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nando Arce 이야기
오늘은 오래전에 몇 달 간 나와 절친으로 지냈던
스페인 친구 Fernando Arce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어제 저녁 MBC Every1이라는 채널에서 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하는 프로를 봤기 때문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8:30분부터 10:00시까지 하는 프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들이 본국에 있는 친구들
그 중에서 절친 3명을 뽑아 한국으로 초청하여
한국의 이곳저곳을 방문하고 한식도 먹어보고
한국의 여러 문화를 접해보는 프로다
한 팀이 들어오면 4번의 방송을 하게 된다
1년이면 대충 12팀이 들어 온다는 얘기다
어제는 스페인에서 들어온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이
수원을 방문하는 얘기로 꾸며졌다
지난 2주간의 방송에 이어지는 3번째 이야기였다
수원 화성, 화성행궁, 수원갈비집, 통닭거리 등이
먹거리와 함께 재미있게 소개되었다
수원은 나와 인연이 아주 깊은 도시인데
예전에 내가 알고있던 수원과는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오늘 쓰려고 하는 얘기는
바로 이 젊은이 들이 살고있는 스페인 출신의
무려 36년 전에 나와 가깝게 지냈던 친구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1987년 내가 Lilly 본사에 근무할 때 얘기다
당시 Lilly의 한 자회사였던 화장품 회사 Elizabeth Arden이
패션회사인 Fendi Sisters에 매각됐다
생명과학인 인체약품쪽에 전념하겠다는 경영진의 결정으로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 바람에 엘리자베스 아덴에 근무했던 Fernando Arce란 친구가
아덴의 본사가 있던 뉴욕으로부터 릴리의 본사가 있는
인디애나폴리스로 이사를 왔으며 나와 같은 국제사업부
Lilly International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릴리 본사의 메인빌딩 4층에서 나와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격의 페르난도에게
나더러 부서에 대한 소개를 해 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회의실에 들어가 환등기를 돌려가며 회사소개를 하고
함께 식사도 하러가고 며칠을 그렇게 보냈다
그 바람에 자연스럽게 나와 페르난도가 친하게 되었고
당시 두 사람 다 담배를 피웠던 관계로
수시로 인터폰을 통하여 함께 흡연실로 향하게 됐다
"Shall we?" 페르난도가 물으면
"Sure!"하고 내가 대답하고
바로 4층 구석진 방에 마련돼 있던 흡연실로 갔다
당시 릴리는 엄격하게 금연정책을 실시하여
3개층 정도에 한 개씩 흡연실을 만들어 놓고
실내 흡연을 제한하였다
따라서 3개층의 흡연자들이 모두 한 군데 모이게 되어
서로 수인사도 하고, 담배도 나눠 피우고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당시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아주 소수 그룹이었다
나중에는 릴리의 영내, 그러니까 실외에서도 금연이 되어
담배를 피우려면 누군가의 차를 타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영내를 벗어나는 지역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주차장 같은 곳에서 흡연을 해야했다
페르난도와 나는 그 흡연그룹의 핵심 멤버였으며
해외지사에서 온 외국인 직원으로서 공통점이 많았다
서로 묻고, 도와주고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성격이 아주 좋아서
나와 쉽게 잘 어울리게 되었다
막 결혼을 한 상태였는데 아주 미남자였다
나보다 키도 좀 더 크고 얼굴이 허여멀건 미남자였다
파르스름하게 깎은 수염자국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미국인 들에 비해 아주 인물이 좋다
더구나 엘리자베스 아덴 본사에서 맡았던 업무상
많은 여성들을 상대했던 관계로 여직원들과 관계가 아주 좋았다
사무실의 비서들은 물론 여직원 들이 줄줄 따랐다
게다가 페르난도의 부친이 아주 영향력있는 부자였다
릴리의 스페인 현지법인이 합작회사였는데
그 합작회사의 파트너가 페르난도 집안이었고 부친이 그 소유주였다
주말이면 Lilly International 사장과 골프를 치고 그랬다
그런 관계로 페르난도가 엘리자베스 아덴의 본사에
업무를 배우러 일종의 유학을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아덴이 매각되고 나자 릴리로 옮겨온 것이었다
각설하고 몇 개월을 페르난도와 아주 가깝게 지냈다
함께 일하고, 회의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식사도 함께 하고
거의 하루종일 붙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엇다
Cage Area라고 하여 Cage란 성을 가진 부사장 지역
유럽을 제외한 Asia/Pacific, Latin America, Commonweath,
이들 광범위한 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속한 마케팅 회의에서
내가 서기를 맡았고, 페르난도가 부서기를 맡았다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유럽지역에 속해 있었다
여기서 둘이 하는 역할은 월례 회의 준비와 결과보고였다
회의실을 예약하고, 참석자들에게 통보하고
미리미리 불출석자들을 체크하고...
