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유 - 석룡산
1. 석룡산에 바라본 화악산
석룡산은 경기 최고봉인 가평 화악산(1,468.3m)을 솟구치기 직전의 주능선에서 숨은 듯이 뻗어 있으며, 서편으로는
국망봉(1,168.1m)이 감싸고 있어 오지의 깨끗한 산이다.
정상에 서면 동편으로는 화악산이 압도하듯 솟아 있고, 서편으로는 남북으로 흘러내린 광주산맥(한북정맥)의
대 산군을 건너다보는 조망이 좋다. 주능선은 암석과 고사목, 야생화의 아름다운 산길이 전개되기도 한다.
남쪽의 조무락골(鳥舞樂谷) 계곡에는 쌍룡과 복호동폭포를 비롯하여 와폭과 담 ㆍ 소로 이어진 비경지대로 가을단
풍이 절경을 이루고, 서편의 도마치(道馬峙)계곡은 수량이 풍부한 넓은 계곡으로 군데군데의 담(潭)이 절경을 이루
고 있다.
―― 김형수, 『韓國400山行記』(2002, 깊은솔), ‘석룡산(石龍山) 1,150m’ 개관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4월 6일(토),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인원 : 6명(악수,버들,다훤,메아리,하운,해마)
▶ 산행코스 : 용수목 종점,삼팔교,621m봉,763m봉(자루목이 갈림길),871m봉,1,098m봉,1,150m봉(도마봉 갈림
길),석룡산(1,147m),방림고개,조무락골,복호동폭포,삼팔교
▶ 산행거리 : 도상 11.0km
▶ 산행시간 : 7시간 8분(10 : 02 ~ 17 : 10)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가평역으로 가서, 군내버스 타고 용수목 종점으로 감
▶ 올 때 : 삼팔교에서 (석룡산에 온 등산객의) 봉고차 타고 가평터미널로 가서 저녁 먹고, 택시 타고 가평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25 – 상봉역
08 : 17 – 가평역( ~ 08 : 45)
09 : 05 – 목동( ~ 09 : 15)
10 : 02 – 용수목 종점
10 : 14 – 삼팔교
10 : 24 – 지능선
11 : 03 – 621m봉
11 : 43 – 763m봉, 자루목이(2.5km) 갈림길
11 : 55 – 871m봉, 점심( ~ 12 : 50)
13 : 45 – 1,098m봉
14 : 02 – 1,150m봉, 도마봉(6.3km) 갈림길
14 : 25 – 석룡산(1,147m)
14 : 45 – 방림고개(쉬밀고개)
15 : 21 – 조무락골
15 : 46 – 쌍룡폭포
16 : 03 – 복호동폭포
17 : 10 – 삼팔교, 산행종료
17 : 58 – 가평터미널
2. 노루귀
3. 얼레지
4. 목련
석룡산 산행의 들머리인 삼팔교를 가기가 쉽지 않다. 가평역에서 삼팔교까지 32km로 택시는 45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41,700원이 나온다. 군내버스(15-5번)는 목동터미널에서 환승하여 용수목 종점까지 가서 걸어가야 한다.
가평역사를 빠져 나온 시간부터 계산하면 오늘의 경우 1시간 45분이 걸린다. 도중에 논남기 강씨봉자연휴양림 입구
를 들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버스요금은 2,150원이다. 가평역 버스승강장은 이 버스를 타려고 길게 줄섰다. 대부
분 등산객들이다.
용수목 가는 차창 밖 풍경이 지난날 산행 추억이 배여 낯익다. 어느덧 따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산들이다. 보납산,
월두봉 지나고 개곡리 산릉은 종내 계관산으로 간다. 목동 지나 범바위 바라보며 한참 들어간 싸리재 종점에서는
북배산으로 간다. 이 다음 관청리 보건진료소 그 뒤로는 지난해 무덥던 여름날 모기에 잔뜩 뜯기며 애기봉을 올랐
다. 용수목 종점은 용소산과 언니통봉을 넘어 중봉을 오간다.
