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적격성으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선 알제리 복서 이마네 켈리프(25)가 준결승에 진출, 최소 동메달을 확보하고 눈물지었다. 준준결승 경기 전 자신과의 대결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던 헝가리 복서 루카 안나 하모리(23)와는 경기를 마친 뒤 두 차례나 껴안으며 훈훈한 화해를 했다.
앞선 16강전에서 이탈리아 복서 안젤라 카리니(25)로부터 46초 기권승을 따낸 켈리프는 알제리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3일(현지시간) 노스 아레나의 링에 올라 3라운드를 모두 소화한 뒤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기분 좋다"고 영국 BBC 스포츠의 편집자 댄 론에게 입을 뗀 켈리프는 "알제리 여자 복싱 사상 첫 메달이어서 아주 행복하다. 온 세계와 아랍 세계에 감사드리고 싶다.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모리는 대체로 정신력으로 싸운 한 판이었다고 돌아봤다.
두 선수는 종료 벨이 울린 뒤 포옹했고 나중에 결과가 공표된 뒤 다시 껴안았다. 하모리는 "우리 모두에게 아주 힘든 하루였는데 난 대단한 싸움이었다고 말하고 싶으며 미래의 켈리프에게 행운을 기원한다. 모두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경기장에 들어설 때 야유를 들었던 하모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기 직후 압델마지드 테부네 알제리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당신은 알제리와 알제리 여성들과 알제리 복싱을 존중했다. 우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신 곁에 설 것이다. 다음 두 경기와 잘 나아가는 행운을"이라고 적었다.
켈리프의 오는 6일 준결승 상대는 2021년 도쿄올림픽 챔피언이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부세나즈 수르메넬리(튀르키예)를 물리친 잔잼 수완나펭(태국)이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아 이 경기를 지더라도 그녀는 동메달을 목에 건다.
켈리프와 타이완 복서 린위팅(28)은 격렬한 논란 속에도 파리올림픽 경기 진행을 직접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든든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앞서 두 선수가 여성이라는 것에 "어떤 의심도 품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알제리올림픽위원회의 스포츠 국장인 야신 아랍은 켈리프를 둘러싼 논란이 "농담"이었다고 밝혔다. 국제복싱연맹(IBA)으로부터 나온 몇몇 보도는 켈리프와 린이 육상 선수 카스터 세메냐처럼 XY 염색체를 갖고 있어 '다른 성적 발달'(DSD)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받는다고 했다. 아랍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이날 경기 전 BBC의 린 기자에게 "그녀가 선수촌에 도착했을 때 이 검사를 받았다"면서 "양성이 나왔다면 그들이 싸우게 놔뒀다고 생각하느냐? 절대 아니다. 그녀는 모든 검사를, 심지어 임신 테스트도 했다. 모든 테스트가 음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BA는)그녀가 양성이었으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아주아주 높다고 말했다. 당시 IOC의 의료국장은 복싱에서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로 수치가 높은 것은 정말로 일상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모든 소녀들이 마찬가지다. 이런 사례는 이마네 만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랍은 "논란은 농담이다. 모든 사람이 이마네가 소녀로 태어난 것을 안다. 그녀는 소녀로서 일생을 싸워왔다. 모든 대회에서 그녀는 소녀였다"면서 마지막으로 신랄한 한마디를 던졌다. "그녀가 졌을 때 이런 얘기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