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봉인이 된 엑서리온의 오리지널이 잠시 봉인되어 있는 곳.. 너무나 광폭했기에.. 너무나
막강했기에.. 인간의 두려움을 받아 잠들어버린 그....
"..저거.. 으시시 하지 않아..?"
순찰을 돌던 한 경비원이 봉인구에 구속된 엑서리온에 랜턴을 비추며 말했다. 저것... 그들이 보
기에는 절대적으로 제어가 불가능한 폭마신. 그것이 엑서리온이었다.
".....뭐..그래도 움직이지는 않잖아...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꽝!!!"
엑서리온의 최초 기동이 있었던 2010년... 당시 작은 군수회사에 불과했던 AFC. (구)국가전략
중장기기 연구소는 최초의 이그니션 제네레이터의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여 세계 최초로 기동을
시도, 사상유래가 없던 1쥴당 단위 열교환 효율 40%를 달성하였다.. 연구진들은 환호하였고 출
력은 점차적으로 상승하여 인류에게 새로운 빛이 될 '이그니션'의 계획은 성공한 듯 보였다. 그
러나 그 결과.... 남산을 중신으로 반경 2킬로미터의 서울시내 지반이 완전히 내려 앉아버렸다.
사망 200명. 실종 920명. 부상자 8100명.. 이라 발표된 언론의 공세는 하루가 다르게 날카로워져
갔고, 그에 비례하여 국전연구소의 존폐가 불투명해져만 갔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이그니
션 제네레이터의 파괴력에 흥미를 느낀 정부 기관에 의해 가스 사고로 은폐, 언론 통제에 의한
조기 진정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몇몇의 사람들은 이그니션 제네레이터를
가진 용자신. 엑서리온의 존재를 눈치 채고 말았다. 그리고 그 기밀사항은 빠른 속도로 외부로
유출이 되어, 미국 및 다른 여러 나라의 감시를 받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13과.. 이스
칼리오테 기관이 AFC를 노리게 된 '두' 번째 이유였다...
"....으으.... 생각만해도 무섭구만.... 자자.. 다른데 가보자고..."
서로간의 잡담을 나눈 후, 경비원들은 각자의 책임 구역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속에서 빛이 발했다.. 그것은 작지만.. 확실하게 빛나는 그것.... 붉은 눈동자였다...
작은 파열음이 들리며 무언인가가 붉은 눈동자의 중심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붉은 광휘가 아
닌.. 순백의 빛.
"..그렇구나.. 오늘이구나..."
용자신이라고 일컬어지는 엑서리온의 Ai인 제논의 혼잣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나머지 애들을 아직 못 찾았는데.. 할 수 없지.. 일단... 내가 애들을
찾아야 겠네.."
신의 미간에서 엄청난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광휘는 시간을 두고 점점 사람의 형태를 찾아갔
고 어느 순간 완전히 없어졌다. 광휘의 눈부심을 뒤로 한채 작은 인영은 천천히 복도를 따라
움직였다.
"응.. AFC 라는 곳이 이렇게 생긴 곳이구나... 옛날에는 그냥 땅 속이었는데.. 힛.. 지금은 굉장
히 좋아졌네.. 왠지 기분이 좋은걸?"
입안에는 미소가 가득, 몸은 너무나 가벼워 하늘을 날 것 같았다. 얼굴에 특이한 문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그 소년은 제논. 용자신 엑서리온의 Ai 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없지? 오늘.. 무슨 날인가? 웅... 한번 찾아봐야 겠다!"
........나이는 몇 억일지도 모르나 아직도 정신상태는 애기 그 자체인 제논이었다.... 그 순간..
"..응? 꼬마야.. 여기서.. 엥..??? 너...넌??"
"...어.. 저 알아요..???"
용자신 엑서리온 Extra Count
Project : # Zero One...
- AFC HMR 메인 브릿지 -
"..저기.. 질문.. 제 2 격납고에 있는 자동차.. 빌려도 돼..?"
화창한 오후. 오전에 내린 비가 그쳐 상쾌한 날씨다. 비가 그치자마자 최박사에게 달려간 정현
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병룡에게 수작(?)을 걸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상쾌한 공기를 느
끼며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현에게도 AFC에서 지급한 자동차가 있
었지만, 이미 한강에 추락한지 오래였다..
"..뭐라..???"
최백호 박사가 약간 황당한 듯 되물었다.
"...제 2 격납고라면... 봉인된 유닛들이 있는 곳.?"
".....거기에 있는 자동차라면.. 두 대인데.. 어떤 차..?"
"..스포츠카..."
".....으미... 들켰구만..."
머리를 벅벅 긁으며 멋쩍은 듯 이야기하는 병룡.. 그 표정은 0점짜리 시험지를 들켜버린 꼬마의
멋적은 웃음이었다.
"...들키다니..?"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머리를 굴리는 병룡.. 그러다 시선을 돌려 정현을 바라본다.
"..뭐..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니 설명해 주지.. 자.. 여기 앉아."
"...어...아..알았어.."
"....디스플레이는 내가 작동시키마..."
데스크에 앉아 무언가를 입력하는 최박사. 그러자 모니터에는 검은색 스포츠카가 디스플레이
되기 시작했다.
"..이건..?"
"..형식 넘버 AFC-SSV-BMP. 코드 네임 프로토 메이서. 정식 명칭은 스트라이크 메이서."
"..스트라이크 메이서..라고 해도 다른건 없는 것 같은데요..? 기존에 나온 더블 오 형의 메이서
와 같잖아요.."
"..그러나 네가 알고 있는 메이서는 더블원 모델을 베이스로 특수 제작된 이그니션 브레이브 유
닛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
"후.....메이서와 스트라이크 메이서는 90% 다른 머신이다... 결코 같지 않지.."
"..같지 않다고요..? 하지만.."
"...프로토 타입인 만큼.. 성능과 각 관절마다 장치된 솔리드 나트륨 드라이브.. 그리고 유압 파이
프의 강도는 메이서의 3배 이상 강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작전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어 버렸
지.."
"...딱 내게 맞는 녀석이네..."
눈을 빛내며 마음에 들어하는 정현. 약간 위험을 느낀 최백호 박사는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애
써 부정한 채 설명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이그니션 개스 외에도 옥탄가 40의 초고순도 제트 가솔린을 사용하는 또 하나의 특
징이 있지.."
"에엥??...이그니션 모터외에 가솔린 엔진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어요? 그럼 연료 탱크는요??"
"....정확히 말하면 가솔린 엔진은 아니다.. 제트 엔진이라 하는게 옳은 말이겠지.."
"..제..제트 엔진..?"
",..그래.. 특수한 기능 때문이지.. 병룡아 설명해라.."
"...아까도 말했듯이, 스트라이크 메이서는 메이서와 달리 옥탄가가 높은 가솔린도 사용해요. 다
시 말하자면, 이그니션 모터 뿐만 아니라 가솔린 엔진도 사용한다는 것이지요."
병룡의 설명을 들으며 모니터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제임스가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한
설명을 들은 정현의 얼굴은 아연실색.. 그 자체였다..
"...바로 그것이 SPD. Strike Pursuit Drive의 정체다.. 자세한건.. 네가 직접 경험해 봐라.. 자..
이건 시동 키다.."
".....참고로 '그녀' 는 상당히 까탈스러우니까 조심하세요.."
"..그...그녀..???? 무..무슨 말이야.. 그건..;;"
"...그냥 참고하세요.. 훗.."
