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남해 금산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한국의 3대 관음성지로 불린다. 여기에 금산의 기암괴석과 더불어 한려수도의 푸르른 경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명당 가운데 명당으로 손꼽히는 기도도량이다. 관세음보살이 고통 받는 중생을 따뜻한 대자비로 보듬어 안 듯 보리암도 지역주민에게 따뜻한 자비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주지로 부임한 능원스님은 보리암을 관음성지답게 변모시켜 나갔다. 안으로는 불자들의 신심을 증장시키고 밖으로는 다양한 포교활동을 통해 불법홍포에 앞장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님을 지난 2월19일 만났다.
가만히 있어도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기도도량이라 하지만 능원스님 생각은 다르다. ‘불교가 지역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죽을 수밖에 없다’ ‘주지 방의 문턱이 높아선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러한 신념이 보리암을 하나 둘 변화시켰다. 능원스님은 우선 초하루법회와 관음재일법회, 매월 1회 일요법회를 여는 등 법회를 정례화 시켰다. 게다가 법회 때마다 빼놓지 않고 법문을 설했다. 기도도량에서 조용히 기도나 올리고 싶다며 거부감을 나타내는 신도들도 있었지만 능원스님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쇄신을 추진하자 법회 동참자가 차츰 늘어났다. 법회 때마다 본전(本殿)인 보광전은 물론 누각인 예성당까지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불자들이 몰려들었다. 군법사 출신에다가 진주 보광사와 부천 석왕사에서 오랫동안 각종 법회와 불교대학을 이끌었던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기 때문이다.
“개신교 목사들이 30~40분 설교하기 위해 몇 시간씩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법회에서 30분 정도 법문하기 위해 2시간 정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법문을 잘하고 못하고는 어쩔 수 없지만 준비 안하고 왔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리암 도량에서 수많은 등산객들도 오가면서 또는 쉬면서 법문도 들을 텐데 뭔 소리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철야정진을 하는 불자들이 많은 관음기도도량의 특성을 살려 불자들이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자시(子時)기도’도 운영하고 있다. 저녁예불부터 다음날 새벽예불까지 7~8시간동안 혼자서 철야로 기도하다보면 수마(睡魔)는 물론 번뇌, 망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와 기도정진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이에 능원스님은 밤11시부터 새벽1시까지 2시간동안 법당을 찾아 불자들과 함께 정근하는 자시기도를 올림으로써 전국의 불자들이 언제든지 보리암을 찾아 24시간 철야정진하며 불심을 증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스님과의 차담이나 상담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주지 스님 방의 문턱도 없앴다. 주지 스님은 특별한 외부 업무가 없는 한 사찰에 머물며 면담을 요청하는 이들을 가리지 말고 만나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보리암을 찾아 주지 스님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차담을 통해 그 분들에게 마음의 위안이나 희망을 선사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리암을 찾는다면 종무소를 통해 주지 스님과 차 한 잔 나누고 싶다고 말씀해주세요. 언제든지 따뜻한 차 한 잔 내려 드리겠습니다.”
능원스님은 사찰과 지역이 함께 가야한다는 평소 생각대로 중생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갔다. 공양미를 모아 남해 화방동산과 부산 화명종합사회복지관 등 5곳의 복지시설에 정기적으로 후원할 뿐만 아니라 동네노인들이 함께 점심공양을 만들어 먹는 남해군 관내 마을회관에도 정기적으로 찾아 공양미를 지원하고 있다. 공양미를 여러 곳에 나눠주다 보니 입소문을 타 공양미가 더 많이 들어온다는 게 능원스님의 설명이다.
