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인도품 12장】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세정을 생각하는 법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요,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하나니,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나는 남에게 그리 말고,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나도 남에게 그리 하라. 이것은 곧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이니, 이와 같이 오래오래 공부하면 자타의 간격이 없이 서로 감화를 얻으리라.]
핵심주제
【류성태】 나를 미루어 남 세정을 알라
【한종만】 다른 사람의 세정을 알아주라
【신도형】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세정을 생각하는 법
대의 강령
1)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고,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한다.
2)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남에게 그리 말고,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남에게 그리 하라.
3) 이것이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이니, 이와 같이 공부하면 자타의 간격 없이 서로 감화를 얻는다.
용어 정의
자타(自他) 자기와 남. 자력과 타력. 주관과 객관.
간격(間隔) 사람들의 관계가 벌어진 정도.
감화(感化) 진리를 가르쳐서 중생의 마음이 불보살의 마음으로 바뀌도록 하는 것.
세정(細情) 다른 사람의 특수한 사정·형편.
주석 주해
【류성태】 사람의 감정은 공통되는 바가 많다. 내가 좋아하면 남도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면 남도 싫어한다. 주자의 [중용] 13장 주석에서도 ‘推己及人爲恕(추기급인위서, 헤아려 동정할 서, 용서할 서)라 하였다. 나를 미루어 남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남이 원 없는 것을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 시냇물을 둘이서 건넌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이 양말을 벗고 다른 사람을 업어서 건네주어야 할 경우,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것이가? 상대방이 나를 건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설 수 있다. 이에 남을 미루어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교화자의 자비심이다.
【박길진】 남한테 먼저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약점이다. 남이 나에게 먼저 그렇게 하도록 바라고, 하지 않으면 불평을 한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내가 먼저 남에게 무상으로 베풀어야 한다. … 남의 심사(心思)를 알아주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한종만】 나를 미루어서 다른 사람에게 미치게 한다. “윗사람에게 미움 받은 바를 밑의 사람에게 미워하지 말라”(대학), “내가 하고 싶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시키지 말라”(논어 권12). … “나의 어버이를 섬기는 마음을 미루어 다른 사람의 어버이에게 미치게 하라”(맹자 권1)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로 되고 있다.
【신도형】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니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나는 남에게 그리 말고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은 것이니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나도 남에게 그리하라.
관련 법문
【정전 제3 수행편 제12장 솔성요론】 12. 정당한 일이거든 내 일을 생각하여 남의 세정을 알아줄 것이요, … 15. 다른 사람의 원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할 것이요,
【대종경 제4 인도품 9장】 김 기천(金幾千)이 여쭙기를 [사람이 어찌하면 순(順)과 역(逆)을 알게 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순이라 함은 저 춘·하·추·동 사시의 변천이 차서를 잃지 아니함과 같이 모든 일에 그 순서를 찾아서 하는 것이요, 역이라 함은 일의 순서를 알지 못하고 힘에 감당 못할 일을 구태여 하고자 하며, 남의 원 없는 일을 구태여 권하며, 남의 마음을 매양 거슬려주는 것이니, 사람이 무슨 일을 할 때에 먼저 이 순과 역을 잘 구분해서 순을 주로하여 행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일이 거의 없으리라.]