가평천은 물론 조무락골이 한산하다. 여름 한철 물놀이 장사라서 그렇다. 오늘 석룡산 산행은 세 팀 총 10명이다.
우리 외에 다른 두 팀은 각각 부부와 친구 2명이다. 우리는 이정표가 안내하는 등로보다는 아직 가 보지 않은 지능선
을 오르려고 한다. 삼팔교에서 큰물이 흐르는 도마치계곡을 한 번 내려다 조무락골로 든다. 데크로드 잠깐 지나면
임도다. 곧바로 생사면을 오르려고 했으나 너무 가파르고 잡석지대도 보인다. 더 간다.
산모퉁이 엷은 지능선을 붙든다. 첫 발부터 곧추선 오르막이다. 대자 갈지자 그리며 점점 고도를 높인다. 겉옷 벗고
팔을 걷어붙여도 덥다. 잣나무 숲 지나면 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겨우내 눈 더미에 짓눌렸던 낙엽이 부스스 일어난
다. 612m봉. 제법 살이 붙은 능선에 올라선다. 오르막이 잠깐 주춤할 뿐 가파름은 계속된다. 이따금 사면 도는 수적
만 보이고 인적은 없다. 암릉이 나오면 좌우사면을 비교 계량하여 좀 더 느슨한 사면을 오른다.
723m봉이 첨봉이다. 이다음 763m봉은 자루목이(1.5km) 갈림길이다. 색 바랜 잣돌이 이정표가 있다. 낙엽이 수북
하게 쌓인 사면 저쪽에 꽃의 형상이 보인다. 다가간다. 노루귀다. 안준철 시인이 말한 「겨우 핀 꽃」이다.
누가 나를 끌었을까
길 가다 말고 허리 굽혀 한참을 바라보니
꽃의 형상이 보였다
저 작은 꽃들은 어쩌자고 피었을까
꽃이 피었다기 보다는
생명이 피었다고 해야 옳겠다
해묵은 낙엽더미에서 겨우 핀 꽃들에게
차마 사진기를 들이대지 못하고
눈으로만 찍고 또 찍다가
(………)
5. 얼레지
6. 노루귀
7. 석룡산 가는 길
8. 노루귀
11. 명지산
12. 왼쪽은 명지산, 그 오른쪽은 연인산
13. 석룡산에서 남쪽 조망
14. 노루귀
871m봉. 정상은 펑퍼짐한 공터다. 색 바랜 잣돌이 이정표는 자루목이 2.10km, 석룡산 1.70km를 가리킨다. 자루목
이는 고새피골에서 오는 코스를 말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땡볕이 가득하여 정상을 약간 내린 공터
에 자리 잡는다. 걸으면 덥고 멈추면 소슬한 날씨다. 둘러앉아 싸온 도시락 펴니 봄날 소풍 온 기분이다. 일본의
선구적인 산악인 오오시마 료오끼치(大島亮吉, 1899~1927)가 그의 저서 『山, 硏究와 隨想』에서 이렇게 말했다.
“길의 고마움을 아는 자는 길이 없는 데를 걸어본 자 뿐이다.”라며, “산에 가면 밥이 많이 먹힌다. 햇빛과 바람이
맛있기에”라고 했다. 확실히 그러하다. 얼근하고 만복이 되어 일어난다.
