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생활에서 번개는 모임 중의 꽃이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고상한 척 우아떨면서 활동해 봐야 한 번 오프 모임에 나오는 것만 못하다.
물론 사정에 따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기에 존중을 해줘야겠으나 카페의 즐거움이 직접 대면하는 것만큼 하겠는가.
번개든 벙개든 누가 지었는지 참 잘 만든 단어다. 비 오는 날 번개치듯이 예정에 없는 모임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급벙은 하루이틀 전이나 당일에 갑자기 치는 번개를 말하는데 번개든 급벙이든 벙주가 누구냐에 따라 참석율이 달라진다.
벙주는 나름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번개를 쳤는데 아무도 호응을 않는다면 그것처럼 민망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즐거운 번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다. 내가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곳 5060 카페를 기준으로 한다.
번개는 날짜가 참 중요하다. 제일 먼저 띠방 주관산행이 있는 둘째 주는 피해야 한다.
가끔 둘째 주에 치는 번개를 본 일이 있는데 벙주가 미처 생각을 못했거나 순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카페 주관산행은 띠별로 보이지 않는 비교를 하게 된다.
지난 번 무슨 띠 산행 때는 200명이 왔는데 이번 산행에 100명이 참석했다면 주관한 띠방에서는 저조한 참석율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참석하게 할까 독려와 함께 갖은 당근책을 쓰는데 같은 날에 턱 번개를 친다?
김빼기 한다고 눈총 받을 것이 자명하다. 모든 회원이 띠방 산행에 참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부터 띠방 산행 날 다른 번개 모임에 참석할 자신이 없다. 뒤통수가 얼마나 따가울 것인가.
행여라도 "저 새끼는 띠방 산행은 불참하면서 번개 모임에는 가네?" 하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둘째 주를 피하고도 벙주는 날짜 잡는 일에 참 고민이 많다. 누구는 평일이 좋다. 누구는 토요일이 좋다 등 회원들 의견이 분분하다.
참석할 이유보다 불참할 이유를 더 찾기 마련이라 누구는 평일이어서 못간다. 일요일에는 교회 가야한다 등 불참 이유 또한 다양하다.
벙주가 모든 회원들 사정 일일이 감안하다 보면 번개 못친다. 그냥 벙주가 정한 날짜를 밀어붙이면 된다.
날짜 맞은 사람은 참석하는 거고 안 맞으면 다음 기회를 보면 되지 않겠는가. 그 어떤 날도 모든 회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밑도끝도 없는 번개는 친한 친구들끼리나 통한다. 다양한 사람이 있는 카페는 번개 성격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번개 디테일이 중요하다.
아무리 부담 없이 만나는 번개라 해도 모임 장소, 출발지, 이동 방법, 메뉴, 회비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호응도가 떨어진다.
번개도 첫날 분위기를 타지 못하면 금방 시들해져서 바람 빠진 모임이 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 벙주는 벙찐다.
그래서 초반 참석자가 중요하다. 첫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참석자 멤버가 달라진다. 참석 댓글도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읽은 즉시 참석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지만 누가 참석하는지 지켜보다가 막판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둘 다 장단점은 있다.
누구나 껄끄러운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신입보다 오래된 회원일수록 그런 것을 따진다.
먼저 참석 댓글을 달았다가도 나중 불편한 사람이 참석하는 거 보고는 마음이 변하기도 한다.
최대한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불참을 통보한다.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겨 불참합니다. 죄송합니다."
번개는 남을 위해서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겁자고 가는 것이다.
저 사람은 저래서 싫고 이 사람은 이래서 싫다고 따지다 보면 결국엔 자기 혼자만 남는다.
이 방은 이래서 싫고 저 방은 저래서 싫다했을 때도 나중엔 갈 방이 없다. 결론은 삐치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
자주 만나다 보면 안 친했던 사람도 다른 면을 발견할 때가 있다.
참석 인원에 너무 연연하지 말 일이다. 50명 넘게 모인 번개에서 과연 몇 사람이나 얼굴을 익히고 친해질 수 있을까.
방장이나 총무 빼고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 외에 얼굴은커녕 닉도 제대로 기억 못할 것이다.
번개 인원은 약 20명에서 30명 정도가 알맞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그 이하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적으면 적은 대로 더 가족적인 분위기가 될 수 있으니까.
기념일이나 체육대회 같은 카페 행사는 최대한 많은 인원이 좋겠으나 번개는 너무 숫자에 연연할 필요 없다.
톡수방에서 지난 봄부터 다음 달에 어디서 번개할 예정이다 예고해 놓고 꿩 궈먹은 소식이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흐지부지 나가리 된 번개가 연달아 세 번이다.
톡수방의 현재를 보는 것 같아 참으로 민망했다. 특히 두 번이나 무산된 성모동산 홑샘 선배님한테 미안했다.
지존 방장이 사람이 착한 건지 아니면 열정이 식은 건지 번개를 군불만 때고 성사시키지를 못한다.
정기 모임이라면 모를까 번개는 미리 흘릴 것이 아니라 완전히 결정한 후에 짜잔 번개치듯이 올려야 맛도 분위기도 산다.
이방저방 돌아다니지 않은 척하면서도 다들 들어와 톡수방은 어떻게 돌아가나 보자 분위기를 살필 것이다.
살다 보면 번개도 불발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주 번개가 자동폭발을 하면 그것도 웃음거리다.
이번 번개 만큼은 꼭 성사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쓴다.
매달 모임은 무리일 것이고 적어도 계절 바뀌는 절기에 한 번씩은 번개라도 가졌으면 어떨까 싶다.
방장 혼자 힘쓰기보다 톡수방 회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톡수방을 향한 애정과 소속감이다.
첫댓글
톡 수다방에
딱 맞는글 잘쓰셨슴니다~^
여름님 용감합니다.
이런 글에 댓글 달기가 참 저어하지요.
톡수방에 자주 오셔서 쓴소리든 고운 소리든 함께 즐기도록 하지요.ㅎ
첨 부터
끝 까지
구구 절절 옮은말씀
긴글은 잘 안읽는데 잘 일고갑니다.
이런 글에도 호응을 해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신작로님을 제 수첩에 적어 놓겠습니다.^^
자주 오시면 제가 반겨드릴게요.ㅎ
유현덕님
글을 너무
잘 쓰십니더!
그랍니꺼
지존 방장이 상을 받던데 리야님께서 지한테도 상 하나 주이소.
지는 밥상을 제일 좋아합니더.ㅎ
유현덕님의 톡수방 벙개에 대한
글 공감합니다..^^
다들 눈치 보느라 눈팅만 하고 가는데 봄향기님께서 용감하게 댓글 주셨습니다.
공감하셨다니 다행이네요.ㅎ
구구절절 정확한 표현 이십니다
가끔 오지만 반가운 현덕님^^
오매야!
반가운 우리 홍실님이 어디 갔다 이제 오시나요?
어제 삶방 출석부를 빼 먹었기에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답니다.
별일 없는 거지요?
홍실님 없는 톡수방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유현덕
@유현덕 제가 바빠요
오늘은 짬내서 요래 딜다보네요 ㅎ
@홍실이 바쁘면 됐어요.
바쁠 때가 좋은 겁니다.
그래도 바쁜 와중에 요래 딜다보니 얼마나 좋은지요.
바쁘더라도 건강 꼭 챙기면서,, 알았쥬?^^
@유현덕 네
현덕님도 아프기 없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