...조금 불안해지는 정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위험경고를 울리고 있었지만 그의 본능은 그것을
무시해버렸다. 그의 복잡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백호 박사가 짐짓 모르는 것처럼 성백의
안부를 물었다.
"..아..그런데 성백이는 어디있냐..? 요새 통 안보이는데..?"
"...고래 잡았어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에서 성백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웁스...."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윙크를 해보이는 제임스. 약간 닭살 돋는 행동이지만 '그' 이기에
어울리는 제스쳐.
"..쳇.. 신경쓰이게 하고 있어.. 그럼.. 갔다 올게!!"
"..잘 갔다 와요!! 아.. 그리고 올 때 웰빙 버거 하나 사와요!!"
"..알았어!!"
..역시 먹을걸 무지하게 좋아하는 병룡... 병룡이 말하는 '햄버거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생각이
났지만 왜 하필 웰빙 버거 일까.. 아마 새로나온 먹거리는 절대 놓치지 않는 병룡의 본능(?)이
그 '안 좋은 추억' 까지 날려버린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정현이었다.
"..그런데... 뭘로 사가지........."
생각해보니 '웰빙 버거'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는 정현이었다..
- AFC 지하 14층 근무자 휴게실 -
"저기 누나~ 누나는요~ 내가 제논이라는거요~ 어떻게 알았어요?"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빨간 뺨을 한껏 부풀이고 있는 어린 꼬마아이. 한 손에는 콜라캔을 들고
이리저리 돌리며 말하는 소년의 행동에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꼬마를
안고 있는 한 아가씨가 있었다. 그 꼬마의 이름은 제논. 용자신 엑서리온의 A.i 이자 또 하나의
인격인 아이.
"..음.. 뭐랄까.. 일단은 네가 입고 있는 옷이 아주 특이하고, 생긴게 너무 귀엽게 생겼다...라고
하면 알아들을 수 있겠니?"
이상하다는 듯이 세미를 쳐다보는 제논. 입안에 가득 있던 콜라를 힘겹게 삼킨 제논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세미를 향해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럼 누난 동인녀예요?"
....황당함과 곤혹스러움이 한 대 뭉쳐진 분위기. 그러나 우리의 '강인한' 세미양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누..누가 그런 소리를 했니????"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는 그 소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입안에 과자와 빵을 마구마구 집어넣
으며 말을 하였다.
"....정현이 형이요.. 그형이요 쪼꼬만 남자 꼬마애들 좋아하거나 옷을 귀엽게 입는 꼬마애를 좋
아하는 여자는 99%가 동인녀라고 했어요.. 왜요?"
"....아..아니..그..그냥 궁금해서...."
세미는 살짝 고개를 돌려 자신의 험악해진 표정을 가렸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 인간... 만나
기만 해봐라.. 제삿날이닷!!!' 이라는 마음속의 살기가 그대로 표정에 드러났기 때문이리라.
"....누나~"
"..응? 왜 그러니?"
"...얼굴 빨개졌어요.. 히힛~"
장난스럽게 말하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는 제논. 빨갛게 물든 볼이 마치 사과 같다. 귀여움
에 넘어가버린 세미양은... '늘 하던'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요 개구쟁이! 헤헷~"
제논의 빨간 뺨을 살짝 꼬집는 세미.
"에잉~~~ 뭐야아~~~~"
눈을 깜빡이며 도리질을 하는 제논.. 점점 더 강력해지는 큐티 어택은 마침내........
"..이런 앙칼진 것! 너를 정복하고 말겠어.. 흐흐흐.."
..이런 엄한 대사까지 나오게 만들고 말았다.....
"..에잉 누나 미워잉!!!!"
"...이런!!! 그러는거 아니야~~"
"..아잉~~ 누나 그런데 만지면 싫어어어어어어~~~~~"
그렇게 둘의 쌩쑈가 무르익어갈 때 쯤...
"..쌩쑈하고들 있네.. 네가 무슨 늘메냐? --+"
어디선가 나타난 재룡이 태클을 걸었다.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둘.
"..어.. 제롱아 뭐해..? ....세미..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 짱박혀 있었냐..?"
"..어..정말 그렇네.. 뭐했어? 둘이..?"
"...무..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희들!!"
"..어.. 누나 얼굴 빨개졌다.. 빨개졌데요~~ 빨개졌데요~~"
"..누...누가 얼굴 빨개졌다고 그래!! 제논!!!"
"..왜 이리 시끄러워 들..;;;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다 들리잖아!! 좀 조용히 해봐!!!"
휴게실 문을 박차고 들어선 형봉과 주연. 제논이 놀러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하나 모이
는 AFC의 멤버들이었다. 물론 손에는 제논에게 줄 먹을것과 장난감을 들고서 말이다..
"어.. 형봉이 형이다!! 형아~~"
"....엥.. 날 알아..???"
"....응! 제마가 말해줬어요!!!"
어린아이 답게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제논. 귀여움에 정신이 잠시 나갔지만 다시 생
각을 해본다.
'..엥..?? 제마..???'
아무리 생각해도 '제마'란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옛날에 이라크에 간 부
대 이름은 아닐테고......
"제마?? 가가 누군데..???"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반문하는 형봉. 그도 그럴것이.. 형봉은 그동안 '야..너...'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응! 그래요!! 지오이드 Ai요!!!"
"..........그 아 이름이 제마였냐..?"
한번도 제대로 된 이름을 말해주지 않은 형봉. 하지만 제마도 어지간한 Ai라,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미소년 매니아 세미양은.....
"..어머어머.. 어쩌면 그럴 수가.. 자기가 조종하는 기체의 Ai도 모르다니... 너 파일럿 맞아?"
"응? ...그런거 모른다고 싸움 못 하는거 아니니까.. 뭐 지도 뭐라 안하니까..;;;"
"뭐..뭐..뭐?!!! 자기 Ai 이름도 모르고 전장에 나가는 사람이 파일럿이라고?!!!! 야!! 네가 과연
파일럿의 자격이 있을 것 같아?!!"
눈을 부릅뜨며 매섭게 몰아세우는 세미. 자기가 만든 Ai - 그것도 미소년 Ai - 가 무시를 당한
다는 생각에 1차적으로 화가 난 그녀는 형봉을 더더욱 닥달하는 것이었다.
"...여보세요? 아.. 어..그래.. 지금 거기 있냐? 알았다.. 좀 있다 갈께..... 에고.. 갑자기 전화가 왔
구먼.. 그런데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제..?"
...역시 형봉.. 전직 군바리답게 갈굼을 피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형봉의 '무관심'어
택에 한방 먹은 세미는 그대로 다운.. 전세는 형봉에게 기울고 있었다..
"뭐..뭐..뭐..?!!!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내참 기가막혀서.. 사람이 말할때는 사람 눈을 보고
말해!!! 딴데 쳐다보지 말고!!! 알겠어?!!! 그리고 Ai를 모르고 나간다는건 전쟁터에 총 두고 나
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너도 전직 군인이니까 잘 알겠네!!! 총 두고 전쟁에 나가는게 어떤 일
인지!!!"
기울어진 전세를 다시 역전시키려는 듯, 더욱더 세차게 말싸움을 이어가는 세미.. 그러나 그 대
답은...
"..글쎄에.. 총을 두고 나간 적이 없어서.. 이래봬도 장교 출신이라.. 총은 언제나 나의 친구이자
강력한 동료였제.. 특히 K2-A는 나의 둘도 없는 벗이었고.... 근데 너는 총이 필요하긴 했냐? 행
정 부사관이..?? 너 유격도 쨌지? 응?"
..형봉 Win.....
