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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時習 (1435 ~ 1493. 서울出生. 學者. 文人)
字 悅卿. 號 梅月堂 • 淸寒子. 法號 雪岑. 本貫 江陵)
(1) 嘉蔬 (좋은 나물)
山有嘉蔬澗有樵 ~ 山에는 좋은 나물있고 溪谷에는 땔나무있어
此生端欲樂陶陶 ~ 이 世上 삶이란 原來 즐거움이 많은 것이라.
雖然靑史無蹤跡 ~ 비록 靑史에는 蹤跡이 없을지라도
爲有英靈特見招 ~ 靈魂은 있으니 特別히 招待받기를 願하노라.
(2) 加平縣
老樹靄如雲 ~ 오래된 나무에 구름같은 아지랑이
重圍古縣門 ~ 옛 고을 門을 거듭 둘르는 구나.
有人耕綠野 ~ 綠色 들판엔 農夫가 밭을 갈고
無犬吠黃昏 ~ 黃昏에도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구나.
樵逕依山麓 ~ 나뭇꾼의 길은 山기슭으로 이어지고
柴扉傍水村 ~ 사립門은 물가 마을 곁에 있다.
吏眠山鳥語 ~ 衙前은 졸고 있고 새는 노래하는데
風景似桃源 ~ 風景은 곧 武陵桃源 別天地로다.
(3) 椵峴
驟雨暗前村 ~ 소나기에 앞 마을 어두워지고
溪流徹底渾 ~ 흐르는 개울은 밑바닥까지 흐려진다.
疊峯遮客眼 ~ 疊疊한 山봉우리는 길손의 눈 가리고
一徑入溪源 ~ 지름길 한 줄기 개울 언덕으로 通한다.
靑草眠黃犢 ~ 푸른 풀밭에는 누런 송아지 잠들어있고
蒼崖叫白猿 ~ 푸른 언덕에서 흰 원숭이 울부짖는다.
十年南北去 ~ 十 年 間 南北으로 다녀보았지만
歧路正銷魂 ~ 갈림길 만나니 또 焦燥한 넋이 되노라.
(4) 看竹 四首. 其一
古寺北垣竹 ~ 오래된 절 北쪽 담장의 대나무
種來知幾春 ~ 심어 온지 몇 봄인지 모르겠다.
僧居不記箇 ~ 스님들 머물며 이것을 적지 않아
客來無看人 ~ 손님이 와도 보는 사람 없구나.
老根斜起糾 ~ 늙은 뿌리는 꼬여 비껴 일어나고
風葉細生皴 ~ 잎은 바람에 가늘게 주름졌구나.
(皴. 주름/틀 준)
愛爾移時坐 ~ 너를 사랑하여 때맞게 자리 옮겨 와
殷勤與汝隣 ~ 殷勤히 너와 더불어 이웃하리라.
(5) 看竹 四首. 其二
歲寒不改操 ~ 한겨울 추위에도 節操를 아니 고쳐
葉葉藏靑春 ~ 잎마다 푸른 봄을 감추었구나.
我是新知伴 ~ 나는 이것이 새로운 벗임을 알기에
君爲舊住人 ~ 그대 爲해 오래도록 머물던 사람이라.
自誇蒼節勁 ~ 푸른 마디 굳셈을 스스로 자랑하고
應笑白眉皴 ~ 주름진 흰 눈썹으로 웃으며 和答하네.
對卿殊有意 ~ 그대를 對하여 決心한 뜻이 있어
得錢買山隣 ~ 돈을 求하여 이웃의 山을 사야겠네 그려.
(6) 看竹 四首. 其三
巖竇托根日 ~ 바위 구멍의 햇빛에 뿌리를 맡기고
邇年多少春 ~ 새해가 가까우니 때마침 少春이라.
定能知客性 ~ 定해진 能力과 나그네 性品을 알기에
應自厭塵人 ~ 俗世의 사람을 따라 스스로 和答하네.
琅玕新粉滑 ~ 대나무는 새롭게 化粧하여 반들하고
箁箬舊皮皴 ~ 竹筍 껍질과 오래된 거죽이 트는구나.
寂歷靑山晚 ~ 寂寞함이 지나자 푸른 山은 저무는데
携筇乞卜隣 ~ 지팡이 들고 이웃에 무를 빌린다.
(7) 看竹 四首. 其四
山中糜歲月 ~ 山 속에서 歲月을 虛費하면서도
行樂十年春 ~ 즐거이 다닌지 十 年째 봄이라.
竹祖書年記 ~ 대 뿌리는 時代를 記憶하니
龍孫問主人 ~ 竹筍에게 主人이 물어보네.
地寒無奈苦 ~ 찬 땅속에서 어찌 괴로움 없으랴
風勁不應皴 ~ 强한 바람에 應해도 트지 않는구나.
我欲移君培 ~ 나는 그대를 북돋아 옮기려 하는데
幽居必擇隣 ~ 조용히 살며 반드시 이웃으로 擇하리라.
(8) 感時
千村萬村蕎花開 ~ 千 萬 村엔 메밀꽃 피어있고
一聲兩聲鴻雁來 ~ 한 소리, 두 소리 기러기 떼 날아온다.
節物崢嶸人已老 ~ 철 만난 事物들 뛰어난데 사람은 늙어가고
感時騷客心悠哉 ~ 時節을 느낀 詩人은 마음이 悠長 하여라.
已聞村舍收新稌 ~ 마을 집에는 이미 새 穀食 걷었다는데
復道火菑種牟來 ~ 火田에 보리 심고 온다며 다시 말하는구나.
老子山中有生涯 ~ 山中에도 늙은이 生計 있으니
小圃紫豆垂纍纍 ~ 작은 밭에 붉은 콩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十年爲客西復東 ~ 十 年을 나그네 되어 東西로 다니다가
不覺寒暑相推移 ~ 추위와 더위가 바뀌어 온것도 몰랐도다.
如今衰病臥山丘 ~ 只今처럼 衰하고 病들어 山 언덕에 누워
細觀一歲春復秋 ~ 한 해가 봄 되고 가을 됨을 細密히 보았도다.
功名世上好事耳 ~ 世上 功名이란 좋은 일인데
我獨無心空白頭 ~ 나만 홀로 無心히도 덧없이 白髮로 늙었도다.
壯志未磨歲月遒 ~ 큰 뜻 닦지 못하고 歲月만 빨리 흐르는데
亭畔蟪蛄鳴啁啾 ~ 亭畔엔 쓰러라마와 땅강아지가 울어대는구나.
(9) 甘泉 (甘泉에서)
客路雙鬢星 ~ 나그네 길에 두 귀밑머리 희어지고
長亭復短亭 ~ 긴 驛亭, 짧은 驛亭 거듭 거쳐왔다.
望雲何縹緲 ~ 구름 바라보면 어찌 그리도 아득하고
顧影大伶俜 ~ 발자취 돌아보면 너무나도 孤獨하였다.
古柳千絲碧 ~ 오래된 버드나무 올올이 실처럼 푸르고
遙岑一髮靑 ~ 멀리 山봉우리는 한가닥 터럭처럼 푸르다.
還嗟人世事 ~ 그러나 歎息하노니 사람의 世上 일이여
誰識屈原醒 ~ 그 누가 屈原이 깨어있는 사람인 줄 알아주었던가.
(10) 感懷. 1
事事不如意 ~ 일마다 내 마음 같지 않아
愁邊醉復醒 ~ 시름 속에 醉하였다 다시 깬다.
一身如過鳥 ~ 이 한 몸 나는 새와 같아
百計似浮萍 ~ 많았던 내 計劃 浮萍草 身世로다.
經史莫饜腹 ~ 經書와 史書 너무 배워 배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 ~ 才주와 名譽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 다만 베개 높이 베고 잠잘 생각이나 하며
更載夢虞庭 ~ 꿈속에서 舜임금 만나 和答해보리라.
(11) 感懷. 2
窮通聖難豫 ~ 窮하고 通함은 聖人도 豫測이 어려운데
懶慢更如何 ~ 懶慢하다면 더욱 어떠하리오.
午夢驚林鵲 ~ 대낮의 꿈도 숲 속 까치소리에 놀라고
年光怕暮鴉 ~ 歲月의 흐름은 저녁 까마귀도 두려워한다.
事隨人物變 ~ 일이란 사람에 따라서 變하고
雲向海天斜 ~ 구름은 해를 向해 기울어지는구나.
百歲悲歡事 ~ 平生의 슬프고 기쁜 일들
還同水上波 ~ 도리어 물 위의 물결과 같은 것이로다.
(12) 感懷. 3
四十三年事已非 ~ 四十三年의 일은 이미 그릇되어
此身全與壯心違 ~ 한창 때 마음과 全的으로 틀어진 이 내 몸이여.
神魚九變騰千里 ~ 神靈한 물고기 아홉 番 變해 千 里를 날으니
大鳥三年欲一蜚 ~ 큰 새도 三 年이 되면 한 벌레가 되려 한다.
洗耳更尋東澗水 ~ 귀를 씻고 東쪽 골짝물 찾아가
療飢薄采北山薇 ~ 北山의 고사리를 캐어 療飢하리라.
從今陟覺歸歟處 ~ 이제부터 돌아가 있을 곳을 알았으니
雪竹霜筠老可依 ~ 눈 속 대나무, 서리 속 竹筍은 늙어 依支하리라.
(13) 感興. 1
東寺躄浮屠 ~ 東쪽 절에 다리 저는 浮屠
中廏病顙駒 ~ 마굿간엔 이마에 病든 망아지.
起廢各有時 ~ 일어나고 衰함은 各其 때가 있고
失得且勿憂 ~ 잃고 얻음에 있어 將次 근심하지 말라.
漆以用而割 ~ 옻은 쓰임이 있어 갈라지고
膏以明而煎 ~ 기름은 밝음이 있다하여 태워진다.
棄置勿復慮 ~ 내버려진다고 다시 憂慮말고
福兮禍所牽 ~ 福받는 것은 災殃에 끌리게 된다.
人生天地間 ~ 天地間에 사람이 태어나
爲樂將何事 ~ 즐거움을 위해 將次 무엇을 섬기나.
鼎鼎百年內 ~ 盛大히 百 年을 살면서
不作形驅使 ~ 物質에 쫓기지 말어라.
出則爲小草 ~ 나가면 작은 풀이라하나
處則名遠志 ~ 차지하면 遠大한 志士라 한다.
遺臭與傳芳 ~ 자취와 香氣로운 이름 傳하는 것
不如負朝陽 ~ 아침 햇볕 쬐는 것만 못하니라.
庇身雖襜絮 ~ 몸 가리는 것 비록 누더기라도
是非兩相忘 ~ 是非를 모두 잃어버려라.
大丈夫便軒昂 ~ 大丈夫는 헌걸스러워야 하나니
豈肯屑屑趨名場 ~ 어찌 즐겨 區區하게 벼슬자리를 쫓으리.
欲進未進徒彷徨 ~ 나가려해도 나가지 못하고 한갓 彷徨 할 뿐이리니
百步九折路羊腸 ~ 百 걸음 되는 꼬불꼬불한 길이 羊의 창자 같도다.
豺虎當關今憧惶 ~ 시랑이와 호랑이들 길목에서 號令이 무서운데
達固欣然窮亦可喜 ~ 잘 되면 元來 좋고 窮해도 기뻐할 것이다.
男兒未蓋棺 ~ 男子가 棺 뚜껑 덮기 前에는
莫道事己巳 ~ 일이 이미 끝났다 말하지 말라.
立心勿草草 ~ 마음을 세우고 焦燥하지 말고
愼終常如始 ~ 終了까지 愼重하며 恒常 처음 같이 하여라.
浩歌一長笑 ~ 浩湯하게 노래하고 한 番 길게 웃나니
軒外暮山紫 ~ 처마 밖의 저문 山이 紫色으로 빛나누나.
(14) 感興. 2
二鳥避行路 ~ 두 새가 가는 길을 避하니
義士西山飢 ~ 義士가 西山에서 굶주려 죽었다네.
物固各有遇 ~ 萬物은 元來 各各 만남이 있고
遇固各有時 ~ 만남에는 各其 때가 있다네.
窮達竟難詰 ~ 窮하고 達함을 따질 수는 없으니
問天天不知 ~ 하늘에 물어도 하늘도 모른다네.
朝避猛虎穽 ~ 아침에 사나운 호랑이가 陷穽 避하여도
夕竄長蛇林 ~ 저녁에는 긴 뱀이 사는 숲에 숨어든다네.
人道險而難 ~ 사람 사는 길 險하고도 어려우니
天道杳難尋 ~ 天道는 아득하여 찾기도 어렵다네.
永懷坐申朝 ~ 깊은 생각에 낮까지 앉았더니
悄悄傷我心 ~ 근심스레 내 마음만 傷하였다네.
且把模稜手 ~ 가시 어루만지던 손으로
自守臃腫節 ~ 스스로 壅拙한 節槪나 지키려네.
直木必先伐 ~ 곧은 나무는 반드시 먼저 베이고
甘井必先竭 ~ 단 우물은 반드시 먼저 마른다네.
人喜鵬擊溟 ~ 남들은 鵬새가 바다를 치는 것 좋아한다하나
我喜龜藏六 ~ 나는 거북이 六爻를 간직하는 것을 좋아하네.
人誇犬戲麋 ~ 남들은 개가 사슴을 戱弄하는 것 자랑하나
我笑微聲鹿 ~ 나는 작은 소리 내는 사슴에 微笑짓는다네.
拍手歌紫芝 ~ 손뼉치며 紫芝歌를 노래하는데
紫芝何曄曄 ~ 붉은 芝草는 어찌 그렇게 光彩로운가.
貧賤足肆志 ~ 가난하고 賤해도 뜻 펼치기에는 充分하니
南谿且卜築 ~ 南쪽 개울에 將次 집이나 지으려 하노라.
(15) 感興. 3
雲自茫茫山自高 ~ 구름은 절로 茫茫하고 山은 절로 높은데
興亡百變水滔滔 ~ 興亡이 百 番 變해도 물은 滔滔히 흐르네.
是非坑裏若一夢 ~ 옳고 그른 일이란 구덩이 속의 한 바탕 꿈
榮辱窠中知幾勞 ~ 榮辱의 窟 속은 너무나 疲困한 것이라네.
得句無端空拍手 ~ 詩句를 얻고서 부질없이 拍手치고
感時不勝自揮毫 ~ 時節의 感賞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글을 지었네.
無人說却羊裘隱 ~ 좋은 옷 입고 숨어 살아도 말하는 이 없지마는
擬向金門着紫袍 ~ 大闕 向해 붉은 道袍도 입어볼까 생각했다네.
(16) 江山白雲
白雲曉羃秋江斂 ~ 새벽녁 흰 구름 덮여 가을 江을 감추고
江上孤峯螺一點 ~ 江 위로 외로운 봉우리는 한 點 소라같구나.
毿毿霜蕊粘葦花 ~ 길고길어 나풀대는 갈대꽃 꽃술엔 서리가 붙고 (毿. 털이 길 삼)
湛湛江楓猩血染 ~ 맑고맑은 江가의 丹楓은 피빛으로 붉게 물들었구나. (湛. 즐길/ 잠길 담)
晚來白雲渡江去 ~ 저녁이 되니 흰 구름은 江을 지나
渺渺江滸征冉冉 ~ 아득히 江邊따로 漸漸 멀어져 간다.
白雲不是無心者 ~ 흰 구름은 無心함이 아니니
往來舒卷長自在 ~ 가고 오고 펼치고 말림은 늘 自由롭구나.
寄語白雲須訪我 ~ 흰 구름에 부치는 말 반드시 나를 찾아주길
過我松關吾且待 ~ 소나무 빗장을 지나며 나 또한 기다린다네.
旣與汝曹俱得意 ~ 이미 너의 무리와 더불어 함께 뜻을 얻고
朝暮相從終莫改 ~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로 따르며 늘 바꿈이 없다네.
君不見 ~ 그대 보지 못하였나
通明只可自怡悅 ~ 通達하여 밝으니 다만 스스로 즐겁고도 기쁠 뿐
魯直看汝時拄笏 ~ 魯하고 곧은 너를 보며 때맞춰 笏을들어 가리키네.
古人曾與爾爲歡 ~ 옛 사람들 이미 기려 너를 사랑하게 되었고
我亦與爾盟已寒 ~ 나 또한 너와 더불어 이미 冷情히 盟誓하였네.
只恨往來了無迹 ~ 다만 恨하노니 오고 가는 明白한 자취가 없으니
相對須臾難盡歡 ~ 마침내 暫時 서로 마주해도 기쁨을 다하기 어렵구나.
俄然風起掃長空 ~ 갑작스레 바람이 일어 높고 먼 하늘을 쓸어버리니
但看萬里峯巑岏 ~ 다만 萬 里에 보이는건 뾰족뾰족한 봉우리 뿐이구나.
(17) 開窓寓言. 1
靑山如畫刮雙眸 ~ 푸른 山은 그림같아 두 눈이 트이고
芳草春深歲月遒 ~ 香氣로운 풀에 봄은 짙어가고 歲月은 빠르다.
七字篇章歸劇語 ~ 七言節句 한 篇 이룬 글 演劇의 臺詞 되니
一年行樂付閑遊 ~ 一 年 즐거운 일들 閑暇한 놀음에 부치노라.
滔滔擧世狗投骨 ~ 술렁이는 온 世上이 개에게 고기뼈 던진 듯
薄薄人情兔入罦 ~ 刻薄한 人情이야 토끼가 그물에 든것 같구나.
莫歎無成添白髮 ~ 이룬 것 없이 白髮만 늘었다 歎息하지마라
仲尼盜跖一林丘 ~ 孔子도 盜跖도 한 숲의 무덤이 되어버렸다네.
(18) 開天寺
碧雲深洞裏 ~ 푸른 구름 깊은 골짜기에
喜見古招提 ~ 옛 절을 보니 반갑구나.
寥落山門靜 ~ 寂寞한 山門 안은 조용하고
盤廻石逕迷 ~ 좁은 돌길을 따라 서성이네.
兩山松櫟老 ~ 兩쪽 山엔 오랜 솔과 상수리나무
半壁夕陽低 ~ 石壁으로는 저녁빛이 내린다.
到處皆佳麗 ~ 이르는데 마다 아름다우니
禪心未易擠 ~ 禪靜에 드는 마음 떨칠수 없네.