해마다 6000만원 이상씩 장학금을 수여하며 인재불사에도 매진하고 있다. 남해군 관내 전체 중·고교로부터 추천받은 80명의 학생들에게 해마다 3000만원의 장학금을 전하고 있으며, 경찰관 자녀 20명에게도 1000만원 남짓한 장학금을 전하고 있다. 능원스님의 모교이자 해인사 종립학교였던 진주 동명고와도 보리암은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능원스님은 수능을 앞두고 보리암을 참배했던 후배들을 위해 입시기도를 올리고 장학금과 배구부 후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후배들은 명문대에 대거 합격하며 선배인 스님의 후원에 화답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3년 5월 남해군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참석 차 남해를 찾은 동국대 야구부가 보리암을 참배하자 능원스님은 차담을 나눈 뒤 직접 야구장을 찾아 우승을 기원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보리암 해수관세음보살의 가피 덕분인지 동국대 야구부는 2013년 한 해 동안 3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다문화가정은 물론 탈북자 등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자비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 30여 명을 사찰로 초청해 방한복과 자비의 쌀을 전달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와 더불어 신심과 원력을 가진 지도교사를 찾지 못해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해군 중고등법회와 지역 공부방 건립 불사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능원스님은 장학금이나 쌀 등을 전달할 때마다 스님이 직접 참석하고 있다. 장학금이나 쌀만 후원해서는 이게 어디서 나왔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주지인 제가 아니라도 상관없이 뭔가를 주거나 행사를 열 때마다 삭발염의한 스님이 꼭 참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相)을 내려거나 감사 인사를 받고 싶어서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최소한 사찰에서 주는 것이라는 걸 알려줘야만 시주하는 분뿐만 아니라 받는 분도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군법사 출신인 능원스님은 전역 후에도 군포교에 남다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능원스님은 지난 4일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군 요충지 거점법당이 될 육군 6사단 7연대 법당 건립불사에 1억원을 후원하며 군불교 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후배 군법사의 요청으로 지난해 11월 법당 부지를 살펴본 능원스님은 현장에서 불사금 500만원을 전달한 뒤 2014년에 5000만원 이상 후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4개월 만에 지킨 것이다. 보리암 바로 아래 39사단 예하 보물섬 남해대대에도 매달 30만원씩 후원할 뿐만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법회를 지원하고 대중공양을 내며 군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5월에는 논산 육군훈련소 호국연무사 건립불사에도 3000만원을 희사했을 뿐만 아니라 수좌시절, 안거 해제비마저도 육군훈련소 수계법회에 후원하는 등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는데 누구보다 큰 열정을 갖고 앞장섰다.
“한국불교의 미래라고 흔히 말하는 군포교는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납니다. 지인으로부터 국군기무사령부 법당 불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듣고 적금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6사단 7연대 법당 불사가 더 중요하고 급한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먼저 후원하게 됐습니다. 원래 계획이었던 기무사령부 법당 건립에도 힘을 보태도록 노력해야지요.”
능원스님은 지난 2012년 12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으로부터 표창패를 받았다. 사찰 재정을 향상시키고 지역불교 발전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능원스님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스님들이 포교에 더욱 더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풍실추 사건마다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오지만 불자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참배한 뒤 자녀로 하여금 불전함에 보시금을 넣게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한국불교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스님부터 모범을 보이고 조금 더 열심히 포교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분명 희망적일 것입니다. 저부터 정진 또 정진할 것입니다.”
능원스님은 …
남해 보리암 주지 능원스님은 “지역과 동떨어져서는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할 만큼 지역과 사찰의 일체감을 중요시한다. 한국의 3대 기도도량의 한 곳의 주지로서 그 기도의 공덕은 온전히 이웃들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대표적 수행자다. 군법사 출신으로서 군포교는 이미 총무원장 표창을 받았을 만큼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다.
1985년 영담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능원스님은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1986년 사미계, 1990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육군 군법사로 복무하며 군포교에 매진했다. 해인사, 직지사, 수덕사, 수도암, 칠불사 등 제방선원에서 17안거를 성만했으며 진주 보광사 주지를 거쳐 2010년 11월부터 남해 보리암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2013년 10월부터 불교방송 이사 소임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