"...자자.. 세미 언니.. 게임 끝이야.. 제롱아~~ 누나들하고 놀러갈래?"
"...응! 가요!! 와~ 신난다!!"
".....이봐! 두 남자들.. 집 잘보고 있어.. 그럼 안녕~~~"
"..두 남자 고라?? 누...누구를 보고 말하는겨.. 엥??? 야... 깡정..;; 네..네가 왜 거기에..???"
"..문딩이.. --+ 시끄러.. 남은 자동차 빌릴려고 쌩쑈를 했건만.. 느그들은 여기 짱박혀 있어?!!!
이것덜이 주글러구.... --+"
"..아.. 넌 참 운전수였지... 자.. 그럼 중.위.님.? 우리 제롱이가 어질러놓은 방 좀 치워주시죠? 군
바리의 철저한 정.리.정.돈. 정신으로?"
서둘러 휴게실을 나가는 사람들.. 순식간에 정현과 형봉만이 남아있다. 한숨을 쉬는 정현과 쓴
웃음을 짓는 형봉.
"....뭐.. 해줘야겠지..?"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다. 문 틈으로 고개만 삐쭉이 내민 세미가 뾰로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그리고 각.잡.아."
"...쳇.. 당했구먼..."
특유의 털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젖히는 형봉. 한번 흔들 때마다 뼈마디가 부
딫치는 소리가 났다.
"..젠장.. 왜 내가 운전을 해야 하는거야.. 날라리!! 너한테는 GT-FX 있잖아!! 왜 남에게 자꾸
그러는거야!!"
"..GT-FX는 정비실에 있네요.. 바~~~보 깡정..."
"...깡정이라 부르지 말랬지!!! 이 날라리!!!"
"..형아~ 어디가는거야?"
"..시끄러워!! 넌 가만히 있어!!!"
"...야!!! 너 미쳤어!!! 왜 애한테 소리 지르고 그래!!! 에고.. 제롱아~~ 무서웠지? 괜찮아.. 누나들
이 저 못된 깡정에게서 널 지켜줄게.. 응?"
"그래그래.. 우리 이~~~쁜 누나들이 제롱이를 꼭 지켜줄게.. 꼭이야~~"
"......그래 아주 누굴 몬스터로 만들어라.. 이것들.. --+"
투덜투덜 거리며 제 2 격납고에 도착한 정현, 세미, 주연 그리고 제논. 엘리베이터 앞에는 이미
두 대의 스포츠카가 있었다. 바로 메이서 ERX와 스트라이크 메이서였다.
"...왜 두 대지..?"
"...바보 깡정.. 메이서는 2인승이잖아.. 그런것도 몰랐냐?"
"..바보 깡정이라 부르지 말랬지!!!! 이 날라리 지지배!!!!"
"..그런데 정현아.. 성백이 왜 안보여?"
".........."
".......응??"
애써 못 들은척 하려하지만 집요하게 묻는 혜령. 그 옆에서 주연이 '무언가 감이 오는 듯한' 표
정으로 대화를 주시하고 있다.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슨 말?"
"..아니.. 말하면 죽인다고 했..."
"..고래 잡았구나?"
...갑자기 난입한 주연이 결정타를 날렸다.
"..?!!!"
얼굴이 새파래진다... 본심을 들켜버린 정현의 눈동자는 허공을 의미없이 쫓고 있었다. 그의 머
릿속에는 온통 이 위기를 벗어날 타개책을 찾고 있었다.
..가능한 쪽팔림을 덜고서 말이다...
"..고래..??"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반문을 하는 혜령.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귀엽다.
"....그...그런거 있어.. 자.. 빠..빨리 가자!!!!!"
"...그게 뭔데..? 말해줘~~"
"......남자들이 평생에 한 번 걸리는 마법 있어!! 됐냐!!!!"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휙 뒤돌아버린 정현. 귀와 눈을 막아버린다. 더 이상 아무런 질문도 허용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엥..??? 그..그런거야..?"
..이 아가씨.. 무언가 상당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형아.. 우리 빨리 가자~~ 나 다리아포...."
"...어...알았어..(...있다가 보자.. 가스나.. --+)"
도어를 열고 각자의 자리에 앉은 정현과 제논. 시트에 앉자마자 스포츠카 치고는 굉장히 사치
스러운 5열 버켓 시트가 허리와 등을 안락하고 단단하게 감싸쥐었다. 그러나 사치스러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풀 칼라 LCD로 이루어진 계기판과 조수석에 놓여진 3대의 소형 모니터.
센터 콘솔에 마련된 여러 버튼들과 사이드 브레이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가로로 놓여진 기다란
레버까지.. 일반 스포츠카와는 확실히 달랐다.
"...좋아.. 가볼까.. 스트라이크 메이서.. 시동!!!"
"와아!!!"
키를 꽂아넣으며 스트라이크 메이서의 깊은 잠을 깨우는 정현. 시동키가 돌아가자마자, 전방의
LCD 패널에서는 EXG MOT - SAT COM - RADAR - FUEL - SPD - ECM - FSP -
IGNITOR 의 순서대로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시후, 운전석을 중심으로하여 조수석에 장
비된 소형 모니터와 계기판에서는 여러 빛들이 점멸되며 지난 3년간 봉인되었던 모든 기능을
하나하나 체크하였다.
".......시스템 체크 완료. 스트라이크 메이서 오퍼레이션 프로그램. 스머프. 기동합니다.."
".....스..스머프..?? 푸....푸하하하하하하하핫!!!!!"
"형아.. 스머프가 뭐야??"
..스머프.. 알만한 사람들은 다아는.. 퍼런 피부에 하얀색 쫄바지를 입고 '랄랄라랄랄라~~~' 라는
콧노래를 주로 부르고 사는 인간 손가락만한 쬐그만 먼스터어~~~~의 이름.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최백호 박사는 스머프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봤던 '그것'이니까...(주 : 최백
호 박사는 1973년생입니다..)
HMR의 모니터링 룸에서 스트라이크 메이서의 기동 프로그램을 체크하던 병룡의 입에서 나온
말... 그리고 최 박사의 의미심장한 대답을 뒤로한 채, 스트라이크 메이서는 3년만에 지하 세계
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돌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벨트 매고.."
"응!"
세상에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모든 것이 신기한 제논. 그런 제논에게 벨트를 하나하나 채워주
는 정현. 여기까지는 상당히 평화로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단지 시동만 걸었
을 뿐인데' 머신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엑셀에 발을 올려놓기도 전에 스스로 움직
이는 머신.. 제작진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이 손을 흔들며 여유를 부리는 반면, 벨트의 버클을
채우기도 전에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당황하는 정현.. 순식간에 HMR에서 뛰쳐나온 그것은
전속력을 다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뭐..뭐야.. 이거..!!!! 엿장수 맘대로 움직이다니!!!"
"...그런 구시대적 농담은 통하지 않습니다."
".......구..구시대적....크으..... 네가 스머프냐.. 하..하여튼.. 빨리 조종권을 넘겨.. 이대로 가면 내가
딱지 맞게 생겼다고!!!"
".....상관 없습니다. 당신이 교통 위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범칙금 및 벌점 부과는 없을 것
입니다."
".....그..그게 말이 돼?!!!!!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있는데 너 같으면 '내가 운전 안했소~~' 라는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경찰이라고 생각해봐!!"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동 항해 장치가 일반화된 지금,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있는다
고 꼭 운전을 해야 하는 법이 없잖습니까.."
".....미안하지만 그런 법이 있어...."
