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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일사랑의 쉼터 (일운회) 원문보기 글쓴이: 만주를 찾아서
"촉한정통론과 관공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그걸 건드리면 그 작품은 삼국지연의가 아닌 다른 어떤 작품이 될 것입니다." |
실제로도 신의있고 무예가 출중한 무장이었으나, 연의의 포장에 의해 여기에 학식이 추가되고 인성과 무예가 좀 더 더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2. 유비
아이돌 No. 2. 누가 뭐래도 삼국지 연의의 주인공인 만큼 시작부터가 뭔가 다르다. 연의에서의 그의 이미지는 부드럽고 자애로우며 인정이 많은 군자이다. 스스로는 능력이 없으면서도 사람을 잘 다루는 한고조 유방과 유사한 타입의 군주로 묘사된다.
정사도 인물평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연의에서의 유비는 개인의 능력이 크게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이다. 전투에서 연전연패하여 계책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거나 우유부단하여 결단력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인정에 치우쳐 중요한 선택을 그르치는 모습도 보여준다.
실제로는 독우를 직접 두들겨패고, 칼을 들고 사신을 위협하는 등 열혈스럽고 과격한 인상이다. 군재도 모자란 것이 아니어서 유대, 왕충을 관광 태우거나 하후돈의 대군을 격파하는 등 그가 지휘하여 승리로 이끈 싸움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렇듯 그가 보여준 모습은 당시 일반적인 군웅들의 행동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나관중은 여기서 효웅, 장수로서의 유비를 잘라버리고 무위의 치로서의 캐릭터로 재창조해낸다. 여기서 중국인들의 인물상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 무위의 치는 한고조 유방을 비롯하여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었던 친숙한 영웅상이다. 물론 개인의 재능은 매력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유방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 진정한 군주의 덕목은 일선에서 재능을 뽐내기보다는 가슴 속에 큰 계책 하나를 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합비에서 장굉이 손권에게 올린 간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상을 읽을 수 있다.
이로서 유비는 다른 군벌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인물상을 가지게 되며, 특히 개인의 재능이 극에 달해있던 조조와 대비되는 캐릭터로서 완벽한 대비구도를 만들게 되는데 이는 둘의 싸움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즉 유비는 난세 속을 헤치고 나가는 단 하나 남은 신의의 사자로서 다른 인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다. 원소, 조조가 아무리 세력을 떨쳐도 유비의 영웅상에는 근본부터 범접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글에도 나와있듯 정사에서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 유비의 이중성을 만든 점에서 엄청난 디메리트. 거기다가 반대급부로 능력 면에서 많이 손해를 보기도 하였다.
3. 제갈량
삼고초려, 적벽대전, 칠종칠금 등 제갈량에 관련된 대목들이야말로 나관중의 작가로서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일단 삼고초려로 대표되는 그 등용과정에서부터 형주의 석학들과 공명의 인척들을 동원하여 몽환적이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망파, 적벽에서의 암약과 더불어 동오에서 벌어진 설전 역시 창작에 가깝다. 이러한 경향은 남만정벌에서 그 정점에 달하는데 목록대왕, 올돌골 등 정사에 등장하지 않는 이국적인 세력들을 등장시켜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한편 이들을 지혜로 격파하는 공명을 돋보이게 만든다.
또한 사마의, 주유 등은 공명을 위해 아예 캐릭터가 다시 만들어질 정도이다. 주유는 뜬금없이 공명의 재능을 시기하며 그를 죽이려고 하지만 번번히 책략에서 패배하여 결국 분사하기에 이른다.
사마의는 어떤 의미로는 공명으로 인해 평가가 올라간 인물이다. 원래 공명의 1차 북벌을 막아낸 것은 조진의 공이 컸지만 연의에서는 그 역할을 중달이 맡았다. 즉 중달이 공명의의 유일무이한 라이벌로 만들기 위해 조진과 곽회 등의 공을 말소하고 그것을 사마의에게 돌려 공명은 사마의 이외의 인물에겐 패하지 않는다라는 공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 하나 예외적인 부분이 있는데, 진창성에서 학소에게 패한 부분이다. 비록 공성전이었지만, 압도적인 숫적 우위를 가지고도 학소에게 패하였는데, 이 패배에 대한 묘사가 정사에 비해 연의(원본인지 이후 수정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에 훨씬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오히려 실제 패배보다 더 큰 참패를 당한 것처럼 묘사된다. 물론 정사와는 다르게 진창성 2차 공격이라는 창작을 연의에 수록하여 제갈량을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주었지만, 연의에서만큼은 완벽한 제갈량이기에 진창성에서의 패배가 생생히 묘사된 것은 나름 의외의 부분이다.