(19) 居茸長寺經室有懷
茸長山洞窈 ~ 풀잎 우거진 山 골짜기 깊숙도 하여
不見有人來 ~ 사람이 오는 것을 볼 수가 없구나.
細雨移溪竹 ~ 시냇가의 대나무는 가랑비에 자라고
斜風護野梅 ~ 비낀 바람은 들판의 梅花를 지켜 준다네.
小窓眠共鹿 ~ 작은 窓가에서 사슴과 함께 잠자고
枯椅坐同灰 ~ 마른 椅子에 앉아 있으니 이내몸이 재와 같구나.
不覺茅簷畔 ~ 草家집 처마의 뜨락에서
庭花落又開 ~ 꽃이 떨어지고 또 피어남을 깨닫지 못하겠구나.
(20) 憩絶澗中盤石
(낭떠러지 골짝물 속 盤石에서 쉬며)
盤石鋪澗底 ~ 盤石이 골짝물 바닥에 깔려 있는데
磵水流不鳴 ~ 골짝물이 흘러도 소리나지 않는다.
分流不浸處 ~ 갈라져 흘러도 젖지 않는 곳에는
石面如砥平 ~ 돌머리가 숫돌처럼 平平하구나.
可以坐十人 ~ 十如 名이 앉을 수 있고
亦可安茶鐺 ~ 茶 냄비도 便히 놓아둘 수 있다.
我喜投筇枝 ~ 나는 기뻐서 지팡이 던져 버리고
或坐又復臥 ~ 앉기도 하며 다시 누워보기도 한다.
枕流慕古人 ~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옛 사람 思慕하며
可洗塵土涴 ~ 塵土에 더럽힌 몸을 씻을 수도 있다네.
耽遊忘却還 ~ 노는 데 빠져서 돌아갈 길 잊어
不覺日西過 ~ 西山에 해 넘어감을 까맣게 몰랐네.
起起懵憧骸 ~ 일어나라 일어나거라, 骸骨이여
(懵. 어리석을 몽)
咄咄木上座 ~ 허허, 물 위에 그냥 앉아 있으려느뇨.
(21) 京洛僑居記事寄四佳亭
(서울에 살던 일을 四佳亭에게 부치다)
僑居無一事 ~ 僑居하니 할 일도 없었는데
寄傲北窓涼 ~ 倨慢히 붙어사니 北窓이 서늘하였다.
隔壁人聲鬧 ~ 壁 밖에선 사람 소리 시끄러운데
傍簷蛛網長 ~ 처마 곁 거미줄은 길기만 하였다.
詩情閑裏好 ~ 詩情은 閑暇한 때 좋으며
客夢靜中忙 ~ 나그네 꿈은 忙中閑이라네.
永日垂簾坐 ~ 긴 하루 발 내리고 앉았으니
莓苔染短墻 ~ 이끼마저 낮은 담장을 물들였구나.
(22) 鏡浦臺
萬里抺桑望眼賖 ~ 萬 里의 해 뜨는 곳 바라는 눈길은 멀고도 먼데
蒼波森森蘸朝霞 ~ 푸른 물결 아득히 아침노을에 잠겼구나.
泰皇謾愛三山藥 ~ 秦始皇은 한갓되어 三神山 藥草 좋아하고
漢使空浮八月槎 ~ 漢나라 使臣은 헛되이 八月에 뗏목 띄웠네.
白浪滔天虌背抃 ~ 흰 물결은 하늘 넘칠 듯 자라 등을 치는데
紅雲插地蜃樓斜 ~ 붉은 구름 땅에 꽂혀 蜃氣樓가 비끼었네.
從今度學仙遊壯 ~ 이제 忽然히 仙遊가 壯함을 깨달아
杯視東溟碧海涯 ~ 東海 푸른 바다가 술棧처럼 보이누나.
(23) 古柳
古柳蟬聲急 ~ 오래된 버드나무에 多急한 매미 소리는
他鄕此日情 ~ 오늘의 他鄕살이 내 마음같구나.
長天列峀碧 ~ 먼 하늘에 늘어선 山은 푸르고
疎雨半江明 ~ 성긴 비에 江은 半쯤 밝구나.
晝永移書榻 ~ 긴 낮 그늘 따라 冊床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 ~ 맑은 샘물에 술甁을 씻는다.
爾來來訪少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 ~ 쓸쓸히도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24) 高眠
拋冊高眠夏日長 ~ 冊 던지고 베개 높이 베니 여름날은 긴데
扶疏樹影映書床 ~ 듬성한 나무 그늘은 冊床 위로 비춰든다.
要知自有淸虛福 ~ 나에게 맑고 호젓한 福이 있음을 아나니
爐上熏殘一炷香 ~ 火爐 위에는 피다 남은 한 심지 香불이 있다.
(25) 孤雁
一聲相失萬重雲 ~ 萬 겹 구름 속에서 한 소리 잃으니
紫塞天高何處分 ~ 萬里長城 하늘 높은데 어느 곳에서 나뉘었나.
片影獨尋湘水闊 ~ 작은 그림자 홀로 찾은 湘水는 드넓어
遙音偏向旅窓聞 ~ 아련한 소리 나그네 窓가를 向해 들려온다.
低回暮雨誰相念 ~ 나직이 고개 돌려보니 누가 서로 생각하나
欲下寒塘不見群 ~ 차가운 못에 내리려도 제 무리들 보이지 않는다.
應羨晚鴉無意緖 ~ 저녁 까마귀 아무런 생각 없음을 부러워하리니
荒城棲聚噪紛紛 ~ 거친 城 위에 깃들어 시끄러이 조잘거린다.
(26) 鼓巖泥滑
稻畦雨足水亂漂 ~ 논두둑에 洽足한 비내려 물은 넘쳐 흐르고
沙石塡街浮溪橋 ~ 모래와 돌이 거리에 차고 개울다리 뜬다.
濁浪汨汨沒馬蹄 ~ 흐린 물결 출렁이고 말발굽도 묻히고
靑泥滑滑齊牛腰 ~ 푸른 진흙 미끄러워 소 허리에 닿는다.
燕子銜將喜輕趫 ~ 제비들 먹이 물고 가볍게 날아가고
蛙兒鼓吹恣騰跳 ~ 개구리들 울면서 마음대로 뛰어다닌다.
世路宦途亦如此 ~ 이 世上 벼슬길도 이와 같으니
何當一洗令其澆 ~ 무슨 方法으로 한 番 씻어 갈아낼 수 있으려나.
(27) 古風十九首. 1
山中何所有 ~ 山 속에 무엇인 있을까
白雲縈長松 ~ 흰 구름은 높은 소나무에 얽혀있네.
只可尋常親 ~ 다만 늘 親密해 찾을 뿐
不可追其蹤 ~ 可히 그 蹤跡을 追測할 수 없다네.
物外託交契 ~ 世上 밖과 交分을 맺었으나
始終如駏蛩 ~ 始終如一 駏虛와 蛩蛩 같다네.
(★ 駏蛩 ~ 駏驉와 蛩蛩이라는 두 짐승을 말하는데, 이들은 늘 蟨이라는 짐승의 扶養을 받고 살면서, 蟨은 잘 달리지 못하므로 蟨에게 危險한 일이 생기면 이들이 蟨을 등에 업고 달아난다고 한다)
變化頗閑妙 ~ 變化가 자못 閑暇하고 奇妙해서
可以怡心胸 ~ 마음 속을 便安하게 해준다네.
(28) 古風十九首. 2
上古結繩治 ~ 上古에 結繩으로 政治할 때
民物何煕皥 ~ 百姓들은 어찌 그리도 밝았는가.
天地相交泰 ~ 하늘과 땅 서로 太平했고
日星垂顥顥 ~ 해와 별 밝고 밝은 빛 드리웠네.
聖人繼天極 ~ 聖人들은 天極을 이어받아
從容履中道 ~ 조용하게 中道를 밟아왔도다.
裁成而輔相 ~ 輔相의 도음으로 일을 이루어
參贊乎天造 ~ 하늘의 造化에 參與하여 왔어라.
(29) 古風十九首. 3
虞唐法天運 ~ 堯舜 두 임금은 天運을 받아
玉衡齊七政 ~ 玉衡으로 七政을 가지런히 했네.
都兪一堂上 ~ 한 자리에 모여 모두 贊成하고
未施民先敬 ~ 미처 施行하지 않아도 百姓이 恭敬했네.
奈何周衰後 ~ 어찌하여 周나라는 衰滅한 뒤
貿貿趨華競 ~ 夢寐하게도 奢侈를 다투었는가.
素王如不作 ~ 素王 公子님이 爵位하지 않았다면
誰能繼前聖 ~ 누가 能히 옛 聖人을 繼承하였겠는가.
(30) 古風十九首. 4
闊袖曳長裾 ~ 넓은 소매 긴 옷깃 끌고 다니신
巍巍東魯翁 ~ 높고도 높은 東魯나라 어른이시여.
率其三千徒 ~ 三千 弟子 거느리고 다니시며
啓迪民顓蒙 ~ 百姓의 어리석고 어두운 곳 열어주셨네. (顓. 어리석을 전)
彈琴杏壇下 ~ 살구나무 아래서 거문고 타며
郁郁揚儒風 ~ 聖스럽게 儒學의 氣風 드날렸다네.
吁嗟道不行 ~ 아, 그 道가 實行되지 못하여
擬欲浮海東 ~ 바다에 배 띄우고 바다 東쪽 가려했다네.
(31) 古風十九首. 5
鳳兮何德衰 ~ 鳳凰은 어찌 德이 衰하였고
麟也被西狩 ~ 麒麟은 어찌 西쪽에서 잡히었나.
列國競呑噬 ~ 列國이 다투어 빼앗아 삼키며
紛紛相格鬪 ~ 紛紛하게 서로 싸우는구나.
仁義反爲迂 ~ 어짐과 義理는 도리어 迂闊하다 하고
(迂闊하다 → • 곧바르지 아니하고 에돌아서(멀리돌아서)實際와는 거리가 멀다.
• 사리에 어둡고 世上 物情을 잘 모르다.
• 注意가 不足하다)
利名爭輻輳 ~ 名譽와 利益을 다투어 모여드는구나.
聖賢雖復起 ~ 聖賢으로 누가 다시 일어나
委靡莫能救 ~ 衰退해짐을 救해낼 수는 없는가.
所以狂接輿 ~ 그러므로 미치광이 노릇하는 接輿는
歌山木自寇 ~ 山의 나무들 스스로 亂離라 노래했구나.
(32) 古風十九首. 6
皤皤柱下史 ~ 늙은 白髮로같은 기둥아래 史官
出關逢尹喜 ~ 函谷關에 나가다가 尹喜를 만났네.
授以道德經 ~ 道德經을 가르쳐 주고서
仙遊終不死 ~ 神仙이 되어 놀다보니 죽지를 않았네.
至言和天倪 ~ 하늘과 함께 하리라 斷言하고
高談亂朱紫 ~ 高尙한 말로 朱色과 紫色빛 어지럽혔네.
大道自此歧 ~ 큰 眞理가 그때부터 나누어져
紛然異端起 ~ 紛紛하게 異端들이 일어났다네.
(33) 古風十九首. 7
始皇倂六國 ~ 秦始皇이 六國을 統一하니
時號爲強秦 ~ 그 때는 强秦이라 國號를 지었네.
焚蕩先王書 ~ 先王의 글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리니
四海皆鼎新 ~ 世上이 모두가 새롭게 바뀌었다네.
自稱始皇帝 ~ 스스로 始皇帝라 부르고
率土皆稱臣 ~ 땅을 다 차지해 天下 百姓을 臣下 삼았네.
防胡築長城 ~ 오랑캐 막으려 긴 城을 쌓아두고
望海勞東巡 ~ 바다를 바라보며 受苦로이 東쪽을 다녔네.
驪山宮闕壯 ~ 驪山의 宮闕들 壯大하여
複道橫高旻 ~ 複道는 높은 하늘로 가로질러 있었네.
楚人一炬後 ~ 楚나라 사람 횃불 한 番 들고 일어난 뒤
空餘原上塵 ~ 언덕 위에는 흙먼지만 헛되이 남아있다네.
(34) 古風十九首. 8
隆準隱芒碭 ~ 코 높은 劉邦이 芒碭山에 숨었는데 (碭. 무늬있는 돌 탕)
雲物騰蒼空 ~ 祥瑞로운 구름이 푸른 하늘에 떠 올라 있었네.
竟斬白帝子 ~ 끝내는 白帝의 아들을 베어버리고
巍峨坐法宮 ~ 의젓하게 法宮에 앉았도다.
三章除秦苛 ~ 세 가지 法 條項으로 秦나라 惡法 없앴으니
炎祿何渢渢 ~ 漢나라 王朝의 運數가 어이 그리 길었던가.
皇天無私阿 ~ 저 하늘님 公平하고 事心이 없어
有德必立功 ~ 德行이 있으면 반드시 功을 세우게 하심이라.
(35) 古風十九首. 9
休言莽卓姦 ~ 王莽과 董卓, 姦兇하다 말하지 말라
便是人主頑 ~ 이는 곧 임금이 못나서 그러하니라.
勿言房杜良 ~ 房氏와 杜氏, 賢良하다 말하지 말라
便是君德昌 ~ 이는 곧 임금의 德行이 昌盛해서 이니라.
源淸流益潔 ~ 根源이 맑으면 흐르는 물도 깨끗하고
鑑空照逾徹 ~ 거울이 깨끗해야 잘비추어 지느니라.
頃刻如少弛 ~ 暫時 조금이라도 解弛하면
危亡從此始 ~ 危殆하고 亡하는 일이 여기서 始作된다네.
(36) 古風十九首. 10
人性無不善 ~ 사람의 性品은 善하지 않음 없으니
可以爲堯舜 ~ 堯舜 두 임금처럼 될 수도 있도다.
只緣氣稟拘 ~ 다만 氣稟에 拘束되어서
有賢愚逆順 ~ 賢明하고 어리석고 거스르고 適應하나니.
聖人拔乎萃 ~ 聖人은 많은 사람 中에 뛰어나시어
道之以忠信 ~ 忠과 信으로 이끌어주셨다.
行之則貞吉 ~ 그것을 行하면 곧고 吉한 것이 되나
否之則悔吝 ~ 그것을 否定하면 後悔하고 恨歎하게 된다.
(37) 古風十九首. 11
上智不思得 ~ 上級의 智慧로운 者는 생각지 않아도 알고
不勉而中道 ~ 힘쓰지 않아도 眞理에 맞게 된다네.
困知親善人 ~ 困한 知人은 착한 사람과 親하여
力行而自保 ~ 힘써 行하고야 스스로를 保全한다네.
下愚終不移 ~ 下級의 어리석은 이는 고치지 못하여
頑嚚多草草 ~ 어리석고 頑固하니 受苦롭고 바쁨이 많도다.
禮樂與刑政 ~ 禮樂과 刑政이 생겨난 것은
從此而肇造 ~ 이런 理由에서 發端이 始作되었다네.
(38) 古風十九首. 12
大道何寂寥 ~ 큰 眞理가 어찌하여 寂寥하며
鳳兮何德衰 ~ 鳳凰은 어찌 德望이 衰하는가.
往者不可諫 ~ 지나간 것은 諫할 수 없지만
來者猶可追 ~ 오는 것은 아직 고칠 수 있도다.
携筇泣路歧 ~ 지팡이 짚고 갈림길에서 泣하며
踽踽何所之 ~ 쓸쓸히 어디로 가야하는가.
聖人如復起 ~ 聖人이 다시 일어난다면
敷衽陳其辭 ~ 옷깃 여미고 그 말씀 다시 여쭈련다.
(39) 古風十九首. 13
嗟嗟均賦命 ~ 아, 처음 賦與받은 生命은 같았는데
愚智涇渭分 ~ 智人과 愚人이 涇水와 渭水처럼 나뉘었구나.
擾擾百年內 ~ 어지러운 人生 百 年 동안에
何足以云云 ~ 어찌 足히 이러쿵저러쿵 하겠는가.
不如脫屣去 ~ 신 벗어던짐만 같지 못하니
僻處遠囂紛 ~ 窮僻한 곳에서 시끄러운 일 멀리함이 나으리. (囂. 떠들썩할 효)
掬水可以飮 ~ 물도 움켜 마실 수 있고
煮藜充飢窘 ~ 나물 삶아 주린 창자 채울 수 있으리니.
胡爲乎遑遑 ~ 어찌하여 急하고 急하게도
與世相矛盾 ~ 世上과 함께하여 矛盾되게 살겠는가.
(40) 古風十九首. 14
君子無所思 ~ 君子는 마음에 둔 것 없으니
所思期保全 ~ 마음에 두는 일은 몸 保全하는 일.
碌碌逐風塵 ~ 어리석게 風塵 世上 쫓아다님은
不如歸林泉 ~ 차라리 自然으로 돌아감만 못하다네.
木以直而戕 ~ 나무는 곧아서 죽임을 當하고
膏以明而煎 ~ 기름은 밝은 빛을 내어서 태워진다네.
無用足可用 ~ 用途가 없는 것도 可히 必要하니
謂之羲皇天 ~ 이것이 伏羲氏의 太平聖代라 한다네.
(41) 古風十九首. 15
古人何所樂 ~ 옛 사람 즐긴 일이 무엇이었나
魚鳥忘其形 ~ 물고기건 새들이건 그 形像을 잊었네.
機心如或忘 ~ 機會에 動하는 마음이 或是라도 잊다면
喧靜應無名 ~ 시끄럽건 조용하건 이름마져 잊었을 것이네.
名相旣兩立 ~ 名實相符 다 생각하다가
厭嗜生乎情 ~ 싫고 좋음이 마음 속에 생겨난 것이네.
偉哉君子人 ~ 偉大하여라, 君子님들이여!
存順沒吾寧 ~ 있어도 좋았고 없어도 마음 便했었다네.
(42) 古風十九首. 16
坐久不能寐 ~ 오래 앉아 있어도 잠은 오지않고
手翦一寸燭 ~ 한 치 남은 촛불의 심지를 잘랐노라.
霜風聒我耳 ~ 서리바람 내 귓가에 들려오니
微霰落床額 ~ 싸락눈은 침대머리에 떨어지는구나.