"...그런가요..? 그럼 간단하네요..."
"..뭐가..?"
"..낙법 할 줄 압니까?"
".......왠 낙법?"
"....추진 압력을 210 킬로그램으로 설정하겠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잔말말고 빨리 세워!!"
"......안녕히 가십시오.."
"..뭐..뭐야.. 우와아아아악!!!!!!!!!!!!!!!!!!!!!!!!!!!"
무언가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사라져 버린 정현. 과연 그는 어디로 갔을까?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주위를 둘러보며 출구를 찾는 제논. 약간은 어리버리한 그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귀여
움을 자아낼 수 있지만 사내에게는 이미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제논을 향해 약간 미안
한 듯 웃음을 짓는 사내. 주머니에 넣었던 왼손을 천천히 제논의 사각지대에서 꺼내 점점 다가
가는 그....
".....그러고보니 여기는 8번 출구까지 밖에 없었지.. 참..."
"..네?"
왼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제논의 입을 순식간에 막아버린 그 사내는 곧바로 제논을 안고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으읍!!!! 우우우우우웅!!!!!!!!!!!!!!!!!!"
순간적인 기습에 놀라 몸부림치는 제논. 그러나 사내의 힘을 당할 수 없었는지 그대로 끌려가
고 있었다. 놀라움으로 크게 떠진 붉은 눈동자. 그 깊은 곳에서는 눈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미안하다.. 사정이 있어서!! 이봐!! 빨리 오라고!!!"
지하철 승강장 위를 전력으로 뛰어가는 사내의 뒷편에서, 날카로운 고주파음이 들려왔다. 사내
가 승강장의 중간까지 달려갔을 때.. 갑자기 나타난 하얀색의 리니어 모터카가 그와 제논을 태
우고 놀라운 속도고 사라졌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재호야. 콜라 마.........뭐...뭐야!!!!! 저 자식들!!!!!!!"
양손에 쥔 콜라 캔을 던져버리며 하얀 색 리니어 모터카가 사라진 곳을 향해 뛰어가는 정현.
이미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휘저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유괴
된 제논에 대한 미안한 감정과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생긴 일... 스스로에게.. 또 유괴범에게 절
대로 용서를 할 수 없는 정현은 공공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배틀 인스톨러의 시스템을 기동 시
켰다!!
"..빌어먹을 자식들.... 감히... 목숨을 구걸받는 주제에 감히 제논을 납치해애애애애애애애!!!!!!!!!!
이것들이 진짜로 뒤지고 싶은건가아아아아아아아아!!!!!!!!!!!!!!!!!!!!!!"
제논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는 정현. 그러나 상대는 리니어 모터카를 타고 있다.
지하철 노선대로 운행한다면 갈 수 있는 곳은 거기서 거기. 여기에 생각이 미친 정현은 배틀
인스톨러의 호출 신호를 최대치로 올렸다.. 그리고.. 숨을 돌린 후.... 마음속의 분노를 그대로 끌
어올린채 절규에 가까운 명령을 외쳤다!!
"긴급기동!!!! 스트라이크 메이서!!!!!!!!!!!!!!!!!!!"
약간의 침묵 후, 배틀 인스톨러에서 트랙킹 신호가 발신되었다. 그러자, 지하도의 저 끝에서 두
개의 붉은 섬광이 터질듯한 굉음을 내며 폭주하듯 뛰쳐나왔다. 지하철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벽에 차체를 붙이고 수직 주행을 하는 슈퍼 머신. 스트라이크 메이서. 순식간에
뛰쳐나오는 그것은 점점 속도를 높여 주인에게로 돌진해왔고, 그에 맞춰 지하도를 달리고 있던
정현은 메이서를 향해 점프를 하였다. 그런 정현을 신기하듯 바라보는 사람들.. 평소 같았으면
V 사인이라도 해주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따윈 없다. 구하느냐 마느냐.. 두 가지 선택은 다
른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닌, 정현이 직접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수직으로 벽에 달라붙은채 주행을 하는 메이서. 그 칠흑의 차체가 서서히 내려앉았다. 아니,
오히려 벽에 완전히 밀착이 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차체가 지하철의 방향을
나누는 격벽과 거의 스칠 때까지 내려가자, 갑작스런 차체의 하강으로 인해 다운포스가 내려가
차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순간, 프론트 범퍼 하단부에서 쐐기 모양의 에어로 파츠가 천천히...
하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고, 순간의 지체도 없이 그것은 차체를 쥐고 흔드는 난기
류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갑작스런 공격을 당한 기류는 고통과 분노에 찬 울음소리를 내며
차체 뒷부분을 사정없이 들어 올렸지만, 대각선 방향으로 튀어나온 거대한 윙에 의해 두 개로
갈라지며 소멸되어버렸다. 이번에는 엔진 룸 커버의 사이드 바가 측면으로 밀려나며, 중앙의 대
형 덕트에서 팬이 고속으로 회전을 시작했다. 공기가 압축이 되가며 붉은 빛을 내자, 리어 램프
와 연결된 슬롯이 열리며 분사구가 나타났다. 저 끝의 공간에서 찰나의 빛이 보이며, 순식간에
고온 고압의 화염이 폭발하듯 뛰쳐나오며 굉음을 냈다. 마치.. 자신들을 강제로 찢어발기고 마
음대로 부숴버린 공기들의 분노에 찬 울부짖음처럼...
"..1차 부스터 가동.. 2차 부스트를 위한 변형을 시작합니다. 카운트.... 30부터 시작합니다.."
"...빨리 해!!!!! 시간이 없어!!!"
엔진 룸 측면에 장비된 듀얼 덕트가 위로 퉁겨져 나왔다. 동시에 윙 스포일러도 상승하였고,
천천히 엔진을 가속하였다. 서서히 상승하고 있던 세컨더리 부스터는 Ai가 기류의 상태를 토대
로 계산한 각과 높이대로 위치하자 대형 분사구가 각각 2조씩 뒤로 튀어나왔다.
"....4.....3.....2....1....0.... 2차 부스트 시작합니다."
대형 분사구의 노즐이 좁아지며 내부에서 새하얀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시
작이 아니라 너무 늦은 발견이었다.. 빛의 광휘는 순식간에 용의 입김으로 변화되어 바깥를 향
해 돌진했다. 붉은색의 용트름.. 너무나 강렬한 그것은 순식간에 격벽의 일부를 녹여버렸다.
"..크..윽!!!!!!!"
"......2차 부스트 점화 완료.. 10초 후 써드 부스트를 준비합니다...."
날카로운 타이어의 비명을 뒤로한채 강한 추진력을 얻은 Darkness Bullet(검은 탄환). Strike
Mayther는 중력의 4배에 달하는 가속도를 자랑하며 굉음을 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전방 8킬로미터 지점에 알 수 없는 형식의 전동차 발견... Pursuit 모드로 이완, 자동 추적
으로 전환합니다."
"......더럽게 빠르군...정말! 저 자식들 그냥 놔둘 수 없어!! 이대로는.. 제논이 위험해! 빨리... 가능
한 빨리 가야해!!!"
".....써드 부스트.. 시작하겠습니다.."
세컨더리 부스터의 위치가 측면으로 벌어졌다. 동시에 양 옆으로 벌어졌던 사이드 바가 상승,
대형 덕트가 만들어 졌다. 공기를 있는 힘껏 빨아들인 내부에서는 붉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
지만 외부로는 분출이 되지 않았다. 세컨더리 부스터가 서서히 전방으로 이동을 하고 써드 부
스터는 후방으로 이동을 하여 마침내 도킹. 미 공군이 창안해 낸 슈퍼 램 제트 이론을 이용한
써드 부스터는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차체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아.. 이 압력!!!"
