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달려가게 만드는 광양 다압의 매화마을은 나에게 어떤 곳일까
봄을 한꺼번에 함뿍 느끼게 해 주는 곳이라 겨울의 텁텁한 권태감을 떨쳐버리기에
이곳 매화마을은 그야말로 최상의 장소다
섬진강이 주는 이미지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문학작품이나 작가들 혹은 여행책들에서 많이 만들어졌었다
그 후
이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하고부터는 내가 상상한 이미지 그 이상의 감성을 새로이 만든 터였기에
섬진강변을 달려서 가는 매화마을과 쌍계사 벚꽃길, 그리고 주변의 소소한 볼거리들은
나의 여행 1번지로 자리한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매 해 봤으면서도 또 봄이면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작년에 매화마을에서 찍은 사진이다
작년 사진을 가져온 이유가 있다
올해에도 새벽에 출발해 오전 9시 30분경 도착했는데
세상에나 차를 세울 곳이 없다
그동안 주차장으로 사용했던 모든 장소들을 축제라는 이름으로 상권을 가진 사람들의 천막이 모두 차지했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은 그야말로 변방에 찔끔.
주변의 음식점들은
내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만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하는 식이다
주차자리를 찾아 두 바퀴를 돌아 제자리에 다시 오게 되니 이젠 슬슬 짜증이 난다
이번 여행에선 광양의 옥룡사지에 있는 동백나무 숲도 함께 보고 올 예정이어서
그리로 차를 돌려야 했다
뭐~~ 섬진강변의 매화꽃 실컷 보며 왔으니 봤다고 치자 하면서.
그런데 못내 아쉽긴 하다
매화나무 사이로 난 길도 천천히 걸어야 하고
잠깐 멈춰 매화꽃 송이도 올려다 봐야하고
홍쌍리 청매실 농원에서 매실아이스크림도 먹어야 하고
매실과자와 매실젤리도 사 먹어야 하는데....
세상에
차 세울 곳이 없어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다니
요 몇 년간 코로나로 축제를 중지했다가 새로 시작하니
축제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꽃구경은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내년엔 전략을 바꾸어야 할 듯하다
아쉬움 뒤로 하고 옥룡사지의 동백나무 숲으로 차를 돌렸다
아쉬워했더니 짠딸이 작년 매화사진에 옥룡사지에서 찍은 사진을 합성해 만들어준다
일명 기억조작 프로젝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사진에 속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