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년전, 절임배추를 팔 때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절임배추를 팔아서 인지 주문량이 엄청 났다.
게다가 나는 바닷물을 이용하고 고랭지배추를 사용했다. 동해바다 주변 사람들은, 배추를 절일 때 바닷물에 절인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 종일 바다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그래서 중간을 선택했다. 신안의 천일염과 바닷물을 섞어서 절였다.
“아저씨 너무 짜요”
이렇게 말하는 여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럼 나는 자세히 설명을 했다.
배추 절임의 염도는 12 프로다. 바닷물의 염도와 같다. 염도 12 프로의 배추가 유산균이 작용하여 9 프로 되면서, 유산균 발효가 완성이 된다.
이런 설명을 해도 무식한 여자는 막무가내다.
“환불 해줘요”
“안되요”
“소비자 센터에 고발할겁니다”
“맘대로 해요”
“반품 할겁니다.”
“한되요”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이런 무식한 여자 같으니”
결말은 안좋다. 이런 식으로 끝을 맺는다.
저녁이 되면 퇴근한 남자에게서 전화가 온다.
“당신, 아내에게 무식하다고 했다면서”
“무식하니까 무식하다고 했죠”
그렇게 답을 하면서 다시 한번 정상적인 염도에 대해 설명을 한다.
“이 양반아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왜 이렇게 짜”
“정상적인 절임배추는 짠겁니다.”
“이 인간 못 쓰겠네”
“뭐라 그랬어. 쓰레기라고”
“내가 언제 쓰레기 라고 했어”
“그게 그거지”
그리고는 나의 맹활약이 시작되었다.
사춘기 시절 싸움질 하면서 써 먹던 나의 욕설이 시작되었다.
대부분 주눅이 들어 포기 하지만, 간혹 강적이 있다.
소비자 센터에 고발을 하는 것이다.
김장은 염도만 잘 맞추거나, 바닷물로 절이면, 몇 년이 지나 묵김치가 되어도 아삭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래서 내가 여자들에게 무식하다고 했던 것이다.
자기 마누라가 무식한지도 모르는 남자들에게는 욕을 했고.
다음해 부터는 절임배추 장사를 그만두었다. 매일 놀면서 인터넷 마케팅을 하다가 전화 받고 박스 포장하는 일이 힘었기 때문이었다.
2 년 후에, 대게 장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말로만 듣던 진상(進上) 손님, Black Consumer 가 나타난 것이다.
무식한 여자를 상대하는 것과는 달랐다.
더 심한 욕을 해야 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앞으로는 자기가 전화를 받겠다고 했다.
“나쁜 놈 전화 오면 나를 바꿔줘”
그렇게 말 하면서 난 속으로 좋아서 웃었다. 다시 놀고 먹을 수 있었으니까.
이상한 것은, 아내가 전화를 받고 나서 매출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나 보다 한 수 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