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050)-농막에 누어 달을 보다(190718 연중15주간 목)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마태 11,28).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풀밭에서 씨름을 한다.
호미로 뿌리가 뽑히지 않아 모와 날이 달린 약초곡괭이를 장만하였다.
모로 찍어서 뽑다가 힘이 부치면 날로 잘라 뽑아버렸다.
호미보다 훨씬 낫다.
이마에서 쏟아진 땀으로 눈이 쓰리면 소매로 훔치며 풀을 뽑았다.
작년에 죽은 잡초 아래를 들출 때마다 노래기 소굴이 나왔다.
괭이를 집어던지고 예초기에 나이론줄 커터기를 달고 흙바닥이 보이도록 화단을 조져버렸다.
안면보호구를 안 썼더니 풀잎이랑 흙이 눈으로 입으로 튀어들어 왔다.
노래기 소탕작전 중에 유둣날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멋쩍어진 나는 엔진을 멈추고 뒤통수를 긁으며 창고로 들어 고양이들한테 밥을 주었다.
몸을 씻으며 내 손에 죽은 미물들을 추모하며 속죄했다.
신 열무김치를 얹은 흰 쌀밥 숟가락을 입에 넣으며 애도를 계속했다.
내 방은 농막이다.
문을 열고 누으면 보름달 빛과 풀벌레소리가 방 안에 한 가득 찬다.
오늘 밤에도 비 맞은 중처럼 나는 달빛을 맞으며 중얼거렸다.
“너희도 한 생명 나도 한 생명인데, 너희와 나는 왜 함께 할 수 없니?
나는 어미에게 버림받고 울부짖던 수목원 새끼고양이를 태우고 어둠을 달려 병원까지 달려가지 않았던가?
단지 생김새가 징그럽다는 이유로 노래기한테는 왜 그리도 무자비한가?
생명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
어둠의 피물들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에 갇힌 채 잠은 별처럼 쏟아져 눈두덩이 천근만근이구나.”
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멘~~~
"조지다"를 다른디 사람이 알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