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대는 가슴 안고 울릉도를 다녀왔습니다.
이 섬은 쉽게 다녀올 수 없는 곳이기도 해서, 칠십을 넘긴 지금에야 처음 가는 회원이 많았습니다.
파고가 높아지면 갈 수 없기에, 바람 자는 날이 최고의 여행 길일입니다.
대체로 바다가 잔잔한 시기에 맞춰, 5/15-19까지 4박5일 일정으로, 8명이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더없이 평온한 바다였지만, 올 때는 살짝 배를 흔들어 주었습니다.
일정 내내 날씨는 맑고 기온은 쾌적해서, 모든 스케줄을 차질 없이 소화했습니다.
울릉도는 그저 큰 바위덩어리 하나로 된 화산섬이었습니다.
섬 전체가 산악지형으로 가파른 절벽이 그대로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하다기 보다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해변의 모래톱에 모래라곤 없었습니다.
부서진 시커먼 화산석 조각이 날카로운 형상으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 철이라 들고나는 어선도 없고, 오징어 덕장에는 오징어 한 마리도 걸려있지 않았으며, 방파제 주변에 낚시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평평한 나리분지를 제외하면, 경사 심한 산자락에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있으면 감자 호박을 심었습니다.
우리가 묵은 석호산장의 로케이션은 절묘했습니다.
가파른 산등성이에 세워진 탓에 입구는 좁고 위험합니다.
하지만, 베란다에 앉아만 있어도 눈 아래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그 보다 진한 푸른색의 바다와 사방의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산장이라 럭셔리한 잠자리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불 깔개가 너무 얇아 등이 배겼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옹기종기 다섯 명이 한 방에서 칼잠을 잤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조금씩 다 코를 곱니다.
자기가 고는 줄은 알 길이 없고, 쉽사리 잠 못 들면 남 코고는 것만 들린다는 게 문제입니다.
울릉도는 트랙킹 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아니, 트랙킹 하지 않으면 무료한 곳일 지도 모릅니다.
도동 저동 사동 항구를 오가며, 죽도 관음도를 몇 번이나 내려다 보며, 해담길, 행남옛길 저동옛길을 걸었습니다.
나리분지의 알봉둘레길도 아름답습니다.
해안산책로가 수리 중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항구마다 동네가 형성되어 있지만, 길은 좁고 구부러지고 가팔라서 운전 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걷다가 힘들다 싶으면 카페에서 쉬었습니다.
묵호의 등대카페에서는 커피빵과 팥빙수를 시켰습니다.
울릉도에서는 울라카페, 산장입구 카페, 저동의 디저트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해담길 걷다 들른 쉼터에서는 호박식혜로 피로를 풀었습니다.
마지막엔 커피거리 강릉의 안목해변에서 커피타임을 갖고, 험한 파고를 헤치고 무사히 육지로 귀환한 것을 자축했습니다. .
이번 여행에서 음식은 만족할 만 했습니다.
묵호의 맛있는 장치와 가자미 조림 저녁식사는 만족스러웠으나, 아침의 곰치국은 그저 그랬습니다.
섬에서의 첫날 저녁 바베큐 파티는 인상적인 여운을 남겼습니다.
석양의 타이밍, 그 날 잡은 소고기, 저 아래 바다와 섬들을 내려다 보는 기막힌 조망이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다음날의 약소도 부지갱이 명이 미역과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저녁의 해신탕은 문어 전복 소라 가리비 닭을 재료로 한 만족도가 높은 디너였습니다.
특히, 전복내장을 넣어 끓인 죽 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매일, 석포산장의 대구출신 안주인이 힘들게 아침식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산미나리도 무쳐주고, 호박전도 부쳐주었습니다.
단무지(단순 무식 지랄같은) 남편을 내조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금요일 밤은 그냥 졸도했다가 다음날 아침 늦게 눈을 떴습니다.
나른 하지만 기분 좋은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울릉도 다녀온 일이 밀린 숙제 하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수회 산행 때 우연히 얘기를 꺼냈다가 떠밀려서 안내를 맡게 된 안고문님께 감사 드립니다.
불편한 어깨 내색 않고 끝까지 모든 일정 리드해 주셨습니다.
성인봉 다녀오신 최창권님 황준기님 이우경님, 강건한 체력 대단하십니다.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룸메이트 박창준님 변재율님 황경문님, 군대 가서 같이 내무반 생활하고 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따뜻한 전우애를 느낍니다.
첫댓글 한수회 제137회산행 공식후기로 울릉도여행을 간단히 올렸습니다.
아마도, 최창권님께서 더 많은 사진으로 아름다운 순간들을 오래 기억나게 해주실 것입니다.
임시 총무를 맡은 황경문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함께 못한 아쉬움을 담아 홍영태님께서 6월 한수회 점심식사에 여러분을 초대했습니다.
홍영태님은 곧 긴 유럽여행에 나섭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8명의 용사들이 울릉도 4박5일 스케줄을 무사히 마치신 쾌거를 축하드립니다.
한때 여행계획은 세웠지만, 못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푸른 바다, 연초록의 초목들, 푸짐한 해산물, 여러곳을 배경으로 찍은 용사들의 모습들이
주일 오후를 즐겁게 해 주십니다. 한수회, 화이팅입니다.
좋은 추억여행 잘 다녀오셨습니다. 옛날 학창시절 포항에서 울릉도를 350톤급 청룡호로
정기 운항하던 시절 포항까지 갔다가 기상악화로 포기하고 돌아온이후 방문 기회가 없어
못가봤는데,울릉도 공항이 생기면 기회가 있을려나...ㅎ
이번에 참여하신 한수회원분들... 좋은 추억거리를 만드셨네요.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구경 잘하였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간직되리라 여깁니다.
멋진 울릉도여행 축하드립니다.
사진만으로도 황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네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