心地淨如水 ~ 내 마음 물처럼 깨끗하여
翛然無礙隔 ~ 홀가분하여 막히고 떨어짐이 어뵤구나. (翛. 날개찢어질 소)
正是忘物我 ~ 이것이 바로 物我를 잊는 것이니
茗椀宜自酌 ~ 혼자서라도 盞 가득 술 마심이 좋겠다.
(43) 古風十九首. 17
大樹何臃腫 ~ 큰 나무는 어찌 그리 혹투성이며
大瓠何濩落 ~ 큰 박은 어찌 그리 쉽게 떨어지는가.
雖不通時用 ~ 비록 그것들이 쓰이지 못해도
自喜抱幽獨 ~ 스스로 깊은 孤獨을 안고 즐긴다.
逍遙天地間 ~ 天地間을 閑暇히 거닐어 보노니
得失誰能逼 ~ 得失이 누가 能히 逼眞하게 하겠는가.
(44) 古風十九首. 18
仲尼亦何人 ~ 孔子는 또한 어떤 사람이기에
喃喃說東北 ~ 이런저런 소리로 여기저기서 말했으나
阿誰聽爾言 ~ 어느 누가 그대 말 들어줄까
空塡一丘壑 ~ 空然히 한 언덕 골짜기 메울 뿐이
었다네.
牟尼亦何人 ~ 釋迦牟尼는 또한 어떤 사람이기에
吧吧千萬說 ~ 이말저말 온갖 말 說破하고
空演十二部 ~ 空然히 열 두 佛經 풀이하였어도
死化爲枯灰 ~ 죽어서는 마른 재로 되어버렸다네.
平生謾多事 ~ 平生에 부질없이 일만 많았지만
不如無事哉 ~ 結局 아무 일 없는 것만 못하였구나.
(45) 古風十九首. 19
我語大迂闊 ~ 내 말이 크게 迂闊하지만
嚼來有滋味 ~ 씹어 맛보면 더욱 맛있으리라.
譏我亦由此 ~ 나를 辱함도 이 때문이요
賞我亦由是 ~ 나를 稱讚함도 이 때문이리라.
已矣不須說 ~ 말아라, 말할 必要도 없나니
紙窮且止止 ~ 쓸 종이도 떨어졌으니 그만 두련다.
(46) 古呑 (古呑에서)
渺渺靑山遠 ~ 靑山은 멀고도 아득한데
行行綠水濱 ~ 가고 또 가도 푸른 물가로 구나.
高峯留晩照 ~ 높은 봉우리엔 黃昏빛 머물고
小路礙荒榛 ~ 거칠은 개암나무는 小路에 障碍가 되는구나.
萬里乾坤闊 ~ 萬 里 먼 길 하늘과 땅은 廣闊도 한데
平生落魄人 ~ 이 몸은 平生을 精神줄 놓고 살았구나.
始知爲客樂 ~ 비로소 알겠으니 나그네 길 즐거움이란게
不及在居貧 ~ 가난해도 집에서 사는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47) 觀物
南枝花發北枝寒 ~ 南쪽 가지 꽃 피고, 北쪽 가지 차가운데
強道春心有兩般 ~ 억지로 春心에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一理齊平無物我 ~ 한 理致는 平等하여 너와 내가 없는데
好將點檢自家看 ~ 잘 가져다가 點檢하여 自身을 살려보아라.
(48) 灌蔬
蕭散遺人事 ~ 쓸쓸히 人生 萬事 잊고
持瓢灌小園 ~ 바가지로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 ~ 바람이 스치니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 ~ 이슬이 甚하게 내려 土卵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 ~ 땅이 險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 ~ 山이 깊어 草木은 茂盛하다.
晩年勸學圃 ~ 늙어서 菜蔬栽培 배우기를 勸하나
不是效如樊 ~ 樊祗를 本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 樊祗 ~: 三韓時代 君長(部族社會 우두머리)
(49) 怪事
世事足可怪 ~ 世上事 너무도 奇怪하여
心中何一鬱 ~ 마음 속이 어찌 이리도 沓沓한가.
似鉤得恩榮 ~ 갈고리 같은 恩惠와 榮光
如弦遭崇孼 ~ 활 줄같은 큰 罪惡을 만나는구나.
世事皆以甘 ~ 世上 일은 모두 달게 여기고
肯向傍人說 ~ 기꺼이 곁 사람 向해 말해야 하나.
僦屋又倩人 ~ 집 빌리고 또 에쁜 사람도 빌리니
(僦. 貰낼 추)
杜門復捫舌 ~ 門 닫고서 다시 혀도 깨무는구나.
緬懷楚些章 ~ 楚나라의 些라는 글 아득히 생각하니
不覺聲嗚咽 ~ 목이 매여 우는 소리 깨닫지 못하노라.
古來勁直者 ~ 예부터 굳세고 곧은 사람
蓋棺立名節 ~ 棺 뚜껑 덮고서야 名譽와 節槪 드러난다.
咄咄且揚眉 ~ 혀를 차더라도 눈썹을 치뜨고
莫愁時運臲 ~ 時運이 어긋남을 근심하지 말아라.
(50) 久雨
茅簷連日雨 ~ 草家에 連日 비 내려
且喜滴庭際 ~ 처마에 물방울지니 于先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 ~ 窮塞하고 근심스러우니 隱書나 지어보리라.
(51) 窮愁
窮愁如絮着旋粘 ~ 窮乏속에 근심은 솜 같이 착 달라 붙으니
除却淸吟不可砭 ~ 閑暇히 읊어 없애야 可히 境界 없으리라.
懶性已如棲木鳥 ~ 게으른 性質은 이미 나무에 깃든 새 같고
營生何異上竿鮎 ~ 삶을 꾀함은 낚시대 앞의 메기와 무엇이 다른가 ?
閑刳竹筧添寒井 ~ 대나무 홈筒 閑暇히 쪼개어 찬 우물을 보태고
爲折松枝補短簷 ~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짧은 처마를 고친다.
閉戶著書聊自慰 ~ 門 닫고 글 쓰며 오직 스스로 慰勞하니
一庭疏雨正廉纖 ~ 온 뜰에 성긴 비가 곧장 보슬보슬 내린다.
(52) 歸雁
數聲歸雁點淸虛 ~ 맑은 虛空에 몇 點 기러기 돌어가는 소리 들려오는데
遙憶瀟湘萬里餘 ~ 아득히 瀟湘江 생각해보니 萬 里도 넘어라.
關塞風高鳴漸遠 ~ 邊方의 바람은 높이 불어 기러기 소리 漸漸 멀어지고
江潭木落影偏疏 ~ 江가의 잎 떨어진 나무들 그림자도 성글구나.
曾離朔漠辭邊雪 ~ 일찍이 北方 沙漠을 떠나 邊方의 눈을 下直하니
應帶天山寄遠書 ~ 반드시 天山으로 부치는 먼 便紙 가지고 있을 것이다.
好向洞庭深處宿 ~ 좋아라하며 洞庭湖 깊은 곳으로 가서 묵겠지만
楚人矰繳不饒渠 ~ 楚나라 사람의 화살은 너에게 너그럽지 않으리라.
(53) 金溪魚躍
圉圉洋洋吹細波 ~ 막힘없이 아득한 잔잔한 물결에 (圉. 馬夫/邊方/監獄 어)
兩兩相戲遊盤渦 ~ 짝이뤄 戱弄하며 여울진 물에 논다.
有時聚藻飜金尺 ~ 때때로 마름에 모여 金빛 몸 들척이니
忽沫淸瀾拋玉梭 ~ 갑자기 맑은 泡沫 일어 玉같은 베틀북 던진다.
綠荇深處避人影 ~ 사람 그림자 避하여 푸른 미나리 속에 숨고
碧草磯邊依蟹窠 ~ 푸른 풀 낚시터에서는 게 구멍에 숨는다.
知汝得所濠梁間 ~ 너가 濠水 위 다리 사이에서 얻는 줄, 내 안다마는
香餌微緡其如何 ~ 가는 줄에 매인 香氣나는 낚시밥, 이를 어찌하나.
(54) 禽鳥向榮木以隨鳴 (새들은 茂盛한 나무를 向해 따라 운다)
洞口百禽號 ~ 洞口 밖에 온갖 새들 노래하는데
洞裏無鳥聲 ~ 洞네 안에 새 우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樹木漸向榮 ~ 나무들 漸次 우거져가니
漸入高峯鳴 ~ 조금씩 높은 山에 들어 우는구나.
百舌語千般 ~ 지빠귀는 千 가지 일을 말 하는데
杜宇呼自名 ~ 소쩍새는 한결같이 제 이름만 부른다.
一一叫年光 ~ 하나하나 목매이게 歲月을 부르며
催換令人老 ~ 철 바뀜 재촉하니 사람만 늙게 한다.
韶華倏以變 ~ 아름답던 봄철이 훌쩍 바뀌면
幾人生懊惱 ~ 몇 사람이나 근심 걱정 생길까.
懊惱勿復道 ~ 근심이며 걱정일랑 다시는 말 말고
宜修超世道 ~ 世上 일을 超脫할 道를 닦아야 하리.
(55) 紀山名
雨洗瘦皆骨 ~ 비에 씻겨 바위만 남은 건 皆骨山이고
煙收露五臺 ~ 안개 걷히자 五臺山이 드러나는구나.
香峯桂子落 ~ 香露峯엔 桂樹나무 열매 떨어지고
雪嶽玉簪開 ~ 雪嶽山엔 玉簪花가 활짝 피었네.
長白遙兼聳 ~ 長白山은 저 멀리 높이 솟았고
頭流壯且魁 ~ 頭流山은 雄壯하고도 크구나.
名山窮眼界 ~ 名山을 남김없이 보았으니
不必往蓬萊 ~ 반드시 蓬萊山에 갈 必要는 없어라.
(56) 祈石嶺
山泉石齧足 ~ 山泉 길엔 돌이 발에 걸리고
草露沾人衣 ~ 풀잎 이슬은 사람옷을 적신다.
長歌行路難 ~ 行路難을 길게 부르며
欲采西山薇 ~ 西山 고사리라도 캐어보련다.
世故何偪側 ~ 世上일 어찌 그리도 刻薄한지
雲林無是非 ~ 구름 낀 숲엔 是非도 없는데.
何如拂袖去 ~ 어떠한가, 소매 떨쳐버리고
穩臥靑山扉 ~ 푸른 山 작은 집에 便히 누워사는 삶누림이.
(57) 寄友. 1
望中山水隔蓬萊 ~ 눈 앞에 山과 물은 蓬萊山을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 ~ 그친 비와 殘雪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 ~ 이 마음 펴지 못해 空然히 눈만 부릅뜨고
夕陽無語倚寒梅 ~ 夕陽에 말없이 차가운 梅花나무에 기대어 있다.
(58) 寄友. 2
爲因生事無閑暇 ~ 살아가는 일로 閑暇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 ~ 구름 찾아 結社하는 期約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 ~ 달려가 世上 紅塵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 ~ 푸른 山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네.
(59) 寄友. 3
落盡閑花春事去 ~ 꽃 진 閑暇한 꽃나무에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 ~ 한 通의 消息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 ~ 그리운 꿈을 깨니 대나무 窓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 ~ 서울 바라보는 山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구나.
(60) 寄友. 4
東望鷄林隔片雲 ~ 東쪽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鷄林 바라보나니
胡然未易得逢君 ~ 어찌하여 그대 만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 ~ 請컨대, 하늘 밖 외로운 둥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지않은가.
(61) 洛山丈室座下 (洛山寺 住持에게)
難水亭前狎泛鷗 ~ 難水亭 앞 東海는 갈매기 떠있고 (狎. 익숙할 압)
義湘臺畔看扁舟 ~ 義湘臺 옆에는 거룻배 보이누나.
禪心淡저如蒼海 ~ 參禪하는 맑은 마음은 蒼海와 같고
法相雍容似白牛 ~ 法相의 穩和한 모습은 白牛(시바神이 타는 소) 같도다.
老去頂寧頁應有眼 ~ 늙어가니 머리에는 應當 識見이 飛翔하고
閑來雲月更無儔 ~ 閑暇한데는 구름과 달은 다시없는 짝이로다.
波聲山色微塵偈 ~ 티끌 없는 山色은 波濤소리 잠재우고
無智人前說夢休 ~ 無智한 사람 앞에서 吉夢을 說破하네.
(62) 落葉
落葉不可掃 ~ 落葉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 ~ 달 떠오르면 그림자 紛紛하다.
鼓窓驚客夢 ~ 窓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네.
帶雨情無奈 ~ 비에 젖은 落葉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 ~ 늦은 가을의 빈 山이 너무 초라하구나.
(63) 蘆原草色
長堤細草何毿毿 ~ 긴 뚝방길 풀빛은 어찌 그리도 짙은가
萋萋風際香馣馣 ~ 풀 茂盛한 곳에 바람 이니 香氣가 그윽하다.
江淹別浦色愈碧 ~ 江淹(中國 南朝 梁나라 文學家)이 離別하던 浦口 더욱 푸르고
李白漢曲思何堪 ~ 李太白은 漢江 구비 생각을 어찌 견딜까.
蒙茸壟上沒黃犢 ~ 풀이 수북한 언덕 위에 송아지 누워있고
蔥蒨橋邊含翠嵐 ~ 검푸른 다리 가에는 푸른 아지랑이 끼었네.
惹得王孫多少恨 ~ 王孫의 얼마나 많은 恨을 자아냈던가
淡煙疏雨懷江南 ~ 淡淡한 안개비 속에 江南쪽이 생각난다.
(64) 蘆原卽事
草綠長堤小逕斜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진데
依依桑柘有人家 ~ 山뽕나무 茂盛한 곳에 人家가 나타난다 (柘. 산뽕나무 자)
溪楓一抹靑煙濕 ~ 시냇가 丹楓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 ~ 十 里 길에 西風이 벼꽃에 불어든다.
(65) 魯仲連
周轍東遷王綱揉 ~ 周나라가 東쪽으로 옮기니 王室 紀綱 무너져
列國爭雄相格鬪 ~ 여러 諸侯國이 雌雄을 다투어 서로 치고 싸웠다네.
不施仁義稱帝王 ~ 仁義는 베풀지 않고 帝王이라 일컬었으니
紛紛紜紜莫之救 ~ 시끄럽고 어지러워도 救하지 못하였다네.
縱橫之徒又邀利 ~ 縱橫家의 무리들이 또 利益을 圖謀하니
枉己辱身猶不恥 ~ 自己를 굽혀 몸이 辱되어도 부끄럽지 않다네.
堂堂拔萃魯先生 ~ 堂堂하게 그 무리에서 벗어난 魯仲連 先生
可堪稱爲天下士 ~ 天下의 선비라 일컬어도 充分하여라.
一言解紛不受封 ~ 한 마디로 紛亂을 解決하고도 封爵을 받지 않고
一札約矢下燕壘 ~ 便紙 한 張 화살에 묶어 燕나라 城 降服 받았네.
不肯帝秦不仕齊 ~ 秦나라를 皇帝 삼지 않고 齊나라에 벼슬 않고
嘉遯海上終不起 ~ 海邊으로 멀리 가서 끝내 나오지 않았네.
人言濟河深且闊 ~ 사람들은 濟河焚舟의 뜻 깊고도 넓음을
可比先生三寸舌 ~ 先生의 세 치 혀에 比할 수 있다고 말하네.
人言泰山高且截 ~ 사람들 泰山이 높고도 가팔라
可比先生一片節 ~ 先生의 한 조각 節操에 比할 수 있다고 말하네.
貧賤乃肆志 ~ 가난하고 賤함은 뜻대로 할 수 있게 하나
富貴爲人詘 ~ 富裕하고 貴하게 됨은 사람을 卑屈하게 하네.
磊磊落落丈夫心 ~ 막힘없이 드높은 大丈夫의 마음
萬古千秋猶不滅 ~ 萬古千秋에도 없어지지 않으리라.
孰能與之配高風 ~ 누가 能히 그와 함께 높은 風道에 짝하리오.
茫茫滄海一輪月 ~ 茫茫한 푸른 바다에 하나의 둥근 달이로다.
(66) 農家
禾黍離離瓜瓞垂 ~ 벼와 기장 뚜렷하고 오이 덩굴 늘어지고
野人籬落豆花初 ~ 農夫의 울타리를 두른 콩꽃도 피기 始作했네.
山城薄酒墻頭過 ~ 山城의 薄酒는 담장 넘어 풍기고
水國香菰月下炊 ~ 물가 마을 줄 香草로 달빛 아래 불때네.
庭有落花慵執帚 ~ 뜰에 있는 떨어진 꽃 빗자루 잡기 게으르고
門無劇飮懶當楣 ~ 생각없이 甚하게 마시니 遮陽 막을 意欲도 없네.
田家一味眞坦率 ~ 시골집의 참된 맛은 참으로 너그럽고 疎脫하여
賽罷場頭笑語時 ~ 굿을 마치고 마당 머리에서 웃고 말할 때라네.
(67) 凌虛詞. 1
碧落無雲天氣淸 ~ 碧空에 구름 없어 하늘 氣運 맑은데
蹁躚時聽步虛聲 ~ 너울너울 하늘을 걷는 소리 때때로 들려오네.
十二樓上吹長笛 ~ 十二 層 樓閣 위에서 긴 피리 부는 건
便是神仙白玉京 ~ 그게 바로 그대로 神仙의 白玉京일세.
(68) 凌虛詞. 2
朝餐沆瀣暮流霞 ~ 아침엔 널린 이슬 먹고 저녁엔 흐르는 노을 먹으니
須信凌虛有作家 ~ 하늘을 걷는 것을 모름지기 믿어야 하리.
下視塊蘇嗟渺渺 ~ 아래를 보니 흙덩이 뒤집어 지는 것 아득도 하고
大鵬飛少䘊蠓多 ~ 大鵬은 적개 날고 하루 살이는 많이 날구나.
(69) 凌虛詞. 3
淸晨騎鶴上淸虛 ~ 맑은 새벽에 鶴을 타고 上淸宮 하늘에 올라 가니
洞闢紅雲玉帝居 ~ 붉은 구름 활짝 열린 곳이 玉皇上帝 居하는 곳이네.
特命弄臣宣紫詔 ~ 臣下들에 特名 내려 자줏빛 詔敕 쓰게 하고
朗吟天篆一行書 ~ 하늘 글字로 한 줄의 글을 쓰며 朗朗하게도 읊구나.