공명은 유비의 뜻을 잇는 자로 한황실의 부흥의 중심에 있던 영웅에게는 그에 합당한 매력적인 요소를 부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비의 유언을 철저하게 지켜내 유선을 전심으로 보좌한 의기에서도 그는 삼국지연의의 후반부를 맡길 만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허구적이고 상식을 넘어서는 화려한 연출은 현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그의 평에 누가 되고 있다는 감이 없지 않다. 오히려 제갈량의 진정한 재능은 건실한 내치에 있었다. 남에게서 빼앗은 땅에 기반을 굳히고 이릉의 손실을 극복하여 마침내는 10배 가까운 국력을 가진 나라에게 싸움을 걸었다. 위나라는 4만의 상비군을 보유하는데도 쩔쩔 매는데 비해, 훨씬 땅과 인구가 적은 촉은 그보다 많은 군사를 상비군으로 가지고 있었다. 비록 북벌은 실패로 끝났지만 위는 그의 생전 단 한 번도 공세를 펴지 못했으며 그가 발굴해 낸 인재들은 사후 30 년간 촉을 이끌어갔다. 가히 촉의 소하나 관중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내치라는 것이 소설에서 표현할 수 있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치들이 더해졌던 것이다.
4. 조운
물론 조운이 대단히 뛰어난 무장이었다는 것은 정사와 연의를 막론하고 공인된 상태이다. 연의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은 분량의 열전만을 가지고 있는 그가 소설내내 종횡무진 활약하는 주연으로 재탄생한 것에 있다.
그의 굵직한 활약상은 촉서 조운전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이다. 장판에서 아두와 감부인을 구한 것, 익주정벌전, 한중정벌전에 종군해 공을 세운 것, 1차 북벌때 별동대를 이끌고 조진의 대군을 맞아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 것 등이다. 진수 역시 그 용맹과 지략을 하우영과 관영에 비견하였다.
일신도시담 호위장군(一身都是膽 虎威將軍)이라는 말 때문에 호위무사로 오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본래 '온 몸이 간덩어리인 호랑이 같은 위세의 장군'이란 뜻이다. 조운별전에서 유래한 말로 정식 호칭은 아니고 병사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관장마황조전에서는 맨 끝에 나오는 것을 근거로 다른 대장들보다 위신이 떨어졌던 것을 연의가 추겨세웠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 논리면 위서에서 위의 다섯 장군을 장악우장서전으로 엮었으니 서황과 장합은 우금과 악진보다 위신이 떨어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문앙이 차세대 조운이라고 극찬인데, 근데 문앙은 위나라사람인데. 자국의 무장들이 아닌 적국의 개국공신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조운의 위상이 거기까지 높았다.
배송지가 주를 달며 인용한 조운별전에는 좀 더 세세한 내용이 나온다. 형남정벌전에 참가해 조범의 형수와의 혼인을 거절한 일화나 공성계로 조조군 본대를 격퇴시킨 일, 한중에서 군대의 후미를 맡아 큰 피해 없이 위군을 저지한 것, 손부인을 쫓아가 유선을 데리고 돌아온 일 등 우리가 익숙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나관중의 연의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가치관이 바로 충의인데 조운은 그 점에서 거의 완벽한 인물이었다. 조범 에피소드에서는 색의 유혹을 물리쳤으며 하후란 에피소드에서는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공적인 가치를 택했다. 공손찬 휘하에서 유비를 만나는 과정 또한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하고 아두를 둘러싼 손부인과의 대립구도 등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좀 더 극적으로 구성되어 단기필마로 백만대군을 넘나들며 유비에게 충성을 다하는 조운의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성격 덕에 일본에서는 조운의 인기가 제일 많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가상 인물들을 특히 잘 죽여서 킬러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ex)칼셔틀 하후은, 한덕 패밀리 등
5. 마초
마초가 주목을 받는 계기는 조조에게 싸움을 걸어 장안을 공격하면서부터이다. 연의에서는 아버지 마등의 죽음에 분개해 상복을 입고 출진, 위군을 가루로 만들며 진군하지만 가후의 비열한 이간계에 걸려 패퇴한다. 역적 조조와 대비되는 충의의 인물로 묘사되며 시종 내내 복파장군 마원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강조된다.
하지만 정사의 내용은 조금 다르다. 우선 출병의 이유가 거론되는데 마초가 움직인 시점에서 마등은 생존해 있었으며 아들의 반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형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아버지가 처형되었다는 거짓 정보에 넘어가 군사를 일으켰다는 것과, 아버지의 죽음을 각오하고 난을 일으켰다는 의견이 있다. 전공도 상당 부분 과장이 섞여있다.
