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칩스법 1년, 460건 220조원 기업 투자의향…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각국 치열한 지원책 경쟁
[韓-대만 ‘칩스법’ 명암]
바이든 “투자 기업에 25% 세액공제”
獨, 인텔 신공장 100억 유로 지원
日, TSMC에 4760억엔 투입하기로
미중 경제 갈등으로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각국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맞물려 치열한 국가 경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역내 투자 기업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면서 반도체 제조 인프라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반도체 과학법’ 1주년을 맞아 투자 유치 성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460여 개의 투자의향서가 접수됐고, 공식화된 투자 계획 규모만 1660억 달러(약 220조3000억 원)에 달한다.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총 지원 규모만 520억 달러 규모다. 올 2월에는 지원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규정이 나오면서 기업들로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미국은 반도체를 발명해 전 세계 칩의 40%를 생산했으나 현재 10% 조금 넘는 수준으로 바뀌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해졌다”며 “1년간 기업들의 투자에 힘입어 오하이오, 애리조나, 텍사스, 뉴욕에 이르기까지 전 지역 사회에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역내 반도체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한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의 ‘EU반도체법’ 시행을 확정했다. EU는 현재 글로벌 10% 수준인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2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이 법의 후광 효과로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독일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EU반도체법과는 별개로 200억 유로(약 28조60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앞서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들어설 인텔 신공장을 위해 전체 투자금의 3분의 1인 1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 역시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일본은 TSMC가 1조1000억 엔(약 10조 원)을 들여 구마모토에 신설하는 공장에 투자금의 40%인 4760억 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TSMC는 올해 2공장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일본 정치권은 비용의 3분의 1을 보조하겠다며 화답했다. 미국 마이크론과 IBM도 일본에서 반도체 신규 투자 및 기술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현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