(70) 凌虛詞. 4
左界無雲種白楡 ~ 왼쪽 境界에 구름 없어 흰 느릅나무 심었는데
廣寒宮裏舞仙妹 ~ 廣寒宮 안에서는 仙女들이 춤을 추네.
泛槎銀海波爛闊 ~ 銀河水에 땟목 띄우니 물결이 밝게 트이고
金闕玉樓是帝都 ~ 金大闕 玉樓閣 보이니 그게 玉皇上帝 都邑이라네.
(71) 凌虛詞. 5
人間無地不風波 ~ 人間世界엔 風波 아니 이는 땅이 없는데
八翼凌風是大家 ~ 여덟 날개로 바람 타고 올라가니 바로 큰 집이네.
下界蜉蝣寰宇窄 ~ 아랫 世上엔 하루살이 꽉 차서 天下가 좁고
塵埃萬丈賺君何 ~ 俗世 티끌 萬丈이나 쌓였으니 그대 俗人들 어찌하리.
(72) 達朝不寐向曉偶作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에 偶然히 짓다)
向曉紙窓明 ~ 새벽 되어 종이 窓 밝아져도
雲林高臥情 ~ 雲林에서 便히 지내길 좋아한다네.
翛然一室小 ~ 自由自在하면 房 한 칸이 작았겠고 (翛. 날개찢어질 소)
優我百年榮 ~ 스스로에게 厚하였더라면 百 年은 榮華로웠으리.
貧似陶彭澤 ~ 가난한 것은 陶淵明 닮았고
酣如阮步兵 ~ 술을 즐기는 것은 阮籍 같구나.
此生吾已判 ~ 이 生을 내 이미 判決하였으니
不必負功名 ~ 쓸데 없이 功名에 애 태울 必要 없다오.
(73) 潭上有感 (못 위에서 느낀 바 있어)
峯上靑楓千萬枝 ~ 山 위에 푸른 丹楓 千萬 가지
傷春情緖亂如絲 ~ 애달픈 봄 心情은 실날같이 어지럽다.
巖花灼灼應無主 ~ 활짝 핀 바위의 꽃에는 임자가 없으리니
胡蝶雙雙亦可悲 ~ 雙雙이 나는 범나비도 슬퍼할 만하도다.
人事那能如水鏡 ~ 사람의 일도 어찌 能히 물과 거울 같을까
烏雛誰復識雄雌 ~ 까마귀 새끼를 그 누가 암수를 區別할 수있나.
秦坑漢錮皆如此 ~ 秦나라 선비 묻음과 漢나라 선비 가둠은 다 이와 같아
孰是眞吹孰竊吹 ~ 그 누가 眞짜 피리 불고 누구가 가짜로 피리 불었겠는가.
(74) 大言
碧海投竿釣巨鼇 ~ 푸른 하늘에 낚시대 던져 큰 자라 낚으니
乾坤日月手中韜 ~ 하늘과 땅, 해와 달이 내 손 안에 담겨있다.
指揮天外凌雲鵠 ~ 하늘 밖 구름 위 나는 따오기 거느리고
掌摑山東蓋世豪 ~ 山東을 덮은 世上 豪傑 손바닥에 쥐었다.
拶盡三千塵佛界 ~ 三千塵土 부처 世界에 다달아 보니
呑窮萬里怒鯨濤 ~ 萬 里 성난 고래같은 물결 삼켜버렸다.
歸來浪笑人寰窄 ~ 돌아와 人間世上 좁음을 헛되이 비웃으니
八百中州只一毛 ~ 八 百 고을 가운데 다만 하나의 터럭이었다고.
(75) 渡昇天浦 (昇天浦를 건너며)
(昇天浦 ~: 江華道의 한 浦口, 甲串浦와 連함)
浩渺煙波蘆葦潯 ~ 갈대밭 물가에 넓고 아득한 물결과 안개
舟人晚泊近楓林 ~ 뱃사람은 丹楓 숲 가까이 늦게야 배를 대네.
雲生浦漵晚潮退 ~ 구름 이는 浦口 물가에 저녘 밀물 밀려가고
木落洞庭秋水深 ~ 나뭇잎 떨어진 洞庭湖에 가을 江물 깊구나.
嗚咽一聲何處笛 ~ 어느 곳의 피리가 한결같은 소리로 울리고
丁東雙杵幾家砧 ~ 또드락이는 방망이 한 雙 어느 집 다듬잇돌인가 ?
(丁東 ~: 玉같은 것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乾坤不礙飄萍跡 ~ 온 世上에 막힐 것 없이 放浪하는 浮萍草 길
剩得白雲千里心 ~ 더구나 흰 구름 만나니 마음은 千 里로구나.
(76) 挑燈話舊
(심지 돋우어 불을 밝게하고 오래 얘기함)
夜深山院手挑燈 ~ 山 속 절에 밤이 깊어지니 손으로 燈盞 돋우고
笑語團欒話與僧 ~ 우스운 이야기 團欒하게 스님과 더불어 對話한다.
不是將心來問我 ~ 무릇 本性으로 나에게 와서 묻는것이 아니라면
從敎人世漫騰騰 ~ 날고 뛰며 放縱하는 人間世上 가르침 따르리라.
(77) 陶店
兒打蜻蜓翁掇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老人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멱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 ~ 靑山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 ~ 검은 藤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78) 途中. 1
貊國初飛雪 ~ 貊國에 첫눈이 날리니
春城木葉疏 ~ 春城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어도
客久食無魚 ~ 客窓엔 오래도록 고기 맛을 못보았다.
山遠天垂野 ~ 山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江遙地接虛 ~ 江물 아득해 大地는 虛空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고
征馬政躊躇 ~ 나그네 발걸음엔 가는 길 머뭇거린다.
(79) 途中. 2
野逕高低曲轉蛇 ~ 높고 낮은 들길은 뱀처럼 굽어있고
深林日暮有鳴鴉 ~ 저무는 깊은 숲에 까마귀 우는 소리 들리네.
靑山不管是非事 ~ 靑山은 是非의 일을 가리지 않고
白鳥自占深淺沙 ~ 白鳥는 저마다 깊고 얕은 모랫벌 차지하였네.
十里尖峯濃似畫 ~ 十 里 이은 뾰족한 山봉우리 그림같고
一溪流水碧於紗 ~ 개울에 흐르는 물 緋緞보다 푸르다네.
紅塵三尺君休返 ~ 紅塵이 석자나 되니 그대는 돌아가지 말게
縱是明珠也有瑕 ~ 비록 明紬라도 티가 있을 것이라네.
(80) 途中卽事
一村蕎麥熟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 ~ 十 里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西風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 ~ 온 山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81) 渡浿水
擔一詩筒荷一藜 ~ 詩筒 하나 짊어지고 명아주 지팡이 하나 메고서
呵風罵雨渡關西 ~ 바람을 꾸짖고 비를 辱하며 關西로 건너가네.
江流問我關東去 ~ 흐르는 江이 내게 묻기를 關東의 歲月에는
幾首新詩幾處題 ~ 몇 首의 새로운 詩를 어느 곳에 적었는가를.
(★ 浿水 ~: 열수, 大同江, 高句麗時代에는 浿水, 浿江, 王城江이라고 불려오다가 高麗時代 以來로 大同江이라 부르게 됨)
(82) 獨坐逢人啜茶賦詩
(혼자 앉아다가 사람만나 茶 마시며 詩를 짓다)
兩耳聊聊獨坐時 ~ 두 귀 無聊히 홀로 앉으니
半簾斜日映花枝 ~ 발에 半이나 비춰던 夕陽에 꽃가지 빛난다.
年來漸覺無拘束 ~ 올 해는 拘束됨이 없음이 느껴져서
滿肚幽懷卽是詩 ~ 뱃속 가득 깊은 懷抱가 그대로 詩가 된다.
(83) 獨坐書懷
山房闃寂絶跫音 ~ 山房은 寂寥하고 사람 발소리 끊겼는데 (闃. 고요할 격)
蔌蔌時聞葉墮林 ~ 숲에선 우수수 落葉지는 소리 들려온다.
白鳥去邊秋色晚 ~ 흰 새 가는 곳에 가을빛도 저무는데
碧峯圍處暮雲深 ~ 푸른 봉우리 둘러싼 곳에 저문 구름 깊구나.
衰遲自笑吾生樂 ~ 늙고 鈍한 몸 스스로 웃어도 人生은 즐겁고
坦率寧懷處世心 ~ 率直하니 차라리 世上에 處할 마음 생기는구나.
昨夜風高天更遠 ~ 어제밤 바람은 높고 하늘은 다시 멀어지니
雁行疏闊送淸吟 ~ 기러기 떼 아득하여 맑은 詩情를 보내주는구나.
(84) 東峯六歌 六首. 1
有客有客號東峯 ~ 어떤 나그네가 있었는데 東峯이라 부르며
鬖髿白髮多龍鍾 ~ 헝크러진 白髮 자질구레하기 짝이 없다.
年未弱冠學書劍 ~ 나이 弱冠 못 되어서 글과 칼을 배웠는데
爲人恥作酸儒容 ~ 사람됨이 힘들고 苦生스런 선비 꼴 짓기 싫어하네.
一旦家業似雲浮 ~ 하루아침 살림살이 구름같이 떠버리고
波波挈挈誰與從 ~ 물결 따라 휩쓸려서 뉘와 서로 따라 볼꼬.
烏虖一歌兮歌正悲 ~ 아, 첫째 曲을 노래하니 그 노래 情히 슬프도다.
蒼蒼者天多無知 ~ 하늘은 蒼蒼하여 그저 아득하기만 하구나.
(85) 東峯六歌六首. 2
楖搮枝多芒 ~ 楖搮나무 그 가지엔 가시도 많을은데
扶持跋涉遊四方 ~ 붙들고 山 넘고 물을 건너 四方을 두루 놀 제
北窮靺羯南扶桑 ~ 北으로는 靺羯, 南으로는 扶桑이라
底處可以埋愁腸 ~ 어느 곳에 시름의 창자 묻을 건가 .
日暮途長我行遠 ~ 해는 저물고 내 갈 길 머나머니
安得扶搖 摶九萬 ~ 어쩌면 鵬새 타고 九萬 里를 날아볼까.
嗚呼二歌兮歌抑揚 ~ 아, 둘째 曲을 노래하니 그 노래 抑揚한데
北風爲我吹淒涼 ~ 北風도 나를 爲해 凄凉히 부는구나.
(86) 東峯六歌六首. 3
外公外公愛我嬰 ~ 外할아버지 내 어릴 적 사랑하여
喜我期月吾伊聲 ~ 돐 지나며 글 읽는 것 기뻐하시었네.
學立亭亭誨書計 ~ 배우는 것 分明하니 글과 計算 가르쳤고
七字綴文辭甚麗 ~ 七言絶句 詩는 極히 美麗하였네.
英廟聞之召丹墀 ~ 英廟(世宗)께서 들으시고 붉은 뜰에 부르셔서
巨筆一揮龍蛟飛 ~ 커다란 붓 한 番 휘두르니 龍蛟가 飛騰했네.
烏虖三歌兮歌正遲 ~ 아, 셋째 曲을 노래하니 그 노래 더디어라
志願不遂身世違 ~ 뜻과 所願 못 이루고 身世만 졌구나.
(87) 東峯六歌六首. 4
有孃有孃孟氏孃 ~ 우리 어머니 孟氏께서
哀哀鞠育三遷坊 ~ 사랑으로 길러내어 집을 세 番 옮겼으리.
使我早學文宣王 ~ 나에게 孔子를 배우라 하였고
冀將經術回虞唐 ~ 經術을 지니고서 堯舜時代 만들라 하셨는데
烏知儒名反相誤 ~ 어찌해 선비 노릇 그릇되어
十年奔走關山路 ~ 十 年 동안 關山 길에 奔走하였구나.
烏虖四歌兮歌鬱悒 ~ 아, 넷째 曲을 노래하니 그 노래에 嗚咽하고
慈烏返哺啼山谷 ~ 어진 까마귀는 返哺하며 山골에서 우는구나.
(88) 東峯六歌六首. 5
碧落無雲天似掃 ~ 푸른 空中은 쓸어낸 듯 구름 없고
勁風浙浙吹枯草 ~ 모진 바람 쌀을 일 듯 마른 풀에 불어오네.
佇立窮愁望蒼昊 ~ 시름 겨워 서서 蒼空을 바라보니
我如稊米天何老 ~ 쌀낱같은 이 몸이 어이해 늙었던고.
我生何爲苦幽獨 ~ 또 나는 어찌하여 혼자서 괴롭고
不與衆人同所好 ~ 뭇 사람과 趣味가 아예 같지를 않다니.
烏虖五歌歌斷腸 ~ 아, 다섯 曲을 노래하니 그 노래 애끊나니
魂兮歸來無四方 ~ 魂아, 돌아오라 四方에서.
(89) 東峯六歌六首. 6
操余弧欲射天狼 ~ 내 활을 갖고 天狼星을 쏘려 하니
(天狼星~: 시리우스(Sirius)를 말하며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天狼星, 狼星, 큰개자리 알파라 부르기도 한다)
太一正在天中央 ~ 太一이 正히 하늘 中央에 있다 하네.
(★ 太一 ~: 天地萬物의 生成 根源 또는 宇宙의 本體를 이르는 말)
撫長劍欲擊封狐 ~ 긴 칼을 매만지며 큰 여우 치려 하니
白虎正負山之隅 ~ 흰 호랑이는 뫼를 지고 있어라.
慷慨絶兮不得伸 ~ 슬퍼라, 이 뜻을 펴지 못하지만
劃然長嘯傍無人 ~ 곁에는 사람 없어 明快하게긴 휘파람을 불어본다.
嗚呼六歌兮歌以吁 ~ 아, 여섯째 曲을 노래하니 그 노래 슬프구나
壯志濩落兮空撚鬚 ~ 壯한 뜻 꺾이고 부질없이 鬚髥만 쓰다듬네.
(90) 東窓 二首. 1
何以糊東窓 ~ 무엇으로 써 東窓을 바르나?
細薄精繭紙 ~ 얇고 가는 繭紙가 깨끗하구나.
(★ 繭紙 ~: 高麗 時代, 닥나무를 韓紙. 緋緞처럼 얇고 질기다)
何以塗東窓 ~ 무엇으로 써 東窓에 칠을 할까 ?
淨壓芝麻子 ~ 참깨 씨로 깨끗하게 누르리라.
巖樹透其表 ~ 바위와 나무 이미 드러나 비치고
天文映其裏 ~ 하늘의 모습 그 속에 비치누나.
以我於其中 ~ 나로써 그 안에 있게하니
坐臥常從容 ~ 앉고 누우며 늘 조용히 살련다.
(91) 東窓 二首. 2
十年養性情 ~ 十 年間 性情을 修養하니
衆欲無由攻 ~ 많은 慾心이 侵犯하지 못하네.
楷字札畫精 ~ 楷書로써 精誠스레 그린 便紙
看書行列明 ~ 글을 보니 行과 列이 明瞭하구나.
洒然心膽淸 ~ 씻어 낸듯 마음과 膽力 깨끗하고
湛然懸水晶 ~ 沈着하고 무겁게 水晶을 매달았네.
警爾仔細聽 ~ 警戒하노니 仔細히 들을것이며
接物須惺惺 ~ 萬物을 接하며 반드시 聰明하길.
不愧在爾室 ~ 부끄러워 말고 이 居處에 있으면
保汝方寸靈 ~ 너 마음속의 精氣를 길러가리라.
(92) 登大同樓
大同波上大同樓 ~ 大同江 물결 위에 솟은 大同樓에
無限雲山散不收 ~ 끊없이 흩어진 雲山을 거두지 않는다.
楓落浿江秋水冷 ~ 浿江엔 丹楓 떨어져 가을 물 싸늘하고
霜淸箕堞暮煙浮 ~ 箕子 城터엔 서리 맑아 저문 煙氣 떠돈다.
白鷗洲畔月千里 ~ 白鷗洲에는 달빛 뻗쳐 千 里인데
黃葦渡頭風滿舟 ~ 누런 갈대 나룻머리 배엔 바람만 가득하다.
因憶昔年興廢事 ~ 때마침 옛 歲月의 興亡을 생각하며
登高一望思悠悠 ~ 높은 데 올라 둘려보니 생각만 아득하다.
(93) 登童津山 (童津山에 올라)
童津山色碧崔嵬 ~ 童津山 山色이 푸르고도 우람한데
絶壁層崖石逕回 ~ 깎아지른 언덕엔 돌길이 굽어있다.
獨荷短筇尋古寺 ~ 홀로 짧은 지팡이 짚고 옛절을 찾으니
上方政在白雲堆 ~ 佛堂은 바로 흰구름 쌓인 속에 있었구나.
(94) 登樓
向晩山光好 ~ 해질녘 山色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 ~ 오래된 驛의 樓臺에 오른다.
馬嘶人去遠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 ~ 庾公(晉나라 庾亮)의 興趣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 ~ 王粲(東漢末 文學家)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 ~ 來日 아침이면 關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 ~ 저 멀리 구름 끝에 山봉우리들 빽빽하구나.
(95) 登摩尼山江華
摩尼山色好 ~ 摩尼山 山色은 좋기만 한데
矗立海天隅 ~ 바닷가 하늘 한 모퉁이에 우뚝 솟았구나.
飛雁不能渡 ~ 날아가는 기러기도 能히 넘지 못하고
晴嵐摠可圖 ~ 맑은 嵐氣는 모두 그림 같구나.
祭壇秋草老 ~ 祭壇에는 가을 풀이 시들어 가고
僧舍白雲孤 ~ 절間 宿所에는 흰 구름이 외롭다.
一望滄溟闊 ~ 一望無際의 푸른바다는 廣闊한데
煙波接有無 ~ 물안개는 있는 듯 없는 듯 닿아 있구나.
(96) 登碧瀾渡樓
碧瀾之水碧如油 ~ 碧瀾渡의 물결은 푸르기가 기름 같고
漾漾溶溶萑葦秋 ~ 질펀히 출렁출렁 거리며 갈대 핀 가을을 흐른다.
