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이 인도의 외딴 숲속 나무에 결박된 채 발견된 사건이 의문점 투성이라고 영국 BBC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달 27일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신두두르그 지구의 정글 숲에서 랄리타 카위(50)는 그녀의 비명을 들은 목동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구조됐다. 경찰은 나무에 묶인 사슬을 풀어줬다. 완전 탈수 증세를 보였던 카위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날 현재 그녀의 몸상태는 한결 나아져 심리 치료 시설로 옮겨졌다고 의료진이 BBC에 밝혔다.
탈수 증세 때문인지 말을 할 수 없는 카위는 경찰에 글로 쓴 메모를 통해 남편이 "날 묶고 음식이나 물 없이 죽도록 숲에 버려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녀가 제공한 정보에 근거해 남부 타밀 나두주에 산다는 남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카위가 구조된 지 이레가 지났는데도 그녀가 누구인지, 그녀가 문제의 숲에 있게 된 경위, 누가 그녀를 나무에 묶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를 맨처음 발견한 목동 판두랑 고카르는 BBC 마라티 지부에 "한 여인이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었을 때 소떼를 몰아 숲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소리는 산 옆의 숲에서 들려왔는데 내가 그곳에 갔을 때 그녀의 다리 한 쪽이 나무에 묶여 있는 것을 봤다. 그녀는 동물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난 다른 마을사람들과 지역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그녀가 소지하고 있던 여권 사본을 찾아냈는데 미국 시민권자라고 적혀 있었으며, 인도인에게 유일한 신분증인 아다아르(Aadhaar) 카드에는 타밀 나두주 주소가 명기돼 있었다. 그녀는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3만 1000 루피(약 50만원)를 갖고 있었다. 강도를 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주민들은 목동이 소떼를 몰아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어서 그녀가 운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녀가 발견된 숲은 방대한 곳이어서 도와달라는 그녀의 비명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며칠은 더 숲속에 버려진 채로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근처 병원으로 이송했다가 나중에 더 치료 여건이 좋은 이웃 고아주의 병원으로 다시 옮겼다.
고아 의과대학의 쉬바난드 반데카르 학장은 그녀의 다리 곳곳에 상처가 있고 정신건강 문제 때문에 고통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일간 인디안 익스프레스에 밝혔다.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녀가 먹지 못했는지 알지 못하는데 생존 신호(vital sign)는 안정적이다."
그녀는 이날 마하라슈트라주 랏나기리 지구의 정신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상가미트라 퓰레 병원장은 "몸상태가 안정적이다. 약도 잘 먹고, 식사도 잘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린다. 원하는 것을 소통할 수도 있다. 영어만 쓰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카위는 미국에서 발레 무용수 겸 요가 강사였다. 일부 보도는 그녀가 매사추세츠주 출신이라고 했다. 인도에 온 것은 10년 전쯤 타밀 나두주에서 요가와 명상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일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남편을 만난 것도 그곳에서였으며, 경찰은 그를 '사티쉬'라고 지칭했다. 경찰은 부부가 파경에 이른 것으로 믿고 있다. 몇몇 보도는 그녀가 고아의 한 호텔에 이틀 묶었으며 금융 중심지 뭄바이도 다녀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그녀가 이 숲에 왔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말할 수도 없었던 카위는 패드에 몇 글자씩 적는 식으로 경찰, 의료진과 소통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이 나무에 자신을 묶었으며 40일 동안 음식과 물 없이 견뎠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지독한 정신과 주사"를 맞아 턱을 벌릴 수 없으며 물도 마시지 못했고, 정맥을 통해 영양제를 공급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주장이다. "난 피해자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달아났다."
그러나 경찰은 그녀의 주장을 입증할 수가 없으며 누군가 음식과 물 없이 그렇게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단 남편을 살인 미수범으로 입건해 타밀 나두와 고아, 마하라슈트라주에 인력을 파견했다. 그녀의 남편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매체를 통해서도 어떤 언급도 없는 상태다. 경찰은 그녀의 휴대전화와 태블릿에 실마리가 있는지 찾고 있다.
일부 보도는 델리 주재 미국 대사관이 인도 당국에 수사 속도를 높이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사관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사관 대변인은 "미국 프라이버시 법률에 의거해" 조사 내용에 대해 대응할 수가 없다고 BBC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