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花鳥圖)

꽃과 새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화조도는 민화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는 우리 민족이 꽃과 새 그림을 가장 사랑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화조도는 상징적인 의미가 쉽게 전달될 수 있는 그림이었기에 그와 같이 양적으로 풍부하고 우수한 작품을 남겼던 것이다.
화조도에는 자연 속에 숨쉬는 온갖 꽃과 새들이 등장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피고 지는 지천의 꽃과 철따라 찾아오는 철새들의 각양각색의 색조들이 밝고 건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화조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자연의 모습 그대로 옮겨 좋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라는 점도 느낄 수 있지만 거기에 등장하는 꽃과 새의 조화로움과 행복한 모습에는 상징성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리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깊은 인연을 상징한다. 오리는 부부의 금슬이 좋아 어느 한 쪽이 먼저 죽어도 절대로 다시 짝을 짓는 일이 없으며, 새끼를 잘 돌보아 가정의 평화나 부부간의 애정을 상징하는 뜻으로 그려졌다. 오리뿐 아니라 민화의 새는 반드시 암수 한 쌍으로, 혹은 새끼들을 거느린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암수 한 쌍이 의좋게 노니는 모습은 부부가 화합하고 금슬이 좋다는 것에 비유되어 주로 부인 방이나 신혼 방 혹은 혼례용 병풍으로 사용되었다.
화조도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에는 모란, 매화, 연화, 동백, 송죽, 오동, 석류 같은 것이 많으며, 조류에는 꿩, 학, 오리, 원앙, 백로, 봉황 등이 즐겨 그려졌다. 이 중에서 늘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있는데, 봉화은 반드시 오동과 함께 그려지고, 오리와 백로는 연꽃과, 학은 소나무와 함께 그려져 짝을 이룬다. 또 누가 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화조도의 병풍은 예외 없이 배열에 일정한 틀이 있어 첫 폭과 끝 폭에는 송학과 봉황이 그려진다. 송학의 의미는 늘 푸른 소나무의 절개 위에 장수하는 학의 고고함이 더하여진다는 뜻이다. 봉황은 무리지어 살지 않고 굶주려도 오직 대나무 열매만을 먹고, 또 한번 날개를 펴면 9만리를 날며, 살아 있는 것은 해치지 않는다고 전해지는 상상의 새이다. 병풍의 마지막 면에 봉황을 그리는 것은 이러한 어진 덕을 본받으려는 뜻이다. 이밖에 화조도에 자주 등장하는 새들의 상징은 다음과 같다.
원앙과 기러기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부부의 금슬을 상징한다.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그림을 ‘노안도蘆雁圖’라고 부르는데 ‘蘆雁’은 ‘老安’과 독음이 같아 ‘노후의 안락’이라는 뜻으로도 자주 다뤄졌다. 꿩은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옛날부터 예를 표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으며, 부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팔가조는 효도를 상징한다. 또 머리가 하얀 백두조는 암수 한 쌍으로 그려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하얗게 될 때 까지 부부가 해로하기를 염원하였다. 백두조처럼 머리가 희 공작은 장수를 의미하며 까지나 참새는 기쁨을 가져다주는 새로 많이 그려졌다. 매는 날카로운 생김새와 먹이를 낚아채는 습성으로 인해 벽사의 의미를 가지며, 화재, 수재, 풍재, 또는 병난, 질병, 기근의 삼재를 막는 부적으로도 사용되었다. 밤눈이 밝은 부엉이와 올빼미는 도둑을 지키는 부적에 자주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