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10월 15일(월)자 31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사설]에 "‘장물’로 박근혜 선거운동 하자는 김재철·이진숙씨"라는 제목으로 쓰신 사설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한겨레신문의 [사설]
‘장물’로 박근혜 선거운동 하자는 김재철·이진숙씨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대화록이 공개됨에 따라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과 정수장학회 쪽이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화록을 보면, 이들은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지분을 팔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임팩트”를 노리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쿠데타로 강탈한 ‘장물’을 장학회가 제멋대로 처분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방송사 사장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이런 일을 꾸미는 건 명백한 선거 개입이다. 김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그동안 최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여권의 어떤 사람들과 이런 일을 꾸몄는지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대화록을 보면 이 본부장과 이상옥 문화방송 기획전략부장은 정수장학회 소유의 문화방송 지분 30%를 매각해서
나오는 수익금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최 이사장에게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기자회견 장소와 사회자까지 이미 자신들이 섭외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학생들 또는 젊은층이 많이 지나다니는 광장이나 대학을 정했는데, 이건 아직까지 저희가 섭외를 하고 있다”며 “대중들에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찾아 사회자도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진행자 가운데 신뢰를 줄 수 있는 그런 마스크를 가진 사람을 골라서 하겠다”고 말한다.
최 이사장이 “요란하게 할 필요 없는 거 아니냐”고 하자 이 본부장은 “그냥 말씀하셔도 되기는 한데 그래도
그림은 좀 괜찮게 보일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며 “이게 정치적으로도 임팩트가 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대선 앞두고 잔꾀 부리는 거라는
이야기는 나올 것”이라는 최 이사장의 우려에도 “박근혜에게 도움을” 줄 거라는 말은 나올 것이라고 응수하며 이벤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 내용을 뜯어보면, 문화방송 쪽은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선언 행사를 ‘정치적 임팩트가 큰’ 대대적 이벤트로 만들자고 최 이사장을 설득하면서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방송 쪽이 왜 지금 시점에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을 통한 문화방송 민영화 발표를 기획하고 있는지 그
저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놓고 여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 놓고 김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민영화에 대해 “검토를 시켜본 것”뿐이라고 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방송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갖은 비리와 무능 경영으로 퇴진 위기에 몰려 있는 김 사장이 자기 운명을 박근혜
후보에게 건 모양새다. 대화록 공개로 이제 더이상 김 사장이 버틸 명분도 없어졌다. 이번 음모의 전말을 털어놓은 뒤 국민 앞에 사죄하고 물러나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죗값을 더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