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노원호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별
그래서 오늘 하루는
누군가에게
반짝반짝 빛을 보내주고 싶다.
-《동시발전소》 (2023 여름호)
길냥이 발
박승우
담장도 풀쩍풀쩍
지붕 위도 성큼성큼
용감한 발
대문 밑으로 살금살금
쓰레기 봉지 앞에서 멈칫멈칫
겁 많은 발
이곳저곳
맘대로 다니는
자유로운 발
찬바람 부는 겨울날
저 발은 어디로 갈까?
온기를 나눌
가족은 있을까?
자꾸만 눈이 가는
저 발
-《어린이와 문학》 (2023 여름호)
모를 줄 알았는데
서담
-귀 좀 가까이
쏙, 민지가 넣어 준 말이
딱, 귀로 떨어진다
-시험시간에 너 커닝하는 거 봤어
귀에 들어온
아주 작은 말 하나가
쏙딱쏙딱 쏙딱쏙딱
종일 맘속을 들쑤시고 다닌다
-《아동문예》 (2023 1•2월호)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서정홍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어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감나무 가지에 할미새가 날아왔어요
산밭에 하얀 감자 꽃이 피었어요
열 달 만에 은지 할머니가 퇴원했어요
은지 어머니가 호박죽을 끓이고 있어요
서한 삼촌 집에 송아지가 태어났어요
-《열린아동문학》 (2023 여름호)
나도나도
신이림
쑥부쟁이 찰칵
달맞이꽃 찰칵 찰칵
데이지꽃 찰칵
-우린 왜 안 찍어 줘?
질경이가
쇠뜨기가
빤히 쳐다본다.
질경이한테
쇠뜨기한테
내가 찍혔다.
-《시와 동화》 (2023 여름호)
달 도둑
오순택
둥근 달을
올빼미가 뾰족한 부리로
콕콕 찍어먹고 있다.
저것 봐,
올빼미의 부리에
노란 달빛이 묻어 있잖아.
-『달 도둑』 (2023년 아침마중)
당찬 모과나무
유은경
창문을 가린다고
가지를 몽땅 잘라버렸어.
그래도
꽃 피웠어.
모과를 낳았어.
큼직한 모과 한 개
박새가 와서
한참을
축하해주고 갔어.
엄마의 집
이봉직
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엄마, 하고 달려가는
집이다
할머니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엄마가 모여야
생겨나는 것일까?
엄마의 여행길 끝에 있는
엄마 집이다
-《동시발전소》 (2023 봄호)
햇살 문자
정순오
안개는 땅이 보내는 문자
구름은 하늘이 보내는 문자
비는 바다가 보내는 문자
수많은 문자 가운데
지혜가
내게 보내는 문자
늘
따스한 햇살
-『좋은 걸 어떡해』 (2023 브로콜리숲)
편다는 말
최춘해
등을 굽혀서
김을 매다가
허리를 펴면
몸이 편하다.
내 짝과 다투고
말도 안 하면
내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사과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굽었던 마음이
펴진 것이다.
-『말 잘 듣는 아이』 (2022년 브로콜리숲)
출처: 한국동시문학회공식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이묘신
첫댓글 선정된 시 잘 읽었어요.전자윤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선정된 시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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