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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연주의(Naturalism) 문학
▷ 1620년 영국의 순례자들(Pilgrims)이 메사추세스 Plymouth Colony에 정착한 이후 미국은 자신의 가장 깊은 문화적 뿌리를 영국에 두고, 영국의 품위있는 전통(genteel tradition)을 모방하였으며, 문학적 영감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차용하였다.
cf)
☞ 에머슨(Emerson, 1803-1882): 범신론적 초월주의, 낙천적
☞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 월든, Walden,범신론적 초월주의, 산업주의와 물질주의에 항거하는 정신적 자연 생활.
▷ 미국의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 인간 심연의 암흑세계에 대한 문학적, 철학적 통찰:
☞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 주홍글씨Scarlet letter: 청교도 목사 딤즈데일의 죄책감과 그와 간음한 헤스터의 순수한 마음을 대비시키며 17세기 미국 청교도들의 위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헤스터에게 A라는 붉은 낙인은 인간을 얽매는 굴레를 뜻한다
☞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 Moby Dick: 인간과 자연의 투쟁
☞ 마크트웨인(Mark Twain, 1835-1910),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소년 허클베리 핀과 흑인 노예 짐의 모험. 인종과 문화의 차이로 갈라져 있는 자유분방한 헉과 짐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표류하며 여행한다. 짐은 헉에게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평등하며 존중되어야 함을 가르쳐 준다. 지역색, 방언, 토속적 정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자연주의가 낯설고 위험스럽고 부도덕하게 까지 보이는 프랑스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상당히 기이한 현상이다.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남북전쟁(1861-1865)이후 ‘침울한 시대(brown decades)’를 살았던 감수성 있고 예민한 작가들이 소설 속 인물과 상황에 대한 노골적인 솔직함을 지닌 프랑스 작품의 세계관에 경도되었기 때문인가?
당시 미국 문단은 지성적 섬세함보다는 현장에 대한 숨김없고 과감한 묘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동안 미국인의 삶은 미국의 프론티어의 획득과 풍부한 부에 대한 열정에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1914) 후 급속한 부의 확산(roaring age)과 그에 이은 경제 대공황(1929-1933)의 여파로 미국의 작가들은 냉혹한 과학과 유럽의 퇴폐와 절망의 산물인 자연주의로 옮겨갔다. 이런 전향의 요소가 미국인의 성격과 미국 사회에 잠재되어 있었는가?
▷ 두 가지 요소를 들 수 있다.
1. 미국인의 뿌리깊은 캘빈이즘
2. 미국인의 물질적, 정치적 성장의 규율없는 도덕적 불모
1. 캘빈이즘은 우주의 예정된 힘 앞에 나약한 인간을 강조하였다. 불가사의한 신과 원죄설을 가진 캘빈주의자의 염세적 시각은 이성과 과학적 합리성으로 자연의 힘과 동일시될 수 있는 자비로운 신에 대한 낙천적 희망을 제시한 계몽주의보다 더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다. Scarlet letter
또한 당시 지질학과 진화론적 생물학 분야의 과학적 지식은 절대적 힘 앞에 선 인간의 무가치함과 무력함을 분명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 과학은 오히려 염세주의 정신을 더 조장하였다. 과학은 인간을 생화학적 현상 즉 막강하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자극들에 기계적이고 무력하게 반응하는 한 다발의 반사 행동체로 파악하게 하였다.
Stephen Crane의 말은 인간의 운명에 대해 무관심한 우주를 잘 표현한다.
A man said to the universe:
“Sir, I exist!"
“However," replied the universe,
“The fact has not created in me a sense of obligation.”
늙은 캘빈주의자는 자신의 고통들 속에서 적어도 진지한 신에게 기도할 수 있었으나, 자연주의자는 자신의 절망 속에서 냉담하며 전적으로 비인격적인 우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2. 두 번째 원인은 미국의 탐욕적이고 절제없는 산업과 정치의 성장이었다. 남북전쟁 후 대실업가들은 금융조작을 통해 탐욕스럽게 거대한 부를 쌓았지만 서민은 노동착취공장, 기아임금, 불공평 경쟁, 무책임한 가격 조작의 희생자가 되었다. 재벌은 시장, 직업 공급, 심지어는 정부도 통제하였다. 이러한 조건들은 미국 사상가들과 작가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그들을 염세적으로 만들었다.