회의준비물이 있으면 미리미리 만들어 배부하고,
회의 결과를 요약하여 결과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 중에 배정된 업무에 대해 누가 언제까지 뭘 할지
그런 일의 분담에 관해서도 일일이 기록하고
그 최종 결과물을 인쇄해서 배부하는 그런 일들이었다
둘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었다. 쉽지않은 일이었다.
그 외에도 각자 맡은 고유업무가 따로 있었는데,
나는 두 가지 신제품인 위궤양치료제 Axid와 항우울제 Prozac을
Asia/Pacific, 그리고 Commonwealth 지역의 여러 나라들에
신제품으로 허가받아 등록시키고 론칭하는 일이었다
나라별로 제품 허가서류를 보내고, 각국의 요청을 받아서 처리하고
커다란 챠트 위에 국가별 신제품 발매 진행상황을 기록하고 점검하였다
내 위로 이를 감독하는 미국인 매니저가 있었고 비서도 한 명 딸려 있었다
페르난도는 페르난도대로 또 다른 업무를 배정받았다
두 사람 모두 결코 쉽지않은 일이었다.
하루하루 고된 업무가 이어졌다
미국회사의 업무강도가 매우 센 편이다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여러나라로 부터 이메일이 날라오고 요청사항이 밀려들고
수시로 전화도 오고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이었다
그러면서 업무처리 능력도 향상되고 영어에도 능숙해졌다
서로 스페인과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다
내가 3년동안 고된 군대생활을 한 것에 대해 아주 신기해 하였다.
어떻게 그렇게 고된 군대생활을 할 수 있느냐고?
나는 나대로 스페인의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름에 부계와 모계를 동시에 표기한다는 것
4촌간에도 스스럼없이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점심수면시간을 이용하여 바람도 많이 피운다는 걸 알았다
스페인에서 바람피우는 건 일상이라고 하였다
결혼을 했지만 스페인에 있을 때면
오랜기간 연인이었던 사촌여동생을 만난다고 하였다
자기가 뉴욕에 있을 때 사촌여동생이 온 적도 있다고 하였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들의 문화였다
내가 귀국하게 됐을 때 이삿짐을 모두 한국으로 부치고
회사에서 받았던 차량도 반납하고 호텔에서 생활할 때
페르난도가 나를 며칠 간 출퇴근을 시켜 주었다
그리고 귀국 후에도 몇 년간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
페르난도가 스페인으로 돌아간 뒤에도 얼마간 서신교환을 하였다
지금도 그 편지들을 잘 보관하고 있다
나보다는 다소 연하였다고 기억하는데
어쨌든 페르난도도 70세 가까운 노인네가 됐을 것이다
훤칠하고 허여멀겋게 잘 생겼던 페르난도
무성한 수염을 깎아서 오후시간쯤 되면
하얀 얼굴에 파르스름하게 돋아나던 수염
참 멋쟁이 친구였는데...
