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아파트 재건축과 해상풍력
해운대 발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청사포 앞바다의 해상풍력발전단지와 해운대해상케이블카도 그중의 하나다. 양자 모두 사업자와 주민, 주민과 주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보면 지난 AID아파트 재건축 당시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아서 자칫 그때의 우를 범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AID아파트 재건축 당시 극심한 대립
달맞이언덕에 우뚝 솟아있는 해운대힐스테이트아파트위브의 전신은 AID아파트다. 2000년대 초 해운대의 대형 이슈 중 하나가 달맞이 AID아파트 재건축이었다. 재건축안을 두고 재건축추진위원(이하 추진위) 측과 추진위의 계획안을 반대하는 측이 격심한 대립을 빚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달맞이언덕에 판상형아파트 형태로 높고 길게 들어설 경우 달맞이 언덕 경관을 해친다는 것과 신시가지가 공기 흐름이 막히는 분지로 변한다는 주장이었다. 오랜 공방 끝에 기존 재건축안은 철회되고 다시 층수를 낮춘 수정안이 나왔지만 이 역시 반대에 부딪혔다. 살벌한 대립을 거치다 국내 아파트 재건축 사상 처음으로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로 하자는 데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대립과 갈등을 거친 결과가 지금의 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이다. 2005년 12월, 노후된 AID아파트를 탐사하면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현관 벽면에 그려진 아이들의 해맑은 낙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연탄 보급조차 끊긴 집에서 “우리가 입주할때 창밖의 좌동은 농지로 이루어진 한 폭의 그림이었다. 차츰 신시가지가 들어서면서 소음과 먼지를 감내했다. 신시가지가 건설된 후에는 좋은 전망대신 아파트만 보았다. 그런데도 이젠 우리 아파트 재건축을 신시가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내내 귓가에 머물렀다.
사실 신시가지라는 초대형 아파트단지가 건설되는 내내 AID아파트 주민들이 겪은 고충을 신시가지 주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만일 그 고충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AID재건축에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그리고 당시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였는지 돌아본다.
•누가 진정한 피해자였나?
AID아파트 재건축이 지연되면서 가장 큰 피해자는 입주민과 더불어 AID아파트 인근 주민들이었다. 재개발, 재개발하면서 아파트 보수를 하지 않아 몇 몇 동의 입주민들은 노출된 가스통으로 인한 폭발위험과 상하수도는 물론 난방까지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면 AID아파트를 허무는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소음과 분진은 인근주민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던 것들이었다. 특히 힐스테이트위브 신축 시 진동은 공포감까지 느끼게 만들었으며 재건축이 시작되자 빠져나온 입주민들의 수요로 달맞이 인근 전·월세가 높아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대중교통 역시 공사기간 동안 노선이 좌동순환로로 변경되어 달맞이 주민들의 고충을 가중시켰다. 만일 달맞이 주민들이 불편을 감내하다 못해 실력행사로 나섰다면 힐스테이트위브 신축공사는 더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짐작된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힐스테이트위브는 현재 달맞이언덕, 즉 와우산에 뿔처럼 우뚝 솟아 있다. AID아파트 재건축추진위의 안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했던 것이 오히려 와우산의 형태를 망친 결과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치의 양보 없는 싸움 끝에 마지못해 국제공모를 거쳐 탄생한 지금의 작품이 해운대해변의 초고층 엘시티와 더불어 해운대와 달맞이언덕의 경관을 얼마나 망쳐놓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만일 시간을 거슬러 재건축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안은 진정 없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해상풍력과 해상케이블카 건설로 달구어진 해운대
최근엔 청사포 앞바다 해상풍력단지 건설과 마린시티를 통과하는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또다시 주민들의 의견이 니눠지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그들의 주장을, 건설하고자 하는 측은 또 그들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치 AID 재건축의 족적을 따라가지나 않는지 걱정이 든다.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그 의견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다음 보다 진전된 의견을 내놓으면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청사포 해상풍력에 대해선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우리집 앞 청사포에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주장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확한 팩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음에도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사업자측의 잘못도 있다. 사업자측에선 홍보활동을 충분히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주민들이 부족하다면 그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특히 재산권같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주민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주장보다 의논으로 협의 도출을
해상풍력 문제에서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음, 어족자원 고갈, 경관 훼손, 날개 파손에 따른 위험, 생태계 파괴, 고압선 등은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정확한 팩트를 구하지 않으면 AID재건축협상 때의 사례가 다시 반복되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도 아직 사업자와 주민들간 토의할 시간이 있어 보인다. 또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공청회를 마련하겠다는 의사도 전해 받았다. 아무쪼록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논의하여 대립이 아닌 협의로결론이 도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