【대종경 제12 실시품 2장】 대종사 하루는 실상사에 가시었더니, 때에 노승 두 사람이 한 젊은 상좌에게 참선(參禪)을 하라 하되 종시 듣지 아니한다 하여 무수히 꾸짖고 나서, 대종사께 고하기를 [저런 사람은 당장에 천 불이 출세하여도 제도하지 못하리니 이는 곧 세상에 버린 물건이라.] 하거늘 대종사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화상(和尙)들이 저 사람을 생각하기는 하였으나 저 사람으로 하여금 영영 참선을 못하게 하는 것도 화상들이로다.] 하시니, 한 노승이 말하기를 [어찌하여 우리가 저 사람에게 참선을 못 하게 한다 하시나이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남의 원 없는 것을 강제로 권하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영영 그 일을 싫어하게 함이니라. 내가 지금 화상에게 저 산의 바위 속에 금이 들었으니 그것을 부수고 금을 캐라고 무조건 권하면 화상은 곧 나의 말을 믿고 바로 채굴을 시작하겠는가.] 노승이 한참 동안 생각한 후에 말하기를 [그 말씀을 믿고 바로 채굴은 못 하겠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화상이 그와 같이 확신을 하여 주지 않는데 내가 만일 강제로 권하면 화상은 어찌하겠는가. 필시 내 말을 더욱 허망하게 알고 말 것이니, 저 사람은 아직 참선에 대한 취미도 모르고 아무 발원도 없는데, 그것을 억지로 권함은 저 사람으로 하여금 참선을 도리어 허망하게 알게 함이요, 허망하게 아는 때에는 영영 참선을 아니할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이는 사람 제도하는 묘방이 아니니라.] 노승이 말하기를 [그러하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제도하는 묘방이 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저 바위 속에 금이 든 줄을 알았거든 내가 먼저 채굴하여다가 그것을 광채 있게 쓰면 사람들이 나의 부유해진 연유를 알고자 하리니, 그 알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를 보아서 그 내역을 말하여 준다면 그 사람들도 얼마나 감사히 그 금을 채굴하려 할 것인가. 이것이 곧 사람을 제도하는 묘방일까 하노라.] 노승들이 고쳐 앉으며 말하기를 [선생의 제도하시는 방법은 참으로 광대하나이다.] 하니라.
【대종경 제13 교단품 3장】 대종사 서울에 행가하시니, 여러 제자들이 와 뵈옵고 서로 말하되 [우리 동문(同門) 형제는 인연이 지중하여 같은 지방 같은 시대에 태어나 한 부처님 문하에서 공부하게 되었으니 어찌 반갑지 아니하리요. 이는 실로 길이 갈리지 아니할 좋은 인연이라.]하거늘, 대종사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내가 그대들의 말을 들으니 한 편은 반갑고 한 편은 염려되노라. 반가운 것은 오늘날 그대들이 나의 앞에서 서로 화하고 즐겨함이요, 염려되는 것은 오늘날은 이와 같은 좋은 인연으로 서로 즐기나 이 좋은 가운데서 혹 낮은 인연이 되어질까 함이니라.] 한 제자 여쭙기를 [이같이 좋은 가운데서 어찌 낮은 인연이 될 수 있사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낮은 인연일수록 가까운 데서 생겨나나니 가령 부자 형제 사이나 부부 사이나 친우 사이 같은 가까운 사이에는 그 가까움으로써 혹 예(禮)를 차리지 아니하며 조심하는 생각을 두지 아니하여, 서로 생각해 준다는 것이 서로 원망을 주게 되고, 서로 가르쳐 준다는 것이 도리어 오해를 가지게 되어, 필경에는 아무 관계 없는 외부 사람만도 못하게 되는 수가 허다하나니라.] 한 제자 여쭙기를 [그러하오면 어떻게 하여야 가까운 사이에 낮은 일이 생기지 아니하고 영원히 좋은 인연으로 지내겠나이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남의 원 없는 일을 과도히 권하지 말며, 내가 스스로 높은 체하여 남을 이기려고만 하지 말며, 남의 시비를 알아서 나의 시비는 깨칠지언정 그 허물을 말하지 말며, 스승의 사랑을 자기만 받으려하지 말며, 친해 갈수록 더욱 공경하여 모든 일에 예를 잃지 아니하면, 낮은 인연이 생기지 아니하고 길이 이 즐거움이 변하지 아니하리라.]
【대종경선외록 19. 요언법훈장 32절】 또 말씀하시었다. "남의 은혜만 많이 바라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세정 알아 주기가 어렵고, 제 욕망만 채우려는 사람으로서 남에게 혜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위 내용은 【류성태(2008), 대종경 풀이 上, 361~362】,【신도형(1974), 교전공부, 608】,【원불교 대사전】,【원불교 용어사전】,【원불교 경전법문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