돈과 권력에 의한 탐욕으로 인간은 동료를 착취했으며 멤먼(Mammon, 부의 신)을 위해 신을 버렸으며, 또 비인격적이고 도덕관념이 없는 과학의 부산물인 기계를 자신의 탐욕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과학으로부터 ‘적자생존’이라는 비기독교적인 진화론의 주장을 끌어들였다.
☞ 카네기(Andrew Carnegie) 철강 재벌,
록펠러Rockefeller-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조직하여 석유업의 독점적 지배를 확립.
☞ 피츠제럴드(Fitzgerald) The Great Gatsby: 1922년 여름의 뉴욕시와 롱 아일랜드가 배경. 1차 세계대전 이후 무너져가는 미국 사회의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소설.
닉케러웨이(Nick Carraway), 게츠비, 톰과 데이지(Tom Buchanan과 Daisy Buchanan)
막대한 부를 소유한 게츠비의 저택에서 매일 밤 사치스럽고 방탕한 호화 파티가 벌어진다. 1920년 대 재즈 시대(Jazz age), 대공황 직전의 미국 풍경 묘사
▷ 부언하여, 진화론 사상에서의 삶은 캘빈주의자들의 주장 못지않게 냉혹하고 절망적이었으며 약자들과 불운한 자들에 대해 아무런 원조도 없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대실업가조차도 생존에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자연주의자들에게 인간은 더 이상 최고의 종(種)이 아니다. 기계의 노예가 되어갈 뿐이었다.
☞ 존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의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는 몰수당한 땅을 되찾으려는 농민들에게 “은행은 인간이 만든 인간 이상의 괴물이야, 인간이 그것을 만들었지만 인간을 그것을 통제할 수 없어”라고 말한다.
미국 경제구조의 모순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가난한 삶을 사실 그대로 묘사.
경제 대공황 당시 은행에게 땅을 빼앗겨서 오클라호마주에서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야 했던 조드 일가의 삶을 묘사.
▷ 이러한 절망의 철학 일부가 민주주의 정신에 침투하였다. 가장 성공적인 사람들의 파렴치함, 부도덕, 부정, 정부의 타락 등이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정치적 이상과 영속성의 가치를 희생시켰고 이는 미국에서도 유럽에서 반복되었던 민주주의의 실패를 예견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시대상황은 문학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었고 당시의 작가들은 하층민의 비참한 삶과 그들이 벌이는 대자본가와 냉담한 자연과의 투쟁, 그리고 성을 담보로 물질과 쾌락을 추구하는 타락한 모습을 문학에 담기 시작했다.
▷ 미국 자연주의 문학 형성
Stephen Crane(1871-1900),
붉은 무공훈장 The Red Badge of Courage 전쟁의 어리석음 풍자
Frank Norris(1870-1902)
The Octopus와 The Pit에서 밀농사 짓는 농부들과 철도회사의 대결.
Jack London(1876-1916)
The Call of the Wild에서 인간 속에 잠재해 있는 동물성과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Theodore Dreiser(1871-1945)
Sister Carrie, 18세의 시골처녀 캐리와 술집 지배인 허스트우드.
캐리는 대배우가 되고, 부랑자로 전락한 허스트우드는 자살한다. 드라이저는 자연주의적 방법으로 인간이 공통적으로 지닌 물욕과 고독한 정신과, 환경이 지배하는 힘을 묘사.
Jennie Gerhardt, 무지한 까닭으로 생활의 희생이 되는 불행한 여인을 묘사.
An American Tragedy, 종교와 가난 때문에 불우하게 성장 한 크라이드(Clyde)가 상류사회에로의 진출을 위해 가난한 애인을 죽이고 그 자신도 살인범으로 처형된다는 이야기
▷ Dreiser에게서 인간들이란 화학작용(Cheism) 속의 생물에 불과하다. 약한 자와 강한 자, 부자와 빈자들의 사회에서 이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그에게 “인간은 바람에 날리는 한 웅큼의 풀”(man is but wisp in the wind.)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Dreiser는 Herbert Spencer, Charles Darwin의 영향을 받아 거대하고 무자비한 우주속의 인간의 삶이란 아무 의미나 목적없는 자연현상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세상에는 바르고 자비로운 해결책이란 없다고 믿는다.
Spencer는 First Principles의 ‘불가지의 존재(the Unknowable)’론에서 인간은 외부의 불가지한 힘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로서 진화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함.