"....부스트 한계까지 앞으로 220초.. 목표물과의 터치다운 예상시간 앞으로 70초.... 50초 후에 부
스트 가속을 정지 합니다."
"지금으로도 벅찬데 급감속하면 도대체 얼마나 압력이 가해지는거야!!!!!!"
"....이론상 중력의 -5배..입니다.."
정현의 입술이 살짝 실룩였다.
"....쳇!"
"...부스트 가속 정지까지 앞으로 5....4....3....2...1....0.... 에어,관성 브레이크를 풀 전개 합니다.."
무감각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가속방향과 반대의 힘이 정현의 몸을 뒤흔들었다.
"..크윽!!!!!!!!!!"
급속도로 감속되던 머신의 뒷부분과 전면에서 에어 브레이크가 전개, 확장되었다... 그 순간, 무
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감속G를 받고 있던 자신의 몸과 내장 속까지 싸잡아 앞으로 뜯어 당기
는 듯한 느낌이 정현을 강타했다. 중력의 5배.. 마하 2.5의 속도로 풀회전시 받는 압력.. 하지만
그런 압력은 드라이버만 받는 것이 아니다... 차체에도 그대로 전해지는 관성의 힘은 순간적이
지만 프레임을 뒤틀기에는 충분했다..
"..경고.. 프레임의 뒤틀림 강성이 9% 감소 하였습니다.. 목표물과의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지
고 있습니다. ....거리... 100.....90.....80...70....60...50....40미터 접근 중....."
"..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경고야!!!!"
휠 사이로 보이는 트윈 Z 디스크 브레이크의 라이닝은 새하얗게 빛을 내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
러댔다. 잠시 뒤 휠은 벌써 정지했지만 관성의 힘은 스트라이크 메이서를 그대로 놔주지 않았
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스키드 자국을 그리던 타이어의 접지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 무서
운 속도로 질주하던 차체를 그대로 받쳐주는 것만으로도 벅차보였다.
"..젠장!!! 멈춰라아아아아아아아앗!!!!!!!!!!!!!"
그때였다. '그'의 시야가 어둠 속에 휩싸인 것은..
"..뭐..뭐야!!!! 이거!!! 윽!!!"
목뒤에서 느껴지는 뜨겁고도 난폭한 전류를 그대로 받아버린 정현.. 핸들위에 천천히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크..큭!! 대..대단해!!! 이게.. 이게 우주로의 비상인가!!! 정말.. 오랜만이야.. 이 느낌!"
중력 방향을 역행하여 고속 이동하는 엑서리온 지오이드. 현재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엑서리온
시리즈. 등뒤에서 폭주하듯 뿜어져 나오는 기체의 흩날림... 이그니션 드라이브의 떨림이 몸으로
전해져 온다.. 그러나.. 대기권을 돌파한 엑서리온 지오이드의 트윈 아이에 잡힌 영상은...
"...이...이....이 개자식......"
우주정거장. 스카이 랩의 잔해와 시신들.. 개중에는 우주복도 입지 못한채 나와버려 산산히 조
각나 버린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순백의 로봇이 유유히 우주 공간에 떠있었다. 한
손으로는 마하 매그넘의 상체를, 다른 손으로는 하체를 마치 도구처럼 잡고 스카이 랩을 잔인
하게 부수고 있었다. 조종자의 생사마저도 불분명한 상황. 처참하게 당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서 자신이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생각해 버린 형봉..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분노를 하나
하나 새기고 있는 그의 몸은 이미 공격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가차없이 회전해가는 양 팔의 파
츠들..
"이....이 자식!!!!! 그대로 대가리 박고 뒤져버려어어어어엇!!!!!!!!!!!!!!!!!!!!!! 울트라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퍼어어어어니이이이이이셔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조용히 하세요!!!!"
엑서리온 지오이드의 최강 무기. 울트라 퍼니셔를 시도하려는 순간. 혼돈의 근원인 순백의 로봇
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가 끝나기 전에 마주친 눈..그리고 그 순간..
"....뭐냐!!!!!! 쳇!!!"
팔에 들고 있던 고철 - .잠시 전까지만 해도 마하 VX 였던 것을 - 을 던진 로봇.. 형봉이 파편
을 막는 사이, 괴 로봇의 눈이 빛났다!
"이그니션 제네레이터에서 경보 발생!!! 광원자 온도가 6만3천 TK를 넘어섰습니다!!!"
"대기권 돌입중!!!! 앗?!!! 가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속도!!! 마....마하 28?!!!!!!"
"..대...대기권 돌입각이... 87도!!!!! 이대로는 타버려!!!!"
"....엑서리온 G.외부 온도 급상승중.. 3천 1백.. 3천 5백... 주임님!!"
"...엑서리온 시리즈의 최대 허용 온도 수치는 4천8백도... 하지만 그전에 이그니션 제네레이터가
폭발해 버려!!"
"...광원자 온도 7만 TK 돌파!!!!"
"...!!! 준우군!!! 추락 예상 지점은?!!"
"......서울입니다!!! 오차 범위는 ±4Km!!! 지표면에 충격시 예상 충격량은... 4억9천4백만!!!!!!!!!!!
초중분쇄탄과 맞먹는 파괴력입니다!!!!!!"
"...젠장... 트로이카 XXV의 광역분쇄형 5천미리관통탄의 실제 파괴직경이.... 약 30킬로미터니까..
.......서울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끝 부분만 남긴채 다 박살난다는 이야기인가!!!!!"
"...그뿐만이 아니야.. 그건 직격이 됐을때의 이야기지만 폭발로 인해 밀려난 공기가 진공 상태인
직격 포인트로 다시 몰리게 되면... 그 피해는 전세계까지로 가지.. 최대 초속 마하 2의 제트 기
류가 한 곳으로 몰려온다고 생각해 보게..."
".......끔찍해요.. 정말로.... 무슨 방법은 없나요..?"
"...두 가지다.. 하나는 엑서리온 G.을 격추시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두 번째는..?"
".....다시 올려 보내는 것이지......"
"......그게.. 가능...."
"....가능해.. 지금 만들고 있는 제로 원...만 완성이 됐다면...."
"...엑서 포트리스.. 제로 원 인겁니까..?"
엑서 포트리스 제로 원. 상대적으로 높아만가는 이그니션 드라이브의 피로도와 연결 부위의 강
성 저하로 인해 새로운 포트리스 시스템이 강구되던 시기에, 마하 연구소의 사이토메 박사가
제안한 '공간 분할 순항 이론' 과 '초과량 반전식 분자 결속 구조 합금'을 응용하여 만들어지는
제 3의 포트리스 시스템... 그것이 'Project Zero One'의 정체였다.
프로토 포트리스의 실험 비행 때 일어난 '광자 폭발로 인한 물체 분자 핵의 무효화 현상... 레인
보우 크라이시스'의 위험성을 뒤늦게 발견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포트리스 시리즈는 소형 이
그니션 드라이브와 대형 제트 엔진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제로 원은 모든 것을 무효화한 채.
정부 및 고위 간부들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무려 3년 동안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3년 동안.. 막대한 금액과 인력이... 모래알처럼 사라졌다... 하늘에서.. 땅에서.. 우주에
서....
"...그래.. 엑서리온 시리즈 및 슈퍼 브레이브 유닛의 단독 대기권 돌파용으로 만들어진 대형 전
폭기.. 제로 원..."