지금은 뭘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부디 건강하게 유유자적하며
나처럼 노년의 은퇴자의 삶을 잘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MBC Every1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에 출연한
스페인에서 온 젊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오래 전 한때 절친이었던 페르난도를 떠올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 출연했던 젊은 친구들은
내가 페르난도와 어울리던 그 시절 세상에 있지도 않았다
겨우 20대 초반의 햇병아리들이니 말이다
내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이런 프로를 보며 새삼 느끼게 된다.
참으로 인생무상이다.
I wish you a good luck! Fernando!
첫댓글 청솔님~
티비를 보면서 스페인의 옛친구 페르난도를 떠 올리셨군요
저도 시모노세키 에 살고 있는 다까이 후미오(高正史男)란일본인 친구가 한명 있는데
지금은 찾을 길이 없네요
하기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도 개인정보 때문에 찾을 수 없는데
일본에 있는 사람을 어찌 찾겠어요
그 친구도 나와 동갑인데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지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네 어제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시인님도 일본인 친구가 있으시군요
될 수 있으면 생전에 한번 인연이 닿아
시인님이나 저나 만나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페인사람들 정서가
인정많고 쾌활해서
사람 좋타고 하대요
울 짝궁도 스페인서 3년 있으면서
참 사람들과
정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맞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참 좋드라구요
그때 당시 본사 국제사업부에
미국인 들이 거의 다였구요
우리처럼 지사에서 들어간 이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태국,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홍콩 등
그런데 유독 페르난도하고 더 친했지요
다른 직원들보다 나중에 사귀었는데
이상하게 금방 친밀해 졌습니다
참 사람이 좋았습니다
저도 페르난도랑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가
비록 독재는 하였지만 스페인을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오래전 2008년 정퇴기념으로
스페인 여행에서 독재자 프랑코를
국민들이 아주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남녀가 거의 다 탤렌트 수준으로
잘 생겼는데 특히 여성들의 미모가
넋이 나갈 정도로 이뻤습니다...ㅎㅎㅎ
그렇군요
우리나라도 박정희가 욕을 먹기도 했지만
경제발전은 눈부시게 이뤄냈지요
맞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아주 잘 생겼습니다
페르난도 부인도 아주 미인이구요
사촌여동생은 사진으로 봤는데도
거의 배우수준이었습니다
기우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친구 두셨네요.
좋은 친구였는데
지금은 소식이 두절이네요
세월이 참 무심합니다
방송 에서 스페인 가서 캪핑 한는 프로 재미있게 봤어요
중견 연예인 넷이서 폭설과 강풍도 견디고 멋진 경치는
가보고 싶을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사촌여동생과 연인 사이라니 스페인은 그런거 별로 흉이 아닌가봐요
그러셨군요
스페인이 세계적인 관광대국이지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그 소리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결혼 후에도 만난다니...ㅜㅜ
막내딸이 유럽여행중인데 지금 스페인
이라 합디다 한 때 남미를 평정할 만큼의 정복자이자 무적함대였다지요
남미뿐만 아니라
미국의 반이상이 멕시코땅이었지요
텍사스, 콜로라도부터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전부 멕시코 땅이었지요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다 멕시코땅이었습니다
플로리다는 물론이구요
지금 다시 남미계가 미국을 서서히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스페인은 9박 10일로
동생과 여행다녀온 적있지요
도시가 예쁘게 꾸며젔더군요.
헌데 스페인이 친족들과도
그런 관계로 이어진다니
놀랍네요.
청솔님은 외국 경험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청솔님은
과거를 돌아보면
즐거운 일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물론 지금도
행복하신 분 같아요.ㅎ
그러셨군요
미국에도 스페인풍 도시들 있습니다
서부쪽 더운 지역에 가면
흙으로 지어서 시원합니다
스페인풍의 고급호텔 들도 있지요
네 저도 좀 놀랐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바람둥이들 입니다
젊어서는 일하느라고 바빴습니다
해외출장도 잦았지요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지금이 오히려 느긋하지요
평범한 일상이 참 좋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구요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