번이고 망설이다......NO PHOTO,
- 2012년 피렌체 여행 중 산 파르코 수도원에서
2층 복도에 있는 프라 안젤리코 대표작 수태고지
2012년 피렌체 여행 중 산 파르코 수도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였는데 NO PHOTO
단테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에는 다른 이야기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맡지 않는 임무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법.
그 대리석에 새겨져 있는 것은
야훼의 성궤를 끌고 있는 수레와 황소였다.
성궤(계약의 궤. 히브리 민족이 야훼와 맺은 계약의 상징)는 야훼가 모세에게 만들도록 했는데 이 성궤는 사제만 만질 수 있습니다. 사울 왕이 보관해 두고 잊어버린 성궤를 다윗왕이 예루살렘으로 옮겨 오면서 규정을 따르지 않고 소가 끄는 수레에 싣고 오다 운반 책임자가 무의식으로 만져 즉사했습니다. 그 후 소가 아니라 제사장이 메어 나른다고 합니다. 솔로몬이 기원전 957년 예루살렘 성전이 완공되자 지정소에 보관했는데 이후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그 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일곱 합창대로
나뉘었는데, 내 감각 중 하나가 “아니야,”라고 말하면
다른 하나는 “진짜야! 정말로 노래하는데!”라고 말했다.
그 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일곱 합창대인데 대리석에 새긴 형상이라 조각인데 조각이 하도 생생하여 노래가 들리는 듯합니다.
다윗 왕의 아내인 미갈이 보입니다. 그녀는 다윗 왕이 야훼의 궤를 가져왔을 때 창문에서 다윗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경멸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런 미갈의 오만한 행동의 벌로 불임이라는 벌을 받았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들여다보고 싶어 발을 옮겼는데 거기에는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의 위대한 영광 이야기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트라야누스 말의 재갈 옆에 울고 있는 여인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트라야누스황제의 정의로움과 관대함을 표현한 듯합니다.
그것을 만든 장인 때문에 값지게 보이는
그 지극한 겸손들이 펼쳐진 광경에
기뻐하며 서 있는 동안 시인이 내게 속삭였다.
"오만한 죄를 지은 영혼들이 참으로 느리게 움직이는구나. 그들이 우리를 계단으로 이끌 것이야"라고 합니다.
저쪽을 잘 보아라! 바위를 이고
움직이는 저들이 보이느냐? 하나하나가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것이 보이느냐?
그 영혼들은 무거운 바위를 메고 바닥을 향해 구부리고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등에 진 무게에 따라서 어떤 이들은 더 눌려 있고 어떤 이들은 덜했는데 그들 중 가장 인내가 강한 자도 “더 못하겠다!”며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유충들, 최후의 심판을 향해
온전히 날아갈 천사 나비가 되기 위해 태어난
유충들임을 모르는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결점투성이 미완의 벌레에지나지 않건만
어찌하여 마음만 그렇게 높이 세우고 있는가!
라고 하며 단테는 안타까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