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조선왕조실록 16편*
과거원정대 -上-
과거하면 조선왕조 5백년을 지탱해온 인재 선발제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오죽하면 요즘 매년 치르는 고시를 과거에 비유할까?
장원급제 하면 인생역전에 가문의 영광이었다는 것처럼 고시합격이 곧 인생역전에 가문의 영광으로 자리 잡은 지금.
조선시대의 과거는 어떻게 치러졌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사 상택아,내는 고마 가야 할 거 같데이.
아부지예, 와 이리 약한 소리를 하는교?
그런 소리 할 정신 있음 퍼뜩 정신차리고 일어나셔야제,
아부지 힘 내이소.
마, 내는 힘들 거 같다 상택아 내 죽기 전에 소원이 하나 있는데 꼭 들어줘야 한다.알긋제.
아부지.내 죽기 전에 네 장원급제해서 어사화 한번 꽂고 오는걸 보는 게 소원이다.
아부지, 그냥 생원시나 진사시나 봐서 양반신분이나 유지하면 안 되겠어예 과거가 뭐 얼라 이름이라예
과장에 나가기도 전에 발에 채여 죽는 게 다반사인데 그리고 과거시험 봤다 칩시다.
돈 없고, 빽 없는 우리 같은 종자들은 백날 봐도 떨어질 뿐이라예.
속편하게 생원시나 진사시나 한번 보고 손 털읍시다 마.
이노마야! 보이스 비 앰비 셔스란 말도 모르나 니캉 내캉 여기서 확 죽어뿌리까 사내 새끼가 X달고 태어났으면 한번 휘둘러나 보고 죽어야제.
아부지, 지보고 변강쇠 하라는 겁니꺼.
이눔자식이 그래 이참에 니캉내캉 혀 깨물고 확 디지삐자.
경상도 상주땅의 김상택 부자(父子)는 과거시험을 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한바탕 설전을 벌이는데,
아들 상택이 보기에는 과거라는게 영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돈 없으면 시험도 못보고, 돈이 생겨서 시험을 보러가더라도 달랑 33명 뽑는 대과에 10만명 가까이 몰려드는 살인적인 경쟁률,
그나마 공정하게 본다면 모르겠지만 과거 응시자의 거의 대부분이 컨닝을 하고, 시험관을 매수하고, 팀을 이뤄서 서로의 약점을 커버해야 합격을 바라볼수 있는 것이었다.
상택아 내 죽어쁘면 조상님을 우예 바라볼끼가 상택아.
아버지의 절규 앞에 상택이는 결국 과거시험을 보기로 결정을 하게 된다.
마, 까짓거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아부지 소원을 못 들어줄까.
그까이거 한번 급제하믄 될 거 아이가.
상택은 그길로 서당시절 힘깨나 쓰기로 유명했던 용가비를 찾아 나선다.
용가바,네 요즘 뭐하노.
뭐하긴, 내 머리로 과거보긴 애저녁에 글렀고, 무과나 함 볼라고 안카나?
혹시 아나. 이순신 장군처럼 뽄나게 살수있을지.
마 치워라,니 내랑 과거나 함 보자.
뭔 소리고 천자문도 겨우 뗐는데,
우예 과거를 본다꼬.
그냥 내만 따라온나,니 대굴통에 어사화 함 꼬바주꾸마.
상택은 그렇게 용가비를 꼬신 다음, 그길로 글씨 하나는 죽이게 쓰는 걸로 잘 알려진 서원 시절 동기인 찬석이를 찾아 나선다.
찬석아, 니 요즘 뭐하노.
뭐하긴, 배운게 글씨쓰는 건데.
동원 옆에 쪼메난 대서소 차려서 글씨 대신 써주고 있다 아이가.
니 과거 함 볼래.
과거는 무신 과거 돈없고, 빽없는 우리같은 것들은 과장(科場 과거 시험장) 들가기 전에 밟혀 죽는다.
내는 살던데로 고마이래 살란다.
걱정 말그래이, 내 100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선접군을(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나서는 등빨 좋은 선수)찾아내따.
니는 편하게 와서 글씨만 쓰면 된다.
선접군만 있음 뭐하노.
가만, 니지금 내를 사수(寫手 직역하면 베끼는 손이 된다. 주로 글씨를 잘쓰는 사람이 맡는다)로 쓸라카는 기가.
하모, 상주 근방 100리 안에서 네만큼 뽄때나게 글쓰는 아가 어디있노.
선접군에, 사수까지? 네 진짜 과거 볼끼가.
비싼밥 쳐묵고 헛말 하는줄 알았나.
선접군은 그러타치고, 내는 사수하고, 그럼 거벽(巨擘 시험문제를 직접 푸는 선수)은 어데소 찾노.
니 앞에 있지 않나.
니지금 장난치나 지금 니는 사서삼경도 못뗐다 케노코.장난치나
뗏다 아이가 그리고 요즘 세상에는 지식의 개념이 바꼈데이.
예전엔 지식을 대굴통에 넣어 다녔지만, 요즘은 지식이 어데 있는지만 알믄 된다.
머라꼬.움직이는 나이박이(移博 지식을 옮겨 널리 이롭게 한다)내 아이가 을마 전에 정보 검색사 시험에 합격해따 아이가,걱정말고 내만 따라온나 합격시켜 주꾸마.