871m봉에서 0.1km 내린 야트막한 안부는 ┣자 갈림길 안부다. 오른쪽은 주등로인 삼팔교(2.9km)를 오간다. 우리
가 여태 온 능선은 이정표에 새삼스레 ‘등산로 없음’이다. 다시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등로 옆 너른 사면을 둘러보면
점점이 노루귀 꽃이다. 일일이 다가가 납작 엎드려 눈 맞춤한다. 살그머니 카메라 셔터 누른다. 적막한 산중에 메아
리가 울린 듯 갑작스런 셔터 소리에 조그맣고 여린 꽃잎이 움찔하고 놀라는 것 같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핸드레일 밧줄 매단 가파른 바위 슬랩이 나온다. 그리고 1,098m봉이다. 등로 약간 벗어난 조망 트일 절벽 위에 다가
간다.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이 바로 골짜기 건너다. 국망봉과 도마봉 등 한북정맥 연봉 연릉은 수렴(樹簾)에 가
렸다. 국토정보플랫폼의 지명사전에 따르면 ‘이 산에 꾸불꾸불 한 것이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석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라고 한다. 어쩌면 1,098m봉 주변의 바위를 두고 그러지 않았을까. 이만한 바위지대를 이곳 말고는 보기 어
렵다.
1,098m봉을 내리고 한 피치 바짝 오르면 예전에 석룡산 정상 노릇을 했던 1,150m봉이다. 지도에 따라서는 이 봉우
리를 석룡산 정상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지금 석룡산 정상은 여기서 0.3km 더 간 1,147m봉이다. 그리로 가기 전에
사면을 둘러본다. 노루귀 군락지다. 천상화원이다. 그만 보고 가려고 해도 저만치 있는 꽃을 차마 모른 채 할 수가
없어 다시 뒤돌아가서 들여다본다.
용재 이행(容齋 李荇, 1478~~1534)의 「토천(兔遷)」이라는 시가 비록 지역은 달라도 아주 그럴 듯하다. 그 시의
일부다. 토천은 문경군(聞慶郡) 마성면(麻城面) 신현리(新峴里)에 있는 좁은 길로, 속칭 톳재비루라 한다.
이곳은 참으로 하늘이 만든 곳
살아 돌아올 날이 행여 있거든
그대와 더불어 여기 다시 와서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보면서
노래 부르며 큰 잔을 기울이면
알지 못하겠어라 인간 세상에
이만한 즐거움이 어디에 있으랴
자진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與子當着脚
春花政爛熳
歌詠擧大爵
不知人間世
安有如此樂
子眞但頷頭
玆地實天作
生還儻有期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1999
16. 화악산
17. 명지산
18. 석룡산 정상에서
19. 얼레지
20. 얼레지 촬영
21. 조무락골 상류
22. 쌍룡 왼쪽 폭포
23. 중의무릇
24. 꿩의바람꽃
25. 중의무릇
26. 금괭이눈
석룡산 정상. 예전과 다르게 커다란 오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고 그 앞에 널찍한 데크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조망은
사방 키 큰 나무숲에 가렸다. 이곳에서 친구 사이라는 두 분 등산객을 만난다. 그들은 시각장애인보호센터의 봉고차
를 타고 왔다. 한 분이 시각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모든 일에 인정을 베풀면
나중에 좋은 얼굴로 만날 수 있다
凡事留人情
後來好相見
그들과 다정한 산우처럼 얘기를 나누고, 다훤 님과 하운 님의 손으로 그들에게 사과도 우선 드리고, 인삼주도 따라
준다. 그들은 삼팔교에서 주등로 따라 871m 아래 안부를 거쳐 석룡산을 올랐고, 하산도 그 코스로 할 것이라고 한
다. 우리는 방림고개로 하산할 것이라 먼저 간다. 길 좋다. 넙데데한 사면에서 복수초와 얼레지도 본다. 딴은 꽃놀이
산행이기도 하다. 방림고개가 낯설다. 야트막한 안부인 ┣자 갈림길에 직진은 풀숲이 우거졌고 ‘등로 없음’이라고
한다.
아마 저 앞 봉우리를 오른쪽 등로로 우회하는 것이겠지 하고 잘난 등로를 따랐는데 아무리 가도 등로는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일로직하 하는 게 아닌가. 국토정보플랫폼의 지명사전은 방림고개는 한자로는 ‘方笠右峴’이라 쓰고,
“옛날 이 고개에 방림 쓴 노인이 있었다고 방림고개라 함.”이라 한다. 왜 ‘방립(方笠)’을 ‘방림’이라 적는지 모르겠다.
