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부동산시장 침체의 불똥이 전세사기로 튀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사정이 어려워진 건축업자나 건물주가 서민 세입자들의 피 같은 전세금을 떼어먹고 잠적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피해를 본 청년세입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뿐만 아니라 울산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전세 사기 특별단속에서 230명이 검거되고, 이 중 45명이 구속됐다. 이는 전년 대비 30배나 폭증한 수치다. 특히 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 지원 대출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전세대출금을 편취한 악덕 브로커도 5명이나 검거됐다.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젊은 청년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된다.
지난 7월에는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조직폭력배 등이 연합해 깡통주택 280여 채를 유통한 일당이 울산에서 붙잡혔다. 이들 일당은 깡통주택 한 건당 100만원씩의 사례비를 주고 자체 모집한 허매수인들에게 무자본갭투자 형식으로 명의를 빌려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고, 한 채당 차익 2천만원에서 8천만원씩을 나눠 가졌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들과 계약한 전세세입자 120명 대부분이 신혼부부이거나,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이렇게 속여 뺏은 돈으로 스포츠카나 제트스키 등 호화생활을 하는 데 썼다. 게다가 주범이 20대들로 피해자와 같은 또래였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칼을 빼 들고 단호한 대처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일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엄정한 단속을 기한 없이 지속해 전세 사기를 발본색원하고 피해복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간 검거한 전세사기 관련 범죄는 무려 1천765건에 5천568명이나 된다. 지난 6월1일 전세 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국토부는 피해자지원위원회를 구성해 7천590건 중 2천662건을 지원했다. 울산에서도 30명이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울산지역 전세 사기 주택 유형은 여러 명에게 임차한 오피스텔 임차사기와 연립주택 전세사기, 아파트 전세사기 등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도 ‘국가적 현안’인 만큼 “범죄 첩보 수집 강화를 통해 전세사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범죄수익 추적 전담팀을 편성, 서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환수하겠다”며 사정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부의 기세에 쉽게 꺾이지 않을 만큼 그 수법은 이미 고도화되고 교묘화 해지고 있다. 정부나 공안당국의 힘만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하다. 피해예방을 위해서는 예비세입자에 대한 범죄예방 교육이나 홍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울산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