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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맹렬하게 반대! 나는 치료대상 아니다"
조선혜입력 2023. 6. 24. 21:12
[현장] '서울시 성소수자 차별행정 규탄 행진' 열려... "서울시는 반성하라"
[조선혜 기자]
▲ 24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서울시 성소수자 차별행정 규탄 행진'에 참석한 이들은 시청광장에서의 축제를 불허한 서울시의 '차별 행정'을 비판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장운영위는 전원 사퇴하라", "오세훈은 사과하라", "성소수자 보지 않을 권리 없다, 성소수자 권리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종로3가역까지 30여 분간 행진했다. |
ⓒ 조선혜 |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우리야말로 당신을 맹렬히 반대합니다."
'시민들이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등의 명분을 내세워 다음 달 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의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한 서울시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4일 체감온도 33도의 무더운 날씨 속에도 100여 명의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규탄 집회·행진에 동참했다.
이날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서울시 성소수자 차별행정 규탄 행진'에 참석한 이들은 시청광장에서의 축제를 불허한 서울시의 '차별 행정'을 비판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성균관대 성소수자 모임 '큐어홀릭'의 견우씨는 "저는 서울시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시민이고,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에 의해 설 자리를 뺏긴 청년"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서울시가 앞서 지난달 4일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하는 한편, 기독교 재단인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의 시청광장 사용을 허가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서울시의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속기록을 살펴봤다"며 "그들은 부끄러움도 없이 '시민과 다수의 보지 않을 권리'를 주장했고, 논란이 되는 퀴어 퍼레이드를 걸러내겠다는 발언으로 우리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고 했다.
"성소수자, 회복돼야 할 대상 아냐... 공권력에 분노"
▲ 2022년 7월 16일 서울광장에서 3년 만에 퀴어문화축제와 맞불 집회가 열렸다. 당시 모습. |
ⓒ 연합뉴스 |
성소수자에 대해 '치료받아야 할 대상'으로 낙인찍기를 시도하는 서울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견우씨는 "저를 치료의 대상으로 언급하고, 우리가 가진 보편적인 성적 권리를 제한하려는 공권력에 분노한다"며 "'회복과 치료'라는 이름을 덧붙이며 다른 방향을 강요하는 것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의지 표명과 다름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우리는 회복돼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성적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쟁취할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 내가 느끼는 나 그대로, 우리는 당당히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이 성소수자를 사회적으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 유나씨는 "시청광장 사용 불허는 단순한 공간의 일시적 제한이 아니다"라며 "성적 지향을 불문하고 국민 기본권 증진에 힘써야 할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이 공권력을 이용해 성소수자를 유해한 존재로 낙인찍고, 사회에 드러나선 안 되는 존재로 규정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일상, 일터, 가정 모든 곳에서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퀴어 커뮤니티가 시민으로서의 존재를 확인받고 서로를 축하하는 자리"라며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는 없다. 서울시의 반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행진에 참석한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도 "'보지 않을 권리'가 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하는 이유라면, 서울시의 행정 원칙은 힘 있는 자, 권력 있는 자들의 편에서 시민권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해내는 것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침해할 권리, 오세훈 시장에 없어"
▲ 24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서울시 성소수자 차별행정 규탄 행진'에 참석한 이들은 시청광장에서의 축제를 불허한 서울시의 '차별 행정'을 비판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
ⓒ 조선혜 |
이어 "오 시장은 정치 권력과 행정력을 동원해 시민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사견에 따라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할 권한은 오 시장에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를 광장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이런 행태가 시설화 정책"이라며 "우리를 내몰아도 우리는 정해진 장소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나 계속 출몰하고 연대하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오 시장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류우진씨는 "시청광장은 모두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장소이고 누구든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장소"라며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싫다고 해서, 인정하지도 않겠다고 해서, 우리의 가치와 존재와 존엄을 차별하는 것은 공권력을 악용한 괴롭힘"이라고 했다.
이어 "차별과 혐오를 버릇처럼 일삼는 차별적 행정과 혐오 정치를 반대한다"며 "차별과 혐오가 계속되면 우리는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흠씨도 "매년 시청광장에서 해왔는데도, 개신교 단체의 행사를 이유로 불허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탄압 의도를 보인 행정"이라며 "오 시장은 약자와 동행하겠다는 말을 제발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장운영위는 전원 사퇴하라", "오세훈은 사과하라", "성소수자 보지 않을 권리 없다, 성소수자 권리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종로3가역까지 30여 분간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