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나해 8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
복음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5ㄴ-19
그때에 15 목자들은 서로 말하였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
16 그리고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17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18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19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사건이 경험이 되게, 체험이 되게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은 베들레헴에서 목자들의 방문을 받습니다. 목자들은 천사가 한 말이 정말 그대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 놀라워합니다. 성모님은 마구간에서 분명 이들의 도움을 받으셔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나에게 의미 있는 누군가 보고 있었다면 그때 있었던 일은 잘 잊히지 않습니다. 사람이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일들이 나와 상관없는, 아니면 그냥 잊어버리고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모님은 무엇 하나 헛되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사건을 기억하고 묵상하여 하나의 체험이 되게 하였습니다. 체험이란 과거의 일을 미래에 사용하기 위해 저축한 사건의 기억입니다.
2004년 3월 9일에 KBS ‘이것이 인생이다: 7전8기 라면왕’이 방영되었습니다. 찬호 씨는 과거에 데모를 주도하여 생긴 빨간 줄 때문에 건축을 전공했음에도 취직할 수 없었습니다. 막일을 하는 중에 사장에게 잘 보여 그 회사에 취직하였고 승승장구하였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절박했던 마음과 겸손함은 사라지고 자신을 지나치게 믿게 되었습니다. 사장의 너무 사업을 확장하지 말라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업을 확장하였고 결국 IMF가 터지자 노숙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한 친구가 예전에 라면을 잘 끓였던 기억으로 라면 장사라도 하지 왜 그렇게 사느냐고 충고하였습니다. 이 말에 그는 이전 사장을 찾아가 돈을 꾸어 일본에 가서 라면을 공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입맛에는 일본 라면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리고 겸손하게 사람들 앞에 나가 홍보한 끝에 다시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전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분점도 여러 개 두고 큰 가게에서 장사가 잘됨에도 끊임없이 새 메뉴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이전에 사업한다고 가정을 소홀히 하였던 것도 뉘우치고 자녀들에게도 열심입니다.
사람은 과거의 자신으로 현재의 자신을 만듭니다. 과거가 없는 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그냥 일어나는 일로 여긴다면 그 일들이 원망이 되거나 후회가 될지언정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사건들을 주님께서 미래를 개척하라고 준 체험으로 여긴다면 그것으로 지금의 새로운 내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항상 모든 일을 곰곰이 생각하신 이유는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주님의 은총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사람이 발전하는 과정이고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모범입니다.
예전에 있던 본당에서 본당 수녀님들과 함께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습니다. 그때 수녀님들이 아시는 분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분은 시각장애인인데 스파게티를 포크로 잘 돌려 말아서 숟가락으로 바쳐 먹는 내내 하나도 흘리지 않고 정갈하게 식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그 분이 식사 하는 것만 보면 눈이 안 보이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랍니다. 그분은 옷도 매우 단정하게 입으시고 모든 행동에 있어서도 눈이 잘 보이는 사람보다 잘 정돈되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눈이 안 보이는 분이 눈이 보이는 사람처럼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 그분은 처음에는 눈이 잘 보였지만 차차 안 좋아지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분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음식을 먹을 때와 행동 하나하나를 할 때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서 행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크를 몇 바퀴쯤 돌려야 스파게티가 다 말리리라는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옷을 어떻게 입어야 단정한지를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으로 그려보며 그대로 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과거의 ‘기억’이 없다면 눈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그렇게 완벽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 도움을 주기 위해 주님께서 마련하신 은총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지금의 앞이 안 보이게 된 것을 한탄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이 있기에 현재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신 은총으로 여길 때 성장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 ‘이슈 체크’에서 ‘1.5kg밖에 안 되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28년 후, 간호사를 깜짝 놀라게 하는데….’라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29년 전 빌마는 간호 수습 기간을 마치고 평간호사가 됩니다. 빌마의 첫 일은 신생아실이었습니다.
어느 날 임신 30주밖에 안 된 엄마가 1.5kg밖에 안 되는 아이를 낳습니다. 그날 밤 빌마는 신생아실 밖에 앉아 있는 한 남성을 만났고 그는 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빌마의 손을 잡고 아들의 이름이 ‘브랜든’이라고 하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빌마는 브랜든을 자기 아이처럼 돌보았고 아이는 건강하게 인큐베이터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브랜든이 초등학생이 되어 엄마와 함께 간호사를 찾았지만, 빌마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빌마는 일하는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를 만납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브랜든이라고 소개합니다. 빌마는 깜짝 놀라 태어난 병원과 시간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간호했던 아이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빌마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브랜든을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나중에 기자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미숙아였던 ‘브랜든’에게 어떤 특별함이 있었기에 28년이 지난 후에도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나요?” 빌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브랜든은 제가 전담 간호를 맡은 첫 번째 아이였어요.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이에요. 하지만 그 이유가 제가 브랜든을 28년이 지나고도 기억한 이유는 아니에요. 심장이 유난히 약했던 ‘제이슨’, 사람만 보면 잘 웃던 ‘아만다’, 저는 제가 보살폈던 아이들 모두 가슴 한 켠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게 특별하지 않았던 아이는 없습니다. 제가 보살핀 수많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저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성모 마리아께는 모든 사건이 특별했습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묵상했습니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나 자신과 그들을 위한 준비였습니다. 하.사.시.에 보면 성모님은 당신이 기억한 열 명의 목동들의 이름을 예수님께 알려주었고 예수님은 그 열 명을 30년 만에 다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성모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상의 사건이 경험이 되게, 체험이 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사랑 실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