조조가 스스로 수염을 자르고 달아나는 장면은 연의의 명장면이지만 실제와는 다르다. 충의지사 이미지도 역시 덧씌워진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연출은 모두 훗날 촉한 오호대장군직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마초가 조조를 상대로 상당한 전과를 올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패배 역시 정면대결이 아닌 이간계에 의한 내분 때문이었으며 그가 한신, 경포와 비견될 정도로 영용한 호걸이었다는 것 또한 정사의 기록이다.
6. 관평
연의에서는 관우의 양아들이라는 설정. 정사에서는 양아들이라는 말은 없고 정말 짤막하게 기록되는 데 반해, 연의에서는 이리저리 스토리가 많이 붙어 나름 인기 캐릭이 되었으며, 이 덕에 현재 여러 곳의 관제묘(關帝墓)에서 아버지와 같이, 그리고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장수(주창)와 같이 모셔지고 있다.
기타세력
1. 여포
정사에서도 여포는 무력이 탁월한 무장이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연의에서처럼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거나, 허저, 전위, 하후돈, 하후연, 악진, 이전 등의 여섯 사람과 동시에 싸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사에서 손견에게도 패하고 도망치는 정도였다. 물론 손견이 강동의 호랑이라는 이명이 있을 만큼 용맹하긴 했다. 연의에서 절대적인 무력을 지닌 것처럼 묘사되는 반면에 정사에서는 그냥 힘이 센 무장. 그의 인간적 결점도 오직 배신과 부하들의 말을 안 듣는 것으로만 제한되어있고 부하들의 아내와 간통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물론 이야기 구조상 그런 부분이 필요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도리어 초선을 통해 로맨틱한 남자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물론 나관중의 이상적인 모델인 '충의지사'에는 백만 광년 쯤 떨어진 인물이었지만 최강의 무장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부여받았으며 여기에 인간적인 찌질함이 더해져서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기회주의적인 군웅 중 한 명에서 단숨에 주연급 조연으로의 발돋움이다. 또한 나관중은 여포를 무력에서 최종보스의 포지션으로 올려놓기 위해 삼국지 전체최강을 여포로 설정해 놓고 이 때문에 유비-관우-장비 3형제가 여포에게 동시에 덤벼도 호각의 일기토를 보이는 것으로 묘사했다. 2~3스테이지의 보스정도 밖에 안되는 캐릭터를 나관중이 최종보스로 대폭 승격시켜 놓은 셈.
물론 이 사람이 벌인 일기토도 대부분 허구이다. 다만 연의에서는 없지만, 장안에서 곽사와 1:1 대결을 청하여 승리한 것이 역사서에 있기는 하다. 전투에 있어서는 연의에서는 천하무적급으로 묘사되지만 정사에서는 하늘은 어찌하여 봉선을 낳으시고 또 문대를 낳으셨나이까!라고 외쳐도 될 정도로 손견의 벽을 넘지 못했다.
2. 유표
유비와 의형제를 맺고 유비를 의동생으로 뒀다는 설정이 추가. 그리고 유비를 매우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묘사되었다.
반면 황제와 동일한 복식을 갖추어서 칭제를 시도했다든지 자신의 영지에서 백성들에게 다소 가혹하고 잘난 척을 한다는 것 등은 모조리 삭제되었다.
더군다나 황제에게 바치는 조공도 자기 맘대로 끊는 등 황제에게 굉장히 무례하게 행동했지만 연의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모두 삭제되었다. 정사에 주석을 단 배송지는 유표를 취급하기를 아예 원술과 똑같은 놈이라 했다.
3. 마등
정사에서는 이리저리 줄타기 잘 하는 평범한 군벌 정도...
가 아니라 한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군벌이었다. 나중에 동탁이 정략적으로 사면시켜줬다.
게다가 마등의 처우에 대해 정사에서는 오히려 헌제가 마등을 죽이라고 한 것을 조조가 나서서 관내후로 봉해서 인질로 잡아두는 선에서 일단락 지어졌으나 연의에서는 조조가 헌제의 명령을 무시하고 헌제의 이름을 팔아서 제멋대로 잡아들이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연의에서는 마초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띄우기를 받았는지, 유비와 함께 황실을 보위하려는 뜻을 가진 충의지사로 묘사되었다. (정사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동승의 혈조 사건에도 참여했다. 최후도 멋지다.
즉, 한나라의 역적이 촉장이 된 아들 덕에 한의 충의지사로 설정이 180도 바뀐 케이스다.
첫댓글 현역 탈렌트로국지의 주요 캐릭터 연보를 꾸밀만큼 국지를 통찰하고 계신 하일사랑님께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제 카페에 올려 놓았던 글 인데..
아무 뜻없이 이곳에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