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도 ‘감독 브랜드’ 시대가 도래했다.
한화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국민감독’ 김인식 감독은 5일 소속팀과 3년간 총액 14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3억5000만원, 연봉 3억5000만원의 고액이다. 연봉으로만 따지면 LG로 둥지를 옮긴 김재박 감독과 함께 프로야구 최고액이다. 김재박 감독은 지난달 LG와 3년간 총액 15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5억원, 연봉 3억5000만원이다. 김인식 감독과 김재박 감독은 프로야구 사령탑 연봉 3억원 시대를 열어젖힌 주인공이 됐다. 이처럼 사령탑 고액 연봉 시대를 맞이한 것은 그만큼 프로야구 감독들의 ‘브랜드파워’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식·김재박 브랜드파워 극대화
김인식 감독을 통해 사령탑들의 브랜드파워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003년 두산을 끝으로 1년간 야인생활을 했던 김인식 감독은 2004년말 한화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김 감독은 계약금 1억8000만원, 연봉 2억원 등 2년 총액 5억8000만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2년간 김 감독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부임 첫해 김 감독은 무색무취의 한화에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하고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의 부활을 이끌어냈다. ‘재활공장장’이라는 별칭을 얻은 김 감독은 한화를 ‘이슈메이커’로 만듦과 동시에 팀을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올초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믿음의 야구’로 한국을 4강으로 이끌며 전국민적 영웅이 됐고 다시 한화로 돌아와서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화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놀라운 용병술로 연일 찬사를 받았다. 그 결과 김 감독은 대박을 터뜨렸다. 2년간 ‘재활공장장’과 ‘믿음의 야구’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한 김 감독은 2년 만에 10억에 가까운 몸값 상승을 이뤄냈다. 김 감독의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LG 김재박 감독도 마찬가지. 김재박 감독은 지난 11년간 현대에서 무려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김재박식 야구’가 빛을 발한 결과였다. 선수들과 절정의 호흡을 과시하며 작전야구의 대성공을 알린 김 감독의 경우에는 올 한해 제대로 브랜드파워를 끌어올렸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약체라던 현대를 페넌트레이스 2위로 이끈 것이 결정적이었다. 우승을 일궈낸 해보다도 더 김 감독의 지도력이 주목받았다. 그만큼 올해 현대의 선전은 놀라웠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1승3패로 패했지만 현대의 매운 맛은 그대로 김 감독의 몸값 상승으로 연결됐다.
김재박 감독의 브랜드파워는 비단 김 감독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현대는 김재박 감독과 함께 3명의 감독급 코치를 보유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진호 수석코치, 김시진 투수코치, 김용달 타격코치가 그 주인공들. 이들은 김재박 감독과 최상의 호흡을 이루며 현대 선전의 숨은 공로자였다. 이 중 11년간 김 감독을 보좌한 정진호 코치가 5일 전격 LG행을 결정하게 됨에 따라 김재박 사단의 브랜드파워는 LG에서도 위력을 떨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호 코치는 코치로서 최고 몸값이 유력하다. 현대 새 사령탑 후보인 김시진 투수코치와 김용달 타격코치도 나름의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 감독으로든 코치로든 상당한 몸값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파워·몸값 상승 거세질 것
앞으로도 사령탑들의 브랜드파워는 거세질 것이고 따라서 몸값 상승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야구 감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야구는 감독들의 역량과 지도력에 따라 팀의 운명이 좌우되고 있다. 팀 전력 못지않게 감독들의 지도력이 중요해지면서 감독들의 브랜드파워와 몸값 상승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삼성과 선동렬 감독의 성공은 사령탑 브랜드파워와 몸값 상승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령탑 데뷔 첫 한국시리즈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해낸 선동렬 감독은 자신의 브랜드로 ‘지키는 야구’를 표방하며 삼성의 체질개선을 이뤄냈고 구단 사상 첫 2연패까지 일궈냈다. 일각에서는 재미없는 야구라고 치부하지만 중요한 건 삼성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과거 초호화 멤버 구성에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삼성이 선 감독의 부임과 함께 2연패를 이룩한 것은 그만큼 사령탑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입증된 하나의 사례다.
SK 역시 지난달 김성근 감독-이만수 수석코치를 영입했다. 김성근 감독은 2년간 총액 8억원에 계약했다. 연봉은 2억5000만원으로 서열 3위. 김 감독은 이른바 ‘관리야구’를 추구한다. 최근 프로야구가 ‘스몰볼’이 대세가 되고 있어 김 감독의 관리야구가 힘을 떨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이만수 수석코치와도 기대만큼의 호흡을 낸다면 ‘김성근-이만수 체제’가 새로운 브랜드로 떠오를 수 있다. 내년 SK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새로운 감독-코치 브랜드파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