白鷗慣人不飛去 ~ 흰 갈메기 사람들과 낯이 익어 날아 가지도 않고
綠荇隨水相飄浮 ~ 푸른 마름은 물결 따라 서로 밀려 떠 다닌다.
何處一聲漁笛遠 ~ 어느 곳인가 뱃고동 소리 아득히 들리고
誰家十里炊煙浮 ~ 뉘 집에선가 밥 짓는 煙氣 十如 里에 피어 오른다.
波寒日暮不能渡 ~ 물결은 차고 날 저물어 건너지 못하고
繫纜獨倚江邊樓 ~ 닻줄에 배 매어두고 홀로 江邊 樓閣에 기대어 있다.
(97) 登三淸宮
上帝高居玉座遙 ~ 玉皇上帝 높이 계시는 玉座는 멀고
群仙濟濟列層霄 ~ 仙館들은 壯嚴하게 하늘 層層이 벌려 섰네.
碧窓縹緲香烟繞 ~ 푸른 窓가에 아득한 香煙이 둘러 싸고
絳闕森嚴翠羽翹 ~ 붉은 大闕에 森嚴하게도 푸른 깃털 우뚝하네.
滿院松濤醒俗夢 ~ 庭院에 가득한 솔 무리는 俗된 꿈 깨우는데
一庭霜彩滑雲橋 ~ 온 뜰에 서리 빛나 구름다리 매끄럽네.
天光甚邇無聲臭 ~ 하늘 빛 그리 가까워도 소리나 냄새도 없고
坱圠玄機亦孔昭 ~ 끝없이 아득한 깊고 妙한 理致 또한 크게 밝아있네.
(98) 登昭陽亭. 1
鳥外天將盡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 ~ 시름에 겨운 恨은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 ~ 山은 많아서 北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 ~ 江은 스스로 西쪽을 向해 흐른다.
雁下沙汀遠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 ~ 언제나 世上 굴레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 ~ 興겹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99) 登昭陽亭. 2
逶迤亭下水 ~ 亭子 아래로 구불구불한 물길은
遙向鳳城東 ~ 멀리 鳳城 東쪽을 向해 흐르네.
日夜歸心切 ~ 밤낮 故鄕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切實하니
乾坤去路通 ~ 하늘과 땅이 故鄕 가는 길과 通하누나.
豺狼當白晝 ~ 훤한 대낮에 이리와 승량이가 나오기에
鷄犬鬧晴空 ~ 닭과 개가 갠 하늘에 울어댄다.
薄暮倚欄望 ~ 날 저물어 欄干에 기대 바라보며
開襟當北風 ~ 옷깃을 풀어 北風을 맞는다.
(100) 登昭陽亭. 3
縱目不知返 ~ 바라보며 되돌아 갈 줄 모르고
幽懷入泬寥 ~ 아득한 그리움만 虛空에 든다.
牛頭如倡䯻 ~ 牛頭山은 女人이 머리를 말아 올린 듯하고
馬峴似蠶腰 ~ 馬峴은 누에 허리처럼 잘록하다.
雲自高飛盡 ~ 구름은 높이 날아 사라지고
天從望極遙 ~ 아득히 먼 하늘 끝없이 바라본다.
客愁聊蕩盡 ~ 나그네 시름 모두 쏟고자
時復鼓蘭橈 ~ 다시 노를 두드려보네.
(101) 登昭陽亭. 4
拍拍水禽掠水過 ~ 물새 나란히 江을 스쳐 날아가고
山城東隅夕陽多 ~ 山城 東쪽 모퉁이엔 夕陽빛이 가득하다.
風生嬭渡帆初飽 ~ 嬭渡(모진)에 바람일어 돛이 부풀고 (嬭. 젖 / 乳母 내)
葉下蘆淵江自波 ~ 잎은 蘆淵에 지며 江에는 물결이 인다.
楊口山來尖似戟 ~ 楊口에서 달려온 山들은 槍처럼 뾰족하며
牛頭渚合曲如叉 ~ 牛頭山 물줄기 合쳐졌다 휘돌며 갈라지네.
倚欄弔古空搔首 ~ 欄干에 기대 옛일 생각하며 머리 긁적이니
一曲采菱何處歌 ~ 采菱 一曲이 어느 곳에서 들려오누나.
(102) 燈下. 1
燈下茶聲咽 ~ 燈 아래 茶 닳이는 소리에
惺惺坐似株 ~ 말갛게 앉으니 나무 그루터기 같구나.
是身如幻沫 ~ 이 몸은 물거품 같고
此影竟塗糊 ~ 이 그림자는 끝내 멍청하다.
夜雪敲窓冷 ~ 밤 눈이 차갑게 窓門을 두드리고
山雲羃地無 ~ 山 구름은 땅을 덮어 없어지는구나.
花明餘燼落 ~ 불꽃 밝더니 남은 재 떨어지고
堗暖卷氍毹 ~ 구들이 따뜻하여 담요를 걷어부친다.
(103) 燈下. 2
南寺僧來後 ~ 南쪽 절에서 스님 온 뒤로
東山月上初 ~ 東山의 달이 떠오르기 처음이다.
閑心多放曠 ~ 閑暇한 마음 자주 放蕩하고 虛하여
靜意似籧篨 ~ 고요한 생각, 籧篨(얇은 대오리로 만든 자리)와 닮았다.
積雪明林薄 ~ 쌓인 눈은 나무숲을 엷게 밝히고
寒風入帳疏 ~ 차가운 바람 성글게 揮帳에 분다.
可庭霜桂影 ~ 뜰에 서리 맞은 桂樹나무 그림자
分與爾爲居 ~ 그대에게 나누어 주어 살게 하리라.
(104) 蔓徑 (덩굴 진 길)
巉嵒石徑草茸茸 ~ 높이 솟은 바윗길에 더부룩한 풀
芟却荊蔓護却松 ~ 가시덩굴 베어내고 소나무를 保護한다.
客至將迎今已久 ~ 오는 손님 맞으려 한지도 오래인데
滿山風雨蘚髼鬆 ~ 山에 가득한 비바람에 이끼만 더부룩하구나.
(105) 漫成. 1
窮山歲暮坐題詩 ~ 歲暮에 깊은 山에 앉아 詩를 지으니
氷合松煤染硯肌 ~ 얼음물에 솔 煙氣 合쳐져 벼룻돌을 채웠다.
飢鶻下巖多壯氣 ~ 주린 매는 바위에 내려도 그 氣運 씩씩한데
凍鴟蹲樹有奇姿 ~ 나무에 쭈구린 언 솔개는 奇妙한 貌樣이로구나.
陶潛傲世那無醉 ~ 陶潛이 世上을 輕視해도 어찌 醉함이 없었으며
杜甫思君不廢詩 ~ 杜甫는 임금님 생각하며 詩를 그만 두지 않았다.
自有胸呑雲夢趣 ~ 스스로 가슴 속에 雲夢湖를 삼킬 멋 있나니
丈夫老去卽豪時 ~ 大丈夫 늙어감이 곧 豪放한 때이로다.
(106) 漫成. 2
早歲功名浪自期 ~ 젊어서 功名을 부질없이 期約했는데
此身端合曳沙龜 ~ 이몸이 이제는 모랫벌에 꼬리 끄는 거북과 같구나.
世情薄似蜩螗趐 ~ 世上 人情 엷기가 매미의 날개 같아서
閑夢甜於瓊玉飴 ~ 閑暇한 꿈 달콤하기 瓊玉膏의 엿과 같아라.
裊裊淡煙凝石逕 ~ 하늘거리는 차가운 煙氣 돌길에 자욱하고
娟娟寒月上松枝 ~ 곱고고운 차가운 달은 소나무 가지 위에 떠있다.
詩名老大將何用 ~ 눍은 詩人의 이름이 將次 무슨 所用이며
題遍南窓小壁時 ~ 南쪽 窓 작은 壁에 두루 쓰는 時間이로다.
(107) 漫成. 3
半生涉江海 ~ 半平生을 江海를 돌아다니다가
餘年擬首丘 ~ 남은 人生 故鄕에서 보내려 한다.
高臥林泉間 ~ 숲과 샘물 사이에 누우니
歲月如轉毬 ~ 歲月은 구르는 공과 같구나.
旣聽春鳥喚 ~ 이미 봄날의 새 부르는 소리 듣고
又感候蟲愁 ~ 또 철 따른 벌레들의 愁心을 느낀다.
永懷度長宵 ~ 끝없은 懷抱로 긴긴 밤을 지나려니
鬱鬱心愀愀 ~ 沓沓한 마음이 서글퍼지는구나.
奈此夜苦長 ~ 이 밤이 괴롭고도 긴 것을 어찌 하나
燈火稍凄涼 ~ 燈불도 조금 悽凉하여
書卷拋在床 ~ 平床 위로 冊을 던벼버린다
濡筆置在傍 ~ 먹 적신 붓을 곁에 두고
窮懷欲著書 ~ 끝없는 생각을 冊으로 쓰고싶으나
未能抒中腸 ~ 마음 속 생각 모두 펼 수가 없구나.
男兒不能遺臭芳 ~ 사나이 태어나 좋고 나쁜 痕跡 남기지 못하면
便是徒死三家郞 ~ 이는 곧 헛되이 죽은 세 집안 子息에 不過하다.
(188) 晚望
草靑沙軟望中寬 ~ 풀은 푸르고 모래 부드러워 보기도 便한데
數朶芙蓉雨後巒 ~ 비 내린 뒤 山봉우리는 몇 송이 蓮꽃이어라.
逸馬引群馳野路 ~ 좋은 말 떼 지어 몰아 들길을 달리는데
懶牛牽紲臥江干 ~ 느린 소 고삐 끌며 江가에 누워있다.
逍遙自喜吾生樂 ~ 천천히 걸으며 내 삶의 즐거움을 즐기나니
寵辱多驚達者難 ~ 寵愛와 辱됨에 자주 놀라 達觀한 者 되기 어려워라.
投老歸歟何處好 ~ 늙었거니 돌아가자, 어느 곳이 좋을까
香城楓岳碧雲漫 ~ 香城과 風樂에 푸른 구름 閑暇롭구나.
(109) 漫遊
川澤遨遊慣 ~ 自然에 어울림이 버릇이 되어
紅塵夢已忘 ~ 世上의 꿈은 이미 잊었다오.
如童放學館 ~ 아이들 學館에서 放學한 듯 하고
似馬走毬場 ~ 말이 擊毬場을 달리는 듯 하다네.
屐齒遍山麓 ~ 나막신 신고 山기슭 두루 다녀
新詩盈草堂 ~ 새로 지은 詩가 草家에 가득하다.
後人應笑我 ~ 後世 사람들 나를 비웃을 것인 卽
天地一淸狂 ~ 天地間에 한 멀쩡한 미치광이 있었다고.
(110) 晩意
萬壑千峰外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 ~ 來年에는 어느 山을 向할까.
風息松窓靜 ~ 바람 자니 소나무 窓 고요하고
香銷禪室閑 ~ 香불 스러지니 스님의 房 閑暇롭다.
此生吾已斷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111) 謾興. 1
美人望望隔秋水 ~ 가을 물 건너편에 바라뵈는 저 美人
松桂稟異難爲情 ~ 松桂가 天稟 달라 情을 풀기 어렵네.
我有一匹好東絹 ~ 내가 가진 東絹 좋은 한 疋에
願紓情懷題姓名 ~ 내 姓名을 적어서 情懷를 풀려하네.
(112) 謾興. 2
秋月團團秋露凝 ~ 가을 달 둥굴둥굴 가을 이슬 엉겼는데
明河皎潔風稜稜 ~ 銀河水가 산뜻하고 바람이 설렁설렁.
布衾疏冷不成夢 ~ 베 이불이 선선하여 잠 못 이루노라니
時有草蟲來撲燈 ~ 이따금 메뚜기가 와서 등을 치는구나.
(113) 謾興. 3
山人招我歸來篇 ~ 山人이 돌아오라는 글 보내와 나를 부르는데
筍已成林栗如拳 ~ 竹筍은 숲을 이루고 밤은 이미 주먹만 하다네.
滿庭風雨養莓苔 ~ 뜰에 찬 風雨에 이끼가 가득하고
秋露濕緩梧桐絃 ~ 가을 이슬에 거문고 줄이 젖어 늘어지누나.
(114) 望公山 (八公山을 바라보며)
公山峭峻聳崢嶸 ~ 八公山 險峻한 봉우리 높이높이 솟아있어
碍却東南幾日程 ~ 이르기 멀고 東南으로 며칠이나 걸릴까.
多少風光吟不得 ~ 아름다운 景致 詩로 짓지 못하나니
只緣憔悴病中生 ~ 다만 憔悴하게 病든 生涯의 因緣이런가.
(115) 望懸燈山
懸燈山色碧參差 ~ 懸登山 山色은 푸른빛이 어지럽고
白石蒼藤又一奇 ~ 하얀 바위며 푸르게 얽힌 藤나무 또한 奇異하다.
我欲盪胸何處是 ~ 胸中의 我欲을 씻을 곳 어디메뇨
層崖絶壑玉虹飛 ~ 골짜기 斷崖層의 玉무지게 나는 곳이라네.
(116) 買蓑觀漲而還
(도롱이 사서 불어난 물을 보고 돌아오다)
百錢新買綠蓑衣 ~ 百 錢으로 새로 푸른 도롱이 사 입고
觀漲溪橋帶晩歸 ~ 개울 다리에 불어난 물 보고 늦어 돌아왔다.
細雨斜風吹不斷 ~ 가랑비에 몰아치는 바람 그치지 않는데
一肩高聳入蓬扉 ~ 어깨를 솟구치며 사립門짝으로 들어간다.
(117) 梅花
花時高格秀郡芳 ~ 꽃 필 때 品格은 뭇 꽃 中에 빼어나고
結子調和鼎味香 ~ 열매(梅實)는 간 맞춰 飮食 맛 香氣롭네.
直到始終存大節 ~ 한결같이 始終 큰 節槪를 保存하니
衆芳那敢竅其傍 ~ 다른 芳草가 어이 짝하랴.
(118) 暮山
暮山如畫掃蛾眉 ~ 저문 山은 그림을 그린 듯 눈썹을 쓸고
輕抹晴嵐淡亦奇 ~ 맑은 山氣運이 다가오니 淡淡하기 切妙하다.
月上松梢鴉亂陣 ~ 소나무 끝에 달 돋으니 까마귀 떼 어지러운데
古城秋籜有寒吹 ~ 옛 城의 가을 대나무숲에는 찬 바람이 불어온다.
(119) 木蓮 (天上에서 귀양와 절間에 머무는 行脚僧에 比喩)
以爾爲蓮葉如枾 ~ 너를 蓮꽃이라 이르면 감잎 같고
以爾爲枾花如蓮 ~ 너를 감나무라 이르면 꽃이 蓮꽃 같네.
綠葉堪作鄭虔紙 ~ 草綠잎은 鄭虔(唐나라 사람. 가난해 감잎에 글씨 練習함)의 종이를 삼을 만 하고
玉葩可比姑射仙 ~ 玉빛 꽃은 姑射仙子(莊子의 逍遙遊篇에 나오는 女子神仙으로 얼음같이 흰살결 갖고있음. 射는 벼슬이름야)에 比할 만 하네.
風來裊裊素羽搖 ~ 바람불면 하늘하늘 흰깃이 움직이고
月下獨伴姮娥眠 ~ 달빛아래 홀로 姮娥와 짝하여 잠드네.
淸香冉冉襲人衣 ~ 맑은香氣 퍼져나가 사람의 옷에 스며드니
綽約仙子來翩蹮 ~ 아리따운 仙子가 와서 나부끼듯 하네.
玉皇謫汝深山中 ~ 玉皇이 너를 깊은 山中에 귀양 보냈으리
不脫水雲袍幾年 ~ 水雲(行脚僧)의 道袍를 벗지 못한게 몇해이던가.
腸斷山風捲地時 ~ 애끊는 山바람이 땅을 말아오는 때면
縞巾零落淸溪邊 ~ 흰 明紬頭巾은 맑은 개울가에 떨어져 내리네.
我欲收拾作衣裳 ~ 내가 收拾하여 衣裳을 지어
服之洞天雲水鄕 ~ 洞天의 雲水鄕(雲水僧으로 托鉢의 美稱)에서 입으려하네.
夷猶玉井太華巓 ~ 아직 玉井이 太華山 꼭대기에 있는데
有時騎下初平羊 ~ 때때로 初平(羊치기인데 道를 배워 神仙됨. 바위를 羊으로 만듦)의 羊을타고 내려오는구나.
(120) 目羞
經書今棄擲 ~ 經書를 내던진지
已是數年餘 ~ 이미 몇 年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 ~ 하물며 다시 邪惡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 ~ 齒牙도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 ~ 一 爻가 겹쳐져 二 爻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 ~“兼”字가 變하여 “魚”字로 보인다.
雪夷看天際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 ~ 모기들만 날아 하늘에 가득하다.
(121) 夢中作
一間茅屋雨蕭蕭 ~ 한 칸 草家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寂廖하다.
俗客不來山鳥語 ~ 世上 손님 오지 않고 山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 ~ 그 中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付託하여 그려낼까. (倩. 예쁠 천)
(122) 貓兒 (고양이)
立功鼠穴便空虛 ~ 쥐구멍에서 功 세우고 다시 空虛해져
閑臥花氈飽有餘 ~ 閑暇로이 꽃밭에 누워 餘裕롭게 飽食하네.
一室淸平無外警 ~ 淸平寺 골房엔 바깥 警戒가 없어도
却來椸下弄衣裾 ~ 도리어 옷걸이 아래서 옷자락을 戱弄하네.
(123) 無量寺臥病
春雨浪浪三二月 ~ 봄비 浪浪한 二月과 三月에
扶持暴病起禪房 ~ 病 든 몸 禪房에서 일으켜 앉는다.
向生欲問西來意 ~ 西쪽에서 達磨大師 온 까닭 묻고 싶으나
却恐他僧作擧揚 ~ 다른 중들이 부산떨까 두려워 진다.
(124) 無諍碑
君不見 ~ 그대는 보지 못했나
新羅異僧元旭氏 ~ 新羅 異僧 元旭이
剔髮行道新羅市 ~ 머리 깎고 新羅 저자에 道를 行한 것을.