".......그럼 엔진도 실려져 있지 않은 제로 원이.... 그냥 고철덩이 아닌가!!!! 방법을 생각해봐!!!
엔진을 구하던지!!! 아니면!!!"
"..엔진만 없는건가..? 결론은?"
각자가 방법을 찾아 나름대로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그들이 해결
책을 고심하는 동안에도 엑서리온 G는 계속 추락하고 있던 것이었다... 세상에서 아주 긴 '잠시'
동안의 침묵을 깨고..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그거라면 방법은 있습니다... 최대 출력량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뭐....뭐라고..?! 방법?!!!"
"....예전에.. 폐기 처분을 목적으로 러시아에서 팔았던 뉴트론 엔진.. 기억하십니까..?"
".....그..그렇지.. 하고는 있는데.. 뉴트론 엔진 만이라면..."
"..예.. 이그니션 드라이브의 최대출력에서 40% 모자랍니다.."
"그런 걸로 어떻게!!!"
"..그런 뉴트론 엔진의 분자 재결속 이론을 응용해서 새로이 개발하고 있던 이그니션 드라이브
가 있습니다.. 엑서리온에 장비가 가능할 정도로의 크기로 개발되던..."
"지금 있나?!!"
"있긴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건 출력량 계산인데.. 지금의 예상 수치로 볼때.. 아마.. 최대 추력
이 4기가톤은 나올겁니다."
"그럼 빨리 설치해!!! 시간이 없어!!!!"
"....사실 그 이그니션 드라이브는 4개가 1세트...입니다.. 2개는 엔진 베이에 억지로 넣는 것이 가
능은 했지만.. 나머지 2개는 외장으로 설치해야 할 듯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엑서리온과
의 도킹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필요한건 확장 베이인데.. 제로 원의 확장 베이가 2개 모
자랍니다..."
"가능한 빨리 개조해!!! 지금부터 작업에 들어가는 인력!! 경비!!! 부품!! 모든 걸 묵인하겠다!! 3
분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그 후면.. 우린 죽어!!"
"......일단 '만약을 위해' 나머지 2개의 엔진은 외장형으로 만들기는 하였습니다. 현재 엔진 설치
완료했으며 지금은 오버 홀 중입니다."
침착한 목소리로 보고를 마친 제임스는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하던 작업을 계속 하였
다. 그러나 그 말투.. 이미 할 일은 다 해 놓았으면서 마치 아무것도 안한척하는 그 태도가 종
욱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질책을 하는건 나중의 일.
"...오버 홀이고 뭐고.. 이미 시뮬레이션에서는 완성된 것... 무조건 발사해!!!"
"..아..그리고 1번 격납고에 고정시켜 놓았습니다."
새로운 희망과 반대되는 절망. 현재로서는 절망에 큰 쪽을 두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희
망이라는 불빛이 환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느낌은 언제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상태
가 심각하다. 실패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끝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제로 원 발사 준비!!! 전 인원은 즉시 1번 레일에서 벗어날 것!!! 반복한다!! 1번
레일에서 벗어날 것!!!"
지시된 사항을 받아 HMR에 긴급 방송을 하는 세미. 방송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제로 원은 1번
격납고에 고정, 강철의 날개를 활짝펴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주의!!! 대형 브레이브 유닛 작동중!!! 작업중인 인원은 지금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십시
오!! 반복합니다!!...."
".....엑서 포트리스 제로 원!! 엔진 시동!!!!"
데스크 센터의 콘솔에 장치된 시동 버튼에 손을 올려놓은 세미. 불완전한 장치를 기동시킨다는
불안함이 그녀의 불안한 마음의 짐을 가중시켰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시동을 망설이게 하였고,
타이밍을 놓친 심장은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세미!!! 왜 스위치를 누르지 않나!!! 어서 눌러!!!"
"..예..아...알겠습니다!! 제로 원!! 시동!!!"
눈을 꼭 감고 스위치를 누르는 세미. 순간 이그니션 드라이브의 분사구 내부에서 붉은 빛이 돌
더니, 이윽고 날카로운 공명음을 내며 푸르게 변화했다.
강렬한 전류가 레일을 흟고 지나갔다. 제로 원을 고정하고 있던 행거 브릿지가 살짝 공중에 뜨
며 300톤이 조금 넘는 초대형 전폭기. 엑서 포트리스 제로 원을 놀라운 속도로 상승시키기 시
작했다.
"....이그니션 드라이브!!! 출력 급상승!!!, 엑서 포트리스 제로 원!! Take Off 합니다!!!"
푸르게 빛나고 있던 분사구에서 새하얀 빛이 뿌옇게 새어져 나왔다. 이윽고 그것은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고 함께 분출되던 엄청난 압력의 개스는 폭발하는 듯한 분사 압력을 못 이겨 흩어
지듯 사라졌다. 리니어 케터펄트가 긴급 가속시킨 거체는 가속구보다도 더 놀라운 속도로 가속,
고정구였던 구속구 - 리니어 케터펄트의 접합 장치 - 를 부러뜨리며 푸르른 창공을 향해 힘찬
기상을 하였다.
"제로 원, 게이트 돌파합니다!!! 목표 입력 완료!!! 지금부터 자동 비행을 개시합니다!!"
"...역시 날개가 없으니 날 수 없다는 건가요.. 그럼... 떨어져 버려요!!!! 더 이상 볼일 따위는 없
으니까!!!!"
"...X 까지마!!!... 이 XX!!!!"
"..주인님!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어요! 새로운 적일까요?!"
"........뭐시라?!!!"
놀라온 속도로 가속을 하는 제로 원. 이윽고 엑서리온 지오이드의 300미터 밑까지 도달한 그것
은 보조 엔진까지 풀 가동. 순식간에 엑서리온 지오이드를 지나쳐 버렸다.
"...도와줄려면 겨냥 좀 잘하지 저게 뭐하는 짓거리야!!!!"
형봉의 불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을 하던 거대한 날개는 엔진의 출력을 그대로 유지한채
천천히 기수를 아래로 내렸다. 이윽고 그것은 도킹을 위해 하단의 베이를 열어 슬롯을 노출 시
킴과 동시에 거대한 날개를 더욱 측면으로 확장을 시켜 보다 큰 양력을 얻을 수 있게 변형이
되었다, 독수리의 부리처럼 길게 뻗어있던 기수는 서서히 분사구 방향으로 접혀 들어가며 레이
저가 발사, 엑서리온 지오이드의 양어깨에 꽂혔다.
"....형봉!! 들리나!!!!"
"..박사님!!!! 뭡니까!! 저건!!!"
"..새로운 포트리스다!!!! 포트리스 제로 원!!! 날지 못하는 널 도와줄 날개다!! 아뭏튼 네 어깨를
봐라!!!!"
"..어깨?!!"
"....어깨의 푸른 점이 뻗어나온 곳을 봐라!! 그 끝에 제로 원이 있다!!!! 불러봐라!! 제로 원을!!!"
호출과 동시에 선명하게 꽂혀있던 푸른빛의 레이저가 순간적으로 없어졌다. 새로운 주인의 명
령을 받은 충실한 노예는 자신의 심장을 더욱 세차게 고동치며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즐거워
하듯이 포효하였다. 폭주하듯 뿜어져 나오는 압축 가스와 눈부신 푸른 광휘.. 폭발하듯 돌진하
는 야수와의 거리는 점차 가까워져 갔으나, 지면과의 거리 또한 무서울 정도로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거리 7000!!"
"...젠장!!!!!! 틀렸나!!!!!!!"
