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 1번 출구로 나가 몸 하나 뽀도시* 골목을 빠져나가면 낮별들이 소복히 날아내린 '행성 110-123'이 모습을 나타낸다 아직도 카드가 낯선 이 곳에는 날개가 잘린 불긋불긋한 별들과 백발의 선장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파란 지폐 두어 장에 살 수 있는 -대박나세요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혹은 연분홍 날개에 새겨진 -축 발전의 활자들이 별들의 향기 속으로 날아다닌다
햇살 무거운 봄날 종로 3가 1번 출구로 빠져나가 낮별들이 모여앉은 '행성 110-123'을 만나 날개를 주문하는 노부인 곁에 나란히 선다 -사랑합니다 란 문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빨간 색의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일만구백오십 일의 흔적들도 일제히 따라서 날아오른다
-네 결혼기념일이시군요
장미 한 송이와 안개꽂 한 다발을 빨간 별들의 무리 속으로 더 밀어넣는 선장의 하얀 어깨가 거대한 우주처럼 빛나는 오후이다.
*뽀도시:겨우의 영?호남 지방의 방언 *110-123: 종로3가의 구 우편번호
2016. 6. 2. 귀천 전정희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Jeon,Jeong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