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집을 옮겨볼까 하고 모델하우스를 보러가자 한다.
난 집을 짓거나 살 능력이 부족하기에 딱히 할말이 없다.
간단히 점심을 준비해 배낭을 매고 나섰는데, 화사한 새집 모델을 보고 나오니
12시가 가까워진다.
쇼핑가는 바보는 기어이 밥을 먹고 가라고 한다.
밥을 먹고 유스퀘어 앞에서 9번 버스를 타고 증심사에 내리니
12시 50분을 지난다.
사람들이 많이 내려오고 있다.
계곡엔 하얀 물줄기가 소리가 크다.
신림교회 앞 계단을 오르는데 대나무들은 휘어져 터널을 만들었다.
당산나무에서 스틱을 펴고 땀을 닦은 수건을 머리에 두른다.
지난 주에 산을 자주 가지 못한 탓인지 걸음이 무겁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숲길을 오른다. 그래도 출발 후 한시간 남짓에
중머리재에 닿는다. 윗쪽은 구름이 가득하고 화순쪽도 흐릿하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넣어 둔 물이 빠졌다.
용추봉 중봉으로 오르는 길을 포기한다.
조망도 없고 물도 없으니 장불재 쪽으로 가며 참샘 쪽에서 물을 마시기로 한다.
참샘의 넘치는 물을 마시고 산수국을 보며 힘을 내어 오른다.
장불재에 닿으니 점심을 먹은 산객들이 벤치에 앉아 느긋하다.
너른 바위에 앉아 사진만 찍고 일어난다.
입석대로 오르는 길 가에 꽃이 많다.
전망대는 오르지 않고 표지석만 보고 서석대로 올라간다.
서석대도 한적하다. 높이 오를수록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오를수록
사람이 없다. 그런 호젓함을 좋아하는가?
녹동에서 서대를 가져오겠다는 민수가 5시 반쯤 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4시까지 하산하면 버스 두번 갈아타도 그 시각이 가능할 것 같다.
서석대 바위 끝에 한남자와 등을 지고 앉아 캔맥주를 시원하게 마신다.
양이 많다. 서석대 전망대에 잠깐 들러 부지런히 내려온다.
목교를 지나 엣길 2구간을 내려오는데 앞에서 낯익은 얼굴이 땀을 흘리며 올라오신다.
풀꽃의 신민구 선생이 젊은 후배와 오르는 중이다.
인사를 하는 사이 자신이 읽고 해석한 자본론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신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내려오다 보니 사진 한장 남길 걸 아쉽다.
내려오니 4시 반이다. 정류장에 가니 금방 보이던 버스는 사라져 버렸다.
50분이 다 되어서야 버스를 타고 법원 앞에서 1번을 기다리는데 그 버스도 막 출발해 버렸나보다.
마재우체국 앞에서 내려 뛰어 집으로 오니 6시에 만나자고 한 민수는 벌써 와 있다.
서대와 미숫가루를 받아 올라가 후다닥 샤워를 하고
상무 지구로 술 마시러 간다. 가득 취해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