".....사장..아니아니!!! 사령관!! 제로 원이!!!!!!"
"..음?!!!!"
점차 가속되어 가는 제로 원의 주위에 푸른 빛을 띠는 기체가 형성되어 주위를 돌고 있었다.
포트리스의 엄청난 속도에 공기가 압축, 폭발하며 내는 플라즈마 현상이 그 정체였다. 플라즈마
의 가속에 의한 중력 돌파로 드디어 도킹에 성공, 강철의 날개를 뻗으며 포효하듯 그 이름을
외치는 형봉. 그러나...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절대로 다른 사람들도 죽게 하지는 않겠다아아아아아
아!!!!!!!!!!!!!!!!!!!!!!! 오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드라이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엑서리온 지오이드의 눈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변해가는 칠흑의 바디는 점점 새
하얗게 변해갔고 출력은 눈에 띌 정도로 높아만 갔다. 에너지가 용솟음 치는 신은 점차 상체를
숙여 가능한 '인간들의' 피해가 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사태를 전개시켜 갔다.
....그러나 좌표는 바꿀 수 있을지언정 이미 예견된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엑서리온 G!!!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뭐라고?!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 새로운 좌표는... 어떻게 돼죠?"
"....인천 앞바다입니다!!!! 앞으로 30초면 도착합니다!!!"
"....30초.... 해안가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피할 수 있게 해!!! 지금 당장!!!"
"..지금 연락 중입니다!!!!"
"....성공해라.. 형봉!!!! 너에게 인천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다... 성공해라!!! 반드시!!"
잠시 후.. 지오이드는 대기에 의해 새빨갛게 달구어진 채로 바다에 추락하였다.. 지오이드가 추
락한 지점의 바다 표면에서는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소용돌이가 발생, 주위의 해류를 끌어당겼
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엄청난 크기의 해일이 발생, 육지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엑서리온 G.. 서해 연안에 떨어졌습니다!!! 예상 거리 3천!!"
"맙소사.. 해....해일이 옵니다!!!! 높이는 90미터!!!!"
"..해일?!! 어떻게 저런!!!"
"....높이 90미터면.. 작살이겠군..."
"이그니션 제네레이터의 반응은?!! 있나!!!"
"..확인중입니다만 차...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그니션 제네레이터는 긴급시에는 자동으로 정지, 복구 후 재 기동하게 되어 있다. 이 상태
라면 아마 3일은 정지해 있겠지.. 자가 복구 될 때까지.."
"..3일!!!"
"만일의 경우를 위해 장치가 되어 있거든.. 적이 이그니션 제네레이터를 강제로 정지 시켰을
때.. 어떻게 해도 3일 이내에는 절대 작동을 못 하게 되도록..."
"....설마!!!"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지오이드 크래커.. 강제 사출시켜!!!!"
"..어..어떻게 사출합니까!!!! 지오이드 크래커는!!"
"..알고 있어.. 그러니까.. 강제 사출시키라는 거다.. 어느정도 날아가다가 알아서 뚫고 가겠지...
그렇게 만든 장치니까..."
"...잠깐의 방심 때문에 양팔을 잃었지만.. 무쇠 이빨만은 남아 있다!!!!! 이거나 쳐먹어랏!!!!!!!!!!!!
이그니션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임!!!!!!!!!!!!!!!!!!!!!!!!!!!!"
화이티드 앙겔리온을 향하여 또다시 무서운 기세로 뻗어가는 이그니션 빔. 고출력의 이그니션
빔은 그것이 뚫고 간 공간을 왜곡시켜가며 화이티드 앙겔리온를 향해 폭발해가기 시작했다.
"후.. 그래야 어느정도 재미가 있겠죠.. 월 오브 포츈!!!"
무섭게 뻗어가는 이그니션 빔을 막은 아인. 검은 눈을 반짝이며 싸움의 묘미에 대해 새삼 즐거
움을 느끼는 그였다.
"..역시.. 악마는 그냥 죽지 않는군요.. 자.. 다시 한번 오세요.. 제가 이번에는 실수없이 지옥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신의 고향으로요..."
"..지옥?! 지옥은 군대있을 때 많이 봤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지난 전쟁에서 이미 죽어버렸던
나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명을 받아 사람들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 다시 지옥에서 돌아왔다.. 그
런데.. 나보고 다시 그곳으로 가라고?!!! 그럼 이세상 사람들은 네놈의 폭정을 그대로 받아 고통
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냐!!! 지옥보다 더 한 고통을!!!!!!!!"
"...말은 잘 하는 군요... 이 죽다만 군바리...님.. 후후후후...."
"...죽다만 군바리?!! 후.. 좋아.. 용서해 주지.. 하지만 네놈이 아무리 성직자라 해도.. 용서 할 수
있는게 따로 있다.. 내 양팔을 빼앗아 간건 어느정도 용서 할 수 있다하지만 스카이 랩을 파괴
하고.. 사람까지 잔인하게 죽이고.. 마하 VX까지 떨어뜨리다니!!!!! 목표지점에 있는 인간들의 생
명은 중요치 않은건가!!!!!! 너희들 바티칸의 생각은 그런거냐!!!!!!"
"용서?! 한낱 악마가 교황님의 뜻을 어기겠다는 겁니까?!! 교황님의 뜻은 신의 뜻!!!! 우리는 야
훼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야훼가 무엇이길래.. 인간을 말살하려 드는 거냐!!!!!! 용서 할 수 없다!!!! 그대로 대가리 박고
뒤져버렷!!!!!!"
"광자계 공격이라면 이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잠깐 정지 시켰던 리버스 홀리즘을 다시 발하려는 아인. 순식간에 만들어진 초록의 구체는 지
오이드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저속하군요.. 당신은.. 뭐.. 그럴 수 밖에 없겠죠... 자랑하던 검은 날개가 꺾였으니.. 후후.."
"..검은..날개?"
"..아.. 이 상사님께서는 모르시겠군요.. 이들이 바로... 세계를 멸망으로 이끄는 무리입니다.."
"..멸망..? 츠바이 형제.. 대체??"
상사의 질문에 싸늘한 미소로 답변을 하는 츠바이. 그 눈빛은 무언가에 굶주린 야수와 같았다.
잠시 뒤,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잇는 그.
"...후우... 이제.. 당신들에게 볼일은 없군요.. 후후.."
"..뭐야.. 죽일거냐!!! 할려면 빨리 해!!!!"
"..물론 아니죠.. 모처럼 만의 연희인데.... 후후.."
"?!"
츠바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의자에 묶인 주연은 힘을 쓰고 싶었지
만 사용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주연과 혜령이 묶인 밧줄은 세례를 받은 은사슬로서,
'이그니션' 같은 제 3의 에너지를 봉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느껴보세요... 자신의.. 아니, 악의 무력함을...."
그는 왼손가락을 세워 주연의 탱크 탑을 향해 천천히 가져갔다. 놀랍게도 손가락의 끝에서는
은빛의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어느정도 다가갔을 때... 그 손가락은....
"...윽! 뭐..뭐하는 거야!!!!! 변태!!!!! 그..그 손 저리 못 치워!!! 빨리 치워!!! 안 그러면!!!!"
"안그러면 뭐!!! 어떻게 할건데!!!"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찢어지는 그녀의 옷. 상의 뿐만이 아니라 하의도 찢겨진 그녀의 몸 위에
는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속옷과 약간 남아 있는 천의 흔적 뿐이었다.