入唐學法返桑梓 ~ 唐나라에 가서 佛法 배워 故國으로 돌아와
混同緇白行閭里 ~ 절과 世上을 넘나들며 民間에 行하여
街童巷婦得容易 ~ 거리 兒童과 兒女子도 쉽게 깨우치니
指云誰家誰氏子 ~ 그를 두고 아무개 집 아무개라 가리킬 程度였다네.
然而密行大無常 ~ 그러나 큰 無常의 道를 가만히 行하여
騎牛演法解宗旨 ~ 소타고 法을 펴서 佛敎의 眞理를 풀이하니
諸經疏抄盈巾箱 ~ 佛經의 풀이 글이 冊 箱子에 가득해
後人見之爭仰企 ~ 後人들이 보고서 다투어 따랐도다.
追封國師名無諍 ~ 國師로 뒤늦게 "부쟁"이라 諡號 내려
勒彼貞珉頗稱美 ~ 곧은 돌에 새겨 稱頌하였도다.
碣上金屑光燐燐 ~ 碑碣 위 金가루는 光彩가 燦爛하고
法畵好辭亦可喜 ~ 佛畵와 文章도 亦是 좋도다.
我曹亦是善幻徒 ~ 우리도 幻語를 잘하는 무리라서
其於幻語商略矣 ~ 幻語에 對하여는 大略 아노라.
但我好古負手讀 ~ 다만 나는 옛 道를 좋아해 뒤서고 읽을 뿐이라
吁嗟不見西來士 ~ 아아, 西쪽에서 오신 부처님 보지는 못하는구나.
(125) 無題. 1
終日芒鞋信脚行 ~ 온終日 짚신으로 되는 대로 거니나니
一山行盡一山靑 ~ 한 山을 걸어 다하면 또 한 山이 푸르네.
心非有想奚形役 ~ 마음에 생각 없거니 어찌 몸에 불리우며
道本無名豈假成 ~ 道는 本來 이름 없거니 어찌 거짓 이뤄지랴.
宿露未晞山鳥語 ~ 밤 이슬은 마르지 않았는데 山새는 울고
春風不盡野花明 ~ 봄바람이 끝이 없으매 들꽃이 아름답다.
短筇歸去千峯靜 ~ 짧은 지팡이로 돌아오매 봉우리마다 고요한데
翠壁亂煙生晩晴 ~ 푸른 絶壁에 어지러운 놀이 저녁 볕에서 피어난다.
(126) 無題. 2
楓岳高低十二峯 ~ 楓岳이 높고 낮아 열 두 峯인데
峯頭石角掛枯松 ~ 峯 머리 돌부리에 마른 솔이 걸리었다.
塵紛却是郭郞巧 ~ 티끌의 어지러움에 도리어郭郞이 巧妙한데
世事盡隨蝴蝶空 ~ 世上 일은 모두 蝴蝶을 따라 비었더라.
桂子落時殘照薄 ~ 桂樹나무 열매가 떨어질 때에 저녁 볕이 엷은데
楊花飛處晩山濃 ~ 버들꽃이 나는 곳에 저믄 山이 무르녹는다.
蒲團獨坐香如縷 ~ 方席에 혼자 앉았으면 香 煙氣는 실 같은데
愛聽楓橋半夜鍾 ~ 楓橋의 밤中 鍾소리를 사랑스리 듣는다.
(127) 無題. 3
翩翩一錫響空飛 ~ 펄펄 하나의 지팡이가 虛空을 울리며 나는데
五月松花滿翠微 ~ 五月의 소나무꽃이 푸른 山에 가득하다.
盡日鉢擎千戶飯 ~ 盡終日 바리를 들고 다니매 千집의 밥인데
多年衲乞幾人衣 ~ 여러 해로 누더기 빌었거니 몇 사람의 옷이던가.
心同流水自淸淨 ~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 스스로 淸淨하고
身與片雲無是非 ~ 몸은 조각 구름과 함께 是非가 없다.
踏遍江山雙眼碧 ~ 江山을 두루 밟고 다니니 두 눈이 푸르렀는데
優曇花發及時歸 ~ 優曇花가 피는 그때에 돌아가리라.
(128) 無題. 4
石泉凍合竹扉關 ~ 바위샘물 얼어붙고 合竹門짝 닫아 걸고
剩得深閑事事閑 ~ 마음의 閑暇함 얻으니 일마다 閑暇롭다.
簷影入窓初出定 ~ 처마 그림자 窓에 들자 비로소 禪定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129) 無題. 5
不湏偸得未央丸 ~ 구태여 未央丸을 貪낼 必要 없느니 (湏. 흐물흐물할 회)
境靜偏知我自閑 ~ 境界가 고요하여 내가 便安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 ~ 下人에게 대筒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 ~ 한 줄기 나는 玉같은 물방울이 珊瑚처럼 고아라.
(130) 無題. 6
十錢新買小魚船 ~ 十錢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 ~ 노 저어 물가 대나무 숲으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 ~ 江湖의 바람과 風雨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 ~ 그 속에 맑은 興趣 누구에게 傳해줄까.
(131) 無酒
李白把酒問月飮 ~ 李白은 술盞 잡고 달과 問答하며 마셨는데
塊然一斗詩百篇 ~ 홀로 앉아 한 말 술에 지은 詩가 百 篇이라.
淵明引壺眄庭醉 ~ 陶淵明은 술甁 끌어 뜰을 보며 醉했는데
悠然自樂羲皇天 ~ 悠然히 伏羲氏 적 世上을 스스로 즐겼구료.
而我千載猶爲人 ~ 그러나 나는 千 年 뒤의 사람인데
獨對靑山無酒錢 ~ 혼자 靑山 바라보나 술 살 돈 하나 없네.
司業助廣文 ~ 司業 蘇源明이 廣文 鄭虔을 도왔는데
坐客寒無氈 ~ 앉은 손님 추워도 方席 하나 없었다네.
王弘送平澤 ~ 王弘이 平澤令을 보낼 때에는
空坐菊花邊 ~ 空然히 菊花옆에 앉자 있었다네.
吾非請息交 ~ 사귀기를 그만두자고 請하지 않았건만
自然絶世緣 ~ 저절로 世上 因緣 끊어지고 말았았네.
世我相矛盾 ~ 世上과 나 서로 矛盾되어선가
遨遊三十年 ~ 三十 年을 마음대로 즐겁게 놀았네.
無人過濁醪 ~ 濁酒 한 盞 넘겨 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情悄如耽禪 ~ 마음 寂寂하기 參禪 즐기는 것 같아라.
安得盡捻書籍賣 ~ 어찌해야 書籍을 모두 팔아
卜築移家居酒泉 ~ 집 옮겨 터 잡아 집 지어 酒泉가에 살았을까.
(132) 毋津
毋津初解纜 ~ 毋津에서 닻줄을 풀자
楊柳晚潮生 ~ 버드나무로 저녁 밀물이 인다.
淡淡沙汀遠 ~ 淡淡한 모랫벌 아득하고
茫茫煙樹平 ~ 茫茫한 안개 낀 나무 平平하도다.
閑鷗分渚泊 ~ 閑暇한 갈매기 물가를 나눠 쉬고
明月共船行 ~ 밝은 달은 배와 같이 옮겨 간다.
渺渺水雲外 ~ 아득히 물과 구름 밖으로
一身歸去輕 ~ 돌아가는 이 한 몸, 마음이 가볍다.
(133) 聞子規
千峯疊疊萬木深 ~ 數많은 봉우리 거듭 겹치고 많은 나무들 茂盛한데
山靄蒼蒼斜日暮 ~ 山 아지랑이 아득하여 저물녘 해는 기울어가네.
獨坐茅簷思不禁 ~ 띠집 처마에 홀로 앉아 그리움을 억제하지 못하는데
子規啼在籠煙樹 ~ 안개 자욱한 나무에 杜鵑이 제멋대로 울어대네.
曾聞爾是蜀帝魂 ~ 以前에 듣길 너는 바로 蜀帝의 魂이라는데
胡乃不歸蠶叢路 ~ 어찌하여 蠶叢(蜀으로 가는 險한 山 길)길로 돌아가지 않는가 ?
人言有翼可能飛 ~ 사람들 말이 날개가 있어 가히 넘어갈수 있다는데
誰向空山苦搊柱 ~ 누굴 向해 빈 山에서 괴로이 거문고를 타는가 ?
(134) 聞鵲
査査乾鵲繞庭枝 ~ 까악까악 우는 까치가 뜨락 나뭇가지 두르고
細料無人款我扉 ~ 곰곰이 생가하니 우리집 사립門 찾아주는 이 없다.
只有淸風似相識 ~ 오직 맑은 바람만이 알아주는 듯
故來摵摵撼簾幃 ~ 일부러 와서 불어와 설렁설렁 발과 揮帳을 흔든다.
(135) 悶極
花是山中曆 ~ 꽃은 山中 生活의 冊曆이요
風爲靜裏賓 ~ 바람은 고요속의 손님이다.
恨無沽酒債 ~ 外上 술 못 사 恨할 일 없고
又欠過墻隣 ~ 또 담 넘어 請할 이웃도 없다.
竹塢涼吹急 ~ 대나무 언덕으로 찬바람 急히 불어 오고
松窓月色新 ~ 소나무 窓가엔 달빛이 새롭다.
閑吟聊遣寂 ~ 閑暇히 읊으며 애오라지 寂寂함 달래니
箇是道中人 ~ 이 또한 修行者의 길이 아닐까.
(136) 薄暮. 1
風棲鵲鬧松枝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든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 ~ 하늘 기운 層層이 어두워져 저물어 간다.
雪打明窓淸坐久 ~ 눈발이 窓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房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 ~ 山의 달, 城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陬. 모퉁이 추)
(137) 薄暮. 2
爐灰如雪火腥紅 ~ 火爐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은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 ~ 돌솥에는 茶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 ~ 茶 마시고 上房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 ~ 몇 차례 맑은 磬쇠소리 솔바람에 和答한다.
(138) 渤海
渤海秋深驚二毛 ~ 渤海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 ~ 閑暇한 일 생각지 말자, 나만 疲困 할 뿐
且與鏜杓同死生 ~ 音樂과 술과 生死를 같이하며
逞盡丈夫平生豪 ~ 丈夫의 平生豪氣를 다 부려보자구나.
(139) 盤飧. 1 (밥 床)
白鹽赤米盤中味 ~ 흰소금과 붉은 쌀을 小盤 가운데 맛보니
紅蓼靑蔬椀裏香 ~ 붉은 여뀌 푸른 菜蔬는 周鉢속에 香氣롭네.
午睡覺來供一頓 ~ 낮잠에서 깨어나면 若間의 끼니를 베풀어주니
陶陶無事送年光 ~ 일 없이 和樂하게 歲月만 보내는구나.
(140) 盤飧. 2
爛蒸蘿蔔又燔苽 ~ 쑥과 무우는 익히고 찌며 또한 줄로 말려서
山飯隨宜旋煮茶 ~ 形便에 따라 절에서 먹고 茶로도 끓인다네.
不飽不飢閑偃臥 ~ 배부르지 않고 굶지도 않으니 閑暇히 누워 쉬면서
方知身世似浮槎 ~ 떠다니는 뗏목과 같은 身世임을 견주어 아는구나.
(141) 盤飧. 3
井冽寒泉盎有糧 ~ 맑은 우물에 찬물이 솟고 동이엔 糧食이 넉넉한데
胡爲乎自欲遑遑 ~ 어찌하여 스스로 허둥지둥 하려하는가 ?
碧山終日無伎倆 ~ 푸른 山에 해가 다해도 才能과 솜씨를 따지지 않고
半映詩脾半映牀 ~ 折半은 詩心에 비추고 折半은 平床을 비추네.
(★ 詩脾 ~: 詩心, 詩想, 詩脾를 깨끗이 씻으면 詩가 거울 같은 마음에 비친다. 詩는 사람이 다듬는 것이 아니고, 詩魔가 맑은 사람에게 온다. 詩魔는 詩를 짓고자 하는 생각을 일으키는 일종의 魔力)
(142) 放言. 1 (함부로 지껄이다)
眇將一粟身 ~ 한 알 좁쌀 같은 몸 가지고
復何心懵憧 ~ 다시 어찌 마음이 深恨한가. (懵. 어리석을 몽)
百年只一息 ~ 百 年에 한 番 休息에
萬事猶倥傯 ~ 萬事는 오히려 바쁘기만 하다.
旣得還恐失 ~ 얻고서는 잃을까 두려우니
奚暇尊周孔 ~ 어찌 周公과 孔子를 崇尙할 겨를 있나.
有人早歸休 ~ 일찍 돌아와 쉬는 사람 있어
視彼同蠛蠓 ~ 그를 보기를 하루살이처럼 여긴다.
溪聲激潺湲 ~ 개울물 소리 잔잔히 들려오고
山色聳巃嵷 ~ 山빛은 우뚝하게 솟아 오른다.
雖云縱性遊 ~ 비록 本性대로 즐긴다 하지만
非禮卽勿動 ~ 禮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143) 放言. 2
幽軒竹數竿 ~ 그윽한 마루 앞에 몇 줄기 대나무
小庭花萬種 ~ 작은 뜰에 꽃이 萬 가지 種類나 된다.
看竹復看花 ~ 대나무를 보다가 또 꽃을 보니
亦是一榮寵 ~ 이 또한 하나의 恩寵이로구나.
洞口雲自生 ~ 洞窟 入口에서 구름 절로 피어오르고
石眼泉自湧 ~ 돌 틈에서는 샘이 절로 솟아난다.
逍遙復逍遙 ~ 逍遙하고 또 逍遙하며
俛仰歌垂拱 ~ 굽어보고 쳐다보면서 太平한 옛情趣를 노래하노라.
(144) 放言. 3
顓孫學干祿 ~ 慈藏이 祿을 求하는 方法을 배워
唯恐其不迨 ~ 成就하지 못할까 오직 두려워했다네.
干祿心旣切 ~ 祿을 求하는 마음 懇切하거늘
何知寡尤悔 ~ 어찌 허물과 後悔 없음을 알겠는가.
言行苟無愧 ~ 말과 行動에 正말 부끄러움 없다면
穀亦不外待 ~ 나도 밖에서 기다리지 않으리라.
外待何人期 ~ 밖에서 기다리니 어떤 사람 期待하리오
天祿棄不採 ~ 하늘이 주는 祿을 버려두고는 캐지 않는다.
(145) 放言. 4
犢角抽東軒 ~ 쇠뿔은 東軒에서 뽑나니
乃知生竹筍 ~ 그것이 竹筍임을 알겠노라.
竊期長且大 ~ 길고 큰 것을 몰래 바라며
作竿釣蛟蜃 ~ 낚시대 만들어 고래를 낚겠다.
一夜盜折去 ~ 하룻밤에 도둑이 꺾어갔으니
此計還可哂 ~ 그 計劃이 도리어 우습게 되었도다.
(146) 放言. 5
於斯有一玉 ~ 여기에 玉하나 있나니
久向匵中韞 ~ 오랫동안 箱子 속에 있도다.
光輝耀天地 ~ 光彩가 天地에 빛나니
炯炯不敢隱 ~ 번쩍거림을 숨기지 못한다.
何用沽於世 ~ 어찌 그것을 世上에 자랑할까
聲已聞遠近 ~ 名聲이 이미 遠近에 들린다.
(147) 放言. 6
爲人性疏散 ~ 사람됨이 性品이 放慢하여
於事太多懶 ~ 일마다에 너무 懶怠하도다.
山月有燈燭 ~ 山의 뜬 달에 촛불 있고
松風有絃管 ~ 솔바람에 管絃樂이 있도다.
閑中經數卷 ~ 閑暇한 中에 여러 卷 冊 읽으며
渴來茶七椀 ~ 목마르면 일곱 周鉢의 茶를 마신다.
心當遊此樂 ~ 마음은 마땅히 이러한 즐거움에 놀아야지
何暇較長短 ~ 어느 겨를에 좋고 나쁜 것을 견주리오.
(148) 放言. 7
稚松移種庭 ~ 어린 소나무 뜰에 옮겨 심고
禁人使勿翦 ~ 사람들이 잘라가지 못하게 했도다.
亭亭漸百尺 ~ 꼿꼿하게 자라나 漸漸 百 자나 되고
鱗甲鎖苔蘚 ~ 껍질에는 이끼가 막히었다.
枝長葉復密 ~ 가지는 길고 잎도 빽빽하여
日夜聞鶴喘 ~ 밤낮으로 鶴 우는 소리 들린다.
幾時生茯苓 ~ 어느 때나 茯苓이 생겨나
薄採貢玉輦 ~ 그것을 캐어서 임금님께 바칠까.
與人延頹齡 ~ 사람에게 주면 늙은 목숨도 延長되어
壽與天不殄 ~ 목숨과 天性이 決코 다하지 않으리라.
倘未生茯苓 ~ 或是 茯苓아 생기지 않아도
歲寒姿亦善 ~ 날이 차가우면 그 姿態도 좋으리라.
(149) 放言. 8
春風無私心 ~ 봄바람 조금도 私心없어
普被於大小 ~ 크거나 작거나 널리 불어준다.
啓口動群蟄 ~ 입 벌려 여러 벌레 움직여 주고
弄舌啼百鳥 ~ 여러 새들 혀를 놀려 울게해준다.
桃李偃短墻 ~ 복사꽃 오얏꽃 담장에 눕게 하고
芙蓉泛碧沼 ~ 蓮꽃을 푸른 늪에 뜨게 하는구나.
時雨好風俱 ~ 제철의 비와 좋은 바람 함께하니
大平從此肇 ~ 太平聖代 이로부터 始作되노라.
山人樂舞蹈 ~ 山사람 舞蹈를 즐기며
浩浩歌窈窕 ~ 浩放하게 窈窕를 노래한다.
豈獨春風然 ~ 어찌 다만 봄바람만 그러할까
聖化流億兆 ~ 聖人의 敎化도 萬民에게 흐르리라.
(150) 放言. 9
幽齋靜且深 ~ 그윽한 집, 고요하고도 깊숙하여
寓形堪送老 ~ 한 몸 老年 보내기 넉넉하구나.
萬事奚足務 ~ 人生萬事 어찌 足히 힘쓰겠는가
一閑是所寶 ~ 한가지 閑暇함이 곧 보배로다.
門無車馬喧 ~ 門 앞에는 오는 수레 하나 없는데
衣裳肯顚倒 ~ 어찌 衣裳을 거꾸로 입으리오.