자, 이렇게 해서 상주 땅의 세 청년들은 ‘과거원정대’를 결성하고 보무도 당당히 서울로 입성하게 되는데,
이들 과거원정대는 어떻게 과거시험을 치루게 되는지 다음회를 기다려주시라
사투리 쪼매 써볼라카이 힘드네예 ㅎㅎ
*엽기조선왕조실록17*
.과거 원정대 -中-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입성한 세 청년들 팀웍을 다지기 위해 한 주막집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데,
용가바, 용가비 다리는.
백만냥짜리 다리.
우리가 급제를 할라믄 네 다리가 중요한기다 알긋제.
하모, 내만 믿으라, 딴건 몰라도 몸으로 때우는 건 다 자신 있다 아이가
단디 더러라, 이번 과거 보러 한양에 올라온 놈들이 10만은 된다 카더라.
밟혀 죽지 않고, 시험문제라도 한번 볼라믄 용가비 네가 목숨 걸고 명당자리를 차지해야 하는기라.
용가비 네가 목숨 걸고 자리만 잡아주믄, 그 담은 우리가 알아서 네 몫까지 답안지 써주면 되는 기다.
우리 믿제.
하모, 내도 대글빡에 어사화 함 꽂아봐야제.
하모, 우리 모두 대글빡에 어사화 꽂고 금의환향 함 해보자.
이렇게 친목을 다진 상택과 그의 동료들 이렇게 그들은 과거를 보기위한 최소한의 단위인 접(接)을 만들게 된 것이다.
조선중기를 거치면서 과거제도 자체가 타락으로 치달아 가면서 혼자 과거시험을 보고 그길로 급제를 한다는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가 되어버렸다.
아니,명문권세가의 자식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국 방법이란 것이 개인전인 과거를 불법적으로 ‘단체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과거시험을 보러온 ‘상택접’이 어떻게 과거시험을 치루는지 한번 지켜보자,
용가바! 용가비 다리는.백만냥짜리 다리 딴지 거는 쉐이들은 확 쎄려갈기 삐라 알긋제 네가 자리 몬잡으면 우리 보따리 싸서 내려 가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긋제 단디 해라 단디.용가비는 상택이와 찬석이의 어깨를 주무르며 창경궁의 정문 홍화문(弘化門)앞에서 과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다른 접들도 눈을 부릅뜨며 과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데, 이미 이들은 며칠 전부터 날을 새며 홍화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선접군으로 보이는 이들은 저마다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와 우산,
말뚝을 어깨에 메고는 과장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장시간, 저마다의 접에서 선접군으로 나온이들 맹렬한 기세로 창경궁으로 뛰어 들어간다.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며 내쳐 달려가는 선접군들 이들 중 유난히 돋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무과준비를 하던 용가비였다.
내 앞으로 나가는 놈들 있으면 다 대가리를 뽀사버릴끼다.다 뎀비라.
우산을 청룡도처럼 휘두르며 선접군 두세명의 머리통을 박살낸 용가비는 그대로 내쳐 달린다.
이미 몇 명의 선접군들은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 황천길로 건너간 자들도 있었다.
이 쟁접(爭接)과정에서 쓰러지면 그길로 그 선접군은 반쯤 죽은 목숨이라 봐도 좋은 것이 10만 가까운 인파들에 깔린다면 어찌 될 것인가.
용가비의 활약에 의해 상택이 팀은 현제판(과거 시험문제를 적어놓은 판) 과거시험은 문제지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출제한 걸 보고 베껴와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문제를 빨리 보기 위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애쓰는 것이었다)
바로 앞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용가비 의기양양하게 우산을 펴고, 자리를 깔고는 문제를 베끼기 시작한다. 뒤이어 상택이와 찬석이가 따라온다.
용가바! 네 욕봤다.
욕보긴, 인자 네들이 욕봐야겠다.
내는 힘쓰느라 목이 타 그란데,
막걸리나 한잔 하고 와야게따.
천천히 마시고 와라, 욕봤다.과장 안은 잡인의 출입이 엄금된 상황이었지만, 조선 중기를 넘어가면서 막걸리 장사가 들어와 술을 팔정도로 문란해졌었다.
용가비가 퇴장한 사이,상택이와 찬석이는 시험 문제를 확인하는데,상택아, 인자부터 우얄낀데?
네 논어가 뭔지 아나 논어 헌문(憲聞)편에 나오는 이야기 같은데, 우짤끼고.찬석이의 말에 상택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내 말했제 인자부터는 지식을 넣어 댕기는게 아이라, 지식이 어데 있는지 찾는 시대라꼬.
상택이 웃더니 책가방 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손바닥만한 책이었다.
와 일마 이거 협서(狹書 책을 들고 들어와 시험 보는 것, 책을 보고 베끼는 것이다)할라 카네.
네 임마 이러다 걸리면.
눈까리가 있으면 옆에 애들 하는 꼬라지 좀 봐라, 협서 안하는 아들이 있나.
없제.
그러믄 아가리 닥치고 내 하는 기나 잘 봐라.
이래뵈두 짜깁기 하나는 상주바닥에서 내 따라갈 놈 없지 시푸다.
상택 그 말과 함께 손바닥만한 논어를 뒤적거리며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답안지 세 개를 작성해 나가는데, 그야말로 청산유수와 같았다.
상택이의 접(接)은 과연 무사히 과거시험을 마치고 어사화를 꽂고 상주땅으로 금의환향 할 수 있을까 과거원정대의 원정결과는 다음회를 기약하시라.
초특급 대하 울트라 버라이어티 역사 사극 ‘과거원정대’ 그 대망의 3편은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