진화론자 Charles Darwin은 ‘Natural Selection'에서 어떤 환경에서 우성인 생물은 열성인 기존의 종(種)을 쇠퇴시키고 진화, 발전되어 간다고 한다.
Dreiser는 Flaubert, Balzac, Zola, Hardy 등으로 부터도 큰 영향을 받는다. 어린 시절 가난의 고통을 겪으며 불행하게 성장하여 청년기에 철학적, 문학적 사조에 심취해 들어간 그의 삶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자연주의적인 삶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Dreiser는 비록 인간들이 무력하기는 하지만 그들로 하여금 꾸준한 투쟁을 단념하게 하고 우주의 힘에 굴복하게 하지 않았다. 미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투쟁이 소용없을 수도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비애와 절망을 안겨주는 가난이나 타락의 길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하지 않았다.
이점에서 Dreiser을 포함한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들은 Zola처럼 철저하게 과학이론을 소설 창작에 적용시킨 프랑스작가들의 자연주의와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닌다고 하겠다. 즉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들은 명확한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경험과 당시의 시대상황을 관찰하면서 거기서 느낀 감정과 사회개혁적인 열의를 가지고 작품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결정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 미국의 자연주의와 프랑스의 자연주의
미국의 자연주의자들은 어둡고 불행한 삶의 현장을 표현하고자 했고, 변질된 미국인의 꿈을 통해 나타나는 비관주의와 유물주의를 작품에 반영시켰으며, 자기의 운명을 관장하고 윤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개인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동물적 속성에 지배되는 도덕과 무관한 인간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작가들 어느 누구도 Zola 만큼 철저하게 자연주의적 견해를 획득했던 사람은 없었다. 인간에게는 어떠한 의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침울하고 비관적인 결정론적 태도와 도덕과 무관한 약탈적인 우주관을 그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Zola가 자신의 엄격한 과학이론을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필수적인 예술에 적용하려는 모순을 안고 있었던 프랑스의 자연주의처럼, 미국의 자연주의 역시 시대적인 여건상 미국이란 토양에 이식되긴 하였지만 미국사회를 형성하는 개인의 잠재력과 진보와 이상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아주 잠재울 수 는 없었다.
▷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의 차이점
자연주의는 사실주의처럼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 외에도 또 하나의 특수하고 제한적인 관점을 추가하고 있는데 그것은 19세기에 접어들어 발전하고 있던 과학적인 이론에 근거한 관점이다. 가령 Origin of Species에서, 인간은 신의 뜻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하등동물에서 진화된 것이며 생존경쟁에 있어서도 자연의 선택에 의해 적자만이 승리한다는 Charles Darwin의 이론은 전통적인 기독교사상과 도덕관을 부정하는 것으로서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자연주의 작가들은 인간이란 유전자와 환경에 지배되는 생물체이며 인간의 행동 역시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이 없다고 믿게 된다.
따라서 자연주의자들은 일상적인 삶을 세부적으로 묘사하는데 있어서는 리얼리스트와 같지만, 행동과 신념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리얼리스트와 달리 유전과 환경같은 인과적인 힘의 역할에 대해 민감하게 느끼고서 일상생활을 묘사한다.
문학에 있어서의 자연주의는 절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초자연적인 것을 부정하고 과학에 열중한다는 점에서 계몽주의적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통한 인간의 구원이라는 낙관적 믿음을 부정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주의는 과학을 너무나 신봉한 결과 오히려 인간의 무력함과 거기서 오는 절망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제 자연은 신의 목적을 현시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게 무관심하고 불가사의한 존재로서 군림하게 되었고 인간은 그 속에서 자유의지를 상실한 무력한 존재라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의지력을 행사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힘이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이미 운명이 결정된 생물체에 불과하게 된다. 자연주의는 이론상 과학자와 같은 엄격한 객관성을 지니고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작가의 관점과 상상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의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497회(2021.12.1. ) : 도덕경 64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노자가 묻는다』저자) 498회(2021.12.8.) : 도덕경 66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노자가 묻는다』저자) 499회(2021.12.15.) : 영국과 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 나채근(영문학박사/한국어교육학박 사) 500회(2021.12.22.) : 인문학통청아카데미 500회 기념 음악회, 설창환( ) 501회(2021.12.29.)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10), 이태호(통청아카데미원장/철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