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시즌 1을 태국에서 핸드폰으로 보고 집에 돌아와 TV 큰 화면으로 다시 봤다
그야말로 복습을 하고나서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핸드폰으로 보는 것은 집중이 덜 되기도 했지만 운동하고 들어와 피곤함에 이어폰 끼고 시청하는 방법은
사실 놓치게 되는 부분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3월 10일을 기다리는 동안 시즌 2에 대한 각종 예상스토리 혹은 스포를 가장한 글들이 난무하기도 했었다
그중 제일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시즌 1에 대한 <더 글로리 중간고사> 시험지까지 온라인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딸들이랑 재미로 풀어봤는데 난 낙제에 가까운 32점을 받은 게 충격이었다
딸들은 70점대는 돼야 한다며 나를 놀려댔다
시즌 2가 시작되는 날 저녁도 일찍 먹고 샤워도 일찍 하는 수선을 피우며 집중했다
만약 사이다가 아닌 고구마를 던져준다면 작가 미워할 거야 하는 어린애 같은 투정도 부려가며
단단히 맘을 먹고 티비앞에 앉았다
문동은을 연기한 송혜교의 입꼬리를 올리는 연기 하나가 이 드라마의 모든 걸 다 말해줬다
절제된 송혜교의 연기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고구마는 없었다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기분이다
문동은의 복수는 오히려 문동은의 손에 피 한 방울, 더러운 먼지 하나 묻히지 않아 깔끔하다
학교폭력 가담자들끼리의 자중지란으로 끼리끼리 벌을 주는 방법이
더 재미있게 끌고 가고 작가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었다
한 패거리들 속에 끈끈하게 묶여있는 듯 했던 학폭 가담자들이
주인공 동은이 깔아준 판 위에서
서로 물고 뜯으며 민낯을 드러내는 모습이 그리 통쾌할 수가 없다
동은의 손에 피는 고사하고 티끌하나 묻히지 않고 통쾌하면서도 처절한 복수를 해 준 셈이다
남보다 못한 동은 엄마도 딸이기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벌을 주고
딸을 팔아서라도 자신이 살아야겠다는 연진이 엄마 역시 동은 엄마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딸의 빗나감을 그리도 돈으로 막아주던 그 모정 역시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동은의 조력자였던 주여정도 이젠 트라우마를 떼어내야 할 차례다
"내가 도와줄게요"
"이모님 구합니다"
이 말속에 이제 주여정도 치유되는 과정으로 들어섰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치유의 장소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우릴 안심시킨다
모든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에 감탄하면서 몰입했다
주연 조연 모두 수고 많았어요
시원한 사이다를 따라준 김은숙 작가 역시 다음작품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