"..주..주연아.. 다..당신!!! 이..이럴 수가 있는 거예요?!! 어떻게.. 어떻게.. 명색이 천주교라는 사람
이!!!"
"....난 기독교다.. 훗...."
"....이..이런 더러운 짓거리 하지 말고.. 빨리.. 빨리 죽여!!!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죽여버리겠
어!!!!"
".....할 수 있으면 해봐... 훗..."
그 순간이었다. 츠바이의 어깨에 묵직한 느낌이 전해진 것은.. 고개를 돌린 그는 분노를 애써
참는 상사의 눈을 볼 수 있었다.
"..그쯤 하시죠.. 츠바이 형제..."
"...연희의 시작은 지금입니다만.. 벌써 끝내면?"
"....지금 형제는 임무와 상관없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단... 그것이지요.. 그러니.. 어서 그만
두십시오.. 아무리 적이라 해도... 그럴 수는 없는겁니다."
".....그래도 하겠다면?"
"..딸 가진 애비로서.. 당신을 그냥 놔두지 않겠습니다... 비록 내가 처벌을 받는다 해도.. 내 딸내
미가 저런 짓거리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 미치니까...."
딸 가진 아버지의 입장으로서, 주연이 당하는 일을 참을 수 없는 이 상사. 그의 분노에 찬 목소
리는 아인의 불타는 욕망을 순간 잠재울 수 있었다.
"..후.. 그렇군요.. 그런줄은 몰랐습니다.. 실례를 범했군요.. 미안합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일어나는 츠바이. 그러나 그의 손은....
"..하지만 이정도로 끝나기에는 처벌이.. 너무 약해요.. 안그런가요?"
"자..잠깐!!! 그건!!!"
"꺄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령을 품에 안아버린 그.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 혜령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후후... 당신의 몸속에 흐르는 피는 붉은색인가요.. 아니면..."
그녀의 숨소리가 그의 살기에 압도되어 떨린다. 하얀 입김이 츠바이의 귀를 간지럽힌다.
"....잿빛인가.... 한 번 보고 싶군요... 후후후..."
그리고.. 날카로운 손동작으로.. 혜령의 눈을....
"아...아아악!!!!!!!!!!! 아..으...윽!!!!!!!"
얼굴을 찌른 손가락을 천천히 빼는 츠바이. 무언가 커다란 물체가 손가락의 끝에 꽂혀 천천히
빠져 나왔다. 떨어지기 싫어하는 그것을 잔인하게 뽑아버리는 츠바이. 하얀 점액질과 피가 뒤엉
켜 지하실 바닥을 더럽혔다.
"...당신에게 순진함을 뜻하는 노란 눈망울 따위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 눈.. 내가 접수하겠습니
다..."
".으으...흑...흑흑....."
츠바이가 혜령의 눈동자를 잔인한 미소를 띄며 바라보고 있을 때 원래의 눈동자가 있던 자리에
는 붉은 피가 폭포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극도의 고통을 견디며. 간간히 터져나오는 울음
과 비명으로 고통을 삭이는 혜령. 그런 혜령이 너무나 안쓰러운 주연.. 그리고.. 츠바이의 난폭
한 행동에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 상사. 이 넷의 기운이 충돌하여 지하실에는 어두운 기
운이 감돌고 있었다.
"..어..어떻게.. 저럴...저럴수가..."
"....젠장..!!"
"..후후.. 좋은걸 얻었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보죠.. 그때는.. 다른 쪽입니다.. 훗..."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지하실을 천천히 올라가는 츠바이.. 그의 뒷모습을 눈이 새빨개지도록
노려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젠장.. X 같아서 정말!!!!"
츠바이가 사라지자 마자 득달같이 욕부터 하는 상사. 그리곤 자신의 야상과 방상내피(일종의 군
대형 조끼)를 벗어 주연을 가려주며, 주위에 있던 구급상자를 가져와 혜령의 얼굴에 지혈을 하
는 그..
"...미안하다.. 정말로.. 내가 받은 임무는 이런게 아니었는데..."
그의 혼잣말에 약간의 안정을 찾은 혜령. 하지만 흘러나오는 눈물은 자신도 조절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지오이드의 위치에 푸른 광휘가 뻗어 나간 것은.. 몸의 대부분이 파괴가 되었어도
당당히 서있는 지오이드의 뒤로, 바다를 가르며 거대한 전차가 뛰쳐나왔다. 천천히 기체를 앞으
로 숙이던 그것은 빛으로 변화하여 지오이드를 덮쳤고, 놀라울 정도의 고에너지의 집합체인 그
것은 서서히 거대한 로봇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전고 90미터, 전폭 49 미터의 초대형 슈
퍼 이그니션 브레이브 유닛, 엑서리온 지오이드와 지오이드 크래커의 합체로 탄생한 초 용자신
은 푸른 눈을 더욱 빛내며 신성을 토해냈다.
홀리즘 베리어의 강력한 방탄력과 퍼니슁 드릴 매그넘 - 드릴 파쇄형 광역 관통 말살 병기 -
의 파워가 강력하게 부딫쳤다. 막상막하의 출력 승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주인님! 크래커 드릴이!!"
베리어와 자웅을 겨루던 드릴에 이상이 발생되었다. 드릴 헤드를 필두로 해서 강력한 원심력에
적을 부수고 찢어야 할 강철이 오히려 스스로 파쇄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형봉은 눈을 떴다. 자신의 눈이 아닌, '제 3의 신경'으로 통제가 되는 눈을..
'..할 수 있을까....'
'..알아둬.. 형봉.. 너는 다른 녀석들과 개조된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너만큼은 절대로 부스트 업등의 써드 플러그를 사용하면 안돼.. 위험하다..'
"...그래도.. 해야겠어.. 제마!!! 오버 드라이브!!!"
오버 드라이브. 이그니션 제네레이터의 숨겨진 출력중 일부를 사용하는 기술로서, 일종의 증폭
장치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오이드의 경우는 제작 구조 및 설계가 완전히 달랐다. 호환성이
없는 오버 드라이브칩을 사용하여 억지로 끼워 맞춰버린 머신.. 불완전한 머신으로 오버 드라이
브를 시도한다.
"..오늘 죽자.. 제마.."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하겠어요!"
주인의 명령에 응하여 눈을 감는 제마. 작고 하얀 얼굴에 알 수 없는 문양이 떠올랐다. 그것은
천천히 푸르게 빛나며 푸른 불꽃을 내며 서서히 타올랐다.
그 순간.. 제마가 눈을 떴다. 눈의 중심에서 푸른 섬광이 빛나는 찰나..
".....하아아아압!!!!!!!!!! 이그니션 제네레이터.. 오버 드라이브!!!!"
가슴으로부터 강한 압력이 전해져 온다. 뜨겁다.. 폭발할 것 같다. 이를 악물고 버텨보지만 괴로
웠다.
"?!!!"
가차없이 베리어를 뚫어버린 강철의 드릴은 화이티드 앙겔리온의 흉부까지도 뚫어 버렸다. 아
주 간단하게...
"?!!!!!!"
형봉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이거다.. 예전부터 나의 심장을 옭아매고 있던 것..
바로 진검 승부..
첫댓글 오랜만에 잘 읽었습니다 ㅇㅇ/.방대한 설정도 좋구 말입죠.단지 아쉬운것은...상황묘사는 대화와 함께 잘 처리가 됐는데..기본적인 묘사..그러니까 인물이나 배경같은 거에대한 묘사가 부족해서 상상하기 힘들었어요 -ㅅ-;뭐 아무튼..다음작도 힘내 주십쇼 ㅇㅇ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