또 혹자는 수풀이 밀림을 이룬 고개라는 뜻에서의 수밀고개(樹密峴)가 ‘쉬밀고개’로 변했다고도 한다. 거기서 직진
하면 삼일봉을 넘어 화악산 북봉과 중봉으로 간다.
물소리가 차츰 크게 들리더니 조무락골 위쪽이다. 포말 이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볼만하다. 이제는 물구경 폭포구경
이다. 폭포마다 다가가 바라보고 사진 찍는다. 장노출(겨우 1/4초다)을 설정하고 삼각대와 릴리즈 없이 손으로만
흔들리지 않게 찍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긴 시간(?)을 들여 수십 장을 찍어 한 장 건질까 말까 한다. 더
구나 광량을 조절하기 위해 직사광선이 비출 때를 피하고 구름이 가릴 때를 기다려야 한다. 내 걸음이 무척 바쁘다.
조무락골의 명소인 쌍룡폭포를 들르지 않을 수 없다. 배낭을 벗어놓고 절벽을 내리고 바위를 기어올라 그 앞에 선
다. 시원한 물보라에 금방 한기를 느낀다. 등로는 임도다. 물소리가 크게 들리기라도 하면 계곡에 가서 확인하곤 한
다. 복호동폭포도 당연히 들른다. 등로에서 왼쪽으로 50m 떨어져 있다. 데크로드 계단을 오른다. 호랑이가 엎드린
모양이라는 폭포다. 여름날처럼 수량이 많다.
용수목 종점에서 가평 가는 군내버스는 18시 10분이 막차다. 사뭇 느긋하게 물 구경 한다.
석룡산 주등로의 하나인 부채골 입구를 지나고 산모퉁이 돌면 삼팔교다. 그 100여 미터 전 계곡 가까운 풀숲에서
얼레지 군락을 본다. 오늘 산행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다. 더욱이 반가운 일은 봉고차를 타고 온 두 분의 등산객이
우리와 동시에 삼팔교에 도착하고 그들의 봉고차에 우리를 가평까지 기꺼이 태워주기로 했다 한다. 석룡산 정상에
서의 사귐이 헛되지 않았다. 범사유인정 후래호상견(凡事留人情 後來好相見)이다.
27. 복호동폭포
28. 삼팔교 가는 길
29. 조무락골
30. 얼레지
35. 목련, 가평읍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첫댓글 화악산에는 아직 눈이 보이네요. 이젠 겨울이 지나고 야생화가 피는 완연한 봄입니다. 가신김에 복호동폭포 아래 이끼폭포를 가보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오룩스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끼폭포가 있는 줄 몰랐네요.
알았더러면 가보았을 텐데.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갈 때 찾아보아야겠습니다.^^
봄에 볼 수 있는 야생화를 거의 다 보았네요.
예쁜 봄 야생화와 폭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도 봄꽃들을 다 보려면 멀었습니다.
이제 소백산 모데미풀, 홀아비바람꽃을 보아야겠고, 곰배령도 가야 하고
북한산 알록제비꽃도 보고 싶고, 바쁩니다.^^
얼레지 군락이 보기 좋네요...
온 산에 얼레지가 만발입니다. ^^
광릉요강꽃도 있답니다
정상부근에 눈개승마 군락지인데 ㅠㅠ
그것까지는 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억해두었다가 신경 좀 써야겠습니다.^^
접근하기가 좀 먼 산이지요. 조무락골 펜션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오르곤 했는데 주차비가 자꾸 올라서... ㅋ
그래도 옛날보다는 군내버스가 다니니 좀 낫습니다.
여름 한철은 가평천 물놀이 인파로 도로가 막혀 여간 곤욕이 아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