莫罪步世表 ~ 世上 밖에 나다닌다 罪 삼지 말라
是亦一種道 ~ 이것 또한 一種의 道일 것이리라.
自古此流多 ~ 예부터 이런 部類의 사람 많았으니
巢許可訂考 ~ 巢父와 許由를 想考할 수있도다.
考槃亦有人 ~ 隱居하며 사는 일에도 사람 있으니
不惟吾獨好 ~ 오직 나람이 즐겨함은 아니로다.
汲盡東溟水 ~ 東海의 바닷물 다 길러내어도
利欲垢難澡 ~ 利欲의 때는 씻어내기 어렵도다.
帚盡大山木 ~ 泰山의 나무로 비짜루를 만들어도
名路塵難掃 ~ 名利의 길 티끌을 다 쓸어내기 어렵도다.
然則吾奈何 ~ 그렇다면 나는 어찌할까
落落從素抱 ~ 울타리 가에서 平素대로 끼고 살리라.
吟罷竹窓靜 ~ 詩 읊고 나니 대나무 窓가는 고요하고
山雨洒庭草 ~ 山으로부터의 내리는 비가 뜰에 난 풀에 뿌려진다.
(151) 放言. 10
直上南山頭 ~ 바로 南山 꼭대기로 올라
騁目驅萬像 ~ 눈 달려 萬가지 形象을 몰아본다.
日月低回腰 ~ 해와 달은 허리 아래로 낮게 돌고
乾坤括分掌 ~ 하늘과 땅은 손바닥에 잡힐 듯하다.
胸次豁爾遠 ~ 가슴 속 시원하게 터이는 듯 하고
怳爲登仙想 ~ 恍惚하기가 神仙이 된 듯 생각된다.
神飆產石竇 ~ 돌 틈에서 神風이 부는 듯
身輕骨亦爽 ~ 몸은 가볍고 뼈속까지 爽快하도다.
斯游不易得 ~ 이런 놀음 쉽게 얻지 못하리니
放蕩恣偃仰 ~ 放蕩하게 마음대로 누었다가 일어난다.
向晚興盡回 ~ 날이 저물어 興이 다하여 돌아오니
白雲生藤杖 ~ 흰구름이 藤나무 지팡이에서 인다.
(152) 放言. 11
有客趁暮來 ~ 한 손님 저물어 찾아 오니
皤皤白頭叟 ~ 희고 흰 白髮의 老人이로다.
行裝一筇杖 ~ 行裝은 지팡이 하나 뿐
衣破半露肘 ~ 衣服은 찢어져 팔뚝이 半이나 드러났다.
我問從何方 ~ 내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遙指靑山後 ~ 멀리 靑山의 뒤를 가리킨다.
碩大固無匹 ~ 碩大하다하니 正말 짝이 없을 것 같으니
塞淵端寡偶 ~ 沈默하니 果然 짝이 없을 것이다.
心知非常輩 ~ 마음으로 平凡한 무리 아닌 것 같아
斂容恭俛首 ~ 얼굴빛 고치고 恭遜히 머리 숙었다.
引坐松筠軒 ~ 이끌어 松筠軒에 앉게 하고
翦韭復釃酒 ~ 부추 뜯고 다시 술을 걸렀다.
相與期酩酊 ~ 서로 醉하기로 約束하여
酬酢不停手 ~ 酬酢하기를 그치지 않았도다.
醉來放志意 ~ 醉한 뒤에는 마음대로 지껄이니
孰知孰無咎 ~ 누가 알까, 누구에게나 허물 없는 것을.
客起歌且舞 ~ 손님이 일어나 노래하고 춤추니
我坐亂擊缶 ~ 나는 앉아서 어리럽게 동이를 두들겼다.
歌舞旣云罷 ~ 노래와 춤이 다 끝나니
明月生甕牗 ~ 밝은 달이 映窓으로 솟아올랐다.
我倒客亦去 ~ 나는 쓰러지고 손님도 가고
淸風動槁柳 ~ 맑은 바람은 곧은 버들을 흔든다.
(153) 放言. 12
韜晦隱山阿 ~ 못난 채로 山언덕에 숨어 사니
蕭然情慮淡 ~ 쓸쓸하고 마음과 생각 淡淡하여라.
囊無一粒粟 ~ 자루에는 한 톨의 穀食도 없고
固窮無斯濫 ~ 窮한 일 견디면 곧 지나친 일 없으리라.
世事自隆替 ~ 世上萬事 저절로 바뀌어들어도
至樂何增減 ~ 至極한 즐거움이야 어찌 變하리오.
積中必形外 ~ 마음 속에 쌓이면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리니
周旋凜儀範 ~ 行動이 凜凜하고 法度가 있으리라.
彼其碌碌輩 ~ 저 그들 碌碌한 무리들이란
不麾自不犯 ~ 指揮하지 않으면 스스로는 犯하지 못한다.
邈焉千古懷 ~ 아득히 千 年 前의 일을 생각하며
默默倚雲檻 ~ 말없이 구름 欄干에 기대어 있도다.
(154) 放言. 13
苦厭人間強迎送 ~ 사람들 억지로 맞고 보냄이 正말 싫어
抽此形骸臥碧洞 ~ 이 몸을 뽑아내서 푸른 山 골짜기에 누웠다.
是非榮辱於吾何 ~ 是非와 榮辱이 내게 무슨 所用일까
松風吹破槐陰夢 ~ 솔바람 불어와 홰나무 그늘 꿈을 깨운다.
(155) 放言. 14
長年好與煙霞住 ~ 오랫동안 안개와 노을에 머물며
拾橡供廚送朝暮 ~ 도토리 주워 飮食 만들어 아침저녁 보냈도다.
石床高枕睡陶然 ~ 돌平床에 베개 높이 베고 便安하게 자는데
有夢不飛紅塵路 ~ 꿈속에라도 俗世의 길로는 날아가지 않으리라.
(156) 訪隱者. 1
白石蒼藤一逕深 ~ 흰 돌과 푸른 藤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 ~ 어지러운 世上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157) 訪隱者. 2
自言生來懶折腰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 ~ 흰 구름 푸른 山을 마음대로 逍遙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 ~ 솔바람 불어 앞山에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 ~ 한 떨기 紫荊花가 半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158) 排譴 (誹謗을 물리치며)
面壁觀空我豈能 ~ 達磨처럼 面壁 하고 생각하는 일에 어찌 能할까만
愛閑長是伴山僧 ~ 閑暇한 것 좋아해 오랜동안 山僧들과 벗하였다.
園蔬心嫩靑堪摘 ~ 밭의 菜蔬 속이 軟하고 푸르러 따내기 適當하고
山薊苖肥軟可蒸 ~ 山의 엉겅퀴나물 살찌고도 軟하여 쪄 먹을 만하다.
養拙十年同鶴化 ~ 壅拙하게 살아온지 十 年에 鶴처럼 되어
天遊九萬似鯤騰 ~ 넓은 하늘 九萬 里에 鯤이 하늘 날아오른 듯하다.
傍人莫說無功業 ~ 옆 사람들아, 功業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早晚雲林話葛藤 ~ 早晩間에 구름 숲 속에서 葛藤을 말하리라
(159) 排悶 (마음속 煩悶을 물리침)
磊落東山一老翁 ~ 磊落(豁達하여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음)한 東쪽 山의 오래된 한 늙은이
頹然閑臥北窓風 ~ 北窓의 바람에 쓰러지듯 閑暇히 누었네.
草荒陶徑吟歸去 ~ 거친 풀 陶潛의 세 갈래길에 歸去來辭 읊고
花落祗園悟色空 ~ 祗園精舍(옛날 中印度 마가다 舍衛城 南쪽에 있던 절. 釋迦牟尼의 修道와 說法을 爲해 須達長者가 세움)에 꽃이 지니 色卽是空 알겠구나.
人世幾回雲雨變 ~ 人間 世上 몇 番이나 비와 구름 變하고
江山依舊畫圖中 ~ 江과 山은 옛날 처럼 그림 속에 있구나.
日長庭院渾無事 ~ 해는 길어져도 庭院에는 全혀 일도 없고
徙倚南軒看竹叢 ~ 南쪽 欄干으로 옮겨 기대고 대 숲을 바라본다.
(160) 百年
百年一飛鳥 ~ 百 年에 한 番 나는 새
令名千古身 ~ 꽃다운 이름, 千 年 가는 몸.
恥爲齊景富 ~ 齊나라 景公 富가 부끄럽고
願得伯夷貧 ~ 伯夷와 叔齊의 가난을 願하노라.
歲晏松含態 ~ 한 해가 늦어짐에, 소나무 姿態 머금고
春回杏吐唇 ~ 봄이 돌아오니 살구나무 입술을 吐한다.
境閑無个事 ~ 地境이 閑暇한데 할 일은 하나 없어
行止恃蒼旻 ~ 가고 그치는 것은 푸른 하늘만 믿는다.
(161) 白石寺
老僧高臥掩松關 ~ 老僧은 높이 누워 소나무 빗장 가리고
白石山房百慮閑 ~ 깨끗한 바위 山房에서 온갖 생각에 閑暇롭다.
車馬不來門逕小 - 수레와 말들 다니지 않아 門도 길도 좁은데
一雙幽鳥語綿蠻 ~ 한 雙의 그윽한 새소리 끝없이 지저귄다.
(162) 別秋江 (秋江과 離別하며)
昔人似今人 ~ 옛 사람도 只今 사람과 같고
今人猶後人 ~ 只今 사람도 뒷사람과 같으리라.
世間若流水 ~ 世上일이란 흐르는 물 같아
悠悠秋復春 ~ 아득히 가을 되면 또 봄 된다.
今日松下飮 ~ 오늘은 소나무 아래서 마시고
明朝向嶙峋 ~ 來日 아침이면 疊疊한 곳을 向한다.
嶙峋碧峯裏 ~ 疊疊한 곳, 푸른 山봉우리 속
思爾情輪囷 ~ 그대 생각하니 마음은 수레처럼 구른다.
(163) 病中言志. 1
世味多端我自如 ~ 世上 맛 多樣하나, 난 언제나 나
是身天地一籧篨 ~ 天地間에 이 한 몸은 天上바라기어라.
山堂日午寂無事 ~ 午後의 山 속 집엔 할 일도 없어
臥曝腹中千卷書 ~ 누워서 마음속 千如 卷 冊을 말리노라.
(164) 病中言志. 2
七尺幻軀榮辱外 ~ 일곱 尺 헛된 몸, 榮辱 밖에 살아
百年人世笑談中 ~ 百 年 人間世上 談笑 속에서 보낸다.
但知此物非他物 ~ 이 物件이 다른 物件 아님만 아나니
笑殺瑞巖呼主公 ~ 스스로 主人이라는 瑞巖을 웃어 죽인다.
(165) 普濟餞飮
東風碧草雨新沐 ~ 푸른 풀에 봄바람 불어 비에 씻겨 새롭고
聯騎公子餞行客 ~ 聯이어 나온 말 탄 公子들이 가는 손을 作別한다.
紅叱撥嘶嚼玉勒 ~ 紅叱撥 말들이 玉재갈 씹어대고
金叵羅飛泛春色 ~ 金파라 술盞은 봄빛 띄워 보낸다.
鵾絃鐵撥響驪駒 ~ 고니줄 거문고를 쇠채로 타니 離別의 노래 울리고
憑陵大叫呼五白 ~ 주사위로 <五>나오라, <白>나오라 크게 소리쳐 부른다.
宴罷徘徊不忍別 ~ 잔치가 끝나도 서성대며 차마 떠나지 못하는데
女墻月上昏鴉集 ~ 얕은 담장에 달 떠오르고 저녁 까마귀 모여든다.
(166) 逢梅又別 四首. 1 (만났다 헤어지다)
上人別仲夏 ~ 한 여름에 스님과 離別하고
阻話數旬餘 ~ 한 달 남짓 對話가 끊겼네.
花岳山深處 ~ 花岳山 깊은 곳엔
春城水漲初 ~ 春城(春川)에 물이 넘쳐나네.
倚門時斫額 ~ 門에 기대어 때때로 이마를 부딪치며
望月又長歔 ~ 달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 짓네.
却喜重携手 ~ 다시 만난 것을 기뻐했는데
今朝更別余 ~ 오늘 아침에 다시 나와 헤어졌네.
(167) 逢梅又別 四首. 2
今年霾雨久 ~ 올해엔 흙비 오래 내려
凶歉問來方 ~ 凶年의 處方을 물어보네.
江水幾篙漲 ~ 江물이 얼마나 氾濫했는지
菜田應盡傷 ~ 채마밭은 應當 다 亡쳤으리라.
天事旣如彼 ~ 하늘의 일이 이미 저와 같은데
人情那敢詳 ~ 人間의 뜻이 어찌 詳細하게 할 수 있겠는가?
關東磽薄地 ~ 關東地方은 돌 많은 메마른 땅이라
官租可能當 ~ 稅金은 堪當할 수 있을까.
(168) 逢梅又別 四首. 3
鳥飛返故鄕 ~ 새 날아 故鄕에 돌아가는데
瀟洒動行裝 ~ 빗물은 行裝을 적시네.
納納江山遠 ~ 축축히 젖은 江山은 아득하고
行行道路長 ~ 가도 가도 갈 길은 멀기만 하네.
昭陽秋水碧 ~ 昭陽江 가을 물은 푸르고
花岳晚雲涼 ~ 花岳山 늦구름은 서늘하구나.
我語君須省 ~ 내가 그대에게 한 말을 꼭 살펴보시게
山僧忙不忙 ~ 山 스님이 바쁜지 바쁘지 않은지.
(169) 逢梅又別 四首. 4
聞說淸平洞 ~ 淸平山 골짜기 이야기 들어보니
靑苔白石間 ~ 흰 돌 사이에 푸른 이끼 끼었다네.
山深梨栗熟 ~ 山 깊은데 배와 밤은 익어가고
巖靜鶴僧閑 ~ 바위 고요한데 鶴과 스님은 閑暇롭다네.
君去幾時返 ~ 그대 떠났다가 언제 돌아올까
我歸當共看 ~ 나도 돌아와 함께 보아야지.
如今分袂後 ~ 只今 헤어진 뒤엔
楓葉正斕斑 ~ 丹楓잎만 알록달록하구나.
(170) 鳳尾寺
萬丈蒼崖上 ~ 萬 길 푸른 언덕 위에는
荒涼有梵宮 ~ 荒涼하게 절 하나 있다.
定僧依竹塢 ~ 參禪 든 스님은 대숲 언덕에 기대고
睡鴨傍蘆叢 ~ 잠든 오리는 갈대숲에 졸고 있다.
山影涵虛碧 ~ 山 그림자 빈 푸른 空中에 젖어들고
波聲漾半空 ~ 물결소리 半空中에 출렁인다.
道人挽我袖 ~ 道人은 내 소매 끌어당기며
一宿聽松風 ~ 하루 묵으면서 솔바람 소리 듣자하네.
(171) 俯仰
俯仰杳無垠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 ~ 天地人에 參與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 ~ 한 가지 理致가 自然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 ~ 몸에 拘束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 ~ 몸소 實踐하면 큰 人物이 되는 法이도다.
古今何間斷 ~ 예와 只今에 무슨 斷絶이 있을까
堯舜我同群 ~ 堯임금 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172) 盆竹
爲憐貞節操 ~ 貞節과 志操가 哀憐하여
種得小瓦盆 ~ 작은 흙 花盆에 심었어라.
玲瓏如有態 ~ 玲瓏한 姿態가 있어
瀟洒又無煩 ~ 산뜻하여 번거로움 없어라.
嫋嫋風吹動 ~ 산들산들 바람에 불리고
漙漙露滴飜 ~ 방울방울 이슬에 뒤치는구나.
誰知一撮土 ~ 누가 알리오, 한 줌 흙 속
逬却化龍根 ~ 뻗어 나올 龍 될 뿌리 있음을.
(173) 不覺
不覺一年過 ~ 어느듯 一 年이 지나가는 길목에
逢秋今又冬 ~ 가을을 맞았는데 이제 겨울이구나.
靑山爲伴侶 ~ 靑山은 親舊가 되고
茅屋長疏慵 ~ 草家집에서 길이 게으르기만 하다.
夜靜風生竹 ~ 밤은 고요하고 대숲에 바람일고
庭寒月掛松 ~ 뜰이 차갑고 소나무엔 달이 걸려있다.
禪房愛無事 ~ 禪房에는 일이 없어 좋고
非學坐如樁 ~ 工夫하지 않으면 말뚝처럼 앉아 있다.
(174) 不出
不出杜山門 ~ 山 속 門을 닫고 나가지 않아
前峯下鹿群 ~ 앞 山 봉우리에 사슴들이 내려온다.
床前鳴蟋蟀 ~ 平床 앞에는 귀뚜라미 울고
庭畔有椿萱 ~ 뜰에는 참죽나무와 원추리가 있다.
猒客常稱疾 ~ 손님 맞기 싫어 恒常 病을 핑계하고
勞煩欲默言 ~ 受苦롭고 번거로워 말도 하고 싶지 않다.
小窓誰是伴 ~ 작은 窓가에 그 누가 짝이 되나
安息一爐熏 ~ 安息香이 한 香爐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175) 琵瑟山
山水厭山塵土去 ~ 山골짜기 물은 山이 싫어 俗世로 가고
山僧憎俗碧雲臥 ~ 山僧은 俗世에 憎惡를 느껴 푸른 구름속에 누웠다.
水乎爾性元淸淨 ~ 물아! 너의 性情은 元來 맑고 깨끗함이니
莫向人間反復歸 ~ 다시는 人間世上으로 돌아오지 말거리.
(176) 飛瀑
穿雲直下亂峯前 ~ 구름 뚫고 바로 떨어져 봉우리 앞을 어지럽히며
一道銀河落九天 ~ 한 줄기 銀河水가 하늘에서 떨어지네.
遶石喧豗山鬼泣 ~ 바위를 휘돌아 시끄러워 山은 鬼神처럼 울고
傾湫澹泞毒龍眠 ~ 기운 蓮못 맑은데 毒한 龍이 잠을 자네.
人間萬恨從敎洗 ~ 人間의 數많은 恨을 씻게 해주는데
客裏孤懷勿使湔 ~ 나그네 외로운 懷抱는 씻어주지 못하네.
