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출전한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에서 네 명의 중국 기사들을 꺾고 결승에 오른 신진서 9단. 결승 상대도 중국 기사 셰커 9단이다.
'반상의 제왕' 신진서 9단이 새해 큰걸음을 시작했다. 첫 출전한 최대 기전 응씨배에서 5연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4명의 중국 강자들을 꺾은 결승 진출이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여겨졌던 자오천위 8단과의 준결승전은 예상 외로 첫 판에서 고전했으나 2국에서는 안정감 있게 2연승으로 마무리했다.
18일에는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메이저 다관왕을 향한 행마를 이어간다. 소개하는 기보는 지난 10일에 열렸던 제9회 응씨배 준결승전 두 번째 대국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장면도> 팽팽한 국면에서 신진서 9단(백)이 전단을 구한 곳은 좌상. 백1은 실전 80수째에 해당한다. 끝내기로는 손해인 이곳에 하나 껴붙인 다음 마우스 커서가 향한 곳이 흑진의 틈새를 찔러간 백3이었다.
1도(밭전자 사이) 흔히 밭전자는 고수의 행마라 하고, 밭전자 사이를 째는 것은 하수라고 하는데 막상 당하면 껄끄러운 곳도 밭전자 사이다. 틈새를 찔린 △에 '메이저 4강' 자오천위 8단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2도(실전진행1) 흑1은 실전의 응수. 백2는 기분 좋은 틀어막음. 자오천위 8단은 또다시 흑3으로 움츠렸다. 이 두 번의 '저자세'가 이 판을 내준 일차적 원인이 됐다.
3도(나가는 한수) 먼저 흑1로 나가야 했다. 백2ㆍ4가 애초 △의 껴붙임과 세트인 맥. 끝내기 손해를 보상받고도 남는다는 것이 신진서 9단의 계산이다. 흑은 여기서 손을 돌려 요충지 5를 차지하면 이제부터의 승부.
4도(주의) 흑1 때 하수를 골려먹기 좋은 수순이 먼저 젖히는 백2. 덥썩 3으로 찔렸다가는 낭패를 본다. 백4ㆍ6이 듣는 자리여서 흑이 지리멸렬.
5도(유일한 응수) 더 큰 잘못은 <2도> 흑3. 맛이 나쁜 흑진의 보강이 필요한데 실전의 제자리걸음은 회복불능의 형세로 빠뜨린 것. 인간 해설진도, AI 참고도도 1ㆍ3으로 붙여끄는 수를 제시했다. A에 웅크린 실전과의 집차이는 따져보나 마나. 백4에 압박해 AI 승률 52%의 진행이다.
6도(걱정없다) 붙여끄는 수의 걱정거리라면 백1이지만 크게 걱정할 곳은 아니다. 백9로 따내는 것은 흑10으로 백이 전멸.
7도(변화1) 자오천위 8단은 뒷맛을 꺼렸을까. <6도> 백9로는 1에 나가는 수가 있지만 큰 수는 나지 않는다. 흑4에 백5면 흑6.
8도(변화2) 백1 쪽으로 취하면 흑은 2ㆍ4. 백이 살기 위해서는 흑6ㆍ8을 허용해야 하므로 잃는 것이 더 크다. 흑 승률 85%.
9도(변화3) 흑1 때 백2로 안쪽에서 젖히는 변화는 이하 흑9까지.
10도(실전진행2) 다시 돌아가서 실전진행이다. 자오천위 8단의 잇단 제자리걸음에 신진서 9단은 기분 좋게 흑진을 눌러놓은 다음 한눈에 들어오는 모자 한방(백4)으로 은근슬쩍 위협하고, 6ㆍ8로 새털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AI 승률 85%를 찍었다.
여담 하나. 온라인 중계 사이트로 이 바둑을 관전하던 커제 9단이 자오천위 8단의 승률이 급전직하한 장면에서 대화창에 글 하나를 올렸다. "1국에서 자오천위가 97%도 역전당했으니 85%인 신진서도 역전당할 수 있다."
▲ 올해 행마가 더욱 기대되는 신진서 9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