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고교생들, 일본어 원격수업 현장…표정 보면서 발음 교정
강의실 확충·집중도 개선 등 과제…교육부 "확대 노력"
(인천=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해보세요."
지난달 28일 인천 부평구 '인천 온라인 학교' 강의실.
200㎞ 떨어진 백령도의 백령고 학생들과 일본어 교사의 화면을 통한 수업은 여느 교실 못지않게 열기로 가득했다.
교사는 3학년 학생 10여 명의 표정과 발음을 모니터로 일일이 확인하면서 교정했고 학생들은 교사의 일본어 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집중했다.
온라인 학교는 원격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립 학교다. 올해 고교 1학년생부터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맞춰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 당국이 2023학년도부터 온라인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현재 고교 2∼3학년생들도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백령고처럼 수업이 여의찮은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학교는 17개 시도교육청 대부분에 한 곳씩 설치됐다. 오는 9월 세종 지역에 설치되면 마무리된다.
일본어 교사가 없는 백령고처럼, 교원이 없거나 학생 수가 적어 개설이 어려웠던 과목을 실시간 원격으로 수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색다른 과목도 들을 수 있다. 패션 디자인의 기초, 생명과학 주제토론, 프로그래밍 등의 과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제외하면 수업 시스템은 일반 학교와 같다.
인천 부평구 온라인 학교. 2025.5.28 [촬영 서혜림]
공립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각 교육청 소속 정규 교직원이 이곳에 배치되며, 과목의 수요에 따라 기간제 교사나 시간제 강사도 채용된다.
성적도 온라인 학교 교사가 평가해 학생이 있는 학교로 보낸다.
인천 온라인 학교는 2023년 9월 개설됐으며, 올해 1학기에는 백령고를 포함해 32개 학교 2천여명의 학생이 116개 강좌를 듣고 있다. 이곳에는 8개의 스튜디오형 강의실이 있고, 교사 20명과 강사 8명이 수업을 하고 있다.
백령고 3학년 안희수 군은 "우리 학교가 섬에 있다 보니 배울 수 있는 과목이 많지 않았는데, 온라인 학교 덕분에 일본어도 들을 수 있게 됐다"며 "관광학과를 가고 싶고, 진로와 연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학년 김교빈 양은 "감독관 선생님이 항상 계셔서 괜찮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수업보다는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기는 한다"며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인천 온라인학교 조정임 교감은 "(수요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해 내년에 강의실을 더 지으려 한다"며 "미래형 교육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고교학점제 본격 도입으로 인해 특정 과목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학생들이 지역이나 학교 여건과 관계 없이 희망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온라인 학교 과목 수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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