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장수 한신의 전투기법서 배수진(背水陣)의 유래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의미로 정치에서 많이 써
신문의 정치 기사에서 ‘배수진(背水陣)을 쳤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인터넷 검색어로도 ‘배수진’이 쉬 눈에 띈다. 정치의 계절, 이 말은 더 들려올 전망이다.
‘전남지사에 출마하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 그의 이런 ‘배수진 초강수’가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제주지사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불출마 배수진을 쳤다’ 기업 얘기에도 등장한다. 황창규 KT회장이 ‘배수진을 치는 각오로 경영에 임하겠다’고 했다는 글도 보인다.
이 배수진들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뉘앙스다. 국회의원의 지위와 기득권을 내려놓고 선거에 임하는 모양새는 ‘최후의 승부수’ 또는 배수진의 뜻과 어울린다. 물 ‘수(水)’를 뒤에 등지고 ‘배(背)’ 군사들을 배치한 것 ‘진(陣)’이 배수진이다. 중국역사 이야기인 사마천의 ‘사기’가 그 뜻을 더한다.
한(漢)나라 장수 한신(韓信)이 조(趙)나라로 진격했다. 강을 등지고 진을 쳤고, 주력은 성문을 공격했다. 적이 성에서 나오자 한신은 힘에 부친 듯 배수진까지 물러났다. 대개 이 대목까지 사람들은 기억한다. 도망갈 곳이 없는 병사들은 죽을 각오로 싸웠다. 그리고 이겼다.
상대편은 허수아비였을까? 사즉생(死卽生), 죽을 각오만 하면 이런 ‘기적’도 만들 수 있다고? 얘기는 끝까지 들어야 한다. 한신은 특공대를 따로 숨겼다. 상대편이 성 밖으로 달려 나오자 특공대는 성으로 잠입해 성루에 한나라 깃발을 매달았다. 그리고는 마구 북을 치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포위당한 것으로 착각한 조나라 군사들의 당황하는 틈을 한신은 놓치지 않았다. 믿는 바가 있어야 강 언저리에 몰려서도 기세등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기기 위한 것이 전쟁이니, 지휘자는 배수진에도 지혜를 담아야 한다. 우리 정치계의 배수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