却愧明朝入塵土 ~ 來日 아침 俗世로 돌아가
寒聲和夢故依然 ~ 시원한 瀑布소리가 꿈결같이 아득해질까 도리어 부끄럽네.
(177) 四季
*一朶始開 (갓 피어난 薔薇 한 송이)
一點臙脂惱殺人 ~ 한 點의 臙脂인지 남의 애를 다 태우는데
含羞半掩自精神 ~ 부끄러워 半 쯤 숨었어도 生氣는 감출 수 없어라.
若敎解語應傾國 ~ 萬若 말을 알아듣도록 했다면 傾國之色이 當然할 테니
不獨西施與太眞 ~ 傾國之色이 西施와 楊貴妃만 있던 게 아니었네.
(178) 四節回文 (* 春)
紅杏山桃溪寂寂 ~ 붉은 살구며 山桃花는 시냇가에 쓸쓸히 섰고
小塘春草夢依依 ~ 작은 蓮못가의 봄풀은 꿈속에 아른거린다.
東城鎖霧香風暖 ~ 東쪽 城은 안개에 잠기고 香그런 봄바람 따뜻하니
北舍啼鶯乳燕飛 ~ 꾀꼬리 우는 北쪽 집에는 어린 제비가 나는구나.
[ 回文 - 逆讀 ]
飛燕乳鶯啼舍北 ~ 제비 날고 어린 꾀꼬리는 집 北쪽에서 우는데
暖風香霧鎖城東 ~ 따뜻한 봄바람에 香긋한 안개는 東쪽 城을 가린다.
依依夢草春塘小 ~ 아련한 꿈속의 풀과 작은 蓮못에도 봄은 오고
寂寂溪桃山杏紅 ~ 쓸쓸한 시냇가의 산桃花와 살구꽃은 붉기도하다.
(179) 四節回文 (*夏)
涼簟藤床寒徹骨 ~ 서늘한 대자리 藤나무 걸床에 寒氣가 뼈에 사무치고
綠科氷咸冷侵進 ~ 草綠이 茂盛하니 얼음처럼 차서 冷氣의 嚴襲이 더하네.
堂圍竹影淸風産 ~ 집을 두른 대 그림자에 맑은바람 일고
檻透山光碧黛顰 ~ 欄干에 돌아온 山빛은 女人의 눈썹을 찌푸리게하네.
[ 回文 - 逆讀 ]
顰黛碧光山透檻 ~ 찌푸린 女人의 눈썹 푸른 빛이 山에 드는걸 막고
産風淸影竹圍堂 ~ 일어나는 바람에 맑은 그림자 대나무가 집을 둘렀구나.
進侵冷咸氷科綠 ~ 冷氣 머금고 더 嚴濕해 茂盛한 푸르름 식히니
骨徹寒床藤簟涼 ~ 뼈를 뚫는 찬 平床은 藤의 자리처럼 서늘하구나.
(180) 四節回文 (* 秋)
疏桐砌雨催更逼 ~ 梧桐나무 성글고 섬돌에 내리는비 재촉하듯 들이치니
泣露秋蛩語草叢 ~ 걱정스런 가을 귀뚜라미 풀숲에 모여 우는구나.
虛白漾波江吐月 ~ 하늘은 빛나고 출렁이는 물결은 江물에 달을 吐하고
冷光搖葉竹生風 ~ 찬 빛이 잎을 흔드니 대나무에 바람이 이네.
[ 回文 - 逆讀 ]
風生竹葉搖光冷 ~ 대 잎에 이는 바람 쓸쓸한 風磬을 흔들고
月吐江派漾白虛 ~ 달을 吐하는 江의 물결은 밝은 하늘에 빛나네.
叢草語蛩秋露泣 ~ 풀숲의 귀뚜라미들 울면서 가을 이슬 걱정하는데
逼更催雨砌桐疏 ~ 다시 다그치듯 재촉하는 비에 梧桐잎 겹쳐 깔리네.
(181) 四節回文 (*冬)
明窓紙帳橫梅小 ~ 밝은 종이 窓에 작은 梅花 비껴있고
淡月所廉英竹韓 ~ 으스름 달 빛 廉하니 欄干 대나무 뛰어나다.
晴雪壓枝棲鶴老 ~ 눈 그치자 눌린 가지위에 늙은 鶴이 깃들고
冷風敲夜點星團 ~ 싸늘한 바람이 밤을 알리자 별들이 모여 불을 밝힌다.
[ 回文 - 逆讀 ]
團星點夜敲風冷 ~ 별들 모여 불 밝히고 찬 바람은 밤을 알리니
老鶴棲枝壓雪晴 ~ 늙은 학은 가지에 깃들고 눈은 鎭靜되어 개는구나.
韓竹英廉所月淡 ~ 欄干의 대나무는 좋을씨고 달빛은 으스름한데
小梅橫帳紙窓明 ~ 작은 梅花는 帳幕을 비껴있고 종이 窓은 밝아온다.
(182) 乍晴乍雨
乍晴乍雨雨還晴 ~ 暫깐 개고 暫깐 비내리고 비내렸다간 다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 ~ 하늘의 理致도 이러한데 하물며 世上人情이야.
譽我便是還毁我 ~ 나를 稱讚하다 곧 도리어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 ~ 名譽를 避하다가도 스스로 名譽를 求하게되네.
花開花謝春何管 ~ 꽃이피고 꽃이 지는것은 봄인들 어찌 管理하며
雲去雲來山不爭 ~ 구름이 가고 구름이 오는것을 山이라도 어찌 못하네.
寄語世人須記認 ~ 世上사람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記憶할 바는
取歡無處得平生 ~ 기쁨은 取하되 平生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183) 山居
山勢周遭去 ~ 山勢는 周邊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 ~ 江물은 흘러 玉빛처럼 돌아간다.
一鳩鳴白晝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 ~ 한 雙의 鶴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 ~ 笏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며
吟詩逼雨催 ~ 詩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 ~ 나는 陶淵明과 같아서
守拙碧雲堆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拙함을 지켜사노라.
(184) 山居集句
洗耳人間事不聞 ~ 귀를 씻으니 人間世上의 일은 들리지 않고
山林投老倦紛紛 ~ 山林 속에서 늙어가니 개으름도 紛紛하다.
白頭不義公侯事 ~ 늙어서 公侯의 일을 論하지 아니하고
最愛深溪枮白雲 ~ 흰 구름 더불어 깊은 시내를 사랑했네.
(185) 山畬 <畬. 새밭 여>
石田多犖确 ~ 돌밭에 자갈이 너무나 많아
高下半藤蘿 ~ 높고 낮은 곳 折半이 덩굴이라.
地薄多生朮 ~ 땅이 瘠薄해 雜草가 많고
畦危不長禾 ~ 둔덕은 높아 벼가 자라지 못한다.
飢烏鳴樹杪 ~ 굶주린 까마귀 나무 끝에서 울고
羸犢臥陂陀 ~ 여윈 송아지 비탈에 누워있다.
縱是山深處 ~ 비록 山이 깊은 곳이나
年年可免科 ~ 해마다 稅金을 免할 수가 없어라.
(186) 山亭
白雲爲帳碧山屛 ~ 흰 구름 揮帳 삼고 푸른 山을 屛風 삼으니
絶勝羲之修禊亭 ~ 뛰어난 景致 王羲之의 修禊亭 같아라.
莫羨石家椒百斛 ~ 石氏 집의 후추 百 섬을 부러워 하지 말라
苔錢十萬散中庭 ~ 이낀 돈 十萬 兩을 뜰 가운데에 흩어뿌리리라.
(187) 山中
山中與猿鳥 ~ 山中에서 원숭이와 새와 더불어
共結歲寒盟 ~ 큰 추위에 함께 結束을 盟誓했네.
有意芒鞋曳 ~ 뜻이 있으니 미투리 집신을 끌고
無心竹徑行 ~ 생각도 없이 대숲 길을 간다.
園中瓜瓞長 ~ 뜰 가운데에 오이 덩쿨 자라고
墻下薜蘿生 ~ 담장 아래 담쟁이덩굴 싱싱하네.
冉冉百年內 ~ 나아가 百 年 親하게 지내며
都忘寵若驚 ~ 都忘과 榮華와 놀람이 같다네.
(188) 山中竹
綠竹出巖隈 ~ 바위 모퉁이에 솟은 푸른 대나무
托根巖下土 ~ 바위 아래 땅에다 뿌리를 붙였구나.
老去節愈剛 ~ 늙어 갈수록 더욱 굳어지는 節槪
蕭蕭藏夜雨 ~ 우수수 밤비를 머금었구나.
根逬化蒼龍 ~ 뿌리는 뻗어 푸른 龍으로 되고
枝短不棲鳳 ~ 가지는 짧아 鳳凰이 깃들지 않는구나.
幹凌雪霜侵 ~ 줄기는 차가운 눈서리를 凌蔑하나
影受風月弄 ~ 그림자는 바람과 달의 戱弄을 받는구나.
却恨長深谷 ~ 도리어 恨스러워라, 깊은 골짜기서 자라
欠遇徽之諷 ~ 王羲之의 諷刺를 만나지 못한 것을.
我來久徘徊 ~ 내가 와서 오랜 時間 徘徊하다
嘯吟忘出洞 ~ 휘파람 불며 詩 읊으며 골짝 벗어남 잊었다.
日暮輕颯起 ~ 해 저무니 가벼운 바람이 일어나고
戛戛相摩閧 ~ 사각사각 부딪히는 소리 들린다.
似歎無知音 ~ 그 소리 몰라줌을 嘆息하는 듯
空山悲憁恫 ~ 빈 山에는 아쉬운 듯 서글퍼지는구나.
(189) 山行卽事
兒打蜻蜓翁掇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늙은이 울타리 고치고
小溪春水浴鸕鶿 ~ 개울 봄물에는 가마우지 멱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 ~ 푸른 山도 다한 곳, 갈 길도 먼데
橫擔烏藤一个枝 ~ 검붉은 藤나무 지팡이 메고 걸어가노라.
(190) 三角山
三角高峰貫太淸 ~ 三角山 높은 봉우리 하늘까지 치솟아
登臨可摘斗牛星 ~ 올라가면 北斗星과 牽牛星도 따겠네.
非徒嶽岫興雲雨 ~ 저 山이 어찌 구름과 비만 일으키랴
能使邦家萬歲寧 ~ 이 나라를 萬歲토록 便安하게 해 줄테지.
(191) 上四佳亭
窯原春草綠如茵 ~ 窯原의 봄 풀은 方席처럼 푸른데
得句池塘想轉新 ~ 못가에서 詩 얻으니 생각 더욱 새로워라.
山舍蕭條寒食近 ~ 山속 집이 쓸쓸하니 寒食이 가까운데
杏枝風緊眼初勻 ~ 살구 가지에 바람 얽혀 두루 첫 눈 트는구나.
(192) 書感. 2 (感懷를 적다)
富貴生前身後名 ~ 죽기 前의 富貴와 죽은 뒤의 名譽로
百年長是起愁城 ~ 많은 歲月을 恒常 근심 더욱 쌓이네.
醉來偃臥方爲樂 ~ 醉해 돌아와 누워 쉬니 바로 즐거움 되고
飽可閑眠始得榮 ~ 배불러 閑暇히 잠드니 비로소 榮華를 얻네.
點點遠山明似黛 ~ 點點이 있는 먼 山은 빛이 검푸르게 보이고
澄澄古澗淨如瓊 ~ 맑고 맑은 山골물은 깨끗하기 구슬 같네.
幽居不用治生業 ~ 窮僻한곳에 살며 쓸데없이 生業을 익혀
荷製新衣筆代耕 ~ 蓮으로 새 옷 짓고 붓으로 밭갈이 對身하네.
(193) 書感. 2
不向金門浪掛名 ~ 宮闕門 向해 함부로 이름을 걸지 않고
却來靑嶂解塵纓 ~ 푸른 山으로 다시 돌아와 俗世의 갓끈을 풀었네.
花如識面逢人笑 ~ 꽃은 얼굴을 아는 듯 사람 만나면 웃고
鳥不知情隨意鳴 ~ 새는 情을 알지 못하니 제멋대로 우는구나.
小院樹陰靑裊裊 ~ 작은 집의 나무 그늘엔 푸른 빛 간드러지고
滿園蔬菜綠菁菁 ~ 뜰에 가득한 나물과 菜蔬 푸르게 우거지네.
一生可是無功業 ~ 한 平生을 可히 아무런 功積 없으니
管却淸溪洗耳聲 ~ 맑은 시내에 귀 씻는 소리나 管理하리라.
(194) 書金鰲新話後. 1
矮屋靑氈暖有餘 ~ 작은 집에 푸른 毯요엔 따스한 氣運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 ~ 梅花 그림자 窓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 ~ 기나긴 밤을 燈불 돋우고 香을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 ~ 閑暇히 世上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195) 書金鰲新話後. 2
玉堂揮翰已無心 ~ 玉堂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 ~ 소나무 窓에 端正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 ~ 香鑵과 銅甁과 烏几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 ~ 風流스런 奇異한 이야기 仔細히 찾아본다.
(196) 敍悶
八朔解他語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 ~ 비와 꽃을 읊어 詩句를 얻었고
聲淚手摩分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區分했네.
上相臨庭宇 ~ 높은 政丞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 ~ 여러 宗中에서 많은 冊을 膳賜했네. (貺. 줄 황)
期余就仕日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 ~ 經學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197) 書懷
頭邊歲月苦奔流 ~ 苦海의 歲月은 奔走하게 머리를 스쳐가니
不覺推遷又白頭 ~ 모르는 사이에 白髮이 옮아왔구나.
雉岳去年鋤火種 ~ 지난 해 雉岳山에서 火田 갈아 씨 뿌리고
鼇岑昔日治春疇 ~ 옛날에는 金鰲山에서 봄農事를 지었도다.
飮峯啄澗吾生願 ~ 山에서 먹고 개울에서 마시는 것이 내 平生 所願
枉道從人已不求 ~ 道를 어기로 사람들 따라도 이미 求하지 못하노라.
更擬好山移住處 ~ 다시 좋은 山을 本받아 거처를 옮겨가리니
碧雲秋色屬雙眸 ~ 푸른 구름 가을빛이 두 눈瞳子에 와 닿으리라.
(198) 西風
昨夜西風撼我 ~ 어젯밤 西風이 나의 房 揮帳에 불고
滿天星斗冷如流 ~ 하늘에 가득한 별은 흐르는 물처럼 차다.
菊含蓓蕾徑霜艶 ~ 菊花 꽃 봉오리는 서리 맞아 곱고
楓染臙脂映日羞 ~ 丹楓은 臙脂 발라 햇빛을 수줍어한다.
曳曳雲飛汾水岸 ~ 질질 끌리듯 汾水 가로 구름이 날아
蕭蕭葉墜洞庭舟 ~ 우수수 나뭇잎이 洞庭湖로 떨어진다.
平生最是關心處 ~ 平生에 가장 마음 끌리는 곳
窓外梧桐葉葉愁 ~ 窓 밖 梧桐나무에는 잎마다 愁心이 인다.
(199) 碩鼠 (큰 쥐)
碩鼠復碩鼠 ~ 큰 쥐야, 큰 쥐야
無食我場粟 ~ 우리 마당의 穀食을 먹지 마라.
三歲已慣汝 ~ 三 年째 벌써 너를 알고 지냈는데
則莫我肯穀 ~ 나를 살려 주지 않으려면
逝將去汝土 ~ 떠나서 將次 너의 땅을 버리고
適彼娛樂國 ~ 저 즐거운 나라로 가리라.
碩鼠復碩鼠 ~ 큰 쥐야, 큰 쥐야
有牙如利刃 ~ 날카로운 칼날 같은 어금니가 있어서
旣害我耘耔 ~ 이미 내 農事를 亡쳐 놓았고
又囓我車軔 ~ 또 내 수레의 바퀴굄목마저 깕아
使我不得行 ~ 내가 가지도 못하게 해 놓고
亦復不得進 ~ 또한 다시 나아갈 수도 없게 해 놓았네.
碩鼠復碩鼠 ~ 큰 쥐야, 큰 쥐야
有聲常喞喞 ~ 소리도 늘 찍찍거리면서
佞言巧害人 ~ 姦邪한 말로 巧妙하게 사람을 害쳐
使人心怵怵 ~ 사람의 마음을 두렵게 하네.
安得不仁貓 ~ 어디서 사나운 고양이를 얻어
一捕無有孑 ~ 한 番에 잡아 씨도 없게 할까?
碩鼠一產兒 ~ 큰 쥐가 한 番 새끼를 낳으면
乳哺滿我屋 ~ 젖먹이 새끼들이 내 집에 가득하리.
我非永某氏 ~ 나는 永某氏가 아니니
付之張湯獄 ~ 張湯의 監獄에 너를 넣고서는
塡汝深窟穴 ~ 너의 깊은 巢窟을 메워
使之滅蹤跡 ~ 너의 발자취를 없애리라.
(200) 石耳 (석이 버섯)
蒼崖萬丈仰難企 ~ 限없이 높은 絶壁 쳐다보기도 어려운데
雷雨長此石上耳 ~ 늘 천둥과 비속에 돌 위에서 茂盛하구나.
內面髼鬆外面滑 ~ 안쪽은 거칠게 헝크러지고 外面은 미끄러워
摘來煩撋淸似紙 ~ 번거롭지만 비벼 따 내면 종이같이 깨끗하네.
煎以鹽油甜且香 ~ 기름에 절이어 달이면 달고 또 香氣롭고
悅口芻豢那擅美 ~ 입에 맞는 좋은 飮食 오로지 便安히 즐기네.
啖餘不覺肝膽涼 ~ 씹고 나니 속마음 서늘한것 깨닫지 못해도
知爾胚胎松石裏 ~ 거친 돌 속에서 움터 자란 그를 알겠구나.
以此撑腸棲碧峯 ~ 이로 因해 배부르게 푸른 봉우리에 살면서
居養已移氣與體 ~ 居處하며 기르니 이미 몸과 더불어 氣로 變했네.
已忘十載雲泥蹤 ~ 十 年의 구름과 진흙의 자취를 이미 잊었으니
不須臟腑時出洗 ~ 모름지기 때맞춰 內臟을